2010년 11월 20일 토요일

[녹는점 01][카스티엘/딘] 녹는점 (상)



 제목: Melting Point
 작가: strangeandcharm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Castiel/Dean
 등급: NC-17 
  배경: 4시즌 7회 이후
 창작일자: 2008/11/4






딘이 얼음 밑에 있는데 샘의 다리는 마음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악마가 등뒤에서 밤하늘을 향해 소용돌이치며 치솟았지만- 새까맣게 뒤엉킨 안개 덩어리가 굉음을 내면서 사람 몸에서 빠져나왔다- 몸 주인은 죽었으며 한때 조셉 헤이든이었지만 지난주에는 몬태나 주 전역에서 무차별 살인을 벌였던 그 남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아는 그는 눈더미 언덕을 넘어 내달리며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는 대신 그는 뛰었고, 몇 분 전에 머리를 얻어맞은 탓에 귀가 먹먹하고 눈가루가 날려 상처에 부딪치자 이마에 피가 얼어붙는 것을 달리면서 느꼈다.

하지만 그 따위는 딘이 얼음 밑에 있는 마당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는 자기 몸의 안전은 생각지도 않은 채 얼어붙은 호수 위로 몸을 던지다시피 뛰어올라 악마에 의해 호수 표면의 절반을 날아간 딘이 와장창 깨고 들어간 삐죽삐죽한 구멍으로 나아갔다. 그가 있다는 기척은 전혀 없었기에 샘은 형의 이름을 불러 보았자 소용없음을 알았다. 그는 아슬아슬하게 얼음이 깨지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 다음 배를 깔고 엎드려서 구멍으로 기어가 칠흑 같은, 칠흑 같은 물속으로 팔을 뻗었다.

물은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고 샘은 충격에 대비했음에도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에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귀중한 몇 초 동안 이리저리 더듬었지만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고, 그 동안 머릿속은 온갖 생각이 휘돌았다 (형을 찾으러 내가 물속으로 뛰어든다면, 어떻게 해야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얼음은 얼마만큼 두껍지? 저 아래 물은 흐르나? 형이 떠내려갔을까?).그 때 손가락이 무언가 딱딱한, 물이 아닌 것을 훑었고 심장은 안도감과 공포 둘 다로 두근두근 뛰었다.

그는 손아귀를 움키고 끌어당겼다. 딘의 팔이 수면을 뚫고 나왔다. 발 아래 얼음에 너무 센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한 팔을 뻗은 샘은 가까스로 어깨를 붙잡고 형의 머리를 물 밖으로 홱 끌어올렸다. 강한 달빛에도 불구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딘이 공기 중으로 빠져나왔음에도 헐떡이거나 푸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굳이 눈으로 볼 필요는 없었고, 이를 알아차린 그는 공황에 빠졌다.

형이 숨을 쉬지 않아.

오로지 아드레날린이란 동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힘으로(뒷날에 그는 아무리 아드레날린이라 할지라도 이런 일을 가능케 할 수 있는지 의심했다. 어쩌면 다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필사적으로 용을 쓰느라 고함을 치면서 능숙한 몸놀림으로 한 차례 힘차게 잡아당겼다. 효과가 있었다. 마치 기름이라도 친 것처럼 딘이 얼음 위로 미끄러져 올라왔다. 호수 전체의 표면이 그 반작용으로 진동했다. 우지직 빠직 하는 소리가 긴박하게 정적을 찢었다. 돌연 두려워진 샘은 딘을 구멍에서 멀찍이 끌어냈고 손에서 느껴지는 흠뻑 젖은 형의 몸이 얼음처럼 차고 무반응인 것에 마음을 졸이며 호숫가에 도착할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지 마, 형.” 그는 눈 속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으면서 거칠게 말했다. 그는 형의 몸을 돌려 바로 눕힌 다음 머리를 기울여 기도를 터 주고는 아드레날린을 모아 기본 심폐소생술 법에 박차를 가했다. 딘은 눈을 감은 채였고 달빛에 비친 얼굴은 충격적일 정도로 창백했으며 샘의 입술에 닿은 입술은 완연하게 새파랬다. 두 번 숨을 불어넣은 다음 샘은 압박을 시작했는데, 바른 자세를 잡으려 버둥거리는 사이에 떨리는 손은 자꾸만 딘의 가슴에서 미끄러졌다.

“하나, 둘, 셋, 넷...” 그는 서른을 세고는 딘이 헐떡이면서 깨어나 눈을 뜨는 것 외엔 어떤 결과도 생각에 넣길 거부하며 숫자를 계속 이어갔다.

형이 얼마나 오래 저 아래 있었지? 아주 차가운 물이었어- 그런 온도에서 형이 생명을 유지했을까? 물을 얼마나 많이 폐로 들이마셨을까? 난 형을 또 잃을 순 없어, 그럴 순 없어 그럴 순 없어 그럴 수는...

두 번 더 숨을 불어넣었으나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다시 압박을 계속하는 샘의 머리는 급격한 움직임 때문에 핑글핑글 돌았다. 뱃속에서 욕지기가 치밀었지만 그게 뇌진탕의 결과인지 그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도 충격적이기 때문인지는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지? 그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이런 곤경에 처하지 않고 수많은 사건을 헤쳐 나왔으나, 고작 악마 한 마리가 그들 둘을 모두 죽일 뻔했다. 어쩌다 이렇게 피해가 커진 거지? 우리가 자만했던가?

아니, 그렇지 않았다. 그 악마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하지만 악마는 이제 죽었고, 그는 그 개새끼가 결국에 승리하도록 절대 두지 않으리라고 결심하며 분노의 불길을 태웠다. “날 위해 싸워, 형.” 그는 말 때문에 압박하던 횟수가 몇이었는지 잊어버리는 것도 개의치 않은 채 거칠게 말했다. “날 또 떠나지 마... 어서! 숨을 쉬어, 형... 숨을 쉬어!"

우연의 일치였음이 분명했으나- 기이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우연- 눈 위에 있던 딘이 바로 그 순간을 골라 경련하는 바람에 샘은 놀라 나자빠졌다. 그가 너무나 부자연스럽게 꾸룩거리면서 힘겹게 허파로 생명을 빨아들였기에 샘은 안쓰러운 나머지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갑자기 올라오는 쓴물을 도로 삼키면서 샘은 형이 헐떡이면서 물을 토해내는 동안 그가 모로 눕도록 몸을 굴려 주고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는 거의 짐승에 가까울 정도로 기묘하게 깊고 낮은 신음성을 내더니 뒤이어 큰 숨을 몇 차례 들이켰고 그 신음소리에 샘은 가슴이 찢기는 것 같았다.
  
“괜찮아, 괜찮아, 형.” 샘은 달래 보았지만 딘은 몸서리치면서 헐떡이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듯했고, 샘은 사실은 그가 하나도 괜찮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살펴본 그는 딘의 왼어깨 관절이 아마도 얼음에 떨어지면서 충격을 받은 탓으로 부자연스럽게 뒤틀려 있는 것을 보았다. 샘은 부디 자신이 형을 물에서 끌어올릴 때 그 팔을 잡은 것이 아니기를 짧게 하늘에 빌었다. 그렇다, 그는 숨은 쉬고 있었지만,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 봐도 그가 의식이 있거나 대답이 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는 절대로 여기서 걸어 나가지 못했다. 나쁜 일이었다, 이렇게 높은 산 속에서는 둘의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데다 차에서부터 수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었으니까. 막 밤이 되었고 공기는 시시각각 차가워지고 있었다. 자신은 뇌진탕을 일으켰고 악마는 염력으로 형을 나무에다 메다꽂으면서 흠씬 두들겨 놓았다.

그들은 크나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어쩌면 희망이 약간은 있을지도 몰랐다. 숲을 뚫고 1.6km 정도 가면 오두막이 있었다. 샘은 오는 길에 그것을 봐 두었다. 악마에게 희생당한 사람 중 한 명의 집이었다. 당연히 그 사람은 두 번 다시 그 집을 쓰지 못했을 테지만, 아마 그곳에는 불과 담요가 있을 것이고, 운이 좋다면, 전화기도 있을 터였다.

이제 남은 문제는 그곳까지 어떻게 가느냐였다.

딘은 흠뻑 젖어 간신히 숨이 붙은 고드름이었기에, 샘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형의 외투를- 팔을 비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벗겨내고 자신이 입었던, 밖은 젖었지만 안은 마른 외투로 감쌌다. 그는 손가락을 반쯤 따뜻해질 때까지 호호 불고는 딘의 목에다 올려놓았고, 맥박이 느리긴 해도 세게 뛰고 있음을 확인했다. 떨리는 손으로 그는 자기 허리띠를 끄르고 딘의 허리에 감은 다음 탈구된 팔이 편안한 자세에 가만히 있도록 살살 묶었다. 그런 후 그는 형이 다치지 않도록 아마 실패했겠지만 필사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면서 그를 어색하게 등에 들쳐업고, 걷기 시작했다.

~ ~ ~

백몇십 미터 앞에 오두막 불빛이 처음 나타났을 때, 샘은 자신이 환각을 보는 거라 생각했다.

얼어죽도록 추웠고, 혹독한 바람은 얇은 셔츠 두 겹을 뚫고 무참하게 휘몰아치면서 살갗에 맺힌 땀을 미세한 얼음 알갱이로 바꾸어 놓았다. 딘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지라 상황이 아주 좋을 때라도 그를 옮기는 일은 힘들었을 텐데, 두말할 것 없이 상황은 좋지 않았다. 매번 형이 헐떡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샘은 숨을 쉬라며 속으로 안간힘을 쓰고 죄인 듯한 기침이 터질 때마다 안도하면서 신경을 한계치까지 곤두세웠다. 길은 겉보기와 달리 위험했다. 그는 눈에 덮인 나무뿌리나 바위에 걸려 몇 차례나 발을 헛디딜 뻔 하다가 간신히 똑바로 섰다. 설상가상으로 머리는 쾅쾅 울렸고 시야는 가물거렸는데, 어스름 속이었기에 그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 탓에 갑자기 앞에 나타난 발광은 다른 세상 것처럼 흐릿해 보였다.

그나저나 불은 누가 켜놓은 거지? 그는 악마가 이 산 속에 혼자 살던 오두막 임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악마가 원하는 강력한 부적을 가지고 있었고, 나무 사이로 이어진 핏자국을 따라 이윽고 도착한 윈체스터 형제는 그의 시체 옆에 선 악마만을 발견했다. 뒤따른 싸움에 둘은 모두 놀랐지만, 최소한 부적은 파괴되었다- 그것을 쏘아 산산조각낸 사람은 딘이었고, 이에 자극받은 악마가 그를 공중에 내던졌던 것이다. 샘은 라틴어 주문을 외우느라 자리에 서 있었고, 몇 초 뒤 주문이 악마를 원래 왔던 곳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그러기 전 뭐가 그의 머리를 때렸다- 돌인가? 나뭇가지인가? 무언지는 몰랐지만, 그건 지독하게 아팠다.

의심할 바 없이 그 때 얻어맞은 후유증이 지금 시작되는 것이고, 형을 옮기느라 힘을 쓰는 일이 몸에 좋지 않은 것이었다. 샘은 빛이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것을 보고 두 발짝 내딛더니, 이렇게나 목적지 가까이서 쓰러지는 자신에게 욕지거리를 뱉으면서 눈 속에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 그는 쑤시는 등 위에 업힌 딘의 몸을 추슬러 올리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일어나서 걸으라고, 샘. 거의 다 왔어, 어서...” 그는 현기증을 동반한 오심과 싸우면서 몇 차례 심호흡을 하고는 용을 쓰며 일어났다. 무릎이 다 펴지는가 싶더니 도로 꺾였다. 이번에는 도리 없이 딘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형은 나직하게 끙 소리를 내며 눈 속에 털퍼덕 누웠다. 무게가 등에서 사라진 탓에 휘청이다 균형을 잡은 샘은 몸을 돌려 그가 괜찮은지 확인했지만- 그렇게 움직이자 세상이 한쪽으로 기울었고 그는 외마디 놀란 소리를 내며 기우뚱거렸다. 그는 머리가 이렇게 쾅쾅 울리다가는 폭발하지나 않을까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고서 닥쳐온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새뮤얼.” 밤공기를 뚫고 목소리가 들렸다.

딘이 아니었다. 샘은 숨을 한 차례 더 들이마시고 눈을 떠서 등뒤 오두막 쪽을 돌아보았다. 희미한 빛이 마치 무슨 몽롱한 마약이라도 한 양 망막에 잔상을 남겼다. 이제 문은 열려 있었고 문에서 흘러나오는 빛 속에는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누군지 알아보기에는 너무 멀리 있었지만, 샘이 뚫어지게 바라보자 그 사람의 양 옆에 마치 바람에 옆으로 날리는 망토라도 두른 듯 이상한 그림자가 보였다. 한순간 그는 그게 뭔지 혼란에 빠졌지만 이윽고 그의 위장이 속을 비우겠다는 임무를 마침내 달성하였고, 그는 주저앉아 눈에다 구토했다.

그가 다시 올려다보았을 때는 남자는 가고 없었다. 그러나 그는 불현듯 그 그림자가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카스티엘.” 그는 웅얼거린 다음 정신을 잃었다.

~ ~ ~

샘은 외마디 놀란 소리를 내며 퍼뜩 깨어났다. 그는 별빛을 마주하며 눈을 깜빡일 줄 예상했지만 대신 눈에 비친 광경은 가장자리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나무 대들보가 받쳐진 천장이었다. 그는 오두막 안에 있었다. 귀로 들어보니 근처 어디에 모닥불이 신나게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양이었다. 희미한 열기가 그의 뺨을 덥혔다.

그는 어리둥절해서 머리를 들었다. 그는 담요와 코트 여러 벌을 겹쳐 덮고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것들을 눈여겨보던 중 그는 갑자기 자신이 얼마나 추운지 깨닫고서 돌발적으로 몸서리를 쳤다. 그러자 두통이 닥쳐왔고 그는 눈을 감고서 신음했다.

“가만히 있어야 한다.” 카스티엘이 말했다.

샘은 다시 눈을 떴다. 천사가 그의 앞에 서 있었는데,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샘은 일이초 걸려서 그가 외투와 재킷을 벗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셔츠, 넥타이, 바지만 걸친 그는 낯설어 보였다. 그는 자기 몸을 흘끗 내려다보았고, 그랬다, 그에게 덮인 옷가지 중 하나는 카스티엘의 외투였다. 발을 덮은 재킷도 발견했다. 이런 일을 해 주다니 왠지 감동적이었다.

“몸이 너무 차갑군.” 천사가 말을 계속했다. 허리에 손을 얹고 그를 내려다보는 그는 마치 무얼 해 주어야 할지 잘 모르는 듯 보였다. “뇌진탕도 있어. 괜찮아질 테지만, 넌 쉬어야 한다.” “형?” 샘이 물었다. 그는 오두막을 둘러보고 커다란 이불에 단단히 싸여 벽난로 몇십 센티 앞에 누운 형을 보았다. 표정은 분간할 수 없었지만, 일렁이는 모닥불 빛 속에서도 딘의 드러난 뺨이 파랗게 질린 것은 확실했다. “형은 괜찮아요?”

카스티엘은 딘 쪽을 응시하며 한숨을 쉬었다. “팔은 고쳤지만, 아직도 몸이 너무 차갑다. 너와 같아. 다만 더 심하지.”

“당신이 고쳤어요? 당신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건가요?”

천사는 희미하게 미소했다. “아니, 샘. 팔을 다시 관절에 끼워넣었다는 뜻이었다. 그가 의식이 없는 사이 해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지.” 그는 슬픈 표정으로 샘을 내려다보았다. “난 그를 치료하지는 못한다. 우리에게 그만한 힘은 없어. 우리가 위안은 줄 수 있지, 네가 바란다면, 평온을 말이야. 우리들은 고통을 얼마간 씻어 줄 수는 있지만, 그 원인을 마법처럼 없애진 못해.”

샘은 몸을 떨었다. 불은 밝게 타면서 넘치도록 열기를 전해 주었지만, 그는 여전히 뼛속까지 시렸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외투 없이 걸은 것뿐이었는데, 딘은, 얼어붙은 호숫물에 빠진 다음 눈보라와 살을 에는 바람을 뚫고 오두막까지 가는 여정을 견뎠다. 샘의 몸이 얼마나 좋지 않든, 딘은 백 배는 더 나쁠 게 분명했다.

그는 일어나 앉으려 했지만, 카스티엘이 가슴에 손을 얹어 제지했다.

“제발.” 이를 딱딱 맞부딪치며 샘이 말했다. “형한테는 온기가 필요해요. 저 불만 갖고는 모자랄 겁니다.”

카스티엘이 눈썹을 올렸다. “뭘 할 셈인가?”

“체온이오. 누가 형과 살을 맞대고 안아 주어야 해요. 깨어난 후엔 싫어하겠지만, 깨어나도록 따뜻하게 해 주려면 그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쯤 저체온증일 거예요.”

“움직이지 말아야 해. 넌 머리 부상을 입었다.” 카스티엘은 지금껏 한 번도 실습할 기회가 없었던 지식을 읊는 듯 자신 없는 목소리였다.

“제발.” 샘이 간청했다. “제가 형을 돕게 해 주세요.”

카스티엘은 망설였고, 그래서 샘은 그가 주저하는 틈을 타서 손을 떨어내고 똑바로 일어나 앉았다. 그러나 그가 소파 밖으로 다리를 내리기 전에, 오한이 그를 덮쳤고 갑작스럽게 움직인 탓에 다시 속이 메스꺼워졌다. 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더니 반대쪽으로 기울어졌고, 그는 엎어지며 팔꿈치로 밑을 짚었다.

“움직이지 말라고 말했지 않나.” 카스티엘이 꼬집었고, 그렇게 어지럽지만 않았더라도 샘은 그의 목소리에 옅게 깔린 역시나 그렇지라는 투를 읽어냈을지도 모른다. 천사의 두 손이 그의 머리를 도로 쿠션에 누이고 담요를 제자리로 끌어올리고서는 잠깐 멈추어 샘의 이마에 한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신중해서 그런다고 샘이 여기기엔 그는 너무 오랜 시간 손바닥을 두었지만, 더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그는 더 평온해졌다. 그의 몸에서 넘치기 시작하는 것은 정확히 말해 온기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평화의 감각이었다.

“형.” 그는 의식을 뚜렷이 유지하려고 일이분간 애쓴 다음 중얼거렸다. “당신이 형을 따뜻하게 해 주어야 해요.” “괜찮다, 샘.” 카스티엘이 달랬다. 그는 샘에게 그의 눈에 감도는 불가해한 슬픔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그의 위로 몸을 굽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그러더니 그는 사라졌다. 샘은 이마에서 손길이 사라지자 한순간 그게 아쉬워서 작게 신음소리를 냈다. 방은 아직 좀 빙빙 돌았지만 머리가 더 이상 울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훨씬 나아진 기분이었다. 그는 오싹 떨고, 정신을 모아 형이 보이는 자세로 몸을 옮겼다.

불 앞에 카스티엘의 실루엣이 보였다. 샘이 지켜보는 동안, 그는 양쪽 신발을 벗더니 양말을 벗었다. 다음 순서는 넥타이였고 그리고는 셔츠였다. 카스티엘이 뒤돌아서자, 날개나 날개가 있음을 나타내는 뭐라도 간절히 보고 싶었던 샘은 벗은 등을 넋을 잃고 뚫어지게 바라보았지만, 그의 견갑골과 피부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다. 당연하지, 샘은 생각했다. 저 몸은 진짜 천사가 아니라 보통 인간의 몸이니까. 내가 카스티엘의 날개 달린 진정한 형체를 본다면, 아무것도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겠지. 그는 팸과 불살라진 그녀의 눈을 상기하고, 속으로 그 비명을 되새기고, 다시 한 번 뱃속에서 부글부글 오심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그는 심신을 가라앉히면서 잠시 시선을 떨어뜨렸다가 다시 들었다.

카스티엘은 허리띠를 끌러내는 중이었다. 그가 바지를 벗어놓자 샘은 아무런 사심 없이 하는 행동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갑자기 겸연쩍어졌다. 그는 그저 이러지 않으면 죽고 말 사람에게 체온을 나눠 주기 위해 옷을 벗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천사가 다른 남자와 한 이불 안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그를 동요하게 했다. 그러나 이윽고 그는 이마에 닿았던 카스티엘의 손길이 얼마나 괴로움을 달래 주는지 기억했다. 그는 자기 몸이 체온을 회복하고 모든 것을 원상복귀시키기 위해 애쓰는 동안 살갗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카스티엘이 이불을 들치고서 딘의 등 뒤에 딱 붙어 눕는 자세를 잡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이 일에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음을 깨달았다. 딘은 그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자 그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한숨 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잠들었다.

~ ~ ~

딘은 추위와 폐소공포증과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흠칫 놀라 깨어났다. 허파가 묵직하고 가슴이 아팠다. 그럼에도 기분은 편안했고, 그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왜 앞쪽보다 등쪽 살갗이 따뜻하게 느껴지는지 의아했다.

그가 눈을 떠서 처음 본 것은 불길이었다. 귓속에 쟁쟁한 비명소리에 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움찔 물러났고, 그러고 나서야 그것이 지옥이 아니라 벽난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움직인 결과 그는 등뒤에 살아있는 무엇이 있음을 느꼈다- 아니, 누구라고 생각된다. 누가 그의 몸을 마치 연인처럼 둘둘 감고서 등에 길게 살을 맞대고 있었지만, 딘은 그가 누구인지 아무 기억도 실마리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알게 될 때까지, 그자는 위협이었다.

몸을 굳힌 그는 상황을 판단하는 사냥꾼의 솜씨로 사방을 날카롭게 둘러보았다. 그는 오두막 안, 커다란 돌벽난로 앞에서, 커다란 오리털 이불에 귀까지 덮여 있었다. 그의 머리는 가죽 쿠션을 베고 있고, 몇 미터 떨어진 어딘가에서, 누가 코를 골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그를 껴안은 자는 아니었고, 그는 어떻게 할지 숙고하며 숨을 죽였다. 싸울까 달아날까?

“괜찮다, 딘.” 목에 더운 입김이 닿으며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속삭였다.

대체 무슨...?

그의 뇌는 두 가지 사항을 한꺼번에 처리하느라 거의 단락되다시피 했다. 남자 목소리였다... 그리고 카스티엘이었다.

카스티엘, 빌어먹을 신의 천사였다. 그는 천사의 곁에 누워 있었다. 안겨서.그가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니 적어도, 그런 듯했다. 나란히 누운 맨다리가 느껴졌고 셔츠는 확실히 없었지만, 속옷은 어떻게 되어 있지? 그는 손을 이불 안 아래쪽으로 내려서 확인해 보려 했으나 갑작스레, 욱신거리는 통증이 어깨를 덮치는 통에 헉 하고 큰 소리를 냈다. 소리를 내자 좋게 생각하기엔 너무나 쿨럭쿨럭대는 기침이 한바탕 쏟아졌다.

“쉬이이...” 카스티엘이 목뒤에서 입김을 내쉬었고, 그가 손을 펴서 가슴 중앙 유두 사이에 올려놓는 동안 딘은 경련했다. “괜찮다. 그냥 숨을 쉬어.”

말이야 쉽겠지, 딘은 정상 상태로 돌아가려고 느리게 쌕쌕거리면서 어째서 그 손이 허파 깊숙이 온기를 불어넣는 것 같이 느껴지는 걸까 어리둥절한 채 생각했다. 그는 이번에는 불에 지지는 것 같은 통증이 생길 것을 먼저 알고서 다시 살며시 팔을 움직였다. 보아하니 어깨가 부러진 거였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늘 그랬듯이 샘이 팔을 접골했는지 궁금하다는 마음이 들자 기억이 돌아오면서 그는 충격으로 숨이 턱 막혔다.

“샘.” 모든 기억이 한순간 떠오르자 그는 목이 쉬어 말했다. 악마, 그 손에 들린 것을 자신이 쏘았던 부적, 그놈이 그를 개간지에서 호수로 내던졌던 것, 아무 자기방어 수단이 없는 샘을 홀로 두었던 것. 그러자 물에 대한 기억, 수면으로 올라가려고 부러진 팔로 악전고투했던 기억도 났고 새록새록한 공포로 그는 오싹 몸서리를 쳤다.

 “샘은 괜찮다.” 카스티엘이 달래 주었고, 제기랄, 그 입김은 딘의 맨살을 진짜로 간지럽혔다. “그는 우리 뒤에서 잠들었어. 뇌진탕이 있지만 심하지는 않다.”

“그 악마는?” 딘은 자기 목소리가 꺼질 듯 연약하게 나오는 바람에 짜증이 났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지. 샘이 의식을 끝마쳤다.”

“허.” 딘은 중얼거렸고, 갑자기 그의 생각은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도대체 나는 카스티엘과 침대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도... 나도 벗고 있나?

“체온을 나눠 주는 중이었다.”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천사가 차분하게 말했다. “너는 저체온증으로 위험한 상황이었어. 샘이 너를 돕고 싶어했지만, 그는 자둬야 했다.”

아. 이렇게 뒤죽박죽 엉망인 상태만 아니었더라도 딘은 진작에 어떻게 된 영문인지 파악했을 터였다. 기본적인 생존 훈련. 저체온증을 피하기 위한 체온 나누기. 하나도 위험할 것 없었다. 음, 하나도.

“그래서 나는 동생이랑 여기 벗고 눕는 대신에, 천사랑 여기 벗고 누워 있었던 거야?” 그는 불쑥 말했다. “야, 이렇게 거북한 선택지들이라니.”

카스티엘은 웃음을 참기라도 하는 것처럼 잘게 떨었지만, 움직이려고는 하지 않았다. “몸은 어떤가?” 그가 물었다.

딘은 생각해 보았다. “숨쉴 때마다 아프군. 샘이... 그애가 날 호수에서 건진 다음 인공호흡을 했었냐? 기억은 안 나지만, 가슴이 지독하게 아프거든. 흉부압박이라도 한 듯이.”

“그랬을 거라 본다. 넌 숨을 쉬지 않았어.”

동생이 얼마나 필사적이었을지 그리지 않으려고 딘은 눈을 감았다. 그를 물에서 건지기 위해 얼마만한 생명의 위험을 무릅썼을지, 그를 되살리기 위해 얼마나 절박하고 격하게 심폐소생술을 했을지. 그는 어쩌다 샘이 뇌진탕에 걸렸는지 묻고 싶었지만, 대신 예기치 못한 오한이 온몸을 덮쳤고 그는 걷잡을 수 없이 와들와들 떨었다.

“추... 추워...” 그는 너무 갑작스럽고 강력하게 다가온 이 느낌 탓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신음했다. 이는 딱딱 맞부딪치기 시작했고 그는 조금이나마 몸을 작게 해서 고통을 덜려고 이불 속에서 몸을 웅숭그렸다.

카스티엘은 저 아래 어둠 속 어딘가에서 다리를 그에게 감으면서 그와 같이 움직였다. 두 손은 가슴 위에 펴고, 두 팔은 팔을 안아 옆구리에 꼭 붙이고, 턱은 어깨에 두었다. 카스티엘의 뺨이 그의 뺨에 닿았고 딘은 그 온기 쪽으로 기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썼다.

“너는 아직 정상 체온까지 회복하지 못했어.” 함께 누운 남자가 목구멍을 가르릉거리는 소리로 말했고, 딘은 제발 추위여야 할 테지만 아마도 그건 아닌 무엇 때문에 뒷목에 있는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일분 전만 해도... 이만큼 추- 춥지는 않았는데.” 딘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추위가 자꾸 밀려들 거야. 그러다 사그라들 거고. 자 둬야 해, 딘. 눈을 감거라.”

딘은 어린애를 상대하듯 하는 그 말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기진맥진했고 죽도록 추웠고 기력은 빠르게 빠져나갔다. 천사는 귓가에 위로의 말을 속삭이고 샘은 몇 미터 저편에서 안전했다. 괴이쩍게도, 가슴에 닿은 카스티엘의 손길은 기막히게 좋았다. 기이한 온기가 흘러나오는 자그마한 위안의 샘이었다. 그는 억지로 눈을 감고 카스티엘이 알아서 하리라 믿으면서 뇌에게 활동을 멈추라고 명령했다. 그는 몇 분 간 불편하게 몸을 떨었지만, 결국, 몸은 잠에 굴복했다.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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