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1일 월요일

[내일 02][해리/드레이코]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또 내일 - 12장: 숨겨진 심장


제목: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12/13)
작가: November E. Snowflake
창작일: 2005/5/9
등급:PG-13
페어링: 해리/드레이코, 지니/통스, 론/헤르미온느
권리포기: 이 등장인물들이 내 소유였다면 얼마나 멋졌을까. (으...)
줄거리: 호그와트 졸업 후 전쟁으로 찢겨진 시기에,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작가의 말: 검토를 맡아 주신 멋진 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동안 이 글을 읽으시고 저를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특히 이년 반 전 이 글의 시작부터 있어 주셨던 분들께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가없는 인내력에 한없는 감사를 드려요. 기다리신 보람이 있는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1장



12장: 숨겨진 심장


그리고 난 다시금 학교로 돌아갈 것임을 알았네
안개가 걷히는 이 희뿌연 빛 속에서 다시금
나는 들 너머의 들, 들판 너머 펼쳐진 들판을 보았네.
—다 윌리암스, “여름의 끝”


가끔 지니는 자신이 좀 더 아량이 넓은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오빠들은 그녀의 불 같은 성질을, 그녀가 어디까지 화를 낼 수 있는지를 가지고 놀리곤 했다. 오빠들은 분노로 얼굴이 분홍색이 된 그녀가 연거푸 박쥐 귀신 주문을 악을 쓰는 모양을 우습게 여겼다. 그녀가 좀 더 잽싸게 지팡이를 빼들 수 있게 된 나이까지, 다시 말해 비로소 지속적 효과적으로 오빠들을 때릴 수 있게 된 때까지 놀림은 이어졌다.

식구들 중에서는 그나마 온화한 편이었던 아버지까지도 포함해서 가족 모두가 어느 정도 성격이 있었지만, 나머지 위즐리 가족이 몰리가 그러듯 마치 이른 봄의 폭풍우처럼 급작스럽게 끓어올랐다가 가라앉는 성미인 반면에 지니는 항상 상대방이 말싸움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릴 무렵까지 가슴속에 적의를 키우면서 원한을 간직하고 있을 수가 있었다. 열 살 때 지니는 프레드와 조지가 해리 포터만 만나면 새빨개져서 말을 더듬는 그녀를 두고 놀린 것 때문에 한 달 동안 그들에게 말을 걸지 않다가, 또다른 모욕 때문에 론의 침실에 저주를 거느라 도움이 필요해졌을 때에서야 오빠들을 용서했었다. 론은 원한을 가지는 방면에서 가족 중 유일하게 그녀에게 비길 만했지만, 론에겐 오랜 기간 분노를 씹는 것이 큰 일인 듯- 감정적으로 힘든 일인 듯했다. 사실 그녀는 그걸 너무나 쉽게 해내게 해 주는 자신의 변변치 못한 재능이 조금 부끄러웠다.

이제는 회한으로 변한 원한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프레드와 조지를 향한 것이 그랬다. 다시 한 번 조지 오빠와 함께 보내는 그 한 달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녀는 무슨 짓이든 할 테니까. 그러나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는 역시 원한을 품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녀 가족을 경멸하는 말을 했던 스네이프를 몇 년 동안이나 절대 용서치 않았고, 아무리 스네이프가 기사단에서 당연한 영웅 대접을 받고 있을지라도 살아 있을 적의 그는 경멸스러운 작자를 면하지 못했다고 믿었다. 그리고 드레이코 말포이가 이상하게 이 몇 달 동안은 호그와트에서 알았던 쥐새끼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자꾸 생각되려 했지만, 그가 기억을 회복하며 만사를 비아냥거리는 본성을 되찾고 있는 이상 그녀는 이제 그에게 증오를 느끼면서 가졌던 죄책감은 버릴 작정이었다.

그전까지는 이 증오가 진정 정당한지 의문이 생겨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은 기억도 못 하는 일로 인해 증오한다는 것이- 죽음을 먹는 자였던 일, 어릴 적 그녀를 비웃은 일, 오빠를 공격한 일, 해리에게 거듭 거듭 거듭 상처를 준 일로. 그녀는 호그와트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던 무렵의 해리를 기억했다. 몇 년 동안을 처음에는 맞붙어 싸우고 다음에는 무시하던 드레이코 말포이를 해리는 알아차린 누군가가 있는 것도 모르고- 아니면 개의치 않고- 바라보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지니는 항상 해리의 거동에 눈치가 빨랐다. 비록 그들 사이의 로맨스는 그녀가 6학년에 들어서던 학기 초 몇 달 간 짧고 달콤하고 조금은 어색하게 피어났다가 사그라들어 버렸지만, 그녀는 변함없이 그를 주시했다. 이제 더 이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그는 언제까지나 그녀의 일곱째 오빠이고 첫사랑이며 어린 날의 영웅일 터였다. 그러므로 그가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를 띤 눈빛으로 드레이코 말포이를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지니는 어김없이 알아차렸다.

어느 날 아침에 신중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는 해돋이를 보러 늘 그렇듯 호숫가로 걸어가는 그의 뒤를 밟았고, 그가 거기서 누구를 만나는지 깨닫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우뚝 멈춰섰다. 마치 마법의 약에 취해 꾸는 꿈 속의 영상 같았다- 짐짓 꾸며 보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한 놀랍도록 가벼운 욕을 이따금씩 주고받을 뿐 온화한 침묵에 둘러싸여 앉아 있는 해리와 말포이라니.

말포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해리 오빠에게 무슨 주문을 걸어서 여기 붙들어 놓은 거야? 그녀는 해리의 손이 살그머니 말포이의 손으로 두 사람의 손가락이 스칠 때까지 다가가 피부와 피부 간의 가장 미미한 접촉을 하며 자리잡는 것을, 해리 편에서는 조금도 의식하지 않는 것이 확실한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지니는 그 손의 감촉을 기억했다. 퀴디치로 만만찮게 까칠해진 그녀의 손보다 한층 더 거친 손바닥을- 떨리는 경외감에 휩싸여 그녀를 만지던 그 때의 부드러운 손가락을. 그는 그녀의 첫 남자였고, 그녀는 그의 첫 여자였기에 그 밤은 어색하고 서투르고 엉망이면서도 더없이 환상적이었다.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면 그녀는 아직까지도 가끔씩 얼굴이 붉어지고는 했다. 처음으로 그녀의 눈앞에 드러난 호리호리하지만 강한 몸, 다른 무엇보다도 그가 그녀를 욕망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소녀 시절엔 꿈으로 십대 시절엔 늦은 밤의 환상으로 수년을 보낸 그녀는 마침내 저 하얀 피부를 만지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몸 위에 올라온 예상 외의 무게감을, 조심성 있게 자신의 몸 속을 드나드는 억누른 힘을, 얼굴을 그녀의 목에 누르며 사정하는 순간 그녀의 이름을 부르던 거친 숨소리를 알게 되었고... 그건 어떤 꿈보다도 좋았다. 틀림없이 완벽한 한 쌍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동화와 전설과 서사시의 한 부분- 영원토록 맺어질 운명인 소년 영웅과 일편단심 어린 연인이 될 것이라고. 그러나 현실은 훨씬 평범한 것이었으며 순결을 버린다는 처음의 스릴이 지나가자 곧 둘은 친구 사이로 지내는 편이 훨씬 편안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무런 상처 없이 서로를 더 깊이 알고 어쩌면 더 친밀해져서 예전의 관계로 되돌아갔다. 그들의 만남에서 단 하나 완벽했던 것이 이별이었다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그녀는 아직까지도 이따금 했다.

그녀는 순진한 어린애도 장님도 아니었다. 그녀는 해리가 그 뒤 다른 여자들과 사귀고 잠자리를 가졌다는 걸 알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의 매력을 모르지 않는다는 것과 그녀가 있던 자리가 새로 채워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녀는 그 당시 알았다. 얼마간 그 자리엔 리사 터핀이 있었고 그 다음엔 잠깐 동안 루나 러브굿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과외활동이었다. 그들은 학교로부터, 친구로부터, 전쟁 준비로부터 해리의 주의를 흩어 놓지 않았다.

드레이코 말포이는 그걸 흐트러뜨렸다.

지니는 해리가 그를 바라보는 것을, 이상하게 다정한 표정과 시일이 흐를수록 따스해져만 가는 도전의 눈빛을 한 학년 동안 지켜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혼란스러웠고, 해리의 집요한 시선은 도저히 적을 관찰하는 투사의 것으로 여기고 넘겨 버릴 수가 없는 것이었기에 좀 불안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 그녀는 말포이도 해리에게 시선을 준다는 더 나쁜 사실을 알아차렸다. 해리처럼 드러내놓고 빤히 보는 것은 아니었다- 해리 포터와 비교하면 세상의 누가 신중해 보이지 않을까- 그러나 해리가 주의를 딴 데로 돌렸을 때 말포이의 시선은 약간 곤혹스럽고, 노엽고, 반항적이고 심지어는 조금 두려운 빛을 띠고 그에게 쏠리는 것 같았다. 마지막 기색을 깨닫자 잔인한 만족감이 날카롭게 그녀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땅히 두려워해야지. 그녀는 생각했다. 죽도록 벌벌 떨어 마땅하지. 앞으로 해리 오빠는 너와 네 가문과 설 자리를 잘못 택한 너희 식구들이 대변하는 모든 것을 부수는 데 힘을 보탤 테니까. 넌 오빠와 같은 하늘 아래 있는 이상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걸.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매일 아침 호숫가에서 해리를 만나기를 멈추지 않았고 말없이 닿아 오는 해리의 손끝을 피해 물러나지도 않았다.

마침내 학년 마지막 날, 모든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보내러 킹스크로스 행 호그와트 급행열차에 오르기 하루 전,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와 말포이까지도 그들의 운명을 찾아 갈라지기 하루 전, 중앙 대강당에서 아침을 먹는 시간 내내 결심으로 턱을 굳힌 해리가 말포이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 것을 지켜보던 그녀는 이 코미디를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해리는 말포이와 동맹을 맺고 우리 편으로 끌어오려는 무슨 희망을 가졌는지 몰라도 그녀는 좀 더 많은 걸 알았다. 그녀는 힘과 영향력을 뻗치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는 다른 순수 혈통 가문들이 속속 배신한 것을 들으며 자라났다. 그녀는 여러 해 동안 루시우스 말포이가 마법부에서 아버지를 어떻게 취급했는지 알았다. 그녀는 그가 고의적으로 열한살 난 소녀에게 가한 공포를, 아직까지도 그녀를 엄습해서 소리 없는 비명을 헐떡이며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악몽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는 자식이란 아비를 닮는 법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해리가 등을 돌린 사이 드레이코 말포이가 살그머니 대강당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서, 그녀는 뒤를 따랐다.

그는 지하 감옥으로 내려가는 계단통 방향으로 걸어갔고 그녀는 자기보다 키 큰 여자애와 데이트하는 것을 남에게 보이기엔 너무 자의식이 강했던 남자들이 수없이 데이트 신청을 포기하게 했던 긴 다리에 감사하면서 뛰어서 뒤를 쫓았다. 해리는 단 한 번도 그녀의 키에 구애받지 않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해리와 키가 비슷하거나 더 큰 여자는 흔하기도 했다.

"말포이!" 그녀는 그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는 찰나 소리쳤다.

잠시 동안 그녀는 완전히 무시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윽고 그는 멈추더니 반쯤 돌아 등뒤에 멈추어 선 그녀를 어깨 너머로 건너다보았다. “위즐리.” 순전히 경멸을 전하려는 의미로밖에는 볼 수 없는 종류의 사근사근함이 서린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내가 무슨 분부를 들어 드릴까?"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무도 엿듣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다. "해리 오빠한테 하는 짓을 그만둬."

그녀는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이 떨어지고 나서도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포터에게 한다고 네가 생각하는 그게 뭐지?"

"네 꿍꿍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해리 오빠는 가만 놔 둬. 난 네가 매일 아침 오빠를 만나는 걸 알아. 네가 오빠를 훔쳐보는 것도 보았지." 말포이의 눈꺼풀이 내려오며 눈을 가렸고 그녀는 자기가 폭로한 말이 제대로 허를 찌른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해리 오빠에게서 떨어져, 말포이."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포터와 함께 얼마를 보내든 네가 무슨 상관이지? 그건 어디까지나 포터가 선택할 바가 아닌가?"

그녀는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수로 네가 같이 시간을 보낼 만한 사람이라고 오빠를 설득했는지 모르겠군. 어쩌면 네가 혼란 마법을 걸었는지도 모르지. 오빠가 자진해서 너랑 같이 시간을 보낼 리 없어."

말포이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너는 포터의 방어 능력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 모양이군 그래?"

"그런 게 아니야." 그녀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경고하는 거지. 해리 오빠는 똑똑하고, 빈틈없이 스스로를 지키고 있으니 아무리 네가 오빠를 괴롭히려고 애써 수작을 부려도 오빠의 본성도 네 본성도 변하지는 않는다는 거야."

"아?" 그는 말하면서 눈빛을 번뜩였다. "그래서 내 본성은 뭐지?"

"죽음을 먹는 자의 자식이며 필시 너 자신도 죽음을 먹는 자일 사람. 이기적이고 거만한 순수 혈통 멍텅구리지. 절대로 손쉬운 속임수 대신 정정당당한 일을 택하지 않고, 남을 대할 때 저 사람이 어떻게 네 비위를 맞춰 줄 것인가를 계산하길 잊지 않는 게 너야. 너는 하나부터 열까지 해리 오빠와 맞서는 극이지. 오빠는 그걸 잊지 않을 거야. 우리 중 누구도 그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아."

"그 말이 사실이라 치면 어째서 포터가 나와 시간을 보내는 거지?"

"네가 무슨 수로 오빠를 속인 게 뻔하지. 아마 네가 알고 보면 시시하지도 사악하지도 않다는 헛믿음을 준 거 아니겠어."

"포터가 어쩌면 내게 정이 들기 시작한 건지도 모르지." 말포이가 이죽거리며 웃었다.

그 말이 그녀 마음 속 미심쩍은 부분을 제대로 건드렸기에 그녀는 코웃음을 치고 눈을 가늘게 떴다. "해리 오빠가 퍽이나 너한테 털끝만한 관심이라도 있겠어."

그는 냉소했다. "내가 어쩌면 그에게 정이 들기 시작한 건지도 모르지."

이제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말포이, 너한테 '정'이란 네 자신을 숭배하는 맘뿐이겠지, 어쩌면 네 아버지까지는 해당될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녀는 웃음을 뚝 그치고 가까이 몸을 숙였다. "네가 아직도 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걸 알아, 말포이. 네가 네 아버지를 숭배한다는 걸 나는 알아. 오빠가 살면서 겪었던 생명의 위협 세 차례가 네 아버지와 직접 연관이 있는데- 단지 그 사람이 2년 전부터 감옥에서 죗값을 치른다는 이유로 아무도 네가 난데없이 해리 포터와 우정이 생긴 걸 수상하게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넌 사람들이 의문스러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는 무거운 침묵을 지키며 그녀를 응시했다.

"나야 털끝만큼도 믿지 않지만 네가 설령 오빠를 상처 입힐 의도가 없다고 해도- 넌 해리 오빠가 널 쫓아와 줄 거라고, 학교를 떠나서도 관계가 끊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지는 못할걸. 어쩌면 당장은 네가 오빠에게 풀어내고 싶은 퍼즐로 보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오빠는 너와 연락을 지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너나 나나 그건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잖아? 그렇지 않아 말포이?"

"너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그가 으르렁거렸다.

"내 눈을 똑바로 봐." 그녀가 말했다. "내 눈을 보면서 네가 네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를 생각이 없다고 말해 봐."

그의 눈이 그녀와 마주쳤다. 기묘하게 빛이 죽은 눈이었다. "날 두려워해야 하지 않나, 꼬마 그리핀도르?" 그가 나직하게 조롱했다. "내가 지팡이를 까딱하기만 하면 넌 그 자리에서 즉사할 텐데 무섭지도 않나? 보다시피 여기엔 보는 눈이 하나도 없는데."

“내가 널 두려워할 일은 절대 없어.” 그녀가 이를 드러냈다. "공포란 도리어 너와 너네 부류에게나 유일한 동력이겠지- 권력을 잃는다는 공포, 다른 자보다 힘이 뒤처진다는 공포, 화려한 허세 뒤에 숨은 보잘것없고 하찮은 네 본질을 남에게 들킨다는 공포가. 빌어먹을 너희 죽음을 먹는 자들보다 더 바깥 세상을 겁내는 놈들을 나는 본 적이 없어."

그는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죽음을 먹는 자가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곧 한 패가 되겠지."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더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오빠한테서 떨어져." 그녀가 말했다. "너한테 이로운 길이 뭔지 안다면 오빠를 내버려 둬. 너도 알다시피 결국 오빠는 네 본모습을 알게 될 거야. 지금은 네가 우정이나 '정들었'느니 뭐니 따위를 가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해리 오빠는 네 신분과 본성을 알게 될 거고, 설사 그 순간은 눈치채지 못한 척 행동할지라도 결코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 그러니 그냥 그에게서 떨어져."

이 말이 지금, 무디가 보호 주문막을 제거하는 동안- 외부 피해 무효화 주문을 없앴으므로 필요할 경우 말포이를 제압하는 게 가능해졌으나, 도망칠 방도가 없음은 말포이도 익히 인지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공황에 빠져 출입문 쪽을 끊임없이 힐끔거리는 말포이의 휘둥그레진 눈을 들여다보던 그녀의 마음속에 울렸다. 그녀는 혹시 그가 해리가 찾아와 주길 바라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리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약속을 했고, 해리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

"위즐리." 무디가 으르렁거렸고 그녀는 말포이를 옮기는 작업을 주도하는 오러에게 주의를 돌렸다. "님파도라 통스는 어디 있나?" 그가 물었다.

눈만 깜빡이던 그녀는 뺨이 불그레해져 오는 것을 느끼고 공포에 질렸다. "잘- 모릅니다. 통스 씨가-"

“나한테 장난할 생각은 말게나, 아가씨. 난 모든 걸 알고 있어." 정말로 저 광기 어린 마법의 눈은 어젯밤 통스가 선사한 오르가슴의 기억을 그대로 꿰뚫어보는 것 같았는데도 그녀는 이제 그 기억을 머리에서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무디에게 떨리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당연하게도 관대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어디 있는지 찾아내." 그가 쏘아붙였다. "수송을 도우러 여기 와 있어야 한다고. 통스가 임무를 잊어버린 거라면 나는 아주 불쾌할 거라네."

"분명- 잊지 않았을 거예요." 생각이 뒤엉키는 와중에 그녀는 겨우 말했다. 도대체 통스는 어디 있지? 오늘 아침 일찍 그녀는 저녁에는 병원에 간다고 말했으며, 통스는 품위 있고 반듯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나 할 일을 잊는 사람도 아니었다. "프론트 데스크에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간호 마법사 두 명을 향해 돌아섰다. "이 방에서 말포이를 내보내지 말고, 님파도라 통스와 나 외의 다른 사람은 들이지 마세요. 곧 돌아오죠."

그녀는 말포이의 시선이 방을 나서는 자신의 뒤를 쫓는 것을 느꼈다. 그 얼굴에 떠 있던 공허한 절망은 복도를 걸어가는 내내 그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 * *

론의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순간 해리는 누군가가 끼어들어 준 것을 간절하게 감사했다. 마음속이 뒤숭숭했고 길어지는 침묵 가운데 헤르미온느의 짜증 어린 시선은 무언가를 짐작한 듯한 눈빛으로 바뀌는 차였고 그는 당장은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없었다.

몸을 돌려 문을 벌컥 열자 문 밖엔 병동 담당 간호 마녀 중 한 명이 서 있었다. "포터 씨. 여기 계실 것 같았어요."

“네?”

“오러 한 분이 찾으세요.” 그녀가 말했고 그는 간호 마녀의 뒤에 통스가 자유자재로 변하는 그녀의 이목구비에는 언제 봐도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얼굴로 서 있는 것을 건너다보았다. "방해해도 될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요." 간호 마녀는 재미있다는 기색이 아주 약간 어린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다른 세계에서라면 그는 병원 직원들이 내비치는 보호하려는 듯한 존경의 태도를 재미있어 했을지도 모른다- 마법사 세계라도 병원 직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하지만 여긴 다른 세계가 아니었기에, 그는 최선을 다해 웃는 척을 했다. "아니,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통스 씨는 가족끼리 친한 사이고 출입 허가도 있거든요."

그는 간호 마녀를 지나쳐 거만하게 걸어오는 통스를 보며 옆으로 비켰고, 그녀가 리놀륨 바닥 위로 신발 밑창을 끌며 총알처럼 들어와 헤르미온느의 의자를 붙잡는 사이 도도한 분위기는 자취 없이 사라졌다. “헤르미온느!” 그녀는 환하게 외쳤고 해리는 한숨을 쉬며, 문을 닫고 나가는 간호 마녀에게 감사 표시를 했다.

“지니가 네가 온다더라고!” 통스가 말했고 헤르미온느는 미소를 보내며 대답하려 입을 열었다.

“뭐하러 왔어요, 통스 누나?” 해리가 끼어들었고 두 여자는 화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너 부엉이 답장 왜 안했니.” 통스가 추궁했다.

“답장을 바라는 편지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요.”

“'우리 얘기 좀 해'가 그게 아니면 무슨 뜻인데?”

그는 날카로운 시선을 주었다. “나중에 찾아오겠다는 뜻?”

그녀가 노려보았다.

헤르미온느는 둘을 번갈아 보다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비켜 줄까?” 그녀는 이렇게 물었지만 론의 손목을 단단히 잡고 놓지 않는 손은 말치레로 물어 본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해리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아냐." 그가 말했다. "괜찮아."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보는 통스를 돌아보았다. "함부로 행동해서 죄송합니다."

그녀는 턱에 힘을 준 채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긴장을 놓지 않고 서로를 마주보았다.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젓고 애들 어쩌고 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마침내 해리가 물었다. “하실 말씀이 있다고요?”

“그래…말포이 사건에 대한 거야.” 헤르미온느에게 눈길을 주면서 통스가 말했다.

“헤르미온느도 이미 알고 있어요.” 말없이 론의 손을 쓰다듬는 그녀를 보며 그가 말했다.

통스의 미간에 난처한 듯한 주름이 잡혔다. "그것도 알아? 그가...?" 손이 급하게 움직였다.

“살아 있다는 거요?” 그가 무슨 질문인지 추측했다. “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함께 그가 말했다.

“그렇지만 그건 모르지? 그가..." 그녀의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네.” 그가 대답했다.

“뭐, 이건—내 생각엔 말해도 괜찮을 것 같네. 어차피 아무리 봐도 말도 안 되는 일 같거든. 무디 국장님은 내가 웃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날 쫓아내다시피 했었는데—”

“통스 누나?” 해리가 다그쳤다.

그녀가 머리를 흔들었다. “맞아, 맞아! 그건 그렇고 말포이가 썼던 주문 얘긴데. 리무스와 SWORD 팀은 주문의 정체를 밝혀냈다고 믿고 있어." 불현듯 희망의 물결이 격렬하게 해리를 휩쓰는 바람에 그는 통스가 덧붙이는 곁말은 거의 듣지 못했다. "...보기엔 터무니없었단 말야, 당연하게도. 그렇지만 국장님 말씀엔—”

“누나,” 그가 말을 잘랐다. “리무스 선생님이 그 주문이 뭐랬어요? 고칠 수- 있다고 합니까?" 헤르미온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긴장이 그에게 전해져 왔다.

“글쎄.” 통스가 말했다. “아무도 단언은 못해. 말포이가 쓴 주문이 정말 그거라고 해도,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됐거든."

“그럼 의도했던 건 뭐죠?”

“글쎄.” 통스가 또다시 말했다. “그것도 확실치 않아. 너도 알다시피 조건부 저주라서.”

즉시 헤르미온느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척하던 것을 포기했다. "조건부 저주요? 하지만 조건부 저주는 몇백 년 전에 명맥이 끊겼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말했지.” 통스가 말했다. “하지만 리무스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대관절 누가 조건부 저주가 뭔지 나한테 설명 좀 해 주지 않겠어?”

두 사람은 마치 방 안에 그도 있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듯 흠칫 돌아보았다. “해리, 진짜 너.”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쉬었다. “마법의 역사 시간에 수업을 들은 적이 있긴 한 거니?”

그는 어떻게 너같이 똑똑한 애가 그렇게 바보 같은 질문을 할 수가 있느냐는 뜻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조건부 저주는 말이야.” 그녀가 말했다. “르네상스가 머글 유럽에서 일어나던 무렵부터 쇠퇴한 마법의 한 갈래야. 본질적으로 '만약' 이라는 조건절에 기반한 마법이지- 만약 정해진 상황 중 이러이러한 것이 벌어진다면 그에 따른 효과가 일어나지만, 저러저러한 상황이 되면 전혀 다른 효과가 나타나.”

해리가 얼굴을 찌푸렸다. “들어보니 사고가 나기 딱 좋을 것 같은데.”

“맞았어. 조건부 저주는 몹시 불명확해서 아주 조금의 변동만 있어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크게 빚을 수 있어. 이 마법은 부유한 상류 계급 사이에 유행했는데, 특히 복수 계책용으로 잘 쓰였지. 주문의 긍정적인 효과는 알지만 부정적인 효과는 모르는 희생자를 대상으로 말이야.”

“복수 계책이라.” 해리는 침대 위 움직이지 않는 형체를 훑어보며 그 단어를 되풀이했다. 그리고는 그는 눈을 들어 통스와 눈을 마주쳤다. “말포이가 쓴 주문에 대해 말해 주세요.”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리무스가 찾아낸 주문은 숨겨진 심장의 저주라고 해.”

코르 켈라툼?” 해리가 말했다. (Cor: 심장, Celatum: 비밀)

“글쎄, SWORD 팀이 찾아낸 문건에는 외어야 하는 주문 문구나 실행 방법 설명 같은 건 없었어. 논문에 가까웠지.”

“그렇지만 들어맞네요.” 해리가 말했다.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뭐…그렇지.” 티나게 머뭇거리면서 통스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넌 아직 이게 무슨 주문인지는 못 들었잖아. 이건 심리적인 조건에 바탕을 두고 있어. 만약 주문을 맞은 사람은 주문을 거는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거나 아낀다고 믿는데 사실은 그 반대라면, 이 저주는 희생자에게 향하는 다른 주문을 증폭시켜.”

“그렇다면.” 생각에 잠겨 눈썹을 찌푸린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예를 들어서 만약에, 제가 사실은 해리를 싫어하면서 친구인 척 가장하고, 해리가 저를 믿는다면, 제가 해리에게 그 저주를 건 다음에 다른, 말하자면 타란탈레그라 같은 걸 쓰면—”

“—해리는 죽을 때까지 춤을 추게 되겠지.” 통스가 말했다.

“하지만 치유 주문 같은 좋은 거라면요?” 해리가 물었다.

“이 저주는 주문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증폭시켜. 즉 내가 골절상 치료 주문을 너한테 건다면, 아마 전신의 뼈가 전부 엉겨붙어 버릴 거야.”

“끔찍하네요.”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하지만 저한테 해당되는 주문은 아닌데요.” 해리가 말했다. “제가 그날 밤 말포이 저택에서 말포이를 보며 '와, 난 정말 둘도 없는 친구를 뒀구나.' 따위 생각을 했던 건 아니잖습니까. 말포이가 절 싫어한다는 걸 전 잘 알고 있었어요. 설사 그전까지 몰랐다 해도 그날 그의 얼굴을 보면 누구라도 절대 모를 수가 없었죠.”

“글쎄.” 통스는 조금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그게 말포이가 그 주문의 이면 효과를 너에게 걸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리무스가 판단한 근거야.”

“이면 효과요?”

“아까 말했듯, 그 주문은 조건에 따라 달라져. 즉 넌 누군가가 널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사람은 널 싫어한다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현돼. 어긋나는 오해가 없을 때는 아무 효과 없는 주문이 되고. 하지만 만약 처음 말한 것과는 정반대 조건이라면….”

“그러니까.” 얼굴을 찌푸린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나는 누군가가 날 싫어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 사람이 날 사랑하는 경우 말씀이세요?”

“맞아.” 죽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통스가 말했다. “그러면 그 저주는 보호 주문으로 변해.”

처음에는 말뜻이 이해되지 않아 해리는 뚫어지게 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예요! 완전 순 털끝만큼도—”

“입 닥쳐 해리!” 통스를 열성적으로 바라보던 헤르미온느가 쏘아붙였다. “그럼 어떤 효과가 생겨요? 왜 루핀 교수님이 그 주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신 거죠?”

통스는 다시 한숨을 쉬고 해리를 긴장한 눈으로 보았다. “희생자를 목표로 해을 끼치려는 주문이 들어가면 그 저주는 주문을 약화시켜서 숨겨진 심장의 저주를 걸었던 사람에게로 반사해.”

“그러면 저주를 걸었던 사람이 상대를 대신해서 맞게 되는 거네요?”

“그렇지.”

“살인 저주가 들어가면 어떻게 되죠?”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통스의 눈은 여전히 해리를 향하고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그것마저도 반사돼.”

“그럼 숨겨진 심장의 저주를 걸었던 사람은 죽나요?”

“아니.” 통스가 말했다. “반사되면서 저주가 약해지기 때문에, 구토를 하거나 기절할지는 몰라도 단시간에 너무 많은 양의 저주를 맞지 않는 이상 죽지는 않아. 리무스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말이야." 통스의 눈은 해리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16세기 알자스의 아우로라처럼 반사된 저주를 다른 사람이 뜻하지 않게 대신 얻어맞는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이었어.”

여전히 수긍할 수 없었던 해리는 한쪽 눈썹만 까딱 올렸다.

통스의 시선이 해리를 떠나 침대 위 움직이지 않는 형체에게로 향했다. “코마에 빠져.” 그녀가 소곤거렸다. “주문이 정도 이상으로 강력할 때는 말이지.”

헤르미온느는 숨막힌 외마디 소리를 냈고 해리는 미동 없이 누운 론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희망으로 눈을 빛내는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건—” 그는 말을 더듬었다. “그럴 리—”

“론이 회복할 방법이 있나요?” 헤르미온느가 다그쳐 물었다.

인상을 쓴 통스가 눈물로 뻑뻑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명확하게는 나오지 않았어. 문건에는 단지 '생각지도 못했던 근원이 노골적으로 전하는 사랑’ 운운하는 말만 적혀 있었어.”

“그렇지만—어떻게요?”

통스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

헤르미온느는 생각에 잠겨 얼굴을 찌푸렸다.

해리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진심으로 말포이가 쓴 저주가 그것일지 모른다는 가설을 재미있어 하실 리 없어요. 그게 뭘 뜻하는지 모르겠어요? 말포이가 날 사랑한다는 거잖습니까.” 자기 몸이 떨리고 있다는 걸 깨달은 그는 공포에 질려서, 화가 나서 그럴 뿐이라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나도 얼마나 웃기게 들리는 얘긴지 알아.” 통스가 말했다. “내가 회의장에서 웃어댔던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하지만 국장님께선—글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

“국장님께서—뭐라고요?” 이젠 의심할 바 없이 뜨겁고 선명하며 막연한 분노가 몸을 휘감았다. "그럴 리가—도무지 그럴—” 그는 말을 더듬으며 걸맞는 말을 찾아 안간힘을 썼지만 막상 입 밖으로는 충격에 젖은 한마디만 애처롭게 흘러나왔다. "왜?”

“심문이지.” 통스가 말했다. “베리타세룸을 투여해서 질문했어.”

“그래도—말포이잖아요. 설마하니 그가—” 머릿속의 무언가가 소리없이 울부짖으며 그럴 리가 없다고 날카로운 비명을 기다랗게 질렀다. 만약 사실이라면? 또다른 무언가가 이렇게 소곤거렸지만 그 속삭임은 끝없이 이어지는 공허한 소음 속에 삼켜졌다. “아니에요!” 그는 비명을 지르다시피 외쳤다.

“해리.” 다시 그에게로 몸을 돌린 헤르미온느가 충격과 긴장과 염려로 창백해진 얼굴로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아니라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

“맞다면 내가 알았지!” 그가 말했다. “어떻게 내가 모를 수 있어!” 그는 절대—아니었어—아니야—되었을 리 없어—죽음을 먹는 자—살인자가— “그가 만약—그는 그러지 않았을—” 그는 주먹을 움켜쥐고 숨을 쉬려고,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애썼다.

“어떻게 네가 모를 수 있느냐.” 헤르미온느는 론을 내려다보며 나직하게 해리의 말을 되풀이하더니 날카로운 눈길로 다시 통스를 보았다. “잠깐—‘생각지 못했던 근원이 노골적으로 전하는 사랑’이라고 했나요?”

“난—” 통스는 머릿속을 맑게 하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응. 서류에는 그렇게 되어 있었어.”

“꼭 증오라고 오해를 사는 사랑이어야 하나요?” 항변하는 듯 해리가 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음을 무시하며 그녀가 물었다.

“모르겠어—그런 설명은 없었어.”

“혹시,” 론의 손을 더 굳게 쥐면서 그녀가 소곤거렸다. “그냥 상대가 너무 멍청이라서 몰라준 사랑일 때는 어떻게 되나요?”

그녀의 말뜻이 분노로 뒤엉킨 해리의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헤르미온느, 너 무슨—”

“어쩌면,” 그녀가 소곤거렸다. “어쩌면.” 그녀는 론의 위로 몸을 굽히며 떨리는 한 손을 뺨에 대며 그의 손을 맞잡은 다른 손을 심장께에 댔다. “론.” 그녀는 속삭이고는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고개를 들어도 아무 신호가, 움직임이 없자 그녀는 떨기 시작했다. “오, 하느님. 오, 빌어먹을, 희망을 가졌었는데—”

그 순간 론이 심호흡을 하고는 눈을 떠서 천천히 헤르미온느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해리가 한번도 듣지 못했던 끅끅거리는 흐느낌이 그녀에게서 터져나왔다.

통스의 눈동자는 충격에 잠겨 데굴데굴 굴렀고 해리는 마치 세상이 이 순간 이 공간에 정지한 것처럼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헤르미온느.” 론이 방을 둘러보면서 오랫동안 쓰지 않아 깔깔해진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해리, 통스 누나. 무슨 일이에요?”

헤르미온느는 뺨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이제 숨기지 않고 흐느끼고 있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우러 왔지.” 그녀는 마치 그가 현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손으로 그의 뺨을 누르며 울고 웃었다.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떨면서 다시 입술을 겹쳤고, 론은 한 손을 침대에서 떼어 헤르미온느의 머리카락에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는 듯 머뭇거리면서 가져갔다가 부스스한 곱슬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해리는 자신도 밀어닥치는 기쁨을 표하고 싶어 안달이 나면서도 둘만의 시간에 불편하게 끼어들 수 없어 시선을 외면했다.

갑자기 문이 왈칵 열리자 그는 화들짝 놀라며 눈 깜짝할 새 지팡이를 빼들었다.

치료사 두 명이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알람이—” 먼저 들어온 쪽이 말을 시작하던 차 두 사람은 깨어나 눈을 끔뻑이는 론과 그의 얼굴에 손을 감싼 채로 긴장 어린 눈이 거의 사나운 눈매가 된 헤르미온느 쪽을 보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먼저 들어온 치료사는 론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지팡이로 손목시계를 가리킨 다음 시계에 대고 말을 했다. “스미스, 오트리, 패럴, 즉시 307호로 오십시오. 반복합니다. 스미스, 오트리, 페럴은 즉시 307호실로 오십시오.”

나중에 들어온 치료사가 말했다. “의료진 외에는 모두 나가 주세요.”

헤르미온느가 으르렁거리고, 통스는 옥신각신하기 시작하고, 론도 가냘프게 항의했다. 해리는 이 모든 게 몇 분 후면 깨어날 기괴한 꿈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병동 직원들이 그 뒤로 더 많이 쏟아져 들어오는 와중에도 그는 멍하니 치료사를 쳐다보았다. “이제 나가세요,” 그녀가 말했다. “포터 씨 당신도요.” 간호 마법사가 저항하는 통스를 출구로 몰아갔다.

헤르미온느가 지팡이를 꺼냈다. “나한테 손끝 하나 댈 생각 마요.”

방 안 전체가 굳었다. “이 분은 누구죠?” 해리를 붙잡고 있던 치료사가 물었다.

해리는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는 헤르미온느를, 마치 그녀가 시야 밖으로 떠나가는 것이 두렵다는 듯 그녀를 따라다니는 론의 눈길을 보았다. “론의…약혼녀예요.” 곧 이 말이 사실이 될 것임을 느끼며 그는 말했다. “기절 마법을 써서 끌어내지 않는 한 절대 여기서 그녀를 내보낼 순 없을 겁니다.” 치료사가 한동안 눈을 가늘게 뜨고 있자 해리는 단조로운 어조로 말했다. “그럴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안 그러면 제가 당신한테 써 드릴 테니까.”

그녀는 다른 치료사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좋아요, 약혼녀 분은 계셔도 됩니다. 하지만 당신들 둘은 나가요.” 곧이어 방 안 풍경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리.” 론이 헐떡이며 말했고 해리는 이렇게 금방 그와 다시 떨어진다는 생각에 쓰린 가슴으로 그와 눈을 맞추었다. 그는 방안을 둘러보며 그가 아는 이 의료진들이 론의 건강을 확실하게 회복시키기 위해, 그의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러 온 것일 뿐임을 생각했다. “나—” 그가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 “이 근처에 있을게. 네가 필요할 때 바로 올게, 론.”

통스가 그와 함께 방 밖으로 밀려나자마자 문이 눈앞에서 꽈당 닫혔다.

* * *

프론트 데스크를 맡은 마녀는 통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지만- 그 특이한 자두색 머리가 결정적 단서였다- 상세불명 만성질환 병동으로 난 복도를 따라가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고 지니에게 말했다.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단 말인가요?” 지니가 다그쳤다.

“오러니까요.” 마녀가 두 손을 펴들고 말했다. “병원 전체에 접근 허가가 있고요. 마법 신원도 차단막을 통과할 때 확인했으니 막을 까닭이 없죠.”

지니는 낭패감을 속으로 삼키려고 노력했다.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안내 방송을 해야겠—”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마법으로 방송되는 다른 목소리가 복도 전체를 울렸다.

“스미스, 오트리, 패럴, 즉시 307호로 오십시오. 반복합니다. 스미스, 오트리, 페럴은 즉시 307호실로 오십시오.”

훗날 그녀는 307호실은 오빠가 있는 병실이며 그런 방송은 긴급 상황이 아니고는 하지 않는다는 생각만으로 머리가 가득 차서 엘리베이터를 참고 기다리지 못한 나머지 불치저주 병동으로 가는 계단을 단숨에 뛰어올라갔던 일을 흐릿하게 기억했다.

다른 치료사들과 의료진이 소리치는 말에도 개의치 않고 병동을 가로질러 내달리던 그녀는 307호실 밖에 서 있는 해리와 통스가 눈에 들어온 다음에야 속도를 늦추었다. 통스는 무기력하고 낙담한 듯했고 해리는 이마를 벽에 대고 있었다.

“말도 안 돼—” 해리가 연신 중얼거렸다. “그가 그럴 리—” 주먹으로 벽을 후려치는 그가 떨고 있는 것을 지니는 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마구 뛰는 가슴을 누르며 다그쳐 묻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려 애썼지만, 오 하느님, 도저히 대비할 수가없었다, 조금도—

통스가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 “지니!” 지니는 그녀를 끌어당겨 꼭 안는 두 팔에 감사했다. 특히 통스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자 더욱 감사했다. “론이 눈을 떴어! 깨어났다고! 론은 무사할 거야, 난 알아!”

“그 방송은,” 그녀는 환희와 공포와 안도가 밀어닥치는 속에서 간신히 말을 했다. “그게 그럼—?”

“그래!” 통스가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안으면서 말했다. “그가 깨어났어, 움직이고, 말도 했어!”

“오, 하느님!” 그녀는 통스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고, 마침내 고개를 들 무렵 이제 몸을 돌린 해리가 벽에 풀썩 기대 앉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의 공허하게 빛나는 눈초리로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리 오빠.” 그녀가 말했다. “오빠는—”

“이해가 안 돼.” 그는 떨리는 기척이 아주 깊숙이 감춰진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그 방법이 통했는지 이해가 안 돼.”

“해리 너도 봤잖아?” 여전히 품에는 지니를 포근하게 안은 채로 통스가 말했다. “분명 그 주문이야!”

“아니에요!” 해리가 소리를 치는 바람에 지니와 통스는 화들짝 놀랐다. “우연의 일치겠죠, 무슨 다른—”

“해리.” 통스가 좀 더 엄하게 말했다. “나는 보고서 전체를 읽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애원하는 기색까지 어린 목소리였다. 지니는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른 채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난—” 통스가 망설이며 말했다. “—그게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말포이는 날 사랑하지 않아요!” 그가 소리치는 말을 듣자 지니는 입을 딱 벌렸다.

“뭐라고요—?” 그녀가 말했다. “왜—?”

“드레이코가 썼던 주문이 말이야.” 여전히 시선은 해리에게 고정한 채로 통스가 말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주문이 맞다면, 드레이코가 남모르게 해리를 사랑하면서 해리에게는 그 반대라고 믿게 했다는 말이 되거든.”

“있을 수 없어요.” 해리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그에게 기회를 주었을 때조차도—” 그는 멈칫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무슨 기회?” 그녀가 물었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는 노려볼 뿐이었다.

“젠장, 해리 오빠. 무슨 얘길 하는 거야?!”

“난 그에게 한편이 되자고 애걸하다시피 했다고!” 해리는 단숨에 말을 토해 놓았다.

지니는 자신이 충격받은 속에서도 통스의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충격은 없지 않나? 그녀는 그 일이 벌어질 것을, 해리가 말포이에 대해 우정 비슷한 종류를 망상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리.” 통스가 말했다. “너 무슨—?”

해리는 그들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는 초점 없는 눈으로 과거 어느 순간을 응시하면서 꽉 쥔 주먹을 허벅지에 올리고 있었다. “존나게 말도 안 되는 나부랭이들이죠. 그에게는 선택권이 없고, 모든 것은 끝이 났다고, 사실은 그런 위험을 짊어질 만큼 날 생각하지 않았던 것뿐이면서. 그는- 생각해 주지- 않았어요, 씨발.”

지니는 충격이 천천히 공포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해리 오빠.” 그녀는 가까스로 말했다. “오빠 말뜻 설마 그건 아니지—오빠가 그에게 원했던 게—”

해리는 날카롭게 무시무시한 웃음소리를 내고는 안경을 벗더니 다른 쪽 손바닥으로 눈을 문질렀다. “난 그 개자식이 나한테 주는 것이라면 뭐든 원했을 거야. 또 그걸 웃길 정도로 티를 냈고. 그가 내 마음을 몰랐을 리 없어.”

해리 오빠가 퍽이나 너한테 털끝만한 관심이라도 있겠어,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말포이의 눈 속에 있던 빛 하나가 죽었다.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해리.” 통스가 숨막히는 소리로 말했다. “너 걔랑 잤어?

해리는 도로 안경을 끼고 또다시 웃어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한층 더 험악한 소리였다. “안타깝게도 제 상상 속에서만 그랬죠.”

“하지만—” 지니가 항변했다. “그 때 그건 그냥 한때의 욕망 아니야? 그러니까, 오빠가 그 때 몇 살이었지, 열일곱? 오빠가 정말로 그를 사랑했을 리—”

“난 그걸 확인해 볼 기회조차 없었어!” 그는 쏘아붙이고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거기다가, 어떻게 네가 열일곱 살 적 내 감정이 진실이 아닌지를 알아? 우리가 사귀던 때에 넌 날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해리 오빠, 내가 오빠를 사랑하는 거 알잖아.” 그녀가 항변했다.

"그런데 네가 그 때 미성년자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게 덜 진실되었나?” 해리의 눈동자는 뜨거웠고 탄원하는 듯했다.

“난—” 그녀는 그 시절에 어떤 마음으로 그를 맴돌았는지, 그에게 다가가서 애정을 나누어 주고 보답으로 그의 사랑과 손길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랑으로 가득 찬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던 감정을 기억했다. “아냐.” 그녀가 말했다. “아냐, 진실이었어. 물론 진실이었어.”

해리가 다시 눈을 감았다. “말하자면, 아무것도… 합의된 건 없었지. 하지만—그는 내가 희망을 가질 근거를 줬어. 마음을 갖고 한 행동 같다고—아니, 그게 틀림없다고 난 당시엔 확신했었지.”

“해리 오빠, 단지 그가 오빠를 따라 호수에 갔다고 해서—”

해리가 머리를 번쩍 들었다. “네가 어떻게 그걸 알아?”

“난—” 망할. “어느 날 아침에 오빠랑 그를 보았어. 그래서 거기서 그를 만나는 줄 알게 된 거지.”

그의 꿰뚫을 듯한 시선에 그녀는 불안해졌다. “너 한 마디도 한 적 없잖아.”

“아냐, 난—” 그녀는 눈을 감고 곧 고백할 말 때문에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오빠한텐 말 안 했지.”

“그러면 누구한테?”

그녀는 눈을 뜨고 그의 반응에 동요하지 않으려 했다. “말포이한테 말했어.”

통스는 놀라서 뒤로 한 발짝 물러났고 지니는 품에서 떨어져 나오는 기분을 예민하게 느꼈다. “지니.” 해리가 끔찍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짓을 했던 거야?”

“난 오빠를 도우려고 했었어!” 갑작스런 공포로 인해 목소리가 새되게 났다. “그가 무슨 꿍꿍인지 오빠는 몰랐잖아!”

“너도 마찬가지지!” 해리가 외쳤다. “제기랄, 지니, 도대체 언제 벌어졌던 일이야? 그에게 뭐라고 말한 거야?”

“오빠가 학교를 떠나기 전날이었어.” 그녀가 속삭였고 해리는 창백해졌다. “난 그냥— 그에게 물러나라고 위협했어. 오빠에게 상처 주지 말라고 했어. 오빠를 내버려 두라고 했어.”

“이런 생각은 너한테 들지 않던,” 낮고 긁히는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그가 나를 내버려 두고 떠나는 거야말로 내게 가장 큰 상처를 입히는 거라는 생각 말이야?”

“해리 오빠, 난 몰랐어!” 그녀는 부르짖으면서 그의 팔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가 옆으로 비켜나는 사람에 손에는 빈 공기만 잡혔을 뿐이었다. “해리 오빠, 미안해,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오빠가— 말포이 같은 그런—”

“넌 나한테 먼저 말할 수도 있었어.” 그가 말했다. “난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했다, 진.”

“친구지! 하지만 요점은 그게 아냐! 오빠는 내가 해를 입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면 날 보호하려고 애쓰지 않을 거라는 말이야?”

해리는 눈을 감았고 문득 그녀는 그가 얼마나 야위어 보이는지, 얼마나 지쳐 보이는지, 얼마나 텅 빈 껍데기처럼 보이는지를 깨달았다. “몇 년 전 어떤 경험이.”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내게 먼저 사실을 파악하지 않고 무턱대고 행동하는 건 지혜롭지 않은 짓이라는 교훈을 주었지.”

지니는 불현듯 해리가 시리우스의 죽음 이후 몇 달 간- 아니 몇 년 간 시달렸던 죄책감과 고뇌를 기억하고 몸을 떨었다. “해리 오빠, 이건 그런 문제는—’

“넌 생각하지 않았어.” 그가 쏘아붙였다. “그게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문제였다는 걸.”

“아무도 죽지 않았어!”

“네 오빠가 죽을 수도 있었어.” 지니가 얼어붙었다. “내가 죽을 수도 있었어. 그날 밤 그곳에 갔던 오러 중 누구라도 죽을 수 있었어.”

그녀는 침착을 유지하려 애쓰며 숨을 삼켰다. “내가 말포이에게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가 오빠 말을 들었을지는 모르는 일이야.”

“맞아.” 해리가 말했다. “나는 몰라. 하지만 네가 끼어들어서 그나마의 가능성도 모조리 없애 주었잖아?”

“해리 오빠—”

"말포이가 뭐라고 말했지?"

그녀는 느닷없는 질문에 눈을 깜빡였다. "뭐라고?"

"네가 그에게 말을 걸었을 때 뭐라고 했었냐고?"

“말포이는—오 이러지 마, 해리 오빠, 확실하게 기억을 못하겠어.”

해리는 차디찬 눈으로 쏘아보았다. “기억해 내.”

해리의 무거운 시선을 받으며, 심지어 통스도 혼란스러운 기색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는 머리를 쥐어짰다.“나—정말로 말포이가 무슨 말 같은 말을 하긴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 그는 성이 나 있었고 시비조로 일관했다고. 말포이가 어떤지 알잖아, 해리 오빠.” 그녀가 필사적으로 말했다.

해리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계속 말해.”

“그는 그냥—사실 아무것도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어. 그냥 정이 들었느니 뭐니 빈정거리는 몇 마디밖엔 하지 않았어.”

그녀는 해리의 손이 팔뚝을 아프게 쥐는 바람에 비명을 질렀다. “말포이가 뭐라고?”

“그냥 실없는 헛소리일 뿐이야, 해리 오빠. 그게 우리가 아는 말포이—

“그가 아니면 내가?”

“뭐라고?”

“정이 들었단 게 그였어 아니면 나였어?”

“난—” 해리의 눈초리 때문에 그녀는 겁에 질렸다. “둘 다였던 것 같아.”

“빌어먹을, 지니!”

“그냥 내 화를 부추기려고 한 말에 지나지 않아, 해리 오빠. 오빠도 알잖아!

“확실한 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단 거야, 그리고 너도 모르지.” 그가 씹어뱉듯 말하며 마치 닿는 것조차 역겹다는 듯 그녀의 팔을 뿌리쳤다. 그는 몸을 돌리고 이미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쥐어뜯었다. “그럼 사실일 수도 있겠어.” 그는 느리게 말하고서는 통스를 보았다. “사실일 수도 있겠군요.”

“해리—” 통스가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저 십새끼가 날 사랑하면서도 한 마디도 안하고 날 자기 인생에서 밀쳐내고서는 또 날 보호한답시고 자기를 위험에 몰아넣은 걸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개 같은 자식!

형체를 이룰 것 같은 분노가 그의 안에서 솟구쳤고 주변을 감싼 그의 마법이 파직거리자 지니는 뒷목의 털이 오소소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해리 오빠.” 그녀가 말했다. “그러지—”

그러나 그는 쿵쾅대는 발자국 소리의 메아리만 남기면서 이미 복도를 달려가고 있었다.

* * *

해리 포터의 인생에서 불변하는 요소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몇 되지 않았다.

하나는 볼드모트였다. 몇 년간의 전쟁과 몇 번의 아슬아슬한 실패를 거치며 약해진 지금에도 볼드모트는 여전히 그를 죽이려고 꾀하고 있지만, 그는 얼마 머지않은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되면 이 장애물을 처리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다른 하나는 친구들의 사랑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거나, 그에게 화가 났거나 실망했을 때마저도 그건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또 다른 하나는 드레이코 말포이가 내비치는 혐오였다.

몇 해가 흐르던 중 그는 일과처럼 서로 증오를 표출하던 관계에서 잠깐 동안 벗어났었다—퀴디치 경기에서 극렬하게 승부하기, 마법의 약 수업에서 서로를 훼방놓기, 용과 배지와 저주와—해넘이에서 벗어난 적이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해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잊은 적이 있었다—항구적, 불변이라는 의미를. 말없는 접촉과 중얼거리는 약속과 함께 맞는 새벽은 불변하는 영역이 아니었다. “변함 없이 경계해라!” 라고 무디는 가짜일 때나 진짜일 때나 그들을 가르쳤지만 해리는 경계하지 않았다. 방비를 늦춘 상대방은 가능한 중에서도 최악의 상대, 그의 신뢰를 깨뜨리고 마음을 부술 사람이었다.

그는 근 10년 동안을 어리석었던 자기 자신을 죽도록 자책하고, 기만에 불과했던 평화로운 시간들을, 손끝에 닿았던 말포이의 손을, 호그와트를 떠나기 전날 밤 말포이의 눈에 감돌던 표정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자신을 혐오하면서 보냈다. 해리가 그를 지나쳐서 걸어가던 순간- 분노, 배신감, 상처- 해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이 그의 눈빛 속에서도 비쳤었다. 그는 상상이었다고, 보고 싶은 나머지 헛것을 본 거라고 스스로를 거듭 설득했다.

호그와트에 있던 시절, 그가 말포이에게 집착하기 시작한 데는 딱히 이유가 없었다. 그는 착하지 않았다. 유별나게 똑똑하지도 않았다. 하다못해 특별히 매력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는 희멀겋고 뾰죽한 데다 키도 해리보다 조금밖에 크지 않았다. 게다가 물론, 끔찍한 라이벌이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었다. 볼드모트를 제하면 이 세상에 말포이만큼 해리가 마음이 끌릴 턱이 없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신경을 거스르는 그의 껍데기 안에는 서서히 돋는 아침 해의 빛살 속에서만 왜인지 모르게 드러나는 여리고 근심에 찬 내면이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사람을 도우려는 해리의 본능을 자극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위태로워 보이는 말포이의 모습이 해리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어렵게 얻은 그 신뢰에서 위안을 받았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 모든 것에 한층 괴로움을 더했던 것은, 그 신뢰는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눈앞에 드러난 순간이 아니었던가?

머릿속에서는 멈추지 않는 분노가 울부짖는 채로 복도를 질주하고 계단을 건너뛰며 달려가는 해리의 허파는 타들어가고 심장은 두방망이질쳤다. 병원측이 보안 주문을 바꾸지 않았어야 하는데. 상세불명 만성질환 병동으로 내달리며 그는 생각했다. 그대로여야 해. 그러나 말포이의 병실 문고리에 도착해 손을 뻗은 그는 마법이 통행인을 감식하는 따끔거리는 느낌만 받고서 통과했다.

그는 방안에 다른 사람들이 있음을 어렴풋하게만 인식한 채— 시선을 말포이에게 고정했다. 말포이는 해리가 박차고 들어오는 순간 명백히 희망으로 눈이 빛났다가 해리의 표정을 알아채자 엉덩이를 뒤쪽으로 끌기 시작했다.

“포터.” 팔을 결박하고 있는 간호 마법사에게서 풀려나려고 몸부림치며 그가 말했다. “너 뭐하는—” 해리는 그의 셔츠 앞섶을 움키고 홱 잡아당겼다. 간호 마법사의 손에서 빠져나온 그는 침대 밖으로 나동그라져 딱딱한 바닥에 무릎을 부딪혔다. “포터—”

그와 함께 바닥에 내려온 해리는 그를 누르고 올라타서 한 손으로 말포이의 창백한 목줄기를 붙잡았다. “무슨 짓을 했던 거야?” 그가 으르렁거렸다.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 이번에는 해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서 숨을 쌕쌕거리기 시작한 말포이가 목이 막힌 소리를 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던 건지 알아야겠다고!” 해리는 목에서 손을 떼는 대신 양 어깨를 우악스럽게 움켜쥐고서 고함을 쳤다.

“포터, 너 미쳤군 그래.” 말포이가 도움을 찾는 양 눈을 좌우로 돌리면서 헐떡거렸다.

해리는 말포이의 숨막힌 비명소리를 무시하면서 그의 뒤통수를 바닥에 세게 내리꽂았다. “그날 밤 뭘 하려고 했던 거야?” 그는 그의 머리를 마구 바닥에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 날도 똑같이 했었음을 기억하면서—말포이의 머리통을 바닥에 처박았었다. 그가 죽음을 먹는 자들 틈에 섞여 있었던 것에 소름이 끼쳐서, 론 때문에 두려워서, 희망을 가졌던 멍청이 같은 자신을 향한 분노에 떨면서— “씨발 너 도대체 뭘 하려는 생각이었던 거냐고?!”

“널 지키려고 했었지, 저능한 놈아!” 말포이가 소리쳤고 둘은 모두 굳었다.

해리는 말포이의 어깨를 놓았다. “뭐라고?” 그가 속삭였다.

밭은 숨을 쉬던 말포이는 역력한 괴로움으로 그늘진 눈을 감았다. “널 지키려고 했었어.” 그는 놀람으로 가득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기억이 나는군.”

해리는 말포이의 옷 앞섶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들어올려 거의 코가 서로 닿을 거리에서 얼굴을 마주댔다. 놀란 말포이가 눈을 뜨자 확장된 동공과 통제 주문—베리타세룸과 같은 류에 따라오는 멍한 눈빛이 보였다. 해리의 손이 떨렸다—아드레날린 때문이라고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는 다그쳐 물었다.

말포이의 호흡이 느려지더니 대답하는 목소리는 거의 평온해졌다. “벨라 이모는 네가 올 거라는 걸 알았지. 이모인지 다른 죽음을 먹는 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정보 연락망을 한동안 가로챘기 때문에 이모는 오러가 우리를 의심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해리가 미간을 찡그렸다. “애당초 왜 벨라트릭스가 거기 있었던 거지?”

“아버지께서 키스를 당하시기 직전 이모와 다른 자들은 아즈카반에서 탈옥했었지.” 그는 말했다. 일그러지는 입가의 선만이 그 기억이 불러일으키는 고통을 드러내었다.

“탈옥을 네가 도왔었나?” 해리가 다그쳐 물었다.

“아니.” 말포이가 말했다. “난—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그걸 계획하는 데 끼지는 못했어. 다 끝나기 전까지 아무도 내게는 일이 돌아가는 것을 말해 주지 않았고 말이야. 그 모든 소동에도 오러들은 이모가 저택에 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지. 어머니께서—” 그는 잠깐 눈을 감았다. “—목을 매시고부터, 벨라 이모는 폴리주스를 마셔서 어머니를 대신했어. 모든 사람들이 아버지의 장례식에 있었던 것은 상징적인 빈 관이라고 여겼지만. 실은,” 그는 침을 삼켰다. “우린 어머니를 묻었지.”

“넌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지.” 예언자 일보에 실린 기사가 생각난 해리가 말했다. “왜 그랬어?”

“우린 오러가 날 원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몇 가지 질문할 것이 있다고 그들은 말했지만, 절대 그렇게 간단한 일일 리는 없었지." 말포이의 말이 사실임을 아는 해리는 시선을 외면했다. “아버지께서는 저택 가장 깊은 지하층에 고서와 서류를 보관하는 서재를 만들어 두셨어. 벨라 이모는 내가 아무도 찾지 못하도록 보호 주문을 걸고 그 아래에서 지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지.” 목소리가 씁쓸한 어조로 바뀌었다. “이모는 나를 거기에 가두었어.”

“가두었다고—”

“이모 한 사람만이 방에 들어올 수 있도록—또 나갈 수 있도록 주문을 건 거지. 이모는 나 같은 책상물림 꼬마는 조사나 하면서 그분을 섬기는 게 오러에게 잡혀서 우리 비밀을 몽땅 부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어.”

“뭘 조사했는데?”

“널 죽일 주문.”

“무기 말이군.” 통스가 아까 말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해리가 중얼거렸다.

“벨라 이모는 그걸 그렇게 부르더군. 해리 포터를 상대할 궁극의 무기. 그런 게 있다고 오러는 짐작조차 못할 무언가.”

“그래서 찾았어?” 해리는 씁쓸하게 물었다.

“난 이모가 원하는 무기가 될 만한 주문을 여럿 찾아냈지. 하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

해리가 눈을 깜박였다. “왜 안했어?”

“널 죽이고 싶지 않아서지.” 말포이가 말했다. “난 더 이상 죽음을 먹는 자가 되고 싶지 않았어.”

“왜?” 해리가 속삭였다.

“저들은 아버지를 아즈카반에 버리고 나왔으니까.” 그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어둠의—볼드모트는 아버지가 키스를 당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뒤에도 애석한 기색 하나 없었어.”

해리는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진 듯한 느낌이었지만 휘청이는 그를 붙들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볼드모트가 아버지를 돕지 않아서 화가 났다고?”

“그래. 나는 볼드모트의 휘하에 들었지만, 내가 처음 충성을 바친 분은 아버지였어.”

“맞아.” 해리는 냉담하게 말했다. “항상 그랬지 않아?” 말포이가 나지막이 “그래.” 라고 대답하자 그는 말포이를 도로 바닥에 내려놓고 옷섶을 움켜쥐었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 “어째서 그 주문이 효과가 있었던 거야?” 해리는 거의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쉰 목으로 물었다.

베리타세룸을 먹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런 애매모호한 질문은 회피할 수 있었지만 말포이는 무슨 말뜻인지 이해 못한 척하지 않았다. “나는 틀림없이 내가 널 싫어한다고 네가 생각하고 있을 것을 알았지. 그날 저녁… 호숫가의 일 이후로 말이야.” 그가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어.”

“그러면 넌—” 해리는 묻는 말을 꺼냈지만 다른 사람의 한마디가 끼어들어 말허리를 잘랐다.

“그만하면 됐네, 포터.”

그는 모퉁이에서 지켜보고 있던 무디를 향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무디의 표정은 어째서인지 놀란 기색 하나 없이 고요했고, 지금 해리가 유일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무디가 손을 들어 혼란스럽게 서성거리는 두 간호 마법사에게 “정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국장님?” 해리는 물었고 자신의 갈피 못 잡고 얼떨떨한 티가 역력한 목소리에 짜증이 났다.

“제군.” 무디는 손을 휘저었고 간호 마법사들은 마룻바닥에 있는 두 남자에게 다가가 한 사람은 해리를 끌어내고 다른 한 사람은 말포이를 어깨 아래에 손을 집어넣어 일으켰다. “포터를 밖으로 안내해 주게.” 무디가 말했고 해리는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안 됩니다.” 그는 말했다. “잠깐만—” 하지만 문이 열렸고 간호 마법사는 그를 뒷쪽으로 끌어내는 그 와중에 충격과 혼란의 낯빛을 하고 통스가 비틀거리며 들어섰다.

“통스.” 그는 무디가 커다랗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마침내 왔군. 이제 서두르지—수송 차량 시간에 이미 늦었네.”

문이 눈앞에서 닫히기 전에 해리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말포이가 그를 붙든 마법사에게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모습이었다. “해리!” 그의 고함소리가 문이 꽈당 닫히는 소리와 함께 뚝 끊어졌다.




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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