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8일 토요일

[녹는점 04][딘/카스티엘] 그 모든 것의 끝

제목: The End of It All
작가: Strangeandcharm
창작일: 2008/11/10
등장인물: 샘, 딘/카스티엘
시간대: 4시즌
등급: NC-17
분량: 9500 단어
줄거리: 딘과 카스티엘의 관계.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대답은 달라진다. 샘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지만, 딘이 떠안은 걱정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다...  
작가의 말: 앵스트 대량(어머나), h/c, 기나긴 간음.(야호 간음!) 
네, 일주일쯤 전에 저는 딘이 난데없이 만신창이로 다치는(whumpy) 이야기를 쓰면서 처음으로 딘/카스티엘을 엮어 보았죠. 반응이 좋아서 좀 더 쓰게 되었고요. 삼만 단어를 넘어 이야기는 이제 끝을 맺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신 분들 모두 무척 감사드려요- 여러분 없이는 저는 쓸 수 없었을 거예요, 정말 이런 반응은 예기치 못했거든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를 부둥켜안는다* 

작가의 말 추가: 처음 쓸 때는 이게 마지막 편이 될 줄 알았죠. 아니더라고요. *씨익*

전편: 여파


~ ~ ~


플래그스태프 사건 후 이틀 동안 딘은 병원 침대에 누워서 보냈다.

그는 최소한 입원 기간의 절반 동안은 입을 잠시도 가만 두지 않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첫날 그는 팔뚝에 붕대를 칭칭 감고 경련할 때마다 일렁거리는 정맥주사줄을 매달고서, 형 못지 않게 해쓱한 얼굴로 침대가에 앉아 물끄러미 허공을 바라보는 샘을 곁에 두고 종일 잠만 잤다. 둘째 날이 되자 그는 본모습으로 돌아와서 내보내 달라고 의사의 진료가 끝날 때까지 샘에게 불평하고 투덜거리고 졸랐다, 샘은 항복했다. 그들은 길에서 떨어진 작은 모텔을 찾아 며칠 간 숨어 휴식하고 잠을 자며 다시 힘을 보충했다. 아니 그러려고 아무튼 노력했다.

샘은 살면서 이 때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은 없었다. 눈을 감을 때마다 딘의 몸을 떠받쳐 안고 있던 카스티엘의 표정이 떠올랐다. 미약하게 미소를 띤 입술로 딘이 속삭이던 목소리가 들렸다. 이미 몇 번이나 키스를 나눈 상대를 대하는 익숙한 분위기로 고개를 숙이고 형에게 입을 맞추는 카스티엘이 보였다. 그는 내가 뭔가 오해한 게 틀림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밀어닥치는 불신과 충격을 상대로 싸웠다.

카스티엘은 샘을 풀어 주자마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샘은 자기가 본 광경에 대하여서는 딘에게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카스티엘이 우리 목숨을 구했다고만 말하고는... 천사의 이름이 나오자 형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변하는 것을 차라리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딘은 더 묻지 않았고 샘은 안도했다.

최소한 어느 선까지는 말이다. 형의 부상은 나았는지 몰라도 그는 여전히 예전의 형이 아니었다.

그는 불과 닷새 만에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튿날 밤 샘이 멍하니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는 사이- 표면상으로는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천사와 인간과 지상에 떠오른 지옥에 관한 환영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한쪽 팔에 술취한 갈색머리 여자를 낀 딘이 호텔방 문을 쿠당탕 열고 들어오더니 샘이 저러면 아프지 않나 생각할 정도로 귀까지 걸리는 웃음을 지으면서 자리를 좀 비워 주겠느냐고 말했다.

한숨을 쉬며 몇 가지 물건을 챙겨 나가서는 차 안에서 대기하던 그는 형이 여자랑 난장을 피우는 것이 카스티엘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낫다고 자기가 과연 행복하게 여겨야 하는 건지 의문에 잠겼지만, 여기서 위안을 구하기에는 그는 형을 너무 잘 알았다. 형은 뭔가에 대해 과하게 보상하고 있는 것이, 미대륙의 여자 인구 절반과 잠자리를 함으로써 남성성을 거푸 주장하려고 애쓰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남성성이 흔들릴 사건이 앞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면 무슨 까닭으로 그러겠는가?

차 안에 앉아 모텔 창문 커튼에 흐릿하게 깜빡깜빡 어른거리는 꼴불견의 그림자를 지켜보고 있는 동안 진실이 뱃속에서 꿈틀거렸다.

신의 천사와 우리 망할 형 사이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샘은 일생 동안 이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었다.


~ ~ ~


그는 2주를 더 기다린 후에야 알고 있는 사실을 털어놓을 용기를 모으고서 적당한 때와 장소를 찾으려, 그런 말을 꺼내더라도 형이 다짜고짜 한방 날리지 않을 만한 날을 포착하려 노력했다. 늦도록 깨어 있는 밤과 숙취에 찌든 아침과 그 중간의 부드러운 살결, 따사롭게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로 이루어진 작은 세상으로 자신을 단단히 감싸느라 바빠서 딘은 동생이 이상하게 조용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싶었다. 어느 날 저녁 매일 밤 오도가도 못하고 임팔라에 신세지는 것에 질린 샘은 방을 따로 잡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지만 격심하게 성난 얼굴이 되는 딘을 보고 그만두었다. 그는 형이 한 순간도, 여자를 낚아오지 않은 몇 안 되는 밤에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기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형이 지옥에 대해 악몽을 꾸기 때문인지 아니면 무슨 다른 더 불길한 이유가 있는지, 샘은 알 수 없었다.

그는 형 때문에, 형이 너무나 자기 일에만 골몰해서, 무척이나 강해서, 그러면서도 속은 너무나 연약한 것에 때때로 놀라곤 했다. 형이 빈틈없이 두른 갑옷을 뚫고 속내를 보기는 어려웠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갑옷이 있기는 한지 샘은 흔적조차 볼 수가 없었다.

“왜 미네소타는 올 때마다 비가 추적거리는 거냐?” 지금 딘은 곁에서 핸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불평을 하고 있었다. “분명 여름엔 한 번도 여기 온 적이 없었단 말이지. 만날 겨울이더라. 만날 날씨는 이렇게 형편없고.”

미시시피 강의 발원지

“최소한 눈 오는 날씨는 아니잖아.” 샘은 정신을 딴 데 둔 채 자동적으로 대답했다. 그들이 차를 댄 곳이 바로 이타스카 호 북쪽 기슭이며 미시시피 강의 발원지가 불과 몇 미터 앞이었기에, 억수같이 내리는 비로 창밖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국립공원의 풍광은 아름다웠지만 잠복근무에서 무슨 즐거움을 찾기에는 하늘은 너무 거무죽죽했다. 샘은 아무튼 이 물의 정령은 장난질을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확신했고 딘은… 뭐, 형은 뒷자리에서 숙취에 시달리다 두 시간을 자고 나서야 막 운전에 합류한 차였다.

“어, 글쎄. 적어도 눈이었다면 눈사람이라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딘이 빈정대는 말로 받아넘기더니 너무도 아이 같고 순수한 미소를 던지는 바람에 샘은 가슴 속 뭔가가 죄어드는 기분을 맛보았다.

그게 사실일 리 없어. 그럴 리 없다고.

“형…”

“야, 너 방금 저 번개치는 거 봤어? 조만간 미친 폭풍우가 올 모양인데. 정말 이거 포기하면 안되는 거냐? 어쨌든 오늘은 아무도 여기 없잖아. 이런 날씨에 여기까지 나오는 사람은 미치광이가 아닌 이상 없을걸.”

“얘기할 게 있어.”

딘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건너다보았다.

샘은 깊은 숨을 한 번, 또 한 번 들이쉬었다. 맙소사, 말이 목구멍에 걸려서 나오지 않았다. 그는 전방을 바라보며 얼마 전 갈아 끼운 앞 유리창을 때리는 빗방울을 눈으로 쫓았고, 가능한 한 빨리 말하는 편이 나으리라고 결심했다.

“형…” 그는 가슴 속 심장이 두방망이질치는 것을 느꼈다. “나 형하고 카스티엘에 대해서 알아.”

곁에서는 오래도록 팽팽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딘이 말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 우리가 뭐?” 그러나 마치 겉으로는 시치미를 떼지만 속으로는 이미 가망 없음을 알고 포기한 듯 그는 나직하고 체념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순간, 샘은 그게 사실임을 알았다.

맙소사, 안 돼.

“카스티엘이 형한테 키스하는 걸 봤어.” 옆에 앉은 형에게 눈길을 보내면서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딘이 콧김을 훅 들이마시자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언제?”

“플래그스태프에서. 그가 형을 그 악마한테서 구해 내고 난 다음에.”

딘은 핸들을 꽉 움켜쥐며 시선을 손으로 내려뜨렸다. “기억이 안 나는데.”

“형이 정신을 다 차린 건 아니었거든. 하지만 싫지 않은 듯했어.”

“허어.” 딘은 눈을 들지 않았다.

“내가 환상을 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카스티엘의 표정이 너무… 너무…” 그는 말을 멈추었다. “맙소사, 형, 아니라는 말 한 마디 안하고 있잖아! 믿기지가 않아!”

딘은 입술을 사려 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턱에 힘을 주고 번쩍이는 눈으로 샘을 흘끗 건너다보았다. 그러더니 그는 문을 열고 차를 빠져나가 빗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샘은 열린 문 너머로 얼마 동안 형을 지켜보다가 떨리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형을 따라 뛰쳐나갔다.

억수 같이 퍼붓는 비가 보드랍고 미세한 탄환처럼 정수리를 마구 두드렸고 머리카락은 대번에 흠뻑 젖어 앞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눈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는 강가로 딘을 따라가 형의 바로 등뒤에서 멈추어 서서 회색 데님 외투가 비에 젖어 검게 물들어 가는 것을 바라보며 딘의 어깨의 긴장 어린 곧은 선에서 감정을 읽어 내려고 노력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냐, 새미.” 딘은 딱딱하게 말했다. “그런 거 아냐.”

“난 내가 뭐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어.” 목소리를 다잡으려고 애쓰며 샘이 대답했다. 고함을 치고 싶었다. “하지만 겁이 난다는 건 알겠어. 형과 그, 두 사람 모두를 위해서 말이야.”

딘은 상을 찡그리고 그를 노려보았다. “우리 몸은 우리가 지킬 수 있어.”

“정말이야?” 샘은 외투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고 고개를 흔들었다. “플래그스태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좀 봐, 형. 우리엘은 형과 카스티엘 사이를 알고서 우리를 함정으로 보냈어. 우리를 죽이려고 했다고.”

딘은 그를 보며 눈을 껌벅였다. “뭐라고? 말도 안 돼, 샘. 그는 천사라고. 그러지는…”

샘은 말허리를 잘랐다. 그는 이 일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을 했었다. “아니 그런 거야, 형. 우린 이미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가 무슨 짓까지도 하려고 드는지 알고 있잖아. 그리고 그가 한 마을 전체를 기꺼이 없앨 태세라면 우리한테 못 그럴 이유가 있어? 카스티엘은 천사야, 형- 그는 인간이랑 엮여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우리엘은 그게 타협안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그만두게 하고 싶었을 거라고. 그건 불경죄니까.”

형은 자기 명예를 위해 입씨름을 벌이지 않았다. 그는 걱정으로 창백해진 얼굴로 잠시 동안 샘을 들여다보더니 다시 수면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천둥이 그들 위에서 꽈르릉 울렸고 샘은 천국이 그들의 대화에 대해 의견을 보내는 건가 싶어 소스라치게 놀라며 펄쩍 뛰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만뒀었어,” 딘이 씁쓸하게 잘라 말했다. “그날 유타 주에서 만난 이후로 난 카스티엘을 본 적이 없다고. 뭐, 플래그스태프는 제외하고 하는 말이지만 나는 기억이 안 나니까.” 그는 얼굴에 빗방울을 맞으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단 두 차례 있었던 일이야, 샘, 그리고 처음 것은 내가 워낙에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걸 셈에 넣어야 하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고.”

갑작스레 덮쳐 온 생각에 샘은 날카롭게 숨을 들이마셨다. “형이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그 날 밤.”

“맞아.”

“어이 잠깐, 나도 한 방에 있었다고! 그 소린 설마 형…?”

그러자 딘은 웃음을 지었는데, 그게 너무나 뜻밖이라 샘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하마터면 뒷걸음질을 칠 뻔 했다. “그가 아무것도 모르도록 널 잠재웠어. 나중에서야 그런 식으로 힘을 쓴다는 게 얼마나 역겨운 짓인지에 생각이 미치더라. 그 땐 그게 다 말이 되는 것 같았거든.”

“그가…?” 다시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되다니 믿기지도 않는다'는 기분이 된 샘이 침을 꿀꺽 삼켰다. “강제로 한 건 아니지? 내 말은, 형은 아니잖아... 한 번도 그런 걸 원한 적이…” 그가 말을 멈추었다. 이건 의심할 바 없이 살면서 형과 주고받은 이야기 중 가장 불편한 화제였다.

“아냐, 샘, 난 게이는 아니야.” 놀랄 정도로 당황하는 기색이 없는 어조로 말하며 딘이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내가 어떤 남자한테 홀딱 반했다고 일생 동안 여자 꽁무니를 따라다니던 게 없어지는 건 아니지. 게다가 그는 평범한 인간 남자도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절제된 표현이네.”

“...이건 단 하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해. 게다가 난 여전히 여자가 좋다고.”

“그래.” 샘은 거북하게 말했다. “요즘 같이 그러는데 어떻게 내가 그걸 모르겠어. 가정해 보자면… 내 생각에 어쩌면 형은…” 그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글쎄, 난 형이 그러는 게 뭔가에 대한 보상 기제라고 생각했어.”

딘은 웃긴다는 눈초리를 흘끔 던졌다. “존나 맞아, 그랬지. 이 프로이트 양반아. 가끔은 너도 그 '보상 기제'란 걸 좀 해 봐라. 너도 즐거울지 누가 알아.”

편안한 침묵이 그들을 감쌌다. 샘은 몇 걸음 나아가서 딘의 어깨 곁에 자리잡았다. 그들은 유년기 지형인 미시시피 강물을, 비가 수면에 동심원을 새기고 물고기가 하상의 바위 틈을 쏜살같이 오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마 안 있어 샘은 뼛속까지 젖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딘은 발치에 우거진 풀로 시선을 내렸다. 입을 열었을 때 그는 꺼지는 것 같은 목소리가 되어 있었다. “너, 처음 누군가한테 홀딱 반해서 그 사람의 옷을 벗겨내는 것말고는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기분 아냐? 호르몬이랑 페로몬이랑 뭐 그런 잡스런 것들이 미칠 듯 불붙어서 머리는 제자리에 잘 있는데도 생각은 머리가 아닌 다른 부분으로 하고 있고, 너무나 그 사람을 갈구하는 나머지 진짜로 고통스러울 지경인 거?”

샘은 형을 보며 눈을 껌벅였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 같아, 알지.” 대답하는 그의 머릿속에 불현듯 딘이 카스티엘의 옷을 벗겨내는 불편한 영상이 떠올랐다. 딘은 무척이나 남성성이 강했고, 그래서 언제나 여종업원이랑 시시덕거리거나 딱 붙는 치마를 입은 엉덩이를 뚫어지게 보거나 가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곤 했었다. 형이 카스티엘과... 두 차례. 뭘 했든 간에, 그건 고사하고 형이 다른 남자와 입을 맞추는 모습조차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딘은 지친 한숨을 쉬었다. “그하고 같이 있으면 꼭 그런 기분이 들어, 다만 백 배 천 배나 더 미칠 것 같을 뿐이지. 그리고 그도 나와 마찬가지고 말이야. 마치 우리가 서로에게 중독되거나 뭐 그러기라도 한 것 같다고. 날 지옥에서 건져 낸 다음부터 그가 내 영혼을 아주 밀접하게 아는 걸로 미루어 보면 내 짐작엔 영혼이 묶인 것 같아.”

“어쩌면 형은 그냥… 잘은 모르겠지만, 그가 형을 지옥에서 구해 냈으니까 고마운 마음이 우러난 거 아닐까?” 샘의 목소리에는 자포자기와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이상이야. 그는 고독해, 샘. 그는 인간으로 있는 걸 무척 좋아하지만 자신이 여기에 머물 수 없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마음속은 갈가리 찢어지고 있지. 난 그가 안쓰럽다는 마음이 좀 들어."

“연민이구나, 응?" 그는 소리내어 웃었지만 전혀 우습다는 기색은 없었다. "탄탄한 관계의 밑바탕이 될 만한 것 같은데.”

“하지만 그의 안에는 어둠이 있기도 해,” 딘은 그를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너도 그게 한순간 비치는 걸 엿본 적 있을 거야. 천사는 빛과 은총과 아름다움으로만 온통 빚어진 존재이기 마련이고, 그도 그렇지- 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일면도 있는데, 그걸 마주하면 무서워져. 그건… 강대하다고, 무슨 소린지 알겠냐? 도저히 그 생각이 떨쳐지지가 않아.” 그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소리내어 웃었다. “맙소사, 도저히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도대체 그는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샘은 형에게 그만두라고 하고 싶었다. 카스티엘은 그를 이용하는 거라고, 어떤 감정이 있든 천사가 인간과 놀아나는 건 금지된 행위라고. 천사의 치정 관계에 대한 글이 수천년 간 기독교 전승의 여백과 각주에 적혀서 내려왔다고. 그는 딘에게 정신 차리고 예전의 형으로, 인간의 삶은 미미해 보이게 할 정도로 오래되고 강력한 존재 앞에서 천벌을 구하는 짓은 안 하는 형으로 돌아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그 창고에서 카스티엘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와 딘이 어떤 식으로 그의 뺨에 손을 가져갔었는지를 떠올렸고, 이제 바라본 형의 얼굴에 사무치는 그리움이 일렁이고 있음을 보았다.

“미안해, 형.” 그는 둘의 어깨가 맞닿도록 몸을 숙였다. “이런 말하기 싫지만, 두 사람이 어떤 마음이든 간에, 이게 끝이 좋을 것 같지는 않아.”

“그렇겠지,” 대꾸하는 딘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였다. “정말 끝이 좋지는 못할 거야, 안 그래?”


~ ~ ~


딘은 이타스카 호 국립공원을 나가자마자 있는 작은 모텔에서 잠들었다.

그는 세상의 종말 한가운데에서 깨어났다.

그는 어둡고 불길한 전조가 감도는 하늘 아래 눈이 닿는 곳 끝까지 평평하게 펼쳐진 광막한, 검어진 평원 위를 흐르다 굳어진 용암 위에 서 있었다. 타다 남은 타르와 유황내가 바람에 실려왔고 그는 공황에 빠진 와중에도 숨을 가다듬으려 노력하며 본능적으로 손마개로 입을 막았다.

대체 난 어디 있는 거지? 여기는 어디지?

“여긴 미래다,” 등뒤에서 카스티엘이 말했다. “여기로 데려올 수밖에 없게 되어 미안하군.”

그는 등뒤에 있는 카스티엘을 보겠거니 하며 몸을 돌렸지만, 이 카스티엘은 너무나 예상과 달랐기에 그는 충격으로 숨을 멈추었다. 코트는 자취도 없었다. 피에 절은 천사의 와이셔츠는 허리까지 갈가리 찢어져 가슴의 멍과 혈흔을 드러내고 바지는 넝마가 되어 있었다. 그는 부러진 듯 가슴 앞에서 꺾인 한 팔을 붙들고 있었고 새총 하나도 쏘지 못하는 듯했다. 얼굴은 멍과 생채기 투성이였고 찢어진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한쪽 뺨에 말라붙어 있었다. 딘이 얼빠진 듯 그를 바라보자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짓고 어깨를 으쓱했다.

“보았나, 딘? 천사도 부상을 당할 수 있어.”

“이게 무슨…?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여기는 어디지?”

카스티엘은 대답하기에 앞서 힘겹게 침을 삼켰고 딘은 그가 고통에 시달리고 있음을 불현듯 깨달았다. 그 부상은 인간 숙주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안에 깃든 존재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었다. 그는 카스티엘이 희락을 체험하는 것은 충분히 자주 보았지만, 이것은- 이것은 백 배나 더 잘못되어 보였다. 천사가 피를 흘리다니 있을 수 없었다.

“여기는 2009년 11월 2일이다,” 카스티엘은 말했고, 온통 정상이 아닌 그의 모습에서 오직 목소리만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너는 지금 오늘 오후에 있던 바로 그 장소, 미시시피 강의 발원지에 서 있어. 일 년 뒤 미래의 광경이지.”

딘은 어리벙벙해져서 주위를 둘러보았다.“미네소타에 화산이 폭발할 예정인 거야?”

“이건 루시퍼가 한 짓이야.”

딘은 세게 얻어맞은 듯 숨을 들이켰다. “그럼 우리가 지게 된다는 말이야? 이게 종말이고?”

카스티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의 나머지 지역은 어떻게 된 거야?”

“이게 다야, 딘. 이게 지구다.”

딘은 혼비백산해서 사방을 두루 응시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는 무너지듯 땅바닥에 주저앉았고 반드르르한 현무암에 부딪힌 무릎에서는 청바지를 뚫고 바위의 열기가 전해져 왔다. 이 아래 어딘가에는 아직 녹은 용암이 있었다. 그는 언뜻 비명 소리가 스쳐 지나가는 것이 들렸다고 생각했지만, 소리가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기에 전심으로 자신의 상상에 불과한 것이기를 바랐다.

카스티엘이 움직일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며 다가오더니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되도록 예정되어 있다면 왜 우리가 싸움 따위를 하는 거지?” 딘이 숨막힌 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이게 결과고 당신들이 이미 알고 있다면 대관절 왜 당신네들은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해서 우리가 봉인이 풀리지 않도록 막게 시키는 거야?”

“이건 여러 미래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지.” 카스티엘이 온전한 팔을 뻗어 딘의 아래턱을 잡고서 그를 진정시켰다. 그를 올려다본 딘은 그의 눈동자에 다정함이 감도는 것을 보았다. “우린 아직 이걸 멈출 수 있어. 시간은 있어. 하느님께서는 이 사태를 막기 위해 우리 둘에게 임무를 주셨다.”

“잘 됐네,” 딘은 몸을 지탱하기 위해 떨리는 손을 바닥에 받치면서 안심해서 외쳤다. “그거 어, 하느님께 감사한 일이군.  난 또 잠시 동안 이게 예정된 끝이고, 우리가 했던 모든 게 시간낭비가 아닌가 했잖아.” 그는 약하게 미소 지었다. “임마, 다시는 나한테 이러지 마.”

“나야 이런 것보다는 다른 걸 너와 하는 게 훨씬 좋지.” 카스티엘은 이상하게 슬프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딘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네가 그럴 몸 상태가 되는지 나는 잘…” 그는 말을 시작했지만 천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딘. 지금은 아니야. 금방 난 널 집으로 돌려보낼 거고 나도 평소의 나로 되돌아갈 거다. 이건...” 그가 자기 모습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일 년 후에 전투를 치르고 난 뒤의 내 모습이야.”

“아.” 딘이 침을 삼켰다. “힘든 싸움이 될 모양이군 그래?”

카스티엘의 얼굴이 괴로움인지 슬픔인지 모를 것으로 일그러졌다. 딘은 어느 쪽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난 이 모든 일을 겪지 않도록 예방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그게 또 다음 사안을 낳지만.” 그는 한숨을 쉬고 딘의 어깨 너머로 멀리 뻗은 황량한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정을 통하는 건 그만둬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 딘. 이번이 서로를 즐기는 마지막이 될 거야. 마지막 기회이니 십분 활용해야지.”

딘은 입을 딱 벌리고 그를 보았다. “지시라고?” 그는 잠시간이 지난 후에 들은 말을 반복했다.

“그래. 너한테 정신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거지. 전쟁이 더 중요하니.”

갑자기 화가 치민 딘이 얼굴을 찡그렸다. “너 나한테 너도 자유 의지가 있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남이 뭐라든 무슨 상관이야? 그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든 왜 넌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거냐고- 너 노예야? 그 자한테 무슨 권리가 있어서...”

순간 그는 말을 멈추고 초조하게 입술을 핥았다. “나 지금 천사한테 하느님께 복종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구나, 그렇지?” 그는 한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젠장 하느님 맙소사. 내 인생은 돌았어.”

카스티엘은 미소를 짓다가 입술에 앉은 딱지가 찢어질 뻔하는 바람에 살짝 몸을 움츠렸다. 마치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많은 것을 행한 것처럼 그는 늙고 쇠약해 보였고, 딘은 이 형태의 미래에서 카스티엘은 죽고 말 운명인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치 놀이공원에서 거꾸로 도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양 뱃속이 뒤틀렸다.

“믿어 줘, 딘. 나도 우리 처지가 이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께서 정해 주시는 길을 따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이기 위해 널 여기 데려온 거야. 그 무엇도 이런 종국을 막는 것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아.”

딘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 곳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생명도, 희망도, 미래도. 그는 바람결에 실려오는 비명소리를 들었고 이번에는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았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그가 말했다. “이제 돌아가도 되냐?”

~ ~ ~

딘은 모르는 이름 없는 모텔방 안에 그들은 서 있었다. 벽은 녹색이고 바닥은 빨강, 내려진 커튼은 분홍색이고 침대보는 주황색이었다. 흉물스러웠지만 딘이 일생 동안 매일 밤 머리를 누이던 공간에서는 그런 흉칙한 색 배합은 새삼스럽지 않았다. 기이하지만 집 같은 느낌이었다.

“끝내주는 곳으로 데려왔군 그래.” 곁에 선 카스티엘이 온전하고 원기를 되찾고 깨끗해진 것에 안심하며 그가 꼬집어 말했다. 카스티엘은 방을 훑어보았다. “아무도 우리 말을 듣지 못할 거다.” 그가 말했고 딘은 그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아는지에 대해서도, 그들이 있는 곳이 어딘지조차도 묻지 않았다.

“그래 이거야?” 그는 상실감의 시초라고 이름 붙이고 싶지 않은 돌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을 느끼며 대신 이렇게 물었다. “작별의 섹스를 나누고는 우린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는 거냐? 이게 뭐냔 말이야, 무슨 비극적인 엉터리 로맨스 소설도 아니고?”

“우린 변함없이 만나게 될 거다.” 카스티엘은 그를 구석구석 뜯어보았다. “그저 간음을 하지 못할 따름이지.”

“‘간음’?” 딘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웃어댔고, 거슬리고 심술궂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너한텐 이 모든 게 그거야? 지구에 와서, 아무 거추장스러운 조건 없이 열렬한 남자 대 남자의 간음을 즐기고는, 집으로 훌쩍 날아가서 천국의 침대 기둥에 금 하나를 더 새기는 거?”

“넌 이게 어떻게 끝나리라 생각했나, 딘?” 대꾸하는 카스티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급작스럽게 화가 치받은 듯 보였다. “우리들이 함께 석양 속으로 차를 달리게 될 거라고 정말로 기대했나? 이만큼이나 오래 이어온 것만도 우린 운이 좋은 거야.”

“난 하나도 운이 좋았다는 기분이 안 드는데.” 딘은 이성을 망각하고 쏘아붙였다. “이용당한 기분이라고. 넌 네가 원하는 걸 손에 넣고서는 이제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떠나잖냐- 이 모든 게 너한테는 별 것 아니었다는 듯이 말이야!”

다음 순간 그는 등 뒤 벽으로 밀쳐졌고 카스티엘은 그가 옴짝달싹 못하도록 두 손으로 셔츠를 구겨서 누르고 있었다. 천사의 얼굴이 너무 바싹 다가와서 숨결이 느껴졌다. 갑작스럽게 떠밀린 충격에 숨막힌 소리를 내는 와중에도 그 향기를 맡자 기억에 새겨진 쾌락이 떠오르며 몸이 저려 왔다.

“내가 원하는 걸 손에 넣었다고?” 카스티엘은 식식거리며 생기가 하나도 없는 말투로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걸? 나는 루시퍼가 네가 아끼는 모든 것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지상에 내려왔다. 내가 실패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방금 보여 주었으니 너도 알 테지만 내겐 더 중대한 사명이 있어.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있는 게 아니야, 딘 윈체스터- 이 일에서 내가 얻는 건 괴로움과 상실감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전우들이 쓰러지는 것을, 무고한 인간들이 괴로워하고 죽는 것을 봐 왔어. 나는 너를 보았다, 딘, 지옥에서 고통에 시달리던 너를 말이야. 그런데도 너는 그런 내가 단순히 너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단지 너한테 박기 위해서 너를 영겁의 고통에서 건져낸 것이 아니야! 이곳에서 우리 둘 사이에 벌어졌던 일이 뭔지 알고 있나? 네가 벽을 부수고 풀어낸 것이 무언지 알고는 있는 건가?”

그는 숨을 몰아쉬면서 말을 멈추었고 딘은 말문이 막혔다. 카스티엘이 이렇게 길게 말하는 것을 듣기는 처음이었다. 말이 입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그는 마치 천사의 노여움이 몸 밖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방의 네 모서리에서 그림자가 뭉클거리며 피어나고 갑자기 공기가 전하로 가득 충전되는 것을 감지했다. 그는 팔의 솜털이 오스스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는 생각을 정리하려고 얼마간 안간힘을 쓴 뒤에 대답했다. “몰라. 말해 줘. 내가 뭘 풀어냈는데?”

카스티엘은 딘의 시야에 맑은 파란색 홍채만 가득 보일 정도로 가까이 몸을 굽히고 그의 눈 속을 깊숙이 응시했다. 그는 사막에서 느꼈던 예의 그 감각을, 카스티엘이 무언가를 그에게 말하려고 하지만 그는 그 언어나 전하는 뜻을 이해할 수가 없는 듯한 기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러자 자신의 내면 깊숙이에 평생 무엇으로도 메우지 못할 구멍이 뚫려 있기라도 한 양 마음이 술렁거렸다. 카스티엘이 시선을 거두지 않자 그는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고, 머릿속은 점점 압력으로 팽팽해지며 붙들려서 서 있는 온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부탁이야,” 그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그만…!”

어떠 노골적인 감정이(실망일까? 슬픔일까?) 담긴 끙 소리를 내며 카스티엘은 그를 놓아 주었다. 그는 침대 쪽으로 걸어가 끄트머리에 앉고는 팔꿈치를 무릎에 괴고 손으로 이마를 받치며 고개를 수그렸다. 딘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의문에 휩싸인 채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애쓰며 여전히 벽에 붙어 있었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사이 그림자가 희미해지며 공기는 떠돌던 전류가 모두 가셔 맑아졌기에 그는 카스티엘이 이제 화를 가라앉혔음을 알았다.

그는 한 걸음 내디디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그건 뭐였어?”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카스티엘은 눈을 들지 않은 채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잖냐.”

“네게 들리지 않았다면 중요치 않아.”

딘은 좌절해서 손을 허리에 받쳤다. “제기랄, 너한테서 돌려 말하지 않는 대답을 듣기란 빅버드한테 소립자물리학을 설명해 달라고 하는 것 뺨치는군.”

카스티엘은 웃음 외 다른 것일 수는 없는 콧소리를 냈지만, 그 소리는 왜인지 모르게 쓸쓸하게 들렸다.

딘은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우리가 낼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지?”

“서너 시간.”

“그럼 그리 길지는 않군.”

“넌 그보다 더 일찍 돌아가고 싶을 수도 있어. 오래지 않아 샘은 네가 없어졌다는 걸 알아차릴 거다.”

딘은 죄책감이 가슴을 에는 것을 느꼈지만, 눌러 놓았다. “그 녀석도 날 두고 살금살금 나간 적이 허다한데 뭐. 한번쯤은 그애도 깨어나 보니 옆 침대가 비어 있는 경험을 맛보게 해 주자고.”

카스티엘은 그를 올려다보고는 한숨을 지었다. 방금 전까지 힘으로 방을 가득 채우던 위압적인 생명체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는 다시 인간처럼 보였고, 세상의 종말에서 보았던 모습만큼이나 풀이 꺾인 분위기였다. 딘의 심장이 요동쳤다. 이게 정말로 마지막이구나. 우린 마음이 채워질 때까지 머릿속이 하얗게 증발하도록 섹스를 나눈 다음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어. 불경죄를 범할 일도, 두려워할 일도 없이. 앞으로는 영원히 서로 손대지 않으면서 그냥 한 천사와 그 휘하의 특설 보병이 되는 거지. 우리가 사랑에 빠지거나 뭐 그런 건 아니었잖아, 안 그래?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니 알아내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가슴을 옥죄었다. 앞에 있는 카스티엘은 지옥의 군단 전체와 막 전투를 벌이고 패배하기라도 한 듯한 기색이었다.

“미안해, 캐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말을 했다. “그런 소리는 하는 게 아니었는데. 널 괴롭힐 마음은 없었다고. 너도 감정이 있다는 걸 깜박 잊었어. 네가 워낙 강하고 또... 또 현실을 초월한 존재라 자칫하면 그런 데에만 휘말려 버리나 보다.” 그는 머리를 숙였다. “내가 못돼빠진 짓을 했어.”

“맞다,” 천사가 대답했다. “넌 그랬어.”

딘은 그를 보고 눈을 깜박였다.

카스티엘이 싱그레 웃음을 지었다. 활짝. 귀까지 걸리는 웃음을. 그의 얼굴에 떠오르는 걸 생전 보게 되리라 생각조차 못 해 보았던 종류의 미소였다. 비웃음도 미소도 아닌 만면에 번지는 웃음을 띠자 그는 방금 옆집 사는 여자애와 진한 한때를 보내고서 동네방네 자랑하러 뛰어가는 건방진 꼬마처럼 보였다.

“그거 잘 어울리네,” 놀란 딘이 말했다. “너 좀 더 웃고 다녀라. 그리고 싸우는 사이사이 농담도 좀 해 주고 그래 보는 게 어때- 넌 항상 너무…” 그는 ‘우울하다’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칙칙하다고,” 그는 잠깐 뜸을 들이고 말을 맺었다.

“나는 인간답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카스티엘은 손을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방어벽을 낮추며 이 그릇의 필멸성을 해방시키는 거지. 그렇지만 내가 또다시 경솔하게 지리적 사물을 망가뜨리기 전에 벽을 다시 세우라고 네가 꼭 일러 줘야 해.”

좋아, 바록 미약하긴 해도 그한테도 농담하는 능력은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내 고막을 터뜨리기 전에 말이지,” 분위기가 가벼워진 것에 감사하며 딘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나저나 너 나한테 차 수리비를 빚졌어. 창문 갈아끼우는 데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었다고.”

“청구서 보내.” 카스티엘이 농지거리를 던졌고 딘은 짜릿한 전율이 등줄기를 달리는 것을 느꼈다.

“아, 네가 이러니까 좋다,” 그가 침대로 다가가며 느물거리며 웃었다.

카스티엘은 일어섰다. “내가 이러는 게 좋은가?” 그는 묻더니 건성인 듯 무심하게 넥타이를 풀었다. 푸른 눈이 딘을 파고들었고 그 순간 다시 그것이, 같은 날 일찍이 샘에게 설명하려고 했던 그 느낌이 덮쳐왔다. 온갖 페로몬과 기타 찌꺼기들이 몸 안에서 폭발하면서, 전신의 원자 하나하나까지도 상대방의 옷을 당장 찢어 버리라고 아우성을 치는 그 느낌이.

갑자기 몇 주만에 다시 살아 있는 기분이 된 그는 씩 웃었다. 사막에 갔던 그 날 이후 처음으로. 카스티엘이 그의 안에서 절정에 달하며 산을 부숴 돌무더기로 만들었던 그 때 이후 처음으로.

“어이 젊은이, 서두르지 말고 성미 가라앉히시지.” 카스티엘이 옷을 마저 벗으러 손을 움직이자 그가 명령했다. 카스티엘은 몸을 굳혔다. 딘은 그의 앞에 서서 천사 특유의 동작을 무의식적으로 흉내내며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너 다짜고짜 그러는 거 아니야.” 딘이 시원스럽게 말하더니 짝의 어깨에서 코트와 재킷을 한참에 당겨서 벗겼고 카스티엘은 팔에서 옷을 잡아빼는 서슬에 비틀거렸다.

“씨발 이제까지 몇 주 동안을 이러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었다고,” 딘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는 카스티엘의 셔츠에 손을 가져가서 단추가 후두둑 떨어지고 손에 잡힌 천이 찢어지는 것을 느끼며 난폭하게 열어젖혔다. 카스티엘이 놀라 숨을 들이켰고 딘은 의기양양해졌다. 그의 마음 한쪽은 옷을 마저 벗기기를 원했지만, 상대의 맨가슴이 눈에 들어오자 하던 일을 계속하려던 마음은 단번에 길을 잃었다. 목구멍 깊숙히 나직하게 으르렁거리고서 그는 한쪽 손은 무명천 안 뒷목덜미로 살그머니 가져가면서 엉망으로 찢어진 셔츠 안으로 다른 손을 넣어 카스티엘의 허리께에서부터 유두까지를 손으로 쓸었다. 카스티엘은 진지하게 그러는 그를 지켜보다가 딘이 엄지로 왼쪽 유두를 비비자 쾌감으로 고개를 뒤로 젖히며 다시 숨소리를 삼켰다. 그러자 목이 드러나며 결후가 도전적으로 돌출되었고, 딘은 자기도 모르게 카스티엘의 목의 튀어나온 부분과 나머지 구석구석까지 혀를 가져가 굴리며 다른 손으로는 그를 사타구니가 닿도록 바싹 끌어당겼다.

“너무 기분 좋아,” 카스티엘이 앓는 소리를 냈고 딘은 이 순간 한층 더 인간다워 보이는 그의 모습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카스티엘의 한 손이 딘의 목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매만지다가 머리카락으로 올라가 파고들더니 머리를 아래로 잡아끌었다. 손은 가슴까지 머리를 끌어내린 후에 떨어졌고 딘은 카스티엘도 아까 유두를 애무받는 게 좋았음이 틀림없다고 짐작하며 혼자 웃었다. 제기랄, 누가 그걸 싫어할까?

그는 셔츠를 한옆으로 젖힌 다음 뜻에 따랐고, 장난스럽게 오른쪽 꼭지를 빨면서 혀에 닿은 유두가 딱딱해지는 것을 느꼈다. 피부에서 소금기가 섞인 맛이 났고 가슴 깊숙한 안쪽에서 카스티엘의 심장이 그가 무슨 죽은 육신을 둘러쓰고 돌아다니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 숨쉬고 있음을 증명하며 두근두근 박동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순간 그들이 처음 만난 밤 카스티엘의 심장을 찔렀던 일이 머리를 퍼뜩 스친 딘은 몸서리가 쳐지는 것을 억누르면서 그가 상처를 냈던 부드러운 피부를 혀로 훑으며 그 자리가 죄책감을 불러일으킬 것이 아무것도 없이 말끔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천사는 치유 능력이 있는 존재였다… 비록 오늘 그는 그들마저도 모든 것에 면역은 아니라는 증거를 목격했지만.

“멈추지 말아 다오.” 어깨를 살며시 잡으면서 카스티엘이 그를 재촉했다. “부탁이니.”

“미안,” 심하게 다쳐 피범벅이었던 아까 전 카스티엘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이 몸을 굳히고 있었음을 비로소 깨달은 딘은 가슴에 입술을 붙인 채로 숨을 토해냈다. 그는 상대편의 등에 댔던 손을 떼고 일어섰고 그 바람에 카스티엘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뭐지?”

딘은 그의 어깨 너머를 건너다 보았다가 시선을 맞추었다. “너 맘의 준비를 해 둬.”

“뭘 하려는…”

딘은 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의 가슴 중앙에 손을 얹고 1미터쯤 뒤의 벽에 부딪힐 때까지 힘주어 밀었다. 카스티엘은 처박히면서 툴툴대는 소리를 냈고- 딘이 생각했던 것보다 심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젠장 그한텐 견딜 만할 거다- 딘이 반쯤 넝마가 된 셔츠를 잡아빼 벗기는 동안 잠자코 서 있었다. 그는 자기 옷도 벗어 침대 위에 내던졌지만 두 사람의 아랫도리는 옷을 입은 채로 놔 두었다. 어쨌든 당장은 그랬다. 그런 뒤 그는 카스티엘에게로 돌아서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위험스러운 미소이길 희망하며 비뚜름한 웃음을 지었다.

“준비됐냐?”

카스티엘은 아무런 대답 없이 딘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고는 드러난 상체로 시선을 내릴 뿐이었다. 그는 손을 뻗어 갈비뼈를 어루만졌고, 간지러워진 딘은 몸을 비틀었다.

“너무도 아름다워,” 마치 그가 바라보는 것이 현실임을 스스로에게 거듭해서 확신시키려고 노력하는 양, 카스티엘은 그들이 함께 할 때마다 말하는 듯한 한마디를 되풀이했다.

다정한 한때였지만, 딘은 그런 다정한 한때를 즐길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몸 위를 배회하는 카스티엘의 손목을 붙잡고 벽으로 밀어붙이고 다른 손도 그렇게 해서 그가 십자가에 박힌 것 같은 자세로 옴짝달싹 못하도록 했다- 비록 성경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많은 부분을 깊이 파헤치고 싶지 않았던 그는 그런 생각이 고개를 드는 순간 곧바로 억눌러 버렸지만. 대신 그는 몸을 구부려 카스티엘의 목을 핥으며 귀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어깨까지 혀를 움직이고는 한쪽 쇄골, 다음에는 반대쪽 쇄골의 선을 더듬었다. 머리를 든 그는 눈을 감고 턱선을, 다음에는 입술을, 다음에는 귓불을 베어물면서 이 남자를 입술과 혀로 지분거릴 때면 느껴지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맛에 취했다. 그는 연인의 흉골을 따라 입맞춤을 뿌리며 양쪽 유두를 씹었고 그러는 와중에 피부에 송글송글 솟아나는 땀을 맛보았다. 카스티엘의 호흡이 점점 빠르고 가빠지면서 입술에 맞닿은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고 희열에 젖은 흐느낌이 딘의 머리가 있는 곳의 위쪽 목구멍에서 흘렀다.

딘은 몸을 더 낮추어 카스티엘의 배꼽 안을 혀로 훑으며 그에 화답한 몸이 몸서리를 치는 것을 즐겼다. 이윽고 천사는 팔을 움직이려 했고 딘은 재빨리 반응하여 허리를 펴서 얼굴과 얼굴을 마주 댔다. “안 돼,” 그가 쉰 목소리로 명령했다. “아무데도 못 가.”

카스티엘이 다시 버르적거렸고, 딘은 손과 온몸을 동원해서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압박하며 다시 벽으로 세게 떠밀면서 그를 힘으로 압도하고 있는 이 상황에 도취했다. 물론, 그는 카스티엘이 원하기만 한다면 능력을 써서 그를 방 건너편에 내동댕이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천사는 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수작이 계속되는 것에 불만이 없는 듯 저항하는 몸부림을 그치고는 딘의 시선을 흔들림 없이 마주보았다.

“좀 낫네,” 고개를 끄덕이며 딘이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할 때까지는 움직이지 마.”

카스티엘은 입술을 핥았다. 무의식적인 행동일지언정 그건 유혹이었지만, 딘은 무시했다. 그에게 입을 맞추는 대신 그는 목덜미에 다시 얼굴을 묻고 어깨죽지의 부드러운 근육을 잘근잘근 씹었다. 카스티엘은 몸을 떨었고 딘은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기로 마음먹고 더 세게 깨물면서 멍이 들 정도로 이에 힘을 주자 상대의 몸이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아아아…” 카스티엘이 숨을 토했고 딘은 그 음성이 은은한 만족감으로 너무나 충만한 나머지 자기 것이 생명력을 되찾고 꺼떡거리는 것을 느꼈다.

딘은 골똘히 그에 대한 생각에 잠겼고 생각은 못된 쪽으로 나아갔다. 그는 절대 통증을 느끼지 않으니까 쾌감과 아픔이 좀 섞여도 그는 흥분만 될 테지. 카스티엘의 호응에 힘입어 그는 왼쪽 가슴께로 얼굴을 움직이고는 고개를 숙여 유두를 이로 물었다. 카스티엘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 참인지 감지한 듯 긴장하며 딘에게 잡힌 손을 달싹거렸지만 딘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신중하게 힘조절을 하며 멍은 들지만 상처는 나지 않을 정도만 맨살을 깨물었고, 그에 응답하는 바라마지 않던 신음이 나직히 들려오자 뒷목에 난 솜털이 오스스 곤두설 정도의 환희에 잠겼다.

“디-딘,” 오른쪽 유두에도 딘이 똑같이 하자 카스티엘이 큰 소리를 토했다. 그는 벽에 기댄 채 몇 센티미터 아래로 미끄러졌지만 딘은 그가 더 내려가지 않도록 몸으로 단단히 눌렀다. 이제는 땀으로 손이 흥건했고 팔이 아프기 시작해서 카스티엘의 손목을 잡은 손아귀 힘도 약해졌지만, 그쯤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하느님 맙소사,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너 변태 꼬마천사구나. 알고 있었냐?” 그는 카스티엘의 맨살에서 끼쳐 오는 열기를 한껏 즐기면서 놀렸다.

카스티엘은 대답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딘은 바로 그 순간 오른쪽 무릎을 다리 사이에 집어넣고 가랑이를 지렛대삼아 그를 사뿐히 위로 들어올렸다. 그 와중에 카스티엘의 물건이 맞비벼지고 있음을 그는 알고 있었고, 카스티엘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자신을 주체 못하고 “아…” 소리만 자그맣게 내뱉었을 때 그가 느끼고 있음을 확인했다.

둘은 다시 같은 눈높이였다. 딘은 무릎을 내리고 사타구니를 자기 것으로 압박하다가 의도했던 것보다 카스티엘의 입술 가까이 입술을 들이대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입을 맞추고 싶지 않았던 그는 뺨을 돌리며 대신 골반으로 상대의 것을 문질렀다. 카스티엘은 그에 반응해 온몸으로 딘을 으스러뜨리려 하며 벽에 붙였던 몸을 휘었지만 딘은 주도권을 놓지 않고 그가 다시 몸을 펴도록 밀었다. 그의 몸을 힘껏 떠밀면서 그는 움직일 때마다  카스티엘에게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식하며 청바지가 물건에 마찰되는 느낌을 즐겼다- 벌써부터 단단하게 발기한 그것이 느껴졌다. 그는 둘의 남성이 나란해지도록 자세를 잡고는 이리저리 비틀면서 여기서 자신이 어느 선까지 나가기를 원하는지 고민해 보았다. 사정까지 간다면 너무 이른 걸까? 그들이 이다음 몇 시간 동안 이것 말고 다른 뭘 하려고 계획했나?

다음 순간 카스티엘이 그를 대신해 답을 주었다. 털끝만큼도 힘들이는 기미 없이 그는 손을 떨쳐내고 고양이처럼 몸을 구부렸다가, 단번에 맞은편 벽으로 딘을 메어꽂아 방금까지 자신이 취했던 바로 그 자세로 꼼짝 못하게 했다. 이 모든 게 워낙 순식간에 벌어져서 딘은 어질어질했다.

좋아, 그러니까 카스티엘은 이제 연극 놀이는 할 만큼 한 모양이었다.

“더 이상은 하지 마,” 위험한 미소를 띤 천사가 그에게 경고했다. “이제 내 차례다.”

“아 젠장,” 다시금 익숙한 기분이, 그가 자신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를 건드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기분이 밀려와 딘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나 카스티엘은 그에게 입맞추는 것 말고는 아무 짓도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고 딘은 거기에 불평을 입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 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맞부딪쳤고 처음에는 그의 입 안에서 다음에는 카스티엘의 입안에서 두 혀는 비벼지고 얽혀들었다. 키스를 정말로 엄청 좋아하네, 딘은 약간 지루해져서 생각했다. 입맞춤이 기분 좋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는 좀 더… 몸을 밀착하는 그런 게 더 좋았다. 그러나 덕분에 성난 분신이 조금 가라앉고 있긴 하니 어쩌면 카스티엘이 이러는 까닭은 그것인지도 몰랐다. 나중을 위해 여유를 두려고.

그렇긴 해도 이것 또한 끝내주게 기분 좋았다.

카스티엘은 입술을 맞댄 채 신음성을 흘렸고 딘은 자동적으로 화답해 신음하며 이 숨결은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취하게 하나 생각했다. 그 때 카스티엘이 갑자기 한 손으로 뺨을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엉덩이를 쥐었고 딘은 그런데도 자기 팔은 여전히 벽에서 뗄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눈을 크게 떴다.

카스티엘이 보이지 않는 힘으로 그를 꼼짝 못하게 얽어매고 있었다.

원시적인 공포가 전신을 뒤흔들었지만-  내면에 도사린 자존심 때문에 카스티엘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는 목구멍에서 짓눌린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참기 위해 잠시 동안 입술을 떼어냈다. “이거 반칙 아니냐,” 곧 다시 입술을 덮친 카스티엘이 그의 말을 끊어 삼키고, 그의 혀와 허파에 찬의 공기 절반쯤까지도 빨아들여 버렸다.

아마 그 때문에 딘의 머리가 어찔해지기 시작한 것이리라. 삽시간에 현기증이 덮쳐 왔다. 먼저 머리가 빙글빙글 돌더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는 카스티엘에게 경고를 하려 했지만 입술을 뗄 수가 없었으며 돌연 코로 호흡하는 숨이 모자라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는 온몸으로 상대를 밀어냈지만 그걸 열렬한 반응으로 오해한 카스티엘이 그를 벽으로 세게 찔렀고, 멈추지 않으면 정신을 잃고 말 거라는 걸 깨닫자 딘은 겁에 질린 소리를 목구멍으로 흘렸다…

그 때 고맙게도 카스티엘이 입술을 떼고 물러났다. 딘의 팔은 털썩 내려왔고, 카스티엘은 팔을 뻗어 쓰러지려는 그를 지탱하고 손으로 겨드랑이를 받쳐 침대 위로 옮겼다. 누운 딘은 천장이 빙빙 도는 것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았다.

“미안하다.” 목이 쉰 카스티엘이 당황스러운 듯 말했다.

“너 키스 한번 지독하게 하네 그래.” 딘은 눈을 비비며 겨우 대답을 했다. 입술이 쓰라렸다.

“널 압도해 버렸군.” 카스티엘이 사과했다. “용서해 다오.”

딘은 풉 웃어버렸다. “상대가 기절할 정도로 찐하게 키스를 할 수 있다고 감정 상하고 그러는 건 내 사전에 없는데. 난 한평생 그런 여자를 찾아 헤맸단 말이야.”

카스티엘이 그의 곁으로 올라오자 침대가 들썩였다. 천사는 살며시 자리를 옮겨서 그의 몸통 위로 엎드리고는 팔꿈치로 턱을 괴었다. 눈을 뜬 딘은 카스티엘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그를 골똘히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난 괜찮아,” 그가 약속했다. “그냥 잠시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야.”

카스티엘은 딘의 팔로 시선을 내렸다. 그는 왼팔을 잡더니 팔뚝을 어루만지며 플래그스태프에서의 일로 생긴, 딘의 흰 피부에 아직 벌겋게 곪아 있는 가느다란 흉터를 매만졌다. 손이 닿자 딘은 전율했다. 몇 주 묵은 상처였기에 아프지는 않았는데도 카스티엘이 너무 예민해 손을 타면 안 되는 것을 만지작거리기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상대가 오른팔도 들어올려 손가락 끝으로 흉터를 더듬자 숨이 턱 막혀 왔다.

그러더니 카스티엘은 흉터에 입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혀가 오래된 상처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정하게 쓸어내렸고, 딘은 맹세코 이 같은 느낌은 난생 처음이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흉터가 육신을 여는 통로가 되어 혀가 그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맙소사,” 그느 카스티엘의 품안에서 몸을 뒤틀며 헐떡였다.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야?”

“넌 뭐라고 생각했지?” 현답을 한 카스티엘은 딘의 어깨에 난 손자국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딘은 뻣뻣하게 굳었다. 그가 옳았다. 카스티엘은 그의 영혼에 묶인 것이었다. 그들은 이어져 있었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강하게 접속되었다.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너무나 강렬해서 거의 오르가슴과도 같았다. 잠시 동안 그는 정말로 자신이 사정한 줄 알았다. 비단 성적 쾌감뿐만이 아니라- 이건 그보다 순수한, 태어나 살며 경험했던 모든 희열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인생 최대의 기쁨이었다. 그는 한 학기 동안 살았던 시골 마을에서 새미가 축구 경기 결승골을 넣는 장면을 지켜보던 뿌듯함을 느꼈다. 그는 짐 목사님의 낡은 티비로 '아이 러브 루시'의 옛날 에피소드를 보며 껄껄 웃고 우시던 아버지를 보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 오랫동안 지저분한 침상 위에서 미동도 없던 샘이 다시 무사히 살아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땡땡이를 치고 플로리다 탤러헤시에서 열린 메탈리카 콘서트에 간 열네 살짜리 아이였고 'Enter Sandman'으로 공연이 막을 열자 기쁨에 벅차 있었다. 그는 어머니를 얼싸안고서 제스와 약혼 발표를 하는 샘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헐떡거리면서 얼른 카스티엘의 손에서 팔을 치웠다. 이건 너무 버거웠다. 눈앞에서 너무 많은 영상이 번쩍거렸다. 자신이 이걸 전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잘 알 수 없었다. 마치 하드가 꽉 차서 뻗기 직전이 된 컴퓨터가 된 기분이었다.

“딘?”

“난 괜찮아,” 그는 고개를 돌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냥… 생각을 좀 정리하는 중이야.”


카스티엘은 잠깐 동안 자기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더니 딘의 손가락 사이에 손을 끼워 깍지를 꼈다. “내가 계속해서 널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는 모양이군.”

딘은 호흡을 가라앉히려 숨을 들이마시고 간신히 킬킬 웃었다. “아, 걱정 말라고. 심한 걸 할 시간은 이따 충분하게 있을 테니까.”

그는 머리카락 사이에서 뭐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카스티엘이 그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올려다 보았다. 천사는 울고 있었다.  

“어이,” 그는 깜짝 놀라서 침을 꿀꺽 삼켰다. “왜 그래?”

카스티엘은 눈물을 닦아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딘을 내려다보며 미소만 지었다. “'Enter Sandman'은 진실로 훌륭한 노래구나.”

딘은 입을 쩍 벌리고 그를 보았다. “너 그걸 다 봤어?”

“그래. 경이롭더군."

딘은 그 일에 대해 생각했다. “왜 나는 너한테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지?”

“그건 그런 식으로 작용하지 않아. 그리고 설령 그리 된다고 해도, 우리가 사물을 경험하는 방식은 네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생소할 거다.”

그를 찬찬히 들여다보던 딘은 그의 눈동자에 감도는 낯익은 슬픔을 목격했다. 상실감, 공허감, 가져갈 추억 하나 없이 자기 것이 아닌 삶을 스치는 존재. 딘의 기쁨을 경험한 것이 그에게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도 당연했다. 그는 손 안에 들어온 카스티엘의 손을 힘주어 잡고 다른 손으로는 뺨을 쓰다듬으면서 엄지손가락으로 물기를 닦아내 주었다.

“뭐 하나 알려 줄까?”

“뭐지?”

“네가 메탈리카 팬이란 걸 알고 나니 네가 더 좋아졌어.”

카스티엘이 소리내어 웃었다. 티 하나 없는 웃음을. 그가 머리 등등을 뒤로 젖히며 웃자 웃음소리가 방을 울렸다. 웃음이 그치기 전에 그를 안으려고 벌떡 일어나 앉아 달려든 딘은 아플 정도로 그를 꽉 끌어안는 스스로에게 놀라면서 팔에 힘을 주었고, 그들은 오랫동안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딘은 카스티엘이 어깨에 머리를 묻고 울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젠장 딘 자신도 가끔씩 그렇게 울지 않는 것도 아니니 이상할 건 없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말이다.

얼마 뒤 그는 카스티엘이 그에게 몸을 바짝 누르며 부드러운 입술을 목덜미에 떨구는 것을 느꼈다. 이제부터가 바로 그것임을, 끝임을, 다음 몇 분 동안 그들이 할 행위가 일생 그들에게 있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그는 눈을 감고 그 감각을 만끽했다. 딘은 연인의 머리카락을 말아쥐고 살며시 장난스럽게 뒤로 머리를 젖히고서는 얼굴 앞까지 당겼을 때 멈추고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한 가지만 물어 보자,” 그가 물었다. “천천히 부드럽게 하고 싶냐 아니면 빠르고 거칠게 하고 싶냐?”

어느덧 다시 보송해진 카스티엘의 눈이 대답을 담고 반짝였다.

“좋아,” 딘이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하는 신호였다. 그 뒤 만사가 얼마쯤 쓰레기통으로 내팽개쳐졌다. 물론 문자 그대로 그랬다는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딘은 카스티엘을 침대 위에 쓰러뜨리고 찢다시피 바지를 벗겨내는 한편 자기 옷도 힘들게 벗었다. 그들은 카스티엘이 갑자기 매트리스로 엎드리고 딘이 그의 다리 위에 걸터앉아 있는 자기 모습을 깨달을 때까지 몇 분 동안 반쯤 벗은 옷과 침대보와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다. 그는 몸을 굽혀 자기 성기로 상대의 맨 엉덩이를 간지럽히며 손으로는 꿈틀대는 카스티엘의 맨등을 마치 안마하듯 더듬었다. 그는 따스하고 촉촉한 살을 주무르는 한편 등골을 따라 흘러내리는 입맞춤을 하며 카스티엘이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화답하여 작게 내는 신음성을 들었다.

그러고 나서 충분히 오래도록 미뤄 왔다고 생각한 그는 아무리 억지로 힘을 가하든 카스티엘은 필시 즐겨 낼 것이라는 사실에 용기를 얻으며, 마침내 일생 동안 단 한번도 하지 않았던 행위를 했다. 그는 손에 침을 뱉어 딱딱해진 음경에 문지른 다음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삽입하면서 아래에 깔린 연인의 몸이 긴장하며 떨리는 것을 의식했지만, 카스티엘은 어깨의 근육에 단단하게 힘을 주어 침대보를 그러쥐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딘은 자기가 제대로 하고 있나 같은 걱정은 하지 않고 더 깊이 밀어넣었다.

그가 내게 넣을 때 나도 이런 모습이었나 궁금하군- 딘은 생각했지만 곧 흠 하나 없이 순전하게 자신의 남성이 조여지자 크게 욕설을 뱉고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극치의 희열이었다. 이렇게나 완벽하고 합당한 것을 일생 안 적이 없었던 나머지, 그는 시험삼아 찔러 넣어 보며 재확인을 했다. 그랬다, 이건 더없이 굉장한, 삽입받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그는 더 깊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불꽃을 일으키는 지점을 찾아내서 카스티엘에게도 같은 쾌락을 선사해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는 상대의 골반에 손을 넣고 들어올려 가까이 당기면서 더디게 안쪽을 고, 갑자기 홱 몸을 튼 카스티엘은 앓는 소리를 내며 딘의 이름을 더듬더듬 불렀다.

좋았어, 터치다운이다.

한 손은 계속 카스티엘의 배에 올려놓은 채 다른 손을 내려 중심을 움켜쥔 그는 그의 것이 이미 준비 완료 상태로 뜨겁고 단단해져 있음을 알았다,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는  그것을 길이대로 따라 훑으면서 스스로의 테크닉을 마음속으로 자찬했고- 어쨌든 자기 분신은 제외하면 오늘 처음 해 보는 행위 아닌가- 카스티엘의 엉덩이에도 리듬을 맞추어 펌프질을 시작하여 낮고 숨막힌 헐떡임을 연인에게서 자아냈다. 몇 분 동안 그는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더 안으로 좀 더 깊이 밀어넣었고 페이스를 찾아가는 사이 카스티엘은 가느다랗게 “박아, 박아, 박아, 박아…”쾌락과 고통이 뒤섞인 애련한 신음을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불경스러운 말이 천사의 입에서 흘러나온다는 사실에 한층 더 흥분된 그는 젖먹던 힘까지 모두 쥐어짜낼 셈으로 힘껏 찔러넣었다. 그의 손은 땀에 젖었고 카스티엘의 것에서 배어난 액체가 손가락에 방울지며 그에게 상대가 절정 직전임을 경고했다. 딘은 그와 함께 사정하고 싶었고 그 소원은 이루어질 성싶었다.

카스티엘이 그의 이름을 또 한번 불렀고, 딘은 돌연 뜻밖의 행동을 했다. 그는 천사의 어깨의, 자기 팔에는 손자국이 나 있는 바로 그 위치에 한 손을 올려놓고 마음과 몸을 한껏 다해 세게 눌렀다. 그는 자신이 왜 그랬는지 영문을 몰랐지만- 카스티엘이 내가 이러도록 유도한 걸까?- 돌아온 반응은 놀라웠다. 카스티엘은 깔린 채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고, 움직임으로 근육이 긴장하며 성기를 조이자 그는 내부로 너무 많은 황홀감이 치달린 나머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다음 순간 그는 가진 모든 것을 방출했다. 감각에 정신없이 빠져든 나머지 이번엔 아무런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으며 카스티엘이 화답하여 그의 손에다 자기 것을 쏟아내는 것도 아득하기만 했다.

끝이 났을 즈음 그는 쓰러져서 카스티엘의 등에 얼굴을 묻고 1.6km를 4분 안에 막 주파한 사람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카스티엘은 일이 분 정도 가만히 기다리다가 그의 아래에서 꿈지럭거리며 딘을 살며시 침대 위로 굴려보냈다. 딘은 계속 눈을 감은 채로 전신을 울리는 황홀감에 흠뻑 잠겼다. 이건 굉장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장대하고 어마어마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오직 포르노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섹스였다- 함께 절정에 도달하고, 마치 두 사람이 하나로 융합한 것처럼 너무나 뜨겁고 만족스러운 행위- 가슴이 끈으로 졸라맨 것처럼 억죄어들었다. 제기랄 맙소사… 어떻게 내가 이런 걸 포기할 수 있단 말이야?

손가락이 속눈썹을 더듬었고 그는 눈을 떴다. “어이.”

“어이,” 카스티엘이 말했다. 땀에 젖은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머리는 마구 헝클어져 텁수룩했다.

딘은  뺨에 한쪽 손을 가져가서 섬세한 손가락 끝으로 까끄럽게 돋은 억센 수염 자국을 매만졌다. “아름답다,” 손가락 하나를 카스티엘의 입술에 붙이고 그가 말했다. 그를 그렇게 부르는 건 묘하게 느껴졌지만, 이제 그는 왜 이 말이 천사가 그에게 가장 즐겨 하는 말인지 얼마쯤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눈에 비치는 이 모습을 다른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카스티엘은 손가락을 살짝 물었다. 그렇게 장난스러운 행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눈동자에 깔린 무거움이 딘은 싫었다.

“너 이번엔 아무것도 부수지 않았군 그래.” 그는 방안을 두루 살펴보았다. “지구는 움직이지 않았어.”

“그래.”

“어째서지?”

대답 대신 카스티엘은 몸을 움직여 딘에게 그의 왼팔 윗부분이 보이도록 했다. 잠시 동안 딘은 그가 무얼 보고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윽고 완전히 충격에 휩싸여 벌떡 일어나 앉은 그는 카스티엘의 살에 새겨진 손자국에 주저하며 손을 뻗었다.

“이게 대체… 내가 이랬어?”

“네가 했다.” 카스티엘은 성이 난 것처럼도, 괴로운 것처럼도, 기쁜 것처럼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뜻 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충격을 받은 딘은 휘파람을 불었다. “대체 이건 뭐야?”

“보호막이야. 네가 나로 하여금 벽을 깨고 나오지 않도록, 너를 해치지 않도록 막았다. 현실에 잡아매 준 거지.”

딘이 얼굴을 찡그렸다. “이해가 안 되는데.”

“괜찮다, 딘.” 카스티엘은 딘에게 있는 손자국에 손을 대었고 그는 전신에 찌릿하게 퍼지는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비록 이번에는 이전에 느꼈던 희열은 없었지만 말이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이거 아팠어? 내가 널 아프게 한 거야?”

“아니야.”

딘은 그와 눈을 맞추었다. “너네들한텐 내가 이해 못 할 구석이 너무 많구나.”

그 때 카스티엘은 시선을 내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가야 해. 호출을 받았다.”

딘은 침묵했다.

카스티엘 역시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는 팔에 올려놓았던 손을 떼더니 딘의 손으로 가져가 살며시 잡았다.

“난 못… 차마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캐스.” 마침내 입을 연 딘은 갈라지지 않은 목소리를 낸 스스로가 좀 자랑스러웠다.

“넌 괜찮을 거다, 딘 윈체스터.”

“그래서 뭐야, 다음번에 만날 때 우리는 이런 게 처음부터 없었던 척 굴어야 되는 거냐? 우리가 서로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 척하면서?” 그의 시선이 천사의 어깨에 난 손자국에 머물렀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시선을 외면한 카스티엘이 침을 삼키자 결후가 움직거렸다. “너는 세상의 끝을 보았어. 그것이면 마땅히 동기가 되기에 충분할 테지.”

딘은 낙담과 절망과 슬픔에서 우러난 분노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지만 꾹 참았다. 아무 소용 없을 터였다. 그리고 그는 카스티엘이 화를 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카스티엘은 이미 방어벽을 두르고 한 겹 떨어진 상태였고 딘은 그가 딘이 그를 거슬리게 할 때면 즐겨 사용하는 냉정한 말투를 일부러 쓰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럼 이러면 어때?” 끝내 딘은 말했다. “우리가 종말이 오는 걸 막아내고, 릴리스와 루시퍼가 먼지로 사라지고 세상이 문제라고는 처음부터 없었던 양 멀쩡하게 돌아가게 되면. 그 때는 어떻게 되지? 그 때도 우린 만날 수 없는 거야?”

카스티엘은 잠자코 움직이지 않았고 딘은 그의 팔에 손을 올려놓았다. “이봐, 대답해.”

“난 호출을 받았다, 딘.” 카스티엘은 다시 말하고는 일어서며 등을 돌렸다. “부디 네 임무를 기억하길. 네가 이미 얻은 것 이상을 더는 내게 요구하지 마라.”

“카스티엘, 너…”

…그리고 별안간 딘은 제대로 옷을 입고 환한 햇빛에 둘러싸여 다른 침대에 누워 있었다. 햇살이 눈을 찌르는 서슬에 주춤하고 내리쬐는 빛살을 피하려 돌아누우며 그는 자신이 이타스카 국립공원 안에 있는 샘과 함께 빌린 방으로 돌아왔음을… 그리고 카스티엘이 가버렸음을 알았다. 환경이 바뀐 충격으로 그는 오싹 몸서리를 치며 눈을 꽉 감고서 주변에 다시 적응하는 동안 심호흡을 크게 들이마셨다.

“형!”

그는 욕실 문 앞에 선 샘이 어리벙벙한 경악과 안도를 얼굴에 뚜렷하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 보일 만큼만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내가 얼마나 자리를 비운 거야?”

“일어나 보니 형이 없더라고. 어딜 다녀온 거야? 어떻게 소리 하나 없이 방 안에 다시 돌아왔어?”

딘은 그에게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두 번 다시 카스티엘의 이름을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어디에 가서 울고 싶었다. 어이가 없는 충동이었다, 그건 딘 윈체스터가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머니까. 그는 언제나 싸웠다, 힘이 다해 더는 싸울 수 없을 때까지 싸웠다. 그것이 바로 윈체스터 가문이 소중한 것들을 위하는 방식이었기에.

그러나 가끔은, 이길 방도가 아무것도 없는 경우도 존재했다.

“카스티엘과 함께 있었어.” 그는 마침내 말했다. “이젠 다 끝이야.”

샘은 한숨을 지었다. 그는 한숨 소리에 섞인 안도감을, 감사를 느꼈다.

“이제 걱정은 그만해도 돼,” 그가 말을 이었다. “천사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임무를 수행할 거야.”

침묵이 흐르다가, 그는 샘이 그의 등뒤 머리판에 기대어 걸터앉자 침대가 들썩이는 것을 느꼈다.

“괜찮아?” 그가 물었고 딘은 그 걱정 가득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울컥 치밀려고 했다. 걱정이라니 놀라운 일이었다, 정말로. 왜냐 하면 샘은 그와 카스티엘의 사이를 내키지 않아 했으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그는 형의 기분이 어떤지 이해하고, 필요한 바로 그 말을 해 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울지 않았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우두커니 방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난 괜찮아.” 참말에 가깝게 들리도록 노력을 쏟으며 그가 말했다. “그렇지만 피곤하다. 좀 자야겠어.”

“알았어.” 샘은 수긍하지는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 “난 그럼, 어, 밖에 좀 있다 올까? 형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그래라.” 딘은 가만히 대꾸했다.

샘은 움직이지 않았다.

딘은 잠시간 기다린 다음 비꼬았다. “내가 나가 있는 사이 텔레포트하는 법을 배운 게 아니라면 아무래도 너 아직 아무데도 안 간 것 같은데.”

“정말 미안해, 형.” 샘이 나직하게 말했다. 손이 다가와 그의 팔을 세게 쥐었다. 비록 소맷자락에 가렸지만 그 자리는 카스티엘이 그에게 손자국을 남긴 바로 그곳이었다. 손이 닿자 오싹 몸서리가 쳐지는 것을 딘은 간신히 참았다.

“고마워.” 그는 대답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샘이 나간 후로 그는 그다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 ~ ~




에필로그


~ ~ ~


딘은 미래에서 교훈을 얻었군, 잘 된 일이야. 카스티엘은 생각했다.


그는 자신을 고립시키고 짐짓 카스티엘의 시선을 피하면서, 샘으로 하여금 그와 직접 볼일을 보게 두고 무언가 의견을 달리하는 것이 있을 때만 토의에 끼어들게 되었다- 그런 상황은, 그가 딘 윈체스터였으므로 무척 자주 일어나곤 했다.

샘은 이제 동정 어린 눈으로 카스티엘을 보았다. 한편 우리엘은 전연 그에게 눈길을 두려 하지 않았고, 그가 딘과 볼일이 있을 때면 질색하는 역겨움을 어렴풋하게 눈에 비추곤 했다.

카스티엘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은 싸웠고, 이겼지만, 그러면서 얻은 손실은 비록 형제들은 감내하고 수용하는 듯해도 그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꺼지는 인간의 생명 하나하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에게는 그럴 눈물이 없었다. 그는 죽은 줄 알았던 이가 살아날 때마다 소리내어 웃고 싶었지만, 그 안에 그런 소리는 이제 없었다.

그의 영혼에는 손자국이 새겨져 있었지만 그걸 만든 이는 그의 참된 모습을 볼 수도, 참된 음성을 들을 수도, 심지어 눈동자를 통해 전해 주려 하는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는 딘이 그를 보기를, '진정한' 그를 볼 수 있기를 염원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운명이었다.

그럼에도, 비록 상대에 의해 보답받지 못한다 해도 우주에 사랑이 더해지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비록 사랑이란 본디 이렇듯 나누어 줄 때마다 가슴을 저미는 것인가 의문스럽긴 했지만, 카스티엘에게는 내어 줄 사랑이 넉넉했다. 물론 그런 경험이 자주 있었던 건 아니었다. 두 번은 불멸의 존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과했던 것이다.

시일이 흐르는 동안, 그는 고독에마저도 다시 익숙해졌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하느님 또한 사랑이심을 기억하는 것이었다. 그는 아버지를 사랑할 수 있었고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해 주시니, 이제 카스티엘에게 그것이면 충분해야 했다.

그에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후편: 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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