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13/13)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작가: November E. Snowflake 창작일: 2005/5/9 등급: PG-13 페어링: 해리/드레이코, 지니/통스, 론/헤르미온느 권리포기: 이 등장인물들이 내 소유였다면 얼마나 멋졌을까. (으...) 요약: 호그와트 졸업 후 전쟁으로 찢겨진 시기에,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작가의 말: 검토를 맡아 주신 멋진 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동안 이 글을 읽으시고 저를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년 반 전 이 글의 시작부터 있어 주셨던 분들께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가없는 인내력에 한없는 감사를 드려요. 기다리신 보람이 있는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
1장
13장: 내일
시간은 추억의 리본을 짜서
젊음이 떠난 후의 삶을 달콤하게 하죠,
하지만 나는 추억 따윈 필요없어요
당신과 함께 이 삶을 나눌 수 있다면.
—스티븐 슈왈츠, “당신과 함께(With You)” (뮤지컬 '피핀' 중에서)
비록 말포이는 모르고 있었지만 말포이가 얻은 아파트는 역시나 해리의 집 근방에 있었다.
두 달간 일을 쉬고 났더니 이제 오러 제복이 거의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그래도 마치 부상으로 한동안 출전하지 못하다가 다시 빗자루에 올라타는 것인 양 이상하게도 변함없이 편안했다. 퀴디치 출전 같은 고양감은 없지만 그래도 좋았다. 자신이 도전을, 하다못해 따분한 일과마저도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이전엔 미처 몰랐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흘렀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론이 깨어나고부터는 거의 두 달, 드레이코 말포이가 퇴원하고부터는 6주일, 공소가 취하되고 드레이코 사건이 마침내 종결된 이후로는 2주일이 지났다.
마법부는 헤르미온느와 리무스가 끼어들어서 차분하고 조리 있게 변호하고 말포이가 죽음을 먹는 자들과 적대하며 해리를 보호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죽음을 먹는 자 중에서도 그 같이 공인된 거물을 무죄방면할 의사는 없었다. 끝내 재판부는 넉 달간 병원에 갇혀 있었으니 어쨌든 죗값은 치른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에 마지못해 동의했다.
정직 기간 동안 해리와 통스는 매 주 만났는데, 겉으로는 술을 마시자는 핑계였지만 주는 해리는 말포이에 관한 정보를 캐내고 통스는 지니에 대해 정보를 캐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비록 해리와 지니가 조심스럽게 화해를 하긴 했으나 해리도 스스로에게 내리는 처벌 삼아 종적을 감추기로 한 지니에 대해 모르는 건 통스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그래도 통스는 항상 상냥했고 해리가 말포이 사건에 대해서만 정보를 찾아도 절대 얼굴색을 바꾸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예언자 일보>가 모르는, 혹은 보도하지 않는 내용을 말해 주었다. <예언자 일보>는 말포이가 석방되는 순간부터 스토킹을 하는 듯하다는 것, 말포이 저택에 이제 말포이는 거기에 살지 않고 통스의 주장에 따르면 두 번 다시 돌아올 마음이 없는데도 죽이겠다는 협박문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 등등.
사실 요즘 말포이가 머글 틈에 숨어 살고 있는 것도 별로 놀랍지 않았다.
마법부가 말포이의 공소를 취하한 공판까지 듣고 나니 많은 의문의 답을 알게 되었다. <예언자 일보> 기자는 출입 허가를 받지 못했기에 대부분의 기사는 흥미 본위의 추측이었다. 그러나 통스는 해리에게 진실을 말해 주었다—비록 호그와트의 마지막 학년을 거치며 회의가 들긴 했지만(이 대목에서 통스는 해리를 수상한 눈으로 보았다) 말포이는 죽음을 먹는 자에 가입한 건 자의였음을 한 번도 부정하지 않았다는 것. 말포이는 헤르미온느가 정보 요원이라는 소문에 그녀에게 통신 주문을 걸었다는 것과 최소한 그녀가 절대 죽음을 먹는 자를 지지할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 죽음을 먹는 자들의 방식과 임무에 혐오감이 커지던 중 루시우스가 키스를 당한 일이 마지막 끈을 끊어버렸다는 것. 그는 해리 포터에게 해를 끼칠 의사가 조금도 없었고 사실 생명을 바쳐서 그를 지킨 거나 다름없다는 것. 리무스가 그 주문에 대해 설명하고 증거로서 사진과 도표를 허공에 그려낸 후에 말포이의 흉터를 본 마법부 관리들은 외경심을 가졌다고 통스는 말했다. 해리 자신도 증인으로 소환되었지만 정직 중이었던 탓에 다른 공판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는 현장을 급습했던 그 밤에 대한 질문에 냉정하게 대답했고 지난 학생 시절 말포이가 정말 어둠의 편에 충성하는지에 의혹을 품었는가 여부에도 대답했지만, 너무 깊은 곳까지 대답을 재촉받지는 않았고 말포이와의 관계가 본질적으로 무엇이었는지 명확하게 말하라는 요구도 없었으며 해리도 자청해서 더 말하지는 않았다. 말포이는 해리가 질문을 받는 동안 그 자리에 있었으나 두 사람의 눈은 말포이가 무표정하게 눈길을 돌릴 때까지 아주 잠깐 마주쳤을 뿐이었다. 그 후로 해리는 그를 보지 못했다.
말포이 사건은 비록 종결되었지만, 연줄이 닿는 오러가 이전에 수사 대상이었던 마법사의 집 주소를 알아내는 건 누워서 떡먹기이기 마련이었다. 아니 최소한 일반적인 경우엔 그럴 터였다. 그러나 말포이에 대해 파헤치는 것은 유달리 까다로웠다.
헤르미온느의 사무실에서 차분하게 바라보는 그녀를 앞에 두고 해리는 서성대면서 고함을 쳤다. 책상에 가지런히 놓인 헤르미온느의 손에서는 론의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그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가 격분해 외쳤다. "마치 지상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만 같다고!"
“왜 그를 찾으려는 건데?”
질문에 놀란 해리는 우뚝 멈춰섰다. “그냥—보고 이야기를 좀 하려고—그가—”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자 그는 말을 중단하고 입을 다물었다.
“말포이한테 또다시 주먹질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당연하지!”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뜬 채였다. “약속할 수 있어?”
“그래, 그래. 약속해.” 그녀의 눈빛을 깊이 살피던 그는 무언가를 보고 책상으로 다가갔다. “헤르미온느,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거야?”
그녀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그를 마주 응시했다.
“헤르미온느,” 그가 말했다. “부탁이야.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면 말해 줘.”
“드레이코 말포이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묻는 거야?” 그녀는 천천히 분명하게 물었다.
“그래, 난—” 그는 고개를 흔들고 뒤로 물러섰다. “맙소사, 너도 모르는 거구나? 제기랄—”
“말포이는 피델리우스 마법으로 숨어 있어.” 그녀는 그를 차분히 응시하면서 말했다.
그는 몸을 굳혔다. 가슴 속에서 희망이 사그라지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그렇다면 난 평생 그를 찾기 못하겠군,” 그의 목소리는 이 순간 그의 마음과 똑같이 공허했다. “씨발. 그가—씨발!” 그는 휙 몸을 돌려 벽이나, 다른 뭐라도 후려치려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의 비밀 파수꾼은 나고.” 말을 이은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입을 쩍 벌리자 설핏 웃었다.
그녀가 이것을 밝혔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여전히 영문 모를 일이었다. 그는 그녀가 절대로 신뢰를 배신할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었고 피델리우스처럼 신성한 마법이라면 특히나 더 그랬다. 그러나 그는 호의로 얻은 선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고 싶지 않았던 데다- 불공정한 수단이나 영향력을 쓴다거나 정보를 얻으면서 '죽음 직전에서 막 돌아온 그녀의 약혼자'의 방해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건 어쨌거나 안심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이곳에 온 것이다.
문 밖에만 서 있어도 아파트에 걸린 보안 주문이 느껴졌다- 아주 미묘해서 머글 대부분은 존재하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할 미세한 진동이 은연중에 감지되었고- 그는 나무문 불과 몇 센티 앞에 손등을 둔 채 잠시 동안 주저했다. 지난번 말포이의 집에 갔을 때, 그는 난동을 피우다 병원에 실려왔고 절친한 친구는 죽을 뻔했다. 지난번 말포이와 말을 주고받았을 때, 그는 그 남자를 물리적으로 공격하다 끌려나갔다. 이 자리에서 말포이가 그에게 저주를 퍼붓지 않기만 해도 행운일 것이다.
용기를 다지면서 그는 세 차례 노크를 했다.
따분한 듯 문을 여는 말포이에게서는 해리가 예상했던 놀라움도 분노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팔짱을 끼고 문설주에 몸을 기댔다. “포터.”
“말포이,” 해리가 말했다. 뭔가를 헤아려 보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서늘하고 창백하고, 변함없이 너무나 앙상한 그를 보자마자 그의 머릿속 모든 것은 깡그리 날아가 버렸다.
“그레인저가 너에게 내가 있는 곳을 말해 줄 줄 알았지.”
“난—맞아, 그렇지만—헤르미온느는—내가 억지를—”
말포이는 손을 내저어 말을 끊었다. “그레인저에게 너한테 알려줘도 괜찮다고 말해 두었어. 네가 먼저 묻는 경우에 한해서.” 말포이의 눈이 그의 눈을 마주했고 그 속의 불안하고 초조한 빛을 본 해리는 자세를 바로 했다. 말포이는 시선을 외면하며 어깨를 약간 으쓱했다. “네가 정말 물을 거란 생각은 안했지만 말이지.”
해리의 마음 속 무언가가 세게 뒤틀렸다. “내가 돌아갔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아!” 말포이는 앞뒤 생각 없이 해리를 향해 팔을 뻗을 듯하다가 멈칫하더니 눈을 깜박이며 손을 내렸다. “그러니까—네가 있고 싶다면 말이지. 난…별로 네가 날 다시 만나고 싶어할 거 같지 않은데.”
“널 만나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해리가 고집스레 말했다. “난—” 그는 잠시 시선을 외면했다가 다시 말포이를 보았다. “너 이제…괜찮아?”
“죽음의 표지가 새겨진 전직 죽음을 먹는 자 치고는, 그렇다고 봐야지.”
해리가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 “내 말은 그게—”
말포이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농담은 집어치우고 말하자면 난 괜찮게 지내. 기억은 백 퍼센트 돌아왔지. 심신의 문제로 잃은 기억,” 그는 마치 낭독하는 것처럼 똑똑히 말했다. “정신적 외상에 따른 반응.” 그가 냉소했다. “너희 그리핀도르들은 항상 내 머리가 이상하다고 말했었지. 그걸 증명해서 참 기쁘겠군.”
해리는 미끼를 물지 않았다. “그리고…다른 건?” 그는 막연하게 자기 가슴을 향해 손짓했다.
“결국 나을 만큼은 나았지.” 말포이가 이죽대며 웃었다. “이제 우리 둘 다 남자답게 흉터를 자랑할 수 있겠군 그래.”
“그래서 그 흉터 말인데,” 해리는 억척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게 뜻하는 게 네가 맞은 주문이—”
“아마도 벨라 이모의 살인 저주겠지, 맞아. 입증의 요점이었지.”
해리가 숨을 들이켰다. “말포이, 네가 내 생명을 구한 거구나.”
말포이는 얼마 동안 안절부절하며 말이 없다가, 다시 한숨지었다. “이봐, 포터, 그걸로 자만하려거든—”
마음속의 무언가가 짓밟힌 듯한 느낌에 해리는 그를 때려눕히고 싶었지만 헤르미온느와 한 약속을 다시 떠올렸다. "꿈도 안 꿔.” 그가 쏘아붙였다.
말포이는 해리를 집안으로 들이지도 내보내지도 않았다. 상처받고 바보가 된 기분이 된 해리는 아래만 내려다보며 뒤숭숭한 마음으로 문 밖에 서 있었다. 말포이가 그를 구석구석 뜯어보는 시선이 피부로 느껴졌고 어디서부터 무언가가 잘못된 듯한 느낌이었다. “어.” 마침내 해리가 말했다, “그래도 넌—날 구하기 위해 널 희생하려고 나섰던 거잖아?”
말포이는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모두가 판단력이 부족해서 실수를 저지르곤 하지.”
“아,” 해리는 이 말만 하고는 차마 말포이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눈을 내렸다. 오지 말 걸 그랬어. 맙소사, 그딴 억측을 했다니—나는 정말이지 멍청이야—
“포터 너, 본래부터 이 정도로 멍청했었나?” 말포이가 그의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읊어 주는 바람에 고개를 쳐든 해리는 역겹다는 표정을 지은 말포이의 얼굴을 보고 거의 움찔할 뻔했다. 그러나 더 유심히 들여다보자 그는 말포이의 눈이 거의—온기를 띠고 있음을 보았다.
"난—” 해리는 목을 가다듬고 기회를 붙잡았다. “그 세월 내내 네가 그렇게 내가 멍청하다고 쉴새없이 주장하는 말을 계속 들었다면 나도 수긍할 뻔했지.”
말포이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지만, 해리에게는 그가 미소에 아주 근접한 표정을 지은 것으로 보였다. “지당한 말이군.”
다시 말을 꺼내는 해리의 심장은 거세게 두방망이질쳤다. “그럼 네가 정말로—그러니까, '살아남은 소년'이니 하는 것들 때문만이 아니라—날 위해서 그렇게—?”
말포이가 시선을 외면했다. “그래.” 그는 대답하고서는 눈을 들어 해리와 다시 시선을 마주쳤고 해리는 평생에서 가장 큰, 날아오를 듯한 희망을 느꼈다.
편지봉투가 눈앞의 희박한 공기를 가르고 나타나자, 반사적으로 집어든 그는 봉투에 마법부 경찰국 인장이 찍혀 있고 자기의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 욕설을 내뱉었다. “나—미안하다.” 그는 봉투 주둥이를 엄지로 훑으며 중얼거렸다. 대화에 방해물이 끼어든 것에 짜증이 났지만 마법부가 하찮은 일로 순간배달 주문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목전에 패배가 닥쳤음을 느끼기 시작한 볼드모트가 공격을 확대하고부터는 특히나 그렇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영국의 마법 세계 거주민은 예외 없이 날카로운 상태였고, 그게 당연했다. “씨발.” 해리는 편지를 읽으며 한마디를 내뱉고는 고개를 들어 다시 말포이와 눈을 마주쳤다. “가야겠어.”
말포이는 무표정해졌고 해리는 마음속으로 다시 욕설을 뱉었다. “그렇군,” 신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눈에 띄게 뒷걸음질치며 말포이가 말했다. “당연히 그렇겠지.”
생각하기도, 따져 보기도, 역효과를—이런 제안이 먼젓번에 어떤 나쁜 결과로 끝났는지를 떠올려 보기도 전에—해리는 말포이의 손을 낚아챘다. “이봐, 말포이—내일 보자, 알았지?”
해리의 말을 들은 말포이는 손을 움찔하며 불쾌한 기색이 뚜렷한 눈으로 해리의 눈을 골똘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이윽고, 무언가가 빛을 발하며 그의 눈 속에서 서서히 솟아올랐고 말포이는 붙들린 손으로 해리의 손을 마주 쥐었다.
“좋아.” 입가에 미소를 띠며 그가 말했다. “내일.”
-끝-
후편: 동틀 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