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Tomorrow (내일)
작가: November E. Snowflake
등급: PG
페어링: 해리/드레이코
작가의 한마디: 이 글은 사실 장편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의 한 부분이지만 독립된 글로도 읽을 수 있길 바라요. 그리고 호그와트 호수로 가는 길을 제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뜨는 해와 지는 해의 이야기는 대학 다닐 적에 살던 마을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해가 서서히 뜨고 찬란하게 지는 곳이었죠. 이게 다른 사람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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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하지만 날이 새어 해가 뜨고 나면,
내 마음이 산산조각나 버리는 건 아닐까요?
-캐롤 킹, "내일도 날 사랑해 줄 건가요?(Will you love me tomorrow?)"
불그스름했던 하늘은 밤이 저녁을 대신해 자리 잡음에 따라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무엇이 오늘밤 그를 밖으로 이끌고 있는 것인지 해리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핀도르 공용룸에서 밖으로 나온 그의 발걸음을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한 듯 했다.
7학년인 지금, 해넘이를 보기 위해서 이 곳으로 나왔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해돋이만은 지난 7년 동안에 보았던 해돋이를 다 합친 것보다도 이번 7학년이 시작되면서 더 자주 해돋이를 보았던 것 같았다. 수년 동안 그를 괴롭혀왔던 악몽은 지난 몇 달 동안 점점 심해져만 갔고, 때문에 그는 아침의 매우 이른 시간에 고요한 잠으로부터 종종 깨어나곤 했다. 다시 잠이 들기에 지나치게 완전히 잠에서 깨어버렸기에, 그는 그리핀도르 탑을 살짝 빠져나와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호수의 가장자리에 도착했을 때에 태양이 그의 뒤의 동쪽 언덕 너머로 막 떠오르려고 하고 있었다.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호그오트는 그 덕분에 수평선 위로 태양이 완전히 떠오를 때까지 오래 기다려야했기 때문에 유달리 새벽이 길었다. 해리는 턱을 무릎에 괴고는 호수의 끝에 앉아 태양의 금색 빛이 호수의 표면을 서서히 스치고 지나와 호수의 잔물결에까지 태양의 손길이 미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일어나 성(城)을 향해 다시 돌아갔다.
그렇게 첫날의 아침 이후에, 고통과 공포 속에서 꿈을 깰 때면, 희미한 새벽 속에서 고요와 고독을 구하여 호수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그의 습관처럼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그가 호수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바람 속에 앉아 있었을 때, 호수로 향하는 길에 있는 경사진 곳의 자갈을 밟으며 내려오고 있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해리는 굳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호수로 향하는 고개의 모퉁이를 돌고 있는 듯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그리고는 순간 딱 멈추어졌다. 해리는 그 누군가가 발을 돌려 떠나주기를 바라며 기다렸지만, 놀랍게도 발자국 소리는 다시 시작되어졌고, 한 사람의 형체가 조용히 나타나 그의 옆에 앉았다.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반갑군, 포터.” 익숙한 냉소적인 목소리였다. 해리는 고개를 돌려 말포이의 조롱하는 듯한 회색 눈동자를 마주 바라보았다.
해리는 다시 호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닥쳐.”
“왜 그러실까, 포터?”
“그냥 닥쳐. 난 작은 평화를 위해서 이 곳에 왔어.” 그는 고개를 돌려 말포이의 시선에 그의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다른 소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쪽 눈썹을 살며시 치켜 올렸다. “그리고 어쩐지 너도 그런 것 같은데.”
말포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 말 없이 그는 고개를 돌렸다. 희미한 붉은 빛의 아침 하늘을 배경으로 그의 옆모습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태양이 동쪽의 언덕 위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말포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호한 걸음으로 성(城)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해리는 두 팔로 그의 무릎을 감싸 안은 채로 조금 더 앉아있었다. 그리고는 그도 학교로 돌아갔다. 그날 마법의 약 시간에 서로 파트너가 됐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그들 사이에 있었던 우연한 만남에 대해 그들은 절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또다시 그의 등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을 때에, 해리는 왠지 놀라지 않았다. 해리는 마치 그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듯이 호수에만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그의 오른쪽 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말포이를 몰래 쳐다보았다. 그날 아침, 그들은 아무런 말로 서로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쉬지 않고 몰아치던 빗속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어느 날 아침에, 해리는 그의 등 뒤에서 들려온 말포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뭐하는 짓이지, 포터?”
해리는 몸을 돌려 까만 하늘과 억수 같이 퍼붓고 있는 비속에서 불합리할 만치 건조하고 따뜻해 보이는 다른 소년을 쳐다보았다. “뭐?” 그가 물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며 말포이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처구니가 없군. 축축하게 젖어있는 걸 좋아하는 거야? 아님 폐렴에 걸리고 싶어 안달이 난 거야?”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네가 퀴디치 결승전을 포기할 작정이라면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겠지만 말야.”
고집 세게 턱을 딱 다문 채로 해리는 호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망할 그리핀도르.” 로브에서 그의 지팡이를 꺼내들며 말포이가 중얼거렸다. “이게 세상에 슬리데린이 존재하는 이유지. 그들의 어리석음으로부터 다른 기숙사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말야.” 그는 재빨리 주문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갑자기 해리는 마치 빗방울이 그의 몸에 전혀 닿지도 못했던 것처럼 그가 완전히 말라있는 것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말포이가 그의 옆 바닥에 앉았다. “저기, 이게 무슨 마법이야?”
“어처구니가 없어서, 포터. 이런 간단한 반발 마법은 어린애들도 다 할 수 있는 거라구.”
“아마도 우리들 중 몇몇은 어렸을 때 전혀 마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겠지.”
“뭐, 그렇지. 너의 머글 출신에 대한 그 유명한 전설을 잊고 있었다니 내가 어리석었군.”
해리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돌렸다. 말포이는 코웃음을 쳤다. 그들은 호수 표면 위에 비가 떨어져 빗방울들의 작은 관현악이 연주되고 있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잠시 후, 해리가 헛기침을 했다. “저기, 고마웠어.”
“네 건강을 위해 한 고귀한 행동이 아니었으니 그렇게 감동할 필요 없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로 말포이가 대답했다. “난 단지 물에 젖은 네 싸구려 신발들이 하루 종일 온 성 안을 돌아다니며 시끄럽게 구는 것을 듣기 싫어 그랬던 것뿐이니까.”
해리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내 신발은 너의 희생에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말포이.”
“그렇담, 그들에게 좀더 제대로 좀 행동하라고 전해줘. 난 다른 것들을 위해 생각하는 버릇 따윈 들이고 싶지 않으니깐.”
“지금 네 말은, 내가 지금껏 들어왔던 너의 내면에 숨어있는 후플푸프의 정신이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는 의미인 건가?”
“빈정거림은 네게 어울리지 않아, 포터.”
해리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말포이의 입가가 억지로 참고 있는 웃음으로 인해 살짝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처음으로, 그들의 침묵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은 구름이 끼고 차가웠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말포이가 다가와 아무 말 없이 그의 옆에 앉았을 때, 해리는 주저하듯이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다른 소년 쪽으로 그의 시선을 돌렸다. 말포이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지만, 그는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좋은 아침이야.” 또 다시 호수를 바라보며 해리가 말했다.
“그런가?” 말포이가 대답했다.
“그렇다니 뭐가?”
“이게 좋은 아침인 거야?”
“난, 저기, 어째서 좋은 아침이면 안되는데?” 더듬거리며 해리가 말했다.
“흠, 나야 모르지.” 여전히 해리를 바라보지 않은 채로, 차갑게 말포이가 대답했다. “아마도 따뜻한 침대 안에 있거나 아님 이보다 더 나은 뭔가를 하는 대신, 아침 6시부터 우리가 밖에 나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해리는 얼굴을 찌푸렸다. “누구도 너에게 여기에 오라고 강요한 사람은 없어, 말포이.”
말포이는 단지 짧고도 쓰디쓴 소리로 웃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넌 도대체 왜 여기에 오는 거야?” 화난 목소리로 해리가 물었다.
이제는 말포이가 화를 낼 차례였다. 그리고 그 감정은 낮게 걸려있는 구름을 품고 있는 호수의 변덕스러운 물결들을 반사하고 있는 그의 눈동자에 또렷이 나타나 있었다. “그건 너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야, 포터.” 다시 말포이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옆모습은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한 긴장으로 인해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말포이.” 해리가 말했다. 다른 소년은 살짝 더 얼굴을 찌푸릴 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말포이.” 말포이의 머리카락을 향해 그의 손가락들을 살며시 뻗으며 다시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의 해리의 손가락들은 말포이의 머리카락에 닿지는 못했다. 말포이는 깊게 숨을 들이 마셨지만, 굳이 해리의 손을 치우려고는 하지 않았다. 말포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좋아.” 호수를 향해 다시 고개를 돌리며 밝은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뭐, 오늘이 그렇게 멋진 날은 아니긴 해. 하지만 아마도 내일은 더 멋질 거야.”
말포이는 코웃음을 쳤다. 해리는 미소를 감추며 또 다른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후의 아침부터, 그들은 미처 새벽이 오기도 전의 대기의 공기만큼이나 차가운 인사를 서로 나누기 시작했다. “말포이.” 다른 소년이 그의 옆에 앉을 때면, 호수의 넓은 수면을 지긋이 바라보며 해리가 말했다.
“포터.” 그러면 말포이는 턱을 치켜들고 그의 시선은 똑바로 앞만을 향한 채로, 그는 그렇게 대답하곤 했다.
절대로 그들은 날씨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夏至)를 향해 달음질치고 있는 지금 점점 더 빨리 시작되고 있는 새벽에 대해서도, 그들 주위에 갑자기 나타나고 있는 봄의 손길에 대해서도, 아니면 이번 학기의 끝이 가까워지고 밤이 짧아짐에 따라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그들의 눈가의 그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록 그랬지만, 해리는 밤마다 꾸고 있는 힘겨운 악몽들과 그 밖의 다른 불편한 꿈들에 그다지 마음을 쓰지 않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무엇이 말포이를 호수로 이끌고 있는 건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존재는 해리에게 설명할 수 없는 편안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정말로 기묘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뽀족한 턱과 신랄한 말의 말포이는 결코 편안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요즘들어 마법의 약 시간이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끊임없이 있어 왔던 그들의 대립까지도 결코 서로 약속한 적은 없었지만 부자연스러운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말포이는 아직도 독설을 해대곤 했지만, 적어도 완전히 부당한 비난들은 아니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고, 대부분에는 말이었다.
그러던 어느 아침에, 해리는 높은 탑의 창문을 통해 스며들어온 태양의 존재와 그의 룸메이트들이 침대 밖으로 더듬더듬 기어 나오며 낸 부스럭거리는 소리들로 인해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날 밤 악몽을 꾸지 않았던 것이었다. 밤새 아주 푹 잤던 것이 틀림없었다.
“잘 잤어? 우리의 낯선 친구.” 시무스가 말했다. 그리고 다른 소년들도 매일 있어왔던 그의 아침 의식을 깜빡 잊어버린 그에게 짓궂은 소리들을 해댔다. 그렇지만 이것은 모두 농담이었을 뿐이었다. 물론 그리핀도르 소년들은 아침마다 해리가 악몽들을 피해 조용히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해리가 밖으로 산책을 하기 위해 나간다는 것 말고 그 밖의 것들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고 있지 못했다. 몇 번인가 론이 그와 함께 가겠다고 제안을 하기는 했지만, 해리는 다른 사람도 잠을 자지 못하게 하기는 싫다며 론의 동행을 거절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의 농담들은 해리의 악몽들이 끝났다는 것에 대한 모두들의 속이 들여다보이는 뻔한 안도감으로 물들어있었다. 아마도 볼드모트의 위험이 느슨해진 것인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아마도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처럼 전쟁이 가까이까지 닥친 것은 아닐 지도 모른다는 그런 안도감들이었다.
해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들과 함께 웃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마음속은 빙글빙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해돋이를 놓치고 말았다.
그는 당장 아침 식사를 위해 대연회장으로 뛰어 내려가고 싶은 것을 그의 온 자제력을 동원해 가까스로 억눌러야만 했다. 대신 해리는 그의 친구들을 기다리며 론과 빈둥대다가 그리고 헤르미온느와 함께 웃으며 그리고 솔직한 안도감을 담은 지니의 따뜻한 미소를 받으며 그의 초조함을 참아내었다. 마침내 그들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해리의 시선은 슬리데린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 말포이가 없었다. 해리의 심장은 털썩 주저앉았고, 자기 자신을 발로 차주고 싶을 정도로 스스로가 원망스러워졌다.
마법의 약 수업을 위해 그리핀도르들과 함께 지하로 몰려갔을 때에, 말포이는 그의 귓가에 대고 재잘대고 있는 팬시 파킨슨을 옆에 달고 언제나 그의 차지였던 자리에 이미 앉아있었다. 말포이는 보통 때처럼 비웃음을 띈 얼굴로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심지어 해리가 그의 책상 모서리를 스치며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날 하루 종일 그들은 마법사 자격시험을 위한 강화 과정을 준비할 뿐 서로 아무런 말도 나누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해리는 다른 아이들은 벌써 실험 재료를 가지러 마법의 약 창고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혼자만 계속 밖에서 망설이며 서 있었다. 한참을 그러다가 마침내 그가 창고 안으로 살짝 들어갔을 때에, 그 안에 남아있는 사람은 드레이코 말포이 혼자뿐이었다. 하지만 또 다시 말포이는 해리를 보지 못한 것처럼 고개를 돌리고는 높게 그의 턱을 치켜든 채로 그리고 그의 양 팔에 두개골과 약초 뿌리와 잡다한 병들을 가득 안고는 미끄러지듯 그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해리의 두 눈동자가 가늘어지더니만, 팔을 뻗어 말포이의 손목을 붙잡았다.
말포이는 걸음을 멈추고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해리를 돌아보았다. “이만 실례해도 될까, 포터.”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뭐가 문제인데?” 해리가 씩씩거리며 물었다.
말포이의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문제? 나에게? 내 무엇이 너에게 그런 인상을 주었는지 모르겠군?”
“나야 모르지.” 해리가 말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하루 종일 네가 날 단 한번도 바라보지 않았던 사상 초유의 날이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
“네가 그토록 그걸 원했었다니, 아마 내 모든 시간을 받쳐 너의 그 멍청한 얼굴을 바라보지 않았던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지금 너의 아쉬움보다 더 강할 거야, 포터.”
“보통 넌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날 비웃었었잖아.”
“뭐, 너에게 그럴 만한 가치고 없다고 내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그의 눈을 가늘게 뜨며 말포이가 말했다. 그의 왼쪽 뺨에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오늘 아침에 내가 거기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은 설마 아니겠지, 그렇지?” 당황스러운 어조로 해리가 물었다.
돌연 드레이코는 어깨를 격하게 움직여 해리의 손에 잡혀 있던 그의 손목을 빼냈다. “아침에 네가 어디에 있었든지 간에, 그건 나에겐 전혀 상관 없는 일이야.” 그는 몸을 돌려 떠나가려고 했지만 다시 해리가 그를 붙잡았다. 이번에는 말포이의 로브 어깨 부분을 움켜잡았고, 그 바람에 옷자락은 거의 찢어질 뻔 했다. 하지만 어쨌든 그를 세우는 데에는 성공을 했다. 그를 향해 말포이가 휙 하고 몸을 돌렸다.
“저기,” 기묘한 절망감을 느끼며 해리가 말했다. “내일은 꼭 갈게, 약속해.”
잠시 말포이는 그를 쳐다보더니만 불쑥 으로 다가와 해리를 벽장으로 밀어붙였다. “약속한다고?” 매끈한 목소리였다. “방금 그렇게 말했어?”
해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기, 그래, 약속한다고 했어.”
말포이는 온갖 재료들을 안고 있던 그의 팔을 풀었다. 그러자 모든 것들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해리의 머리 옆의 벽장에 양손바닥을 대고 기대어왔다. “아무도 말 안 해줬었나보군, 포터.” 씨근거리며 그가 말했다. “절대로 약속 같은건 하지 말하고 말야.” 그가 앞으로 몸을 더 숙여 해리의 얼굴에서 불과 몇 밀리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왔다. “내일 따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우리 둘 다 이미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잠시 침묵 속에서 그를 해리를 노려보다가 뒤로 물러나 부서진 병들을 향해 그의 지팡이를 가리켰다. “리패로.” 그가 내뱉듯이 말하자, 그것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는 말포이는 격한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왠지 기운이 쭉 빠져서는 해리는 벽장에 기대었다. 그의 얼굴은 찌푸려져 있었다. “난 내일 꼭 갈 거야, 말포이.” 그가 중얼거렸다. “믿어줘.”
* * *
다음날 해리는 보통 때처럼 그의 흉터에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즉시 어둠의 장막 아래에서 슬쩍 빠져나와 또 다시 호수의 가장자리로 향하기 시작했다. 반쯤은 말포이가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하늘에서 별빛의 바래기 시작할 때 즈음에, 자갈을 밟고 지나오고 있는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소년이 바닥에 앉는 동안에, 해리는 계속 호수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어려 있는 미소의 존재는 자신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말포이.” 해리가 말했다.
잠시 얼마간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나서 지루한 듯한 어조로 말포이가 대답했다. “포터.”
그의 말에 해리가 대답하기까지에는 그 후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꼭 오겠다고 했었잖아.”
말포이는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약속은 의미없는 짓이야, 포터.”
“약속은 신뢰의 척도야.”
말포이는 웃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 중 누가 누굴 신뢰하고 있는데?”
해리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양방향적인 거야, 말포이. 너는 내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것을 신뢰하고, 난 네가 그것을 받아들 거라는 것을 신뢰하고.”
“네가 오늘 아침에 또 다시 태양이 떠오를 것을 믿는 것과 비슷한 걸까?”
“맞아.”
마침내 말포이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해리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넌 매일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일부로 여기까지 온다는 건가?”
해리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다시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또 다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느끼며 해리는 고개를 돌렸다. “그럼, 그거였어? 네가 매일 이곳에 오는 이유가 그거였던 거야, 말포이?”
말포이는 다시금 싫은 소리로 웃었다. “넌 아니라는 거야, 포터? 그 밖의 다른 이유가 뭔지 궁금해지는데?”
“나도 모르겠어. 아마,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서 일수도 있잖아?”
“좋아. 그리고 넌 지저귀는 새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고 말야.”
해리는 그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말포이의 표정은 해리를 비웃고 있었다. 해리는 그의 눈을 가늘게 떴다. “뭘 알고 있는 거지, 말포이?”
말포이가 차갑게 웃었다. “오, 제발, 포터. 네 불면증에 대해서라면 모두들 알고 있어. 피니간은 다른 마녀들에 지지 않을 만큼 소문을 퍼트리는 것을 좋아하거든. 사람들은 네 잠버릇을 마치 악의 격렬함의 척도라도 되는 양 감시하고 있지.”
“정말로? 그럼, 네가 어제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구나?”
그들의 시선이 잠시 서로 얽혀졌다. 길지는 않았지만 길게 느껴졌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간 후에, 말포이는 고개를 돌려 호수 쪽을 바라보았다. “아냐.” 그가 말했다.
해리는 깊게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밝아오는 새벽이 호수를 점점 금빛으로 물들일수록, 해리의 양 어깨 위에 뭉쳐있던 긴장이 조금 편안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말포이의 대답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포이가 떠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해리는 손을 뻗어 그의 발목에 가만히 손을 가져갔다. 그런 해리를 말포이는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내일도 난 올 거야.” 단호한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말포이는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해리의 손을 사납게 뿌리치고는 무거운 걸음걸이로 사라졌다.
다음날 아침도 비슷한 방식으로 끝이 났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성(城)을 향해 걸음을 내딛으며 말포이는 해리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질 뿐이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나간 후에야, 말포이는 해리의 새로운 습관이 된 약속의 말에 체념을 한 듯이 해리의 약속에 대한 반응으로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어느날 마법의 약 시간에, 해리는 말포이가 곰곰이 생각이 잠긴 표정으로 그를 몰래 쳐다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계속 해리는 그가 만들고 있는 마법의 약만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소년에게 그의 그런 모습을 자신이 눈치챘다는 것을 굳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법의 약을 만들다가, 슬쩍 자신의 쪽을 쳐다보았다가, 얼굴을 찌푸리고, 다시 마법의 약을 만들고, 그러다가 다시 해리를 바라보다가, 그렇게 계속 똑같은 행동들을 반복하고 있는 말포이의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것처럼 또렷이 알 수 있었다. 해리는 금방이라고 터질 것만 같은 웃음을 억지로 참아내었고, 그런 그의 모습을 발견한 스네이프는 그의 테이블로 슬그머니 다가와 뭐가 그렇게 웃기느냐고 그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절한 거짓말을 꾸며대는 데에 실패한 해리는 스네이프로부터 10점의 감점을 당해야만 했다. 해리는 슬쩍 눈을 돌려 잘됐다는 듯이 피식 웃고 있는 말포이를 바라보았다. 잠시 그들의 시선이 서로에게 얽히어 들었지만, 곧 말포이는 또 다시 얼굴을 찌푸리고 그의 얼굴을 돌려버렸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긴 채로 해리도 그의 마법의 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수업이 끝나자 교실은 먼저 교실을 나가기 위해 난리는 학생들로 복작거리고 있었다. 입구를 지나가면서 고의로 해리는 교묘하게 말포이에게 그의 몸을 부딪쳤고, 그런 그에게 말포이는 한바탕 독설을 퍼부을 태세였다. 하지만 말포이가 미처 입을 열기 전에, 해리는 몰래 말포이의 손에 그의 손을 살짝 스치며 언뜻 비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내일에.” 속삭이듯 그렇게 말하고는 해리는 입을 떡 벌린 채로 다른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입구에 여전히 멍한 모습으로 서 있는 말포이를 뒤에 담겨두고 멀어져갔다.
해리는 그가 지나치게 앞서 간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말포이는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고, 마법의 약 교실에서의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말포이는 새로운 여명이 호수에 비쳐 점점 더 반짝이게 되는 것을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의 창백한 얼굴이 불그스름한 금빛의 색조로 빛나고 있었다. 한번도 그는 해리를 바라보지 않았다. 해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날, 해리는 마법 수업 교실이 있는 복도에서 살짝 말포이의 뒤로 다가가 그의 손가락으로 말포이의 팔목을 슬쩍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작은 접촉이 시작된 방향으로 다른 소년이 고개를 돌리자, 해리는 단지 작은 목소리로, “내일에.” 라고 중얼거렸을 뿐, 그러고 나서는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복도 아래로 계속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음날, 마법동물 돌보기 수업 시간에 해리는 또다시 말포이를 스치며 지나갔고, 그 다음 날에는, 중앙홀을 나서면서,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 팀의 연습 장소를 맞바꾸면서 퀴디치 경기장에서 그의 몸을 몰래 스치고 지나갔다. 말포이는 결코 해리의 은밀한 속삭임들에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손에 닿아오는 해리의 손의 작은 접촉들을 말포이는 받아들이지도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계속해서, 그는 새벽에 그곳에 있었다.
일주일 후, 스네이프는 경멸적인 표정으로 학생들에게 차마 듣기 힘겨울 정도로 심하게 그들의 멍청함을 꾸짖으며 N.E.W.T를 위한 준비로 썼었던 그들의 마지막 에세이들 중의 하나를 아이들 개개인에게 일일이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에, 말포이의 숙제를 빼어들던 스네이프의 손이 조금 주춤거리더니만 입을 열고 말했다. “훌륭한 에세이였네, 말포이군.” 굴곡없는 어조로 스네이프가 말했다. 칭찬의 말에 말포이의 얼굴에 잘난체하는 듯한 미소가 순간 스쳤지만, 곧 이어진 스네이프의 말에 그의 표정은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고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테라곤(사철쑥류)’을 ‘투모로우(내일)’이라고 바꿔 쓰지만 않았더라면 정말로 완벽한 점수를 받았을 텐데 아쉽군.” 말포이는 고개를 들고 스네이프의 캐어뭍는 듯한 표정을 노려보고 있었다. “만약 이것에 자네의 무슨 비밀 암호문 같은 거라면 말이네, 말포이군. 반드시 우리 모두에게 그것의 의미를 알려주었으면 좋겠는데.” 갑자기 말포이의 귓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책상의 위만 열심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뒷목덜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해리의 시선을 느낀 양, 그의 어깨가 자꾸 경련을 일으키듯 떨려왔다.
다음날 아침에, 다가오고 있는 말포이의 발걸음에서는 왠지 모를 아주 조금의 망설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결국 호수의 가장자리에 앉았고, 해리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긴장을 알아챌 수 있었다. “말포이.” 저 멀리 맞은편의 호숫가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일부러 무뚝뚝한 어조로 해리가 말했다.
말포이는 조용히 숨을 내쉬고는 대답했다. “포터.” 그리고 그들은 정적의 고요함 속에서 함 께 앉아있었다.
똑같은 2주가 조용히 지나갔고, 지금은 그들의 호그와트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그리핀도르 탑에서 현재 한창인 파티는 재미있었지만, 해리는 느닷없이 조용하고 상쾌한 공기가,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으로 호수에서의 조용한 시간이 절실히 필요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한번 더 호숫가로 향하는 바위로 된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모퉁이를 돌자 호숫가가 그의 시야 안에 들어왔고, 해리는 누군가가 그보다도 먼저 그곳에 도착해 있음을 깨달았지만, 그는 어쩐지 그것이 놀랍지 않았다.
아마색의 머리카락에 부딪혀 붉은 색의 노을이 만들어낸 그의 머리 주위의 묘한 붉고도 금빛인 후광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소년은 여전히 학교의 교복을 걸친 채로 느긋한 몸짓으로 다리를 물가 쪽으로 쭉 펴고 앉아있었다. 소년의 넥타이는 헐겁게 그의 목에 걸려있었고, 소매는 어깨까지 접혀 올려져 하얀 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로브는 그의 옆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져서는 잔뜩 구겨져 있었다. 해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힘을 내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말포이.” 그가 말했다.
말포이의 양 어깨가 순간 움찔했다. 그리고 해리는 그의 놀라움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작은 몸짓에 조금 미소를 지었다. 그의 무방비상태를 목격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포터." 동요없는 목소리로 말포이가 대답했다.
해리는 가까이 다가가 하늘에 걸린 진홍색의 리본들을 감아올리며 호수 너머의 서쪽의 산꼭대기 너머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는 슬쩍 눈을 내려 떠 말포이가 앉아있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자주 해 지는 것을 보러 왔었어?”
그는 말포이의 대답 안에서는 냉소가 느껴졌다. “뭐야, 사람을 떠 보는 무슨 그리핀도르의 전략 중 하나인 건가?”
해리는 그를 노려보았다. “아니, 단지 정중한 질문일 뿐이야.”
잠시 그들은 계속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그가 대답을 하지 않을 작정인 모양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무렵에서야, 중얼거리는 작은 목소리로 그가 대답했다. “아니, 한번도 본 적 없었어.”
“하지만 지금 넌 노을을-”
격노한 한숨소리가 해리의 질문을 가로막고 나섰다. “그건 달라.”
그를 바라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해리는 억지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계속 변하고 있는 호수의 색깔을 바라보았다. “뭐가 다른데?”
바위로 된 호숫가의 자갈들에 꼭 쥐어진 말포이의 주먹이 부딪혀 짓이겨지고 있는 듯한 소리가 해리의 귓가에 들려왔다. “내가 보고 싶은 건 해돋이야.” 화가 난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하지만 어째서?”
그때, 말포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만 저물고 있는 태양을 매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왜냐하면 모든 것들은 어떻게든지 끝이 나고야 만다는 것을, 난 알고 있으니까야, 포터.” 그는 고개를 돌려 냉담한 시선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시작은 그 어떠한 것도 보증해주지 못해.”
해리는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떻게 끝이 날 건지는 알 수 없잖아.”
말포이는 한쪽 눈썹을 들어올린 채로 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 가끔은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는 법이거든.”
해리는 그를 마주 바라보았다. 멀리 있는 언덕 너머로 미끄러지듯 사라지고 있는 태양의 마지막 섬광만이 그들 사이에 남아 있었다. 곧 말포이는 고개를 돌려 그것을 바라보았다.
“거의 내일이 다 됐어.” 해리가 말했다.
느닷없이 그를 향해 휙 돌아선 말포이 때문에 놀란 해리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너와 너의 그 내일,” 차갑게 웃으며 그가 말했다. “너와 너의 망할 놈의 희망, 혼자 여기 앉아서 그 망할 내일이나 앞으로도 열심히 세어 보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요한 눈으로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만 있는 해리를 향해 그는 욕설을 주어 삼키고는 바닥에 놓여져 있는 그의 로브를 주어 들어 거칠게 그곳에서 떠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해리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또 뭐야?” 말포이가 쏘아붙였다.
해리는 그의 손가락들이 말포이의 긴장한 팔의 근육 속으로 파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단단히 손에 힘을 주었다. “내일 뭐 할 거야?” 침착한 목소리로 그가 물었다.
말포이는 그의 눈을 가늘게 떴다. “집에 돌아갈거야.”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니야, 그리고 너도 알고 있잖아.”
“하지만 네가 알 필요가 있는 건 그것뿐이야, 포터.”
그들은 침묵과 긴장 속에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해리는 진홍색으로 물들어 있는 말포이의 은색 눈동자 속에 죽어가고 있는 태양의 마지막 깜빡거림을 쳐다봤다. 천천히 그는 그의 손을 푸르고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 “좋아.” 그의 시선에서 차마 비난의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로 말포이를 바라보며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아직 조용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네 마음대로 해. 넌 언제나 그랬으니까.”
말포이의 입가가 고통의 발작에 의한 것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내가 뭘 원하는지는 결코 중요하지 않아.”
“모두들 자신의 선택을 가지고 있어.”
“아마 네 세계에서는 그렇겠지, 포터.”
다시금 해리는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넌 여태껏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우린 똑같은 빌어먹을 세계에 살고 있어.”
“지금 억지로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너 아닌가?”
호수의 가장자리에 선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지만 그들 중 누구도 굳이 뒤로 물러나 서로 간에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면 난 널 다시 찾을 거야, 말포이.” 조용히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그때 넌 네 선택들에 대해 내게 대답해야만 할 거야.” 해리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네가 반드시 대답을 하도록 내가 그렇게 만들겠어.”
“그것도 너의 그 잘난 약속 중의 하나인건가?”
“그래, 약속이야.”
씁쓸하게 말포이가 웃었다. “아무도 네게 약속 같은 건 하지 말라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나 보군, 포터?”
“넌 언제나 지치지도 않고 꽤나 훌륭한 충고를 해줬었지, 말포이.”
“매우 슬기로운 충고겠지. 내가 좀 깊게 생각을 하는 걸 좋아해서 말이야.”
“그 점에 관해선 너와 나 사이에 조금의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그를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가며 해리가 말했다. “사실, 나도 널 위해 해줄 충고가 조금 있어.”
찌르는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해리의 시선에 의해 말포이의 미소가 부자연스러워졌다. “오, 정말로?” 조롱하듯 그가 말했다. “꼭 들어보고 싶은데.”
“첫째, 넌 내가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해.”
말포이는 가만히 웃었다. 하지만 거의 그들의 몸이 닿을 정도로 더 가까이 그에게로 다가온 해리의 움직임에 그의 웃음은 딱 멈추어졌다. 자꾸 그들의 숨결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말포이는 아직 아무것도 새겨져있지 않은 그의 새하얀 팔을 따라 해리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또 내가 꼭 기억해둬야만 할 것은 말야.” 해리는 말포이의 목에 느슨히 걸려있는 녹색과 은색의 넥타이를 꽉 붙잡아 그의 숨결이 충격으로 인해 열려져 있는 말포이의 입술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말포이를 확 끌어당겼다. “다른 사람에게 표식을 남기는 것에는 한 가지 이상의 방법이 있다는 거야.” 잠시 동안, 그들은 그렇게 서 있었다. 흐트러진 숨을 힘겹게 내쉬고 있는 말포이의 시선은 해리의 입술에 고정되어 있었다. 해리는 깊게 숨을 쉬며 호수의 이끼 낀 암석들과 늦은 봄, 그리고 너무나도 가까이 다가와 있는 따뜻하고도 청결한 피부의 냄새를 들이마셨다. 그리고 말포이의 눈이 머뭇거리며 닫혀졌을 때, 해리는 그의 넥타이를 놓고 뒤로 물러났다.
눈을 뜬 말포이의 눈동자 속에는 상처가 고통처럼 배어있었다.
해리는 주머니에 그의 양 손을 아무렇게나 찔러 넣었다. 차가운 바람에 그의 어깨가 자꾸 움츠러들고 있었다. “내일을 꼭 기억해.”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걸어가 버렸다.
해리는 너무나도 피곤했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그의 무릎 위에 비밀지도를 펴놓은 채로 창가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몇 시간이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드레이코 말포이라는 명칭이 붙어있는 점이 다시 성(城)으로 왔을 때에는 이미 자정도 훨씬 지난 시각이었다.
후편: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또 내일
후편: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또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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