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Aftershocks 작가: strangeandcharm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Dean/Castiel, Castiel/Dean 배경: 4시즌 7회 이후 (창작일자 2008/11/8) 등급: NC-17 (폭력성) 경고: 유혈 |
전편: 붉은색을 보다
샘이 방 안에 들어서니 이불을 아무렇게나 휘감은 딘이 침대 위에 누워 코를 고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술, 땀, 섹스 냄새가 공기 중에 진동했다. 예상했던 그대로였기에 그는 한숨을 쉬었지만, 짜증이 나는 건 여전했다. 딘은 이따위로 살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 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딘은 어긋났다. 자제력을 잃었다. 그리고 샘은? 그는 도울 수 없었다, 형이 그러는 까닭을 몰랐으니까.
샘이 방 안에 들어서니 이불을 아무렇게나 휘감은 딘이 침대 위에 누워 코를 고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술, 땀, 섹스 냄새가 공기 중에 진동했다. 예상했던 그대로였기에 그는 한숨을 쉬었지만, 짜증이 나는 건 여전했다. 딘은 이따위로 살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 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딘은 어긋났다. 자제력을 잃었다. 그리고 샘은? 그는 도울 수 없었다, 형이 그러는 까닭을 몰랐으니까.
그가 마지막으로 선술집에 있는 형을 보았을 무렵, 형은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온 샌드라인지 뭔지 하는, 여기 시애틀에 사는 침울한 여동생과 같이 연휴를 보내다가 좀 즐겁게 놀기 위해 나온 것이 확연한 여자와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샌드라인지 뭔지 하는 여자의 여동생이 자꾸 그가 있는 방향을 흘금흘금 훔쳐보는 바람에 내키지 않았던 샘은 자리를 뜰 구실을 만들어서 둘이 이야기를 나누도록 두고 자리를 떠서는 밤새도록 도시 안의 몇몇 공동묘지를 열심히 조사하고 다녔다. 유령일지도 모르는 어떤 것이 여기 사는 사업가들을 연이어 살해하는 중이니, 샘은 단서를 찾는 데 쓸 시간을 조금도 다른 데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또 그는 제대로 짚었다. 네 번째 무덤 위에 EMF 미터기를 휘젓자 그 유령이 그를 공격했지만, 그 공격을 받아넘기기는 어렵지 않았다. 지금 샘은 묘지 흙과 그을음을 덮어쓴 채였고 구덩이를 파느라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그의 임무를 다하느라 지쳐 있었다.
반면에 딘은 요즘 들어 일보다는 섹스에 훨씬 더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샘은 몇 분간 형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며 느릿한 숨소리를 들으며 그를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형의 옆 협탁에 놓인 콘돔 상자와 빈 위스키 병을 흘끗 본 그는 짜증 반 안심 반으로 고개를 저었다. 왜냐하면 술을 마셨으니 형은 오늘밤에 악몽을 꾸지 않겠지만 내일 아침에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안은 겨울잠 곰처럼 굴 테니까.
물론 지금에 와서도 그가 이런 상황에 익숙해진 것은 아니었다. 딘은 유타 주에서 떠난 뒤로부터 평소같지 않았고, 대체 무슨 일이 사막에서 일어났기에 형이 섹시한 여자를 사냥하는 일에, 어, 그냥 보통 사냥을 하는 대신 하루종일 몰두하게 되었는지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는 카스티엘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피를 흘린 것과 임팔라의 창문이 종말을 맞이한 것으로 미루어 확실했다- 딘은 입을 굳게 다물었고 샘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옥에서 딘에게 있었던 일 때문에 둘이 무슨 최후의 결전이라도 벌였나 정도가 다였다.
어쩌면 카스티엘은 형을 되돌려보내겠는 위협까지 했는지도 모른다. 아마 그래서 딘이 하루살이인 양 살고 있는 거겠지. 뭐 어찌 되었든, 그가 형이 이러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지는 않다.
“좋은 꿈 꿔.” 샘은 불을 끄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그는 형이 요즘 좋은 꿈을 꿀 수는 있을까 의문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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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딘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안은 겨울잠 곰처럼 굴었다.
~~~
샘은 미네소타 주의 어느 장소에서 폭발했다. 어딘지조차 확실치 않다. 닥치는 대로 다니던 어느 마을의, 닥치는 대로 다니던 무슨 숲 속에서, 딘은 검정개가 뛰어올라 그를 덮칠 때 총을 헛쏘았고 샘은 간신히 제때 다다랐다. 엎어진 형에게 손을 내밀다가 맥주 냄새를 맡고 딘의 상기된 눈을 본 그는 왜 총알이 목표에서 빗나갔는지 알게 되었다.
"왜 그래?“ 청바지에서 흙과 나뭇잎을 야단스레 털어내며 발로는 죽은 개를 쿡쿡 찌르던 딘이 물었다.
“취했구나, 형.” 샘은 화를 다스리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딘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형이 그런 식으로 일축해 버리는 바람에 샘은 충격을 받아 눈을 부릅떴다. 말이 나오지 않아서 그는 침을 세게 삼켜야 했다. “‘그래서’? 할 말이 그게 다야? 형이 죽을 수도 있었다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이건 형답지 않아, 형- 요즘 형은 마치 그 무엇에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단 말이야.”
딘은 눈을 피하면서 씩씩거렸다. “오, 신경 쓰이는 건 있어. 신경 쓰이는 건 있지, 그래. 그게 바로 문제야.”
“대체 무슨 소리야 형?”
“별 거 아냐, 샘. 난 아무렇지도 않아. 자, 비 오기 전에 빨리 차 몰고 나가자.”
샘은 형의 팔을 잡은 채 딘이 우뚝 멈춰 설 때까지 계속 뒷걸음질치면서 앞을 가로막았다. “아니, 난 알아야겠어. 형은 평소 컨디션이 아니고 누굴 죽일 수도 있었어. 형 자신이었을지, 나였을지, 지나가던 사람이었을지, 누가 알겠어? 뭔지는 몰라도 그게 형을 갉아먹고 있어, 형, 정신 바짝 차리라고.”
“너나 정신 바짝 차리시지, 새미.” 딘은 자기 팔을 움켜쥔 손을 흘끗 내려다보면서 딱딱하게 대답했다. 샘은 그게 무슨 신호인지 알았다. 그는 형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는 형을 놓아 주었지만 비켜 주지는 않았다.
“제발, 형. 말해 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마치 나무 꼭대기 어디에 답이 있기라도 한 양 딘은 머리 위 구름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말 못하겠어, 샘. 부탁인데, 그냥 이 정도로만 해 두면 안 될까?”
“천사 일이지, 안 그래? 카스티엘이었어?”
딘은 고개를 휙 내리고 앞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근거로 하는 말이냐?”
스무 개 주를 다니는 동안 이 수학문제를 풀려고 갖은 애를 쓰면서 온 시간을 쓴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샘은 어깨만 으쓱했다. “그는 몇 주 동안 나타나지 않았어,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형은 그가 다녀갔다고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지. 하지만 형이 그를 유타 주에서 만난 건 확실하고, 그가 틀림없이 형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무슨 중요한 말을. 무슨 나쁜 말을. 뭐야, 난 바보가 아니야. 사막에 다녀온 그날 뒤로부터 형이 하는 모양새를 보면 모를래야 모를 수 없다고.”
딘은 험악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서 그 단서로 명탐정 홈즈 놀이하고 있었구나, 새미?”
“형한테 그가 무슨 말을 했어? 나에 대해서 뭐라고 했던 거야?” 그는 이 말을 하며 주저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게 그가 품은 또다른 공포였다. 천사들이 악마 피가 흐르는 그를 죽이라고 딘에게 말했고, 딘은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천사들을 깡그리 무시하고서 섹스와 술로 화를 푸는 식으로 그 명령을 처리하고 있다는. 그는 형이 진실을 말해 주기를 고대하며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는 네 얘기는 꺼내지 않았어, 샘, 걱정 마.” 지난 몇 주간 샘의 마음속을 뭐가 차지하고 있었는지 깨달은 것이 분명한 딘은 문득 동정하는 빛을 얼굴에 띠우며 그를 안심시켜 주었다. 그는 비록 아주 희미하긴 했지만 싱긋 웃기까지 했다. “내가 추측하기에 천사들은 자기들 싸움이 너무 많아서 네 운명까지 숙고할 겨를이 없는 모양인데. 적어도 내가 희망하기에는.”
마음을 놓은 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딘이 한 걸음 내딛자, 그는 다시 그를 막아섰다. “그럼...?”
“그럼 뭐?”
“형이랑 그가 한 얘기는 뭐였는데?”
딘은 그 표정이 되었다. 어린 시절 같이 놀 때 샘이 그를 너무 골치 아프게 만들면 짓고는 하던 표정.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무렵에 그가 지독히 자주 짓던 표정. 한 해의 대부분 동안 형이 악마와 맺은 계약을 깰 방법을 찾아보자고 샘이 말할 때마다 딘이 그에게 던지던 표정.
샘은 그 표정이 싫었다.
“그냥 이쯤 해 두자, 샘.” 딘은 이렇게 말하고선, 차로 돌아갈 때까지 두 번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
그날 밤 딘은 모텔에 돌아오지 않았고, 아침 무렵 샘에게 합류한 그는 왼쪽 귓불엔 립스틱 얼룩이 목에는 깨문 자국이 있었다.
그는 아침을 먹는 내내 야한 소리를 지껄이면서 샘이 불편해하는 기색을 즐기며 시시덕거리고 웃어댔지만, 샘은 형이 지독하게 지쳐 보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에 더해서, 형은 슬퍼 보였다.
그는 예전의 형이 그리웠다.
~~~
그로부터 일주일 후, 늑대인간 사냥을 하느라 온통 피가 튀기고 허기진 상태가 된 그들이 방에 돌아와 보니 우리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멸시하는 태도로 서 있었던 처음 만난 날과 마찬가지로, 그는 창으로 모텔 밖 싸구려 네온사인만 바라보는 채 그들이 방에 들어서도 몸을 돌리지 않았다. 마치 그들이 마주 볼 가치도 없을 정도로 하찮다는 듯이.
“너희는 애리조나 주의 플래그스태프로 가야 한다.” 우리엘이 말하자 목소리가 방을 무겁게 울렸다.
딘은 약이 오른 얼굴이 되어 샘과 눈을 마주쳤다가 천사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그래 당신도 안녕하냐.” 그가 차 열쇠를 침대에 던지며 쏘아붙였다.
“봉인 하나가 깨지기 직전이다. 너희는 시간이 없어. 당장 출발해야 한다.”
“너희 아버지는 너한테 부탁하는 법은 안 가르쳐 주시든?” 딘이 농을 했고 샘은 공포가 한순간 등골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우리엘이 몸을 돌렸다. 그는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었다. “남 어니스트 거리 701번지다. 의식을 막으려면 오늘 밤 일곱 시까지밖에 기회가 없다.”
“의식이라고요?” 샘이 물었다. “그게 뭡니까? 어떻게 멈춰야 하죠?”
우리엘은 시선을 딘에게 고정한 채 그를 완전히 무시했다. “내가 카스티엘이 아니라 실망했나?” 그가 조롱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고, 형의 얼굴에 충격 받은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본 샘은 당혹했다. 다시 우리엘에게 눈을 돌렸을 무렵, 천사는 가고 없었다.
샘은 참고 있었다는 것도 미처 몰랐던 숨을 내쉬었다. “뭐였지?”
딘의 뺨은 핏기가 없었다. 그는 괴로워 보였다. 그는 몇 초 동안 숨을 쉬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보이더니 샘을 향해 파리한, 하나도 설득력 없는 미소를 지었다. “천사들이란, 허?”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느님의 달콤한 신비구만.”
“왜 그가 형을 보고 실망했냐고 물은 거야?”
딘은 기침을 하고서는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이런 얘기할 시간 없어, 샘. 저쪽이 하는 말 들었잖아- 오늘 밤 일곱 시라고. 그건 그렇고 플래그스태프는 여기서 얼마나 멀지?”
샘은 말하도록 압박하고 싶었지만 딘은 이미 짐을 싸고, 무기를 점검하고, 낡은 지도를 꺼내서 바싹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두고 보자, 그는 생각했다. 형은 이번에는 빠져나온 것이 아니야.
~~~
샘은 피비린내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피에 절은 광경은, 그래, 그가 인생을 몇 번 더 살아도 계속 눈꺼풀에 붙어 있을 정도로 수년에 걸쳐 넘치도록 보았다. 그러나 피에 절은 냄새는 너무 대량일 때는 정말이지 메스껍게 잊히지 않았으며, 바로 지금 악마가 은잔에 담긴 피를 지하실 바닥에 완벽한 붉은 원을 그리도록 내리붓자 그는 속이 울렁거렸다.
“너 시멘트 바닥에서 핏자국을 닦아내려면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 딘이 명랑하게 논평했다. “더 더럽히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게 어때.”
“그 쓸모없는 입 닥쳐.” 그들이 이름을 알아낼 시간도 미처 없었던 중년 남자의 몸을 뒤집어쓴 악마가 쏘아붙였다. 어쨌든 그는 죽은 사람이었다, 악마가 붓는 피는 그 자신의 목에서 뽑아낸 것이었으니. 샘은 마치 자기 목젖을 가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도 되는 양 그 자가 씩 웃으며 동시에 한쪽 귀에서부터 다른 쪽 귀까지 칼날을 썩 그어 잔에 액체를 받는 모습을 보았었다.
그것도 피냄새가 메스꺼운 한 까닭이었다. 그는 살아오며 피가 흐르는 너무 다양한 방식을 보았다.
“네녀석이 뭘 소환하든 간에, 그놈은 별 성공을 거두지 못할걸.” 팔뚝을 옭아맨 가죽끈을 헛되이 잡아당기면서 딘이 말을 계속했다. 그는 팔, 가슴, 다리가 묶여서, 방 가운데에 선 거친 나무 십자가에 비록 팔이 양 옆이 아니라 머리 위로 들리긴 했지만 고정되어 있었다. 샘은 형틀 뒷편에 붙은 도르래와 바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저건 용도가 무엇일지 의문스럽게 여겼다.
“내가 뭘 소환하든 간에 그는 네 창자를 째고 즙을 짜서 네게 먹일 거다.” 여전히 바닥을 피로 장식하는 중인 악마가 대꾸했다. “그러고 나면 여기 있는 네 동생도 똑같이 해줄 거고. 다만 시간은 조금 더 걸릴지도 모르지만.”
딘은 무력한 표정을 그에게 던졌다. 샘은 온 얼굴을 찡그리고 그를 나무 대들보에 매단 밧줄을 손목에서 풀어내려고 애썼지만- 이미 헤아릴 수 없이 확인했듯이- 밧줄은 너무 꽉 조여 있었다. 피부는 버둥거리느라 쓸려서 쓰라렸고 손가락은 피가 통하지 않아 따끔따끔했지만, 최소한 그는 땅바닥에 발을 대고 몸무게를 지탱할 수는 있었다. 그가 이만큼 키가 크지 않았다면 이 순간 어마어마하게 괴로웠을 터이다.
이 악마는 그들이 올 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는 확신했다. 그들은 함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됐다.” 그들을 사로잡은 악마가 바닥의 형상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는 사탄의 상징과 소환 주문이 샘이 반쯤만 겨우 분간하도록 괴상하게 뒤섞인 기묘한 오망성의 일종을 바닥 위에 그려 놓았다. 악마는 순전한 분노로 타올라 그에게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딘을 올려다보았다. “난 다 끝났어. 이제 너만 있으면 되지.”
“좆까고 꺼져.” 딘이 침을 뱉었다.
악마는 딘을 무시했다. 악마가 그의 등뒤로 사라졌고 샘은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마치 형이 빙빙 도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묶이기라도 한 양 십자가가 천천히 딘과 함께 왼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자 기계장치 주변에서 밧줄과 쇠사슬이 철그럭대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농담이겠지.” 회전하면서 큰 소리로 딘이 말했다. “뭐냐 이거?”
“형은 십자가에 묶여 있어.”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깨달은 샘이 그에게 말했다. “그놈은 그걸 위아래가 뒤집어지도록 돌리는 중이고. 사탄의 상징이 되도록 거꾸로 하는 거야.”
딘은 이제 사분의 삼만큼 돌아가 있었다. “좋네.” 그는 씁쓸하게 내뱉었다. “그리하여 사탄 자식 때문에 내가 머리에 피 다 몰리게 생겼구만.”
기계장치가 일을 다 수행하자 악마는 딘이 거북스레 거꾸로 매달려 있도록 내버려 둔 채 장치를 묶었다. 샘은 형이 나무틀에 묶인 채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모습을 보았다. 지독하게 불편한 것이 분명했다. 자세를 바꾸자 그가 바닥에 떨어져 두개골을 깨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은 가슴을 묶은 가죽끈뿐이었는데, 그 끈도 마치 그의 숨을 조이기 직전인 것처럼 보였다. 그의 얼굴은 시시각각 벌게졌고 끈으로 묶여 머리 위에 납작하게 고정되었던 팔은 아래쪽으로 늘어져서 손끝이 바닥에 그려진 피에 끌리고 있었다.
확실치는 않았지만 샘은 왜 악마가 형의 손을 그 상징에 그렇게 근접하게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속이 뒤집힌 그가 다시 묶인 손을 풀려고 사력을 다해 버둥거리자 악마는 성난 표정이 되었다.
“얌전히 있어, 안 그러면 눈알을 파내 버린다.” 그가 쏘아붙였다. 샘은 숨을 거세게 몰아쉬며 딘에게 시선을 집중한 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때 악마가 칼을 뽑아서 딘의 머리 위에 들이대었다. “안 돼.” 예감이 옳았음을 깨달은 샘이 외마디 소리를 토했다. “형!”
그는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보지는 못했으나- 그 자의 몸이 시야를 가린 탓이었다- 딘이 욕설을 씹어뱉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고, 이윽고 악마가 자리를 옮기자 그가 만든 작품이 드러났다. 딘의 팔뚝 혈관이 흰 살결에 뚜렷이 빨간 선을 남기며 손목에서부터 팔꿈치까지 수직으로 잘린 것을 본 샘은 숨을 삼켰다. 상처에서 피가 샘솟아 바닥의 상징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퍼졌고, 샘은 땅 아래의 악마를 풀어주기 위해 딘의 심장이 봉인 위로 생명수를 뿜어내는 광경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았다. 형은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는 거칠게 밭은 숨을 쉬었다. 붉어졌던 얼굴에서 놀라울 정도로 빨리 핏기가 가셨다.
주문을 읊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지고 이어 낮게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샘은 필사적으로 구속에서 빠져나가려고 미친 듯이 발버둥쳤지만, 이미 불가능한 목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가능한 일이라고는 흔들리기 시작하는 바닥과 머리위 천장에서 떨어지는 먼지를 바라보는 것뿐이었는데, 삼하인 사건을 본 적 있는 그는 일이 실제로 생기기 전부터 앞으로 벌어질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두개골을 뒤흔드는 거대한 격동이 일어나더니 지하실의 시멘트 바닥이 두 쪽으로 쪼개져 열렸고, 그는 딘이 먼지구름이 얼굴을 뒤덮는 바람에 심하게 기침하는 소리를 들었다.
“마침내!” 악마가 그의 동족(同族)이 시커먼 연기 소용돌이 형상으로 바닥에서부터 스물스물 기어오르자 무릎을 꿇으며 부르짖었다. “마침내!”
샘은 숨을 삼키고는 이 새로운, 정체 모를 악마의 순수한 크기를 눈으로 재며 자신이 저놈을 퇴치할 만큼 힘이 강할지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목표임이 틀림없었다. 그것을 소환한 악마가 잠자코 그가 초능력으로 싸우도록 내버려 두고 서 있지는 않을 테니까- 아까 그가 목구멍을 가르기까지는 20초 걸렸었다. 샘은 절대로 그 둘을 모두 누를 만큼 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존재는 거대했다. 그는 한 자리에서 검은 연기를 이렇게 많이 본 적이 없었다- 여하튼 악마 한 명에서 나온 연기는. 이 생물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존재였다.
그 연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다. 샘이 지켜보는 동안, 그것은 딘을 보이지 않도록 가리며 그 주위를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저 놈이 형에게 빙의하려고 하는 건가? 딘의 심장 위에 있는 보호 문신이 빙의를 막아 줄 터이지만, 불현듯 샘은 의심이 들었다. 이 악마가 너무 강하다면 어떻게 되지? 그는 이전에 악마의 덫에서 걸어나올 수 있는 악마를 만난 적이 있다- 저놈들이 예외 없이 규칙에 들어맞는 건 아니었다. 그는 애처롭게 묶인 밧줄을 잡아당기며 풀어내려고 정신을 모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맘때 딘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목쉬고 비참한 소리, 상상도 못할 통증과 괴로움으로 범벅이 된, 끔찍한 소리였다. 샘의 전신이 얼어붙었다. 그는 하다못해 지옥의 사냥개들에게 끌려갈 때도 형이 이렇게 절망적인 소리를 내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날 밤 형은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었고, 상황은 너무 빨리 끝나 버렸다. 그러나 이건... 이건 고문이었고, 샘은 악마들을 향해 형을 놔 주라고, 우리 형을 그만 아프게 해, 그만 그만 그만! 이라고 함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악마는 동요한 눈치로 얼굴에 당황한 표정을 띠고 연기의 회오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는 일어서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암흑이 갈라지며 그에게 길을 열어서 둘 모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중인지 드러냈다.
연기는 악마들이 대부분 그러듯이 딘의 입 속으로 들어가려고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직도 새어나와 바닥으로 떨어지는 피를 칠흑으로 물들이며 팔에 벌어진 상처를 통해 혈관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보호 문신이 악마가 숙주를 완전히 차지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딘은 두 힘이 그를 두고 싸우는 탓에 격통으로 경련하는 중이었다. 샘은 딘이 마치 감전된 것처럼 나무틀에 묶인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눈이 순간순간 검어졌다가... 희어졌다가... 다시 검어지는 것이 되풀이되는 모습을 공포에 질려서 지켜보았다. 목청이 찢어져라 지르던 비명도 그의 얼굴에 떠오른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고, 샘은 형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비참한 무력감으로 훌쩍거렸다.
순식간에 무슨 상황인지를 추측해 낸 또 다른 악마는 보호 문신을 찾아 재빨리 딘의 드러난 살갗을 훑어본 후 가슴 쪽을 확인하기 위해 셔츠를 찢었다. 피부에 새겨진 문신은 발그스름하게 빛나며 완벽한 표적이 되어 있었다. 악마는 문신을 찢고 그 힘을 깨뜨릴 태세로 칼을 들어올렸다.
“안 돼애애애애!” 샘이 쇳소리를 질렀다.
칼이 악마의 손아귀에서 튕겨나가더니 멀리 있는 벽으로 날아가 딸그랑 부딪혔다. 칼의 주인은 올려다 볼 틈도 없이 칼의 뒤를 따라 와지끈기분 좋게 뼈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시멘트에 처박혔다. 검은 연기가 죽은 숙주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더니 다른 악마 주변을 미친 듯이 휘돌았다.
멍해진 샘은 숨을 삼켰다. 내가 그랬나? 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그 말고는 다른 가능성이...?
기묘한 웅웅 소리가 지하실에 울려퍼지기 시작하는 바람에 샘은 귀가 멍멍해졌다. 소리가 점점 더 커지자 머리가 울리며 귓속이 찌르듯 아팠고, 불현듯 그는 이건 천사의 음성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눈앞의 쌍둥이 악마는 방 안을 안개처럼 뒤덮으며 흩어졌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듯 보였다. 딘은 비명을 멈추었고 정적이 문득 흘렀다가 또다른 끔찍한 소리가 침묵을 몰아냈는데, 그 소리 탓에 고통스럽게 신음을 토하던 샘은 귀를 막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물론 그럴 도리는 없었다.
소리는 강도와 힘이 점점 더 오르면서, 악마들이 그 소리로부터 달아나려고 필사적인 기색이 뚜렷해져서 아래쪽을 향해 휘어지더니 바닥에 쪼개진 틈 안으로 파고들어갈 때까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들이 자취를 감추자마자 시멘트는 다시 하나로 굳게 닫혔고, 웅웅대는 소리가 멈추자 샘은 목에서 절로 안도한 외침이 나왔다. 그의 목소리는 소리가 죽어서 들렸다. 그는 귀가 다시 원상회복되는 날이 오기는 할까 미심쩍었다.
“딘.” 누가 다급하게 말했다.
샘은 땀이 고인 눈을 깜빡이면서 올려다보았다. 아수라장의 흔적이 방안에 흩어져 있는데도 어째서인지 여느때와 같이 냉정을 잃지 않고 침착해 보이는 카스티엘이 딘의 곁에 서 있었다. 그가 손을 한 번 휘젓자 가죽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다음 순간 카스티엘은 딘을 안아들고 있었다. 그는 빙글 돌더니 무릎을 꿇고 앉아서 딘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머리를 떠받쳤다.
“우리 형은 괜찮아요?” 잘 보려고 눈을 힘껏 부릅뜬 샘이 손목이 묶인 상태에서 가능한 최대한으로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숨쉬고 있어요?”
카스티엘은 그를 올려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그가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 같은 태도였다. “딘.” 천사가 다시 말했고, 샘은 그가 형의 심장 위에 손을 얹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더니 그는 손을 떼고 눈으로 딘의 얼굴을 살피면서 손바닥을 이마에 올려놓았다. “딘, 일어나. 어서, 지금.”
딘이 눈을 뒤집고 있는 모습이 샘의 눈에 보였다. 동공은 하나도 없고 흰자만 남은 눈 때문에 그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두려웠다. 형의 가슴은 너무 빨리 오르락내리락했고 팔에서는 아직도 피가 스며 나왔다. 샘이 긴장한 나머지 고통에 휩싸여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동안, 딘은 카스티엘이 근육과 힘줄을 수축하며 어색하게 몸을 굽혀서 꽉 붙잡은 속에서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카스티엘은 그를 품에 끌어안고 힘이 들어간 그의 어깨를 팔로 감싸며 가능한 한 가만히 있도록 붙들었고, 샘은 눈물이 뺨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느리게, 너무 느리게 딘은 발작을 멈추었다. 그가 카스티엘의 품안에서 잠잠해지자 천사는 살며시 무릎 위에 그를 눕혔다. 더 보려고 목을 길게 뺀 샘은 형의 눈이 비록 초점은 없어 보이긴 해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부은 목구멍 깊은 곳으로부터 신음성을 흘리는 딘은 땀으로 흥건하게 목욕을 한 상태였다.
“새...샘.” 딘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고, 카스티엘은 처음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형, 나 여기 있어.” 샘이 안도감에 젖어 외쳤다. 그는 밧줄을 풀어 주길 바라며 카스티엘과 눈을 마주쳤지만, 카스티엘은 풀 능력이 없거나 풀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대신 그는 딘을 내려다보고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는 안전하다, 딘.” 카스티엘이 말했고, 딘은 안도감 어린 소리를 조그맣게 뱉었다. “그는 여기 있어.”
딘은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눈을 감더니, 다시 눈을 뜨고서 카스티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어이.” 그는 웅얼거렸고, 형이 희한하게도 미약하게 웃음을 머금는 모습에 샘은 놀랐다. “요- 요새도 무슨 산 옮긴 거 있냐?”
“아니.” 카스티엘은 대답하고서는, 몸을 숙여 딘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샘은 대경실색해서 눈만 껌벅였다.
팔의 통증과 몸을 휘도는 아드레날린과 형을 잃는다는 생각에 쫓기느라 방금 전까지 느끼던 눈먼 공포가 뒤엉킨 탓에 아직까지는 사고가 제 속도로 처리되지 않았으나, 그는 이 광경이 적어도 뭔가... 그다지... 옳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출혈과다로 쇼크가 일어나기 시작한 딘은 이제 덜덜 떨고 있었지만, 그는 떨리는 손을 들어 카스티엘의 뺨에 가져갈 힘을 어찌어찌 찾아냈다. 다음 순간 그는 정신을 잃고 손을 털썩 가슴에 떨어뜨리면서 카스티엘이 부축하고 있는 머리를 뒤로 축 늘어뜨렸다. 천사는 몇 달 전에 그가 딘에게 남긴 손자국을 연상시키는 손자국이 얼굴에 찍힌 채로 샘을 올려다보았다.
카스티엘의 눈빛 속에는 모든 것이 씌어 있었고, 샘은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형... 하고 카스티엘이?
“하느님 맙소사.” 샘이 신음했고, 카스티엘은 수치심일지도 모를 감정으로 고개를 수그렸다.
후편: 그 모든 것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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