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1일 수요일

[내일 02][해리/드레이코]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또 내일 - 11장: 준비

제목: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11/13)작가: November Snowflake 
창작일자: 2004/12/18
등급: PG-13
페어링: 해리/드레이코, 론/헤르미온느, 지니/통스
줄거리: 호그와트 이후 전쟁으로 점철된 시기에,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권리 포기 각서: 저들은 제 소유가 아니에요. 하지만 솔직히 이 모든 걸 롤링의 몫으로 남겨 둔다면 우리가 무슨 수로 드레이코의 게이라이프에 대해 들어 보겠어요? 
작가의 한마디: 사랑하는 베타 여러분의 날카로운 안목과 신속한 회신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11장: 준비


희망은 한 마리 새
영혼 위에 걸터앉아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
그칠 줄을 모른다

—에밀리 디킨슨




문이 열리고 위즐리 치료사와 이 주 전에 드레이코를 심문했던 반백의 오러가 들어올 즈음, 어둠은 이미 걷힌 채였고 드레이코는 입원복 바지의 고무줄을 움켜쥐고서 낯 뜨거운 자세로 녹색 눈의 수색꾼을 생각하며 반쯤 잠에 취해 누워 있었다. "아." 드레이코가 웅얼거렸다. "드디어 오러가 하나도 남지 않았나 보지? 그 위즐 녀석 몰골이 어떤 예시라면 그들도 파리처럼 나가떨어지고 있는가 보군." 

위즐리는 숨을 삼키고 예의 분개한 얼굴이 되었지만 오러는 입꼬리를 올리며 일그러진 얼굴에 즐거운 듯한 주름을 잡았다. "아니. 아직 우리가 전멸하지는 않았네."  

"그럼 아무리 봐도 내가 싫증이 안 나더라는 건가?" 그가 몸을 일으키는 동안 침대를 돌아온 위즐리는 멈추어 차트에 체크를 한 후 주머니에서 베리타세룸 병을 꺼냈다. 드레이코는 조심스럽게 그것에 눈을 주었다. "우리 스케줄은 끝났잖습니까?" 

"묻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네." 오러가 한 말은 이게 전부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위즐리를 보았고 그녀는 차가운 미소를 던졌다. "말포이, 입 벌려."

그는 홱 물러나며 오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런 건 예정에 없었는데요."

"이제는 예정에 있다네." 오러는 이렇게 말하고 나무 다리가 바닥에 단단히 박히  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말포이."

바보처럼 그는 다시 위즐리 쪽으로 몸을 돌렸고 그녀는 그의 턱을 잡았다. "입 벌려."

그는 읍 소리를 냈다.

"좋게 먹일 수도 있고, 당신이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힘들어질 수도 있지. 당신이 정해."

그가 싸울 태세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을 때 오러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마법부에서 용서받지 못할 주문 사용 허가서를 받아왔네."  

드레이코는 몸을 굳혔다. 그가 눈을 감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머뭇머뭇 그는 입을 벌렸다.

"착하기도 해라." 위즐리는 반어적인 느낌이 역력한 말씨로 중얼거렸고, 그는 혓바닥에 액체 세 방울이 떨어지는 것과 이어 의식이 죄어드는 익숙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근육이 긴장했다가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름이 뭐야?" 그녀가 묻는 소리는 아주 먼 곳에서 울리는 것 같이 들렸다. 

"드레이코 루시우스 폴라리스 말포이." 그는 자기가 이름을 알고 있을 뿐더러 정확하다고 확신까지 한다는 것에 어렴풋이 놀라며 대답했다. 

"지난 한 주일 동안 건강 상태에 달라진 점이 있어?"

"있지."

그녀는 놀라 눈을 깜박였다. "어떤 점이지?"

"힘이 좀더 붙은 느낌. 좀더 건강해진 느낌이 들어."


"정신 건강에는 어떤 변화가 있지?"

"요즘은 좀 기운이 나는군. 희망도 생기고 말이지."

"왜지?"

"기억나는 게 늘었기 때문이야."

그녀는 오러와 시선을 교환했다. "확신해?"

"그래."

"어떻게 확신하지?"

"내 처지에 완벽한 확신이란 있을 수 없긴 하지. 하지만 아귀가 맞아들어가는 것 같더군."

"이 병원에서 깨어나기 전 기억 중에서 가장 최근 일은 뭐야?"

"말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그는 말을 멈추고 얼굴을 찌푸렸다. "어느 집 앞에 서 있는 거야." 그는 말했다. 파편이 된 기억이 다가오고 있었다. "빽빽하게 모여 선 오러를 마주하고서."

그녀는 날카롭게 숨을 삼켰다. "왜-"

"그거면 충분할 거요, 위즐리 치료사. 고맙네."

그녀는 찬찬히 느린 숨을 내쉬더니 몸을 돌려 애써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며 오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국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저는 45분 뒤에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그의 준비를 도우러 돌아오겠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드레이코의 머릿속에 울렸지만, 무슨 뜻인지 미처 이해해 보려 하기도 전에 문이 달칵 소리를 내며 닫혔고 오러의 시선은 날카로워졌다. "그럼 말포이 군.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세나."

* * *

"헤르미온느."

놀랍게도 그는 크룩생크를 떨어뜨리고 그녀의 온기에 감싸인 후에야 비로소 그녀가 여기 있음을 실감했다. 그녀의 변함없이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코를 간질였고 그의 가슴에 눌린 그녀의 가슴과, 인사를 하며 얼굴을 비비느라 스친 그녀의 차가운 입술이 느껴졌다. "오, 보고 싶었어."


그녀에게 팔을 두르고 가까이 끌어당긴 그는 바닐라와 능직 옷감과 서늘한 저녁 공기의 향기를 맡으며 눈을 감았다. 발목 근처에서 크룩생크가 트림을 하는 가르릉거리는 소리가 먼 곳에서 나는 것처럼 알 듯 말 듯 들렸다. "그래." 그녀의 머리카락에 입을 파묻은 채로 그가 말했다. "나도 보고 싶었어."

그녀는 그를 보기 위해 그의 양 어깨를 꼭 잡은 채로 팔 길이만큼 물러났다. "해리, 너 너무 여위었구나."

그는 도리없이 입꼬리가 올라갔다. "넌 항상 그렇게 말하는구나. 단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그야 항상 사실이니까 그러지."

"어쩌면 내가 살을 빼고 싶은 걸 수도 있잖아."

"그리고 어쩌면 좀더 먹어야만 하는 걸 수도 있고."

"오, 그러면 너 따라다니면서 나한테 밥을 차려 줄 계획이라도 세우는 거야?" 그녀는 그를 향해 엄격한 표정을 보냈다. "왜? 너도 내가 혼자 밥을 해 먹기 싫어하는 거 알잖아." 이모네 집에서 사는 동안 나쁜 추억이 너무 많이 생겼지, 그는 이 말은 하지 않았다.

"그야 틀림없이 위즐리 아주머니께선 거리끼지 않으시고 한 사람 몫을 더 차려 주셨겠지. 더군다나 먹을 사람이 너라면 말야." 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나저나 론은 어디 있어?" 광란하는 적갈색 고양이를 몸을 굽히고 안아들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론이 나와서 살던 집에 먼저 들렀는데 몇 주 간은 아무도 거기 살지 않은 것 같더라." 

"헤르미온느-" 해리가 말을 시작했다.

활기 넘치는 자그마한 깃털 뭉치가 파닥거리며 쏜살같이 날아들어와서는 주인의 이름이 불리자 흥분한 게 분명한 모양새로 헤르미온느의 머리 주변을 맴돌며 재재거렸다.


"피그?" 헤르미온느가 반사적으로 한 손을 들어올려 부엉부엉 질문을 하듯 우는 작은 부엉이를 손가락에 앉히며 말했다. 그녀는 눈썹을 치키면서 해리를 돌아보았다. "해리, 무슨 일인 거야?"

그는 그녀에게 눈을 맞추고 말했다. "론은 병원에 있어."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한순간 스치고 지나간 충격과 당혹의 표정을 포착했다. 그녀는 입을 앙다물었지만 손이 떨리는 탓에 손가락을 붙들고 앉은 피그가 조금 흔들거리고 있음을 그는 알아차렸다. 

"많이 심해?" 그녀가 물었다.

"심각해." 그는 말한 다음 침을 삼켰다. "아주 안 좋아. 거의 더 나쁠 수가 없을 정도로 심해."

그녀는 얼굴이 하얘지더니 뒤돌아서서 어깨를 떨었다.

"헤르미온느." 그가 팔을 뻗자 그녀는 다시 돌아서서 그를 보았다. 고통으로 굳어진 얼굴이었지만 두 눈은 불타고 있었다. 

"론에게로 데려다 줘."

* * *
"그러죠." 드레이코는 마치 그가 이 문제에 선택권이 있기라도 한 양 대답했다.

늙은 오러는 의자에서 일어나 걸음마다 쿵쿵 나무 의족 소리를 내며 방을 가로질러 왔다. "아까 말했던, 자네가 오러들과 마주선 날 밤에 대해 기억하는 게 뭔가?" 

"거의 없습니다. 오러들이 잔디밭을 가득 메우고 선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왜 그들이 거기 있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심지어 내가 왜 거기 있었는지조차도 모르겠습니다. "

"기억 속 당시의 자네 기분은 어땠나?"

드레이코는 아리송한 뭔가를 집어내어 말하려고 애썼다. "겁먹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흥분하고 있기도 했나? 말하기 어렵군요."

“자네가 있었던 곳이 어디인지 기억이 나나?"

"느낌상 아마도... 우리 집?"

"확신은 못하는 건가?"

"대체적으로 확신합니다. 친숙한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오러가 우리 집을 공격할 까닭이 뭐가 있죠?"

“자네가 죽음을 먹는 자였다는 건 기억하나?" 오러가 물었다.

그는 대답이 나가지 않게 혀라도 깨물고 싶었지만 막을 도리가 없었다. "기억합니다." 그는 대답했고 얼마나 바보 같은 의문이었는지 깨달았다.

늙은 남자의 눈 안에서 무언가 불꽃 같은 것이 타올랐다. "기억나는 걸 말해 주게."

"어둠의 마왕 앞에서 입회식을 했던 게- 기억납니다. 다른 오러한테도 했던 얘깁니다- 그 어설픈 깜장머리 오러 말이죠." 오러는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또-" 기억이 떠오르자 목이 졸리는 기분이었지만 베리타세룸의 약기운은 강제로 말을 밀어냈다. "여자애 하나를, 머글 태생 어린 아이를 죽인 걸 기억합니다. 저는... 전 술잔에 담긴 그 아이의 피를 마셨습니다."

"입회 절차 중에 그게 있었던 건가?"

"네."

"어둠의 표지를 받은 건 자네 의사였나?"

그는 어둠의 마왕이 표지를 팔에 새기던 순간의 경외감과 환희를 회상했다. "네."


"그 의식을 행했던 장소가 어디였는지 기억할 수 있겠나?"

"무슨 강당 같은 곳이었어요. 그러나 어디였는지, 어떻게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군요."

"아버지를 기억하나?"

"언뜻 스치는 인상 약간뿐입니다."

"어떤 종류의 기억이 남아 있지?"

"어린 시절의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제가 얼마나 아버지를 우러러보았는지, 제가 당신을 자랑스럽게 하기를 아버지께서 얼마나 원하셨는지 같은 것 말이죠."

"어떻게 하는 게 자랑스러운 아들인가?"

"학교에서, 퀴디치에서 또래들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 가문의 이름을 명예롭게 하는 것. 가족의 유산을 이어가는 것들이죠."

"가족의 유산이 뭔지 자세히 설명할 수 있나?"

"힘. 지식. 수백 년 이어온 명예. 순수 혈통의 자부심.”

"자네는 그런 모든 것을 받아들였나?"

"받아들였고 말고요. 제 아버지셨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믿었어요."
"아버지가 자네더러 볼드모트 휘하에 들어가라고 했나?"

“기억나지 않아요.”

"자네 아버지는 볼드모트를 섬겼나?"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자네 아버지와 어둠의 마왕이 같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나?”

“아니오.”
“그렇다면 무슨 근거로 자네는 아버지가 볼드모트와 한 편이었다고 생각하지?”
“입회식 때 어둠의 마왕이 아버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뭐라고 했는가?”
“그는 제가 아버지 못지 않게 충실한 종임을 스스로 증명해 내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성인이 된 후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뭐가 기억나지?"

"별로 나지 않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아무 기억도 없어요."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나?"
"아니오, 모르겠어요. 아십니까?"
오러는 그를 쏘아보았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은 기억나나?" 


"좀 납니다. 네."

"해리 포터를 기억하나?"

간절하게 입 밖으로 내고 싶지 않은 대답이 또 하나 흘러나갔다. "네."
"그를 어떻게 생각했지?"

"눈먼 용기만 앞서서 머리는 쓸 줄 모르고 영웅 콤플렉스로 똘똘 뭉쳤으며 과대 평가를 받고 있는 눈엣가시 놈이라고 생각했죠."
"그게 다인가?"

"아니오, 저는 그에게서 이상한 매력도 발견했습니다." 굴욕감이 드레이코를 휩쓸고 지나갔다. 

오러는 희미하게 미소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부터 그가 매력적이라고 느꼈나?"

"호그와트 5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포터에게 그의 매력에 대해 말한 적이 있나?"

"아니오."

"왜 말하지 않았지?"

"저에 대한 그렇게나 큰 지배력은 죽어도 그에게 넘겨주지 않을 작정이었으니까요."

"자네가 설명한 매력과 울분 말고 포터에 대해 다른 감정을 느낀 건 있나?"

"저는-" 그는 가장 걸맞는, 진실한 단어를 찾기 위해 말을 더듬었다. "그에게 강한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저는 그다지도 심한 고통을 겪고 확실한 죽음의 낙인이 찍힌 사람이 그렇게나- 터무니없이 고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대체 어떻게 그 녀석은 주변 사람들이 자꾸만 실망을 시키는 모습을 보면서도 모든 사람을 신뢰할 수가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라도 그가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리라 여겼을 텐데도, 아니었어요. 그는 끊임없이 세상을 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가 자네도 구하려고 했나, 말포이 군?"
이 질문은 그를 조금 놀라게 했다. "아마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겠죠."


"그렇게 생각한 것에 불과했다는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자네를 구할 수는 없었던 건가?"

"그렇죠. 제겐 구원이 필요 없었습니다."

"왜 구원이 필요 없었다는 건가?"
"저는 제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죠. 그는 저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자네가 볼드모트의 아래에 들어가던 무렵, 이 때문에 자네가 장차 해리 포터를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 보았나?"
드레이코는 뱃속이 뒤틀리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네."
"신경 쓰이던가?"
“네, 좀 그랬죠.”
“왜지?”
“그를 죽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진심으로.”
“왜?”
“왜냐하면- 그가 없는 이 세상이란 상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러는 얼마 동안 침묵을 지킨 채 그를 응시했고, 드레이코는 본능적으로 꿈지럭거리고 싶어졌다. 처음으로 그는 베리타세룸이 행동을 둔하게 한 것에 거의 감사할 뻔했다.

"죽음을 먹는 자 입회식 후의 삶에서 기억나는 건 있나?"

"약간요. 많지는 않습니다."

"어둠의 의식에 참여한 적 있나?"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아요."

"기억나는 건 뭔가?"

"도서관에서 무슨, 조사 같은 걸 하는 겁니다."

"무슨 조사였지?"

"고대의 마법. 저주. 이상한 주문."

"조사하는 데 쓴 자료는 어떤 것들이었나?"

"고서적과 고문서, 너무 오래 묵어서 읽기조차 힘든 것들이었습니다. 이따금 번역 주문을 써야 했죠."

"여러 언어로 되어 있는 자료였나?"

"네."

"어떤 언어였지?"

"온갖 다양한 언어였어요. 영어, 불어, 독일어, 히브리어, 게일어, 이집트 상형문자, 아랍어, 중국어-"


"어디서 나온 자료였나?" 오러가 끼어들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드레이코가 말했다. "오랫동안 그 도서관에 있었던 자료라고 생각해요. 본래 어디에서 온 건지는 모릅니다."

"그 도서관은 어디에 있었나?"

"모르겠습니다. 지하실이나 뭐 그런 곳이었던가?"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뭔가?"

"창문이 없었습니다. 출구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최소한 제가 다닐 수 있는 출구는 없었죠."

오러는 그를 응시했다. "감금되어 있었나?"

"전- 아마도요?" 드레이코는 혼란스러워져 미간을 찡그렸다.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조사에서 쓸 만한 걸 찾아냈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것 같다니 무슨 뜻인가?"

"제가 찾던 바로 그걸 발견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쓸 만한 주문은 찾아냈던 것 같습니다."

"뭘 찾고 있었나?"

"무기 종류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찾아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거로군?"

"찾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말이죠. 모르겠어요. 저는 뭔가를- 찾아냈습니다."

"뭘 찾아냈지?"

"다른 무엇보다도 제 흥미를 끈 주문이 있었습니다. 숨겨진 심장의 저주라는 이름이었죠." 

오러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드레이코는 감각이 둔해져 있는 와중에서도 남자의 내면에서 긴장을 느꼈다. "그 저주에 대해 말해 주게."

"고대 주문이고, 조건 마법 종류인 것 같습니다."

"주문은 뭐라고 읊나?"

"코르 켈라툼(Cor:심장, Celatum:비밀)." 생각하기도 전에 단어가 혀 위를 굴렀고, 묻혀 있던 지식의 한 조각이 따끔거렸다. 그는 그것을 마비된 정신으로 굼뜨게 더듬어 헤맸다.

오러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익숙하게 들리는 소린가?"

"이건-" 불현듯 그는 깨달았다. "오러들이 물었던 주문이로군요."

"맞네. 이 주문을 외웠던 게 기억나나?"

"아니오. 제가 그랬습니까?"

"무슨 효과가 있는 주문인지 기억하나?"

"아니오. 구체적인 사항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그 주문이...  어째서인지 합당하게 느껴졌다는 것밖에는요."

"그 저주를 찾아낸 것이 왜 흥분되던가?"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거야말로 제가 찾던 것이었고, 제가 무슨 전투에서 싸웠는지는 몰라도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마음에 둔 표적이 있었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오러의 이 가는 소리가 거의 들리다시피 했다. "그런 저주들을 조사하라고 시킨 사람이 누군가?"

"어머니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였을지도 모른다.' 확신은 없다는 거군?"

"없어요."

"왜지?"

"기억 속 여인이 어머니 같은 겉모습이긴 하지만, 어머니가 맞는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가?"

"그냥 느낌입니다."

"아마 친척이겠지?"

"아마도요." 그는 완전히 확신하지 못한 채 말을 따라했다.

"로널드 위즐리 군이 기억나나?"

"네, 유감스럽게도 말이죠." 말이 나오지 않도록 입술을 깨물려는 생각조차 들기 전에 진심의 한 조각이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오러의 귀가 눈에 띄게 쫑긋했고 드레이코는 자기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 "왜 '유감'이라고 하지?"

이제는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마법사 세계의 일원으로서 유감스러운 표본이니까요."

"자네는 로널드 위즐리 군이 싫은가?"

"예전에는 싫어했죠. 지금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 그를 싫어했나?"

"학교에 다니던 때였죠."

"그리고 졸업한 후에도?"

"네."

"왜인가?"

"그는 친머글주의에 넘어간 순수 혈통의 배반자였고, 어디서나 순수 혈통의 이름에 먹칠을 했기 때문이죠."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르면 그렇다는 거겠지, 자네 말은?"

"네."

"자네가 그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것뿐인가?"

"교수들은 언제나 그가 포터와 마찬가지로 망할 놈의 그리핀도르라는 이유만으로 무르게 대했죠. 글쎄요, 스네이프만 제외하고는요." 베리타세룸조차도 능글맞은 웃음이 표층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위즐리가 포터와 맺고 지내던 유대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었나?"

"저는 포터가 제가 아닌 그를 선택한 것이 미웠습니다." 곧이어 그는 자신을 걷어차고 싶어졌다. 

"로널드 위즐리 군을 질투했나?"

"좀 그랬죠, 네." 걷어차는 건 관두자. 이제 이 수치를 씻을 길은 죽음밖에 없다. 

"포터가 자네가 아닌 위즐리와 친구하기를 택해서 화가 났던 건가?"

"네."

"로널드 위즐리를 죽이고 싶을 만큼 심했나?"

드레이코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골똘히 생각해 보아야 했다. "아니오."

"아니라고? 왜지?"

"그한테는 그럴 가치가 없으니까요."

"관심 둘 가치도 없이 하찮았다고?"

"그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하찮게 여겨야 마땅했는데 말이죠."

"자네 아버지의 말에 따르자면 그랬단 건가?"

"네."

"자네는 아버지를 대단히 존경하는군, 그렇지?"

"네, 그 누구보다도 존경합니다."

"아버지는 자네를 많이 가르쳐 주셨고 말이야."

"네."

"아버지가 자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가르친 것은 뭔가?"

드레이코는 곰곰 생각했지만, 아버지에 관한 기억은 안개 낀 것처럼 뿌연 상태였음에도 가르침은 안개를 뚫고 뚜렷하게 떠올랐다. "가족에게 충성을 다할 것." 그가 말했다. "그리고 너를 배신한 자에게 복수할 것."

"아직도 복수를 믿나?"

늙은 오러와 시선을 마주한 드레이코는 그 질문의 어리석음에 웃음을 지을 뻔했다. "네."

* * *

이미 저녁이었고, 그들이 병원 바깥의 보호막 앞에 나타났을 무렵에는 오가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면회 시간이야?" 그녀가 물었다.

해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닐 거 같은데."

"하지만-"

"걱정 마." 그는 말한 다음 그녀의 팔을 잡고서 병원으로 걸어들어갔다.

밖에서 봤을 때 그건 소박한 벽돌 건물로서, 추한 타이를 매고 올챙이배를 내민 중년의 머글 사무원들이 저급 커피를 입에 달고서 쓸모없는 서류를 만들어내며 득시글거리는 사무실이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땅딸막하고 흉칙한 상자형 건물이었다. 반면에 그들이 안으로 걸음을 내딛자 그들은 번뜩이는 리놀륨, 떠도는 소독제 냄새, 온 사방으로 끝없이 뻗은 것 같은 복도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안내 데스크의 마녀는 해리가 보안 바리케이드를 통과하도록 아무말 없이 손짓했지만 헤르미온느는 막을 태세를 취했는데, 그 때 해리가 "얘는 나와 동행이에요."라고 말했고 마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낮은 소리로 몇 마디를 중얼거리고 손을 흔들어 해르미온느가 들어오도록 했다. 그녀는 차원문을 통과해 걸음을 내딛으면서 강력한 마법이 몸을 씻어내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차가운 빗속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녀는 몸을 떨었다.
헤르미온느는 긴장이 되었지만- 심지어 겁도 좀 났지만- 여전히 매혹되어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그녀는 한쪽 복도 끝에서 녹색의 치료사 로브를 입은 불꽃처럼 빨간 머리를 언뜻 보고 혹시 지니가 아닐까 궁금했지만, 해리는 그 홀 쪽은 흘끗 보기만 하고 그녀를 다른 방향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따라갔다. 


그들은 크고 윤이 나는 엘리베이터에 들어섰고 해리가 "불치주문 병동."이라고 명령하자 문이 쉬익 닫혔다. 그 단어를 들은 헤르미온느는 얼굴을 찌푸렸다. 

엘리베이터는 눈 깜짝할 사이 부드럽게 직행으로 상승했고, 문이 열리자 우왕좌왕하는 치료사와 간호 마법사들이 있는 또 하나의 밝게 빛나는 복도가 이어졌다. 해리는 머리에서 나무가 자라는 환자, 녹색으로 변한 환자, 수탉처럼 꼬끼오 우는 환자들을 지나 그녀를 왼쪽으로 인도했다. 병동의 분위기는 마치 괴이한 서커스 같았고 헤르미온느는 론이 여기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녀의 눈은 조금이라도 낯익은 구석을 찾아 얼굴이란 얼굴은 모두 훑었지만, 비늘과 깃털과 안테나와 심지어는, 희한하게도 위성 접시 안테나까지 보였음에도 론은 보이지 않았다.

그 때 그녀는 해리가 먼 쪽 벽의 닫힌 문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가슴이 요동쳤다. 그녀는 그가 문고리에 손을 뻗는 바로 그 순간 소맷자락을 잡았다. 그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론이- 전염병에 걸린 거야?" 그녀가 물었다.

그는 성난 눈빛이 되었다. "옮을까 봐 무서워?" 

"당연히 아니지!" 그녀는 모욕받은 기분으로 쏘아붙였다. "그저 론이 어떻게 아픈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보게 될 거야." 그는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며 말했고, 곧 그녀가 다시 그를 붙잡자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뭔데?"

"전염병이 아니라면, 왜 일인실을 쓰는 거야?"

그녀는 그가 예의 불안한 무표정의 가면을 다시 쓰기 전 해리의 눈동자를 스친 죄책감을 본 것 같았다. "뭐, 첫 번째로는 론이 마법부 고위 공직자의 아들이라서야. 다음으로는 물론," 그는 쓰게 말했다. "론이 내 절친한 친구라서지, 그 탓에 훨씬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해리….”
그는 홱 돌아서더니 문고리를 잡고 열었다.

그를 따라 문지방을 넘는 순간 다시 한 번 방어 마법이 쏟아지는 것을 느낀 그녀는 누군가가 그녀가 돌아오기도 전에 이 주문에 자신의 마법 신원을 등록해 놓았음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해리가 한 일인지 위즐리 가족이 한 일인지 궁금했지만 미처 묻기 전에 문은 닫혔다.

침대 위의 형체는 부자연스럽게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고, 그녀가 처음 한 생각은 아냐, 론일 리가 없어, 론은 절대로 저렇게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절대 저렇게 잠자코 있지 않는단 말이야. 였다. 그러나 저 붉은 머리와 긴 코와 주근깨- 모든 것이 착각할 여지가 없었기에, 그녀는 하마터면 무릎에 힘이 풀릴 뻔했다.

"마법에 맞은 손상이야." 해리가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급습이었지. 론은 나를 향해서 쏜 게 확실한 뭔가에 당했어."

"얼마 동안이나-?"

"두 달 됐어."

"무슨 조짐이라도-?"

"아니, 회복할 조짐은 안 보여. 아무 변화도 없어, 체중이 줄어든 것 말고는."

그녀는 괴로워하며 불분명한 소리를 조그맣게 냈고 해리는 금방이라도 다가서거나 그녀의 팔에 손이라도 올리려는 듯 보였지만 서 있던 자리에서 움직이지는 않았다. 론의 침대맡으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간 그녀는 시야가 눈물로 흐려졌음을 깨달았다. 침대가의 의자에 몸이 닿자 그녀는 론이 고르게 호흡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안심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만일 그의 심장이 멈추기라도 한다면 자신이 어떻게 될 지 알 수가 없었다. 우습다, 그녀는 생각했다. 맨 처음에는 성가신 녀석이었던 사람이, 있을 법하지 않은 인연으로 친구가 되었다가, 이렇게나 소중해질 수 있다니 우습기만 해. 

가끔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론을 사랑하지 않았던 시절을 기억하기조차 힘들었다. 어린 날의 친구로서나, 사춘기 풋정이나, 지금의 이 감정, 그를 생각할 때마다 뒤섞이는 고통과 기쁨이나, 함께 하는 때- 옥신각신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언제나 문득 평안이 에워싸곤 하던 시간- 외에는 진정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았던 그런 느낌이 없었던 세상은. 그녀는 늘 론과 쉽게 조화를 이룰 수 있었고, 그의 변덕스런 성격은 그녀의 현실적인 영혼에 무언가를 채워 주는 것 같았다. 그건 난생 처음으로 그녀가 설명할 수가 없었던 무언가였다.

우습다, 그녀는 다시 생각했다. 키스해 본 적도 없고 우정 이상의 접촉은- 어쨌든 공공연한 뭔가는- 해 본 적도 없는, 기껏해야 깊은 친근함을 담아 만져 본 게 전부인 사람에게 이렇게 깊은 감정이 될 수 있다니. 침대 위로 손을 뻗어 론의 손을 잡은 그녀는 따뜻한 손바닥에 닿은 이상스럽게 선뜩한 감각을 느꼈고,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며 그의 특대사이즈 앞발이(오, 이걸로 얼마나 그를 놀렸던가) 그녀의 팔을 잡던 느낌이나,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느낌을,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던 온기를, 이따금은 예상보다 오래도록 머물러 있어 그녀로 하여금 혹시나- 어쩌면- 이번에는 그가...?라고 생각하게 했던 손길을 회상했다. 그러나 아니, 그는 말을 하지 않았었다. 한 번도.
그녀는 일정하지만 정상보다 가냘픈 그의 맥박을 느끼며 그녀의 살을 그의 살에 눌러 한 덩어리로 만들기를, 피와 피를, 뼈와 뼈를 하나로 만들기를 소망했다. 할 수만 있다면 생명을 그에게 줄 텐데. 단지 그가 모르고 있었을 뿐, 그녀의 심장은 이미 반생 동안이나 그의 것이었다.  


"치료사들이 론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되지?" 그녀는 눈물이 넘쳐 뺨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현실적인 태도를 취하려 안간힘을 쓰며 물었다.
"치료사들도 몰라." 해리는 그녀의 등 뒤에서 말했다. 그가 서성거리며 어깨 너머로 건너다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조금도 다가오지는 않았다. "영영 이대로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최소한 신체가 영양 흡수를 정지할 때까지는 유지할 수 있다더군." 

"우리가 하는 말이 론에게 들릴까?"

"몰라."

"론한테 말을 걸었을 때 반응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없었어."
그녀는 해리가 얼마나 자주 론을 만나러 여기 와서 이 의자에 앉아, 아마도 지금 자기가 하듯 손도 잡은 채로 시간을 보냈을까를 생각했다. 치료사들과 다른 병동 직원은 그가 있는 쪽으로 거의 눈길을 보내지 않았으니, 그가 그간 이곳에 붙박이처럼 지냈다는 걸 알기 위해 예리한 추리력은 필요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말포이야." 그는 증오심이 잔뜩 어린 한 마디를 뱉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그를 보려고 고개를 틀었다.

"우리가 말포이를 발견했어."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가 이걸 저질렀지."

"어떻게?"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확실히는 몰라. 우리 생각에는 무슨 미지의 주문 같아. 치료사들과 연구원들이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어."

"말포이는 지금 어디 있어?"

그는 머뭇거렸다. "말해 줄 수 없어."

"아즈카반이나 그보다 더한 곳에 떨어졌기를 바라." 그녀는 해묵은 증오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직하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게다가 내가 의문을 품었던 걸 생각하면-" 그녀는 역겹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론에게로 몸을 돌렸다.

해리는 그녀의 곁에 서서 벽에 구부정하게 기대었다. "뭐가 의문이었는데?"

그녀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바보같은 생각을 했었지."

"헤르미온느 너한테 합당한 경의를 담아서 말하건대, 너도 터무니없는 책략을 제안한 적이 과거에 있긴 했지만 너야말로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바보같은' 생각을 꺼내는 것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그가 입을 삐쭉거리는 모양을 흘끗 본 그녀는 다시금 한숨을 쉬기에 앞서 미소가 슬며시 비어져 나오는 것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래 좋아, 바보같은 생각은 아닐지 몰라도, 아주 설득력 없는 생각이라고."

“어디 한번 설득해 봐.”

그녀는 그의 눈을 마주치려니 거의 무안해져 다시 시선을 외면했다. "그냥 뇌리에 떠오른 이상한 생각이야. 우리한텐 죽음을 먹는 자들 중에서도 고위직인 스파이가 한 명 있었어- 이름도,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지만 짐작하기에 말이지. 하지만 남자일 거라고 거의 확신해. 우리는 모든 연락을 무생물 순간이동 마법으로 전달되는 편지 형태로 받았는데- 알아본 결과 그건 오랫동안 잊혀진 고대 페르시아 마법의 수정된 버전이었어. 그게 우리들이 우리들끼리 할 말을 순간이동으로 전하기 위해 지금 쓰고 있는 주문을 개발한 계기야." 목표에 열의를 띠기 시작한 그녀가 설명했다. 이윽고 그녀는 해리의 눈이 게슴츠레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학문적인 얘기를 하느라 삼천포로 빠질 때가 아님을 깨달았다. "어. 그래서, 우린 우리한테로 곧바로 순간이동되게 만들어진 편지를 통해 연락을 받았지. 편지는 마치 편지를 쓴 사람에게 이 임무가 불쾌하기라도 하다는 듯 항상 무뚝뚝한 말투였어. 하지만 편지에 든 정보는 대단히 강력했고, 우리는 죽음을 먹는 자의 수 개 진영에 잠입해서많은 건의 체포를 달성할 수 있었지." 그녀는 기억을 떠올리면서 엄지손가락으로 론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그 때 무슨 일이 일어났어. 편지에 모두 정확한 정보가 실리지는 않게 된 거야거의 마치 발신자가 고의적으로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처럼 말야- 우리는 한 패턴이 생겨났음을 깨닫기 전까지 몇 차례 타격을 입었지. 그러나 모든 편지가 부정확한 건 아니었어. 우리 분석원 중 한 명이 도움이 되는 정보가 실린편지와 거짓 편지 여러 통을 비교해 보았어. 그는 편지가 편지지잉크, 송신에 쓴 주문, 심지어 필적까지 동일하나- 비록 필적이야 간단한 주문으로 쉽사리 모방할 수 있는 거지만- 말씨에 아주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거짓 정보를 전하는 편지는 원래 글투와 미세하게 어긋난다는 걸 밝혀 냈어."

"누군가가 미끼로 가짜 편지를 보낸 거야?" 해리가 물었다.

"그런 듯했어.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 도움되는 정보가 있는 편지는 끊어졌고, 가짜 편지가 몇 차례 더 온 후 편지 배달은 모두 멈췄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도 몰라. 누군가가 통신을 가로채 중간에서 바꾸거나- 편지를 수송하는 데 쓰인 주문을 고려해 보면 그럴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말야- 스파이가 하는 일을 알아내고 그 소식통을 자기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시도했다고 짐작해. 편지가 완전히 끊어졌을 때, 우린 스파이가 사로잡혔거나 죽었으리라고 판단했어."

해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그것들이 말포이랑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데?"

"글쎄…….” 헤르미온느는 어처구니없는 추측이었다는 생각이 돌연 들자 부끄러워 뺨이 붉어졌다. "나는 얼마 동안, 어쩌면 그 스파이가 말포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해리는 완전히 침묵에 잠겨 그녀를 몇 초간 응시하더니 서서히 나직하고 날카로운 소리로 웃기 시작했고 그녀는 웃음소리에 인상을 썼다. "농담하는 거지."
"아니." 그녀가 말했다. "농담이 아니야."

그는 웃음을 그쳤다. "세상에나 도대체 뭘 보고 그런 생각을 한 건데? 학교에 있었을 때 넌 말포이를 나만큼이나 잘 알았잖아. 그가 얼마나 구제불능 멍청이였는지, 얼마나 그 쓸모없는 아버지를 존경했는지 알면서." 

"말포이는 스네이프를 무척 존경하기도 했지." 그녀가 지적했다.

"그래, 하지만 그의 아버지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 그 망할 볼드모트의 오른팔이던 작자 말이야."

"말포이의 아버지는 5학년 때 아즈카반으로 끌려갔어."

"그 사건은 말포이를 한층 더 비열하게 만들 뿐이었지. 헤르미온느 너도 알잖아!"

"알지도." 짜증이 나기 시작한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나한테도 내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그는 팔짱을 꼈다. "좋아. 한번 대 봐."

"첫 번째, 연락은 루시우스 말포이가 키스를 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 죽음을 먹는 자들이 아즈카반에서 두 번째로 탈옥한 후부터 시작되었어."
해리는 얼굴을 찌푸렸다. "말포이가 사라졌을 무렵이로군."
"바로 그래."
"그의 아버지는 볼드모트를 섬기다가 죽었지. 넌 무슨 근거로 말포이가 우리 쪽을 돕기로 마음을 바꾸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쩌면 말포이가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배신당했다고 느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그도 죽음을 먹는 자였다고!"
"우린 그 점을 확실히 몰라."
"아니." 그는 어둡게 말했다. "우린 알아."

"너- 오." 말포이의 신병을 현재 마법부가 확보하고 있음을 기억한 그녀가 말했다. 물론 그들은 보았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심문했을 것이다. "그래도 말포이가 스파이로 돌아섰을 가능성은 있어. 어쨌든 스네이프도 그랬잖아. 그리고 그 스파이는 죽음을 먹는 자들의 계획과 전략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

"그것도 결정적인 증거는 못 돼." 그가 말했다. "네가 댈 수 있는 근거는 그게 다야?"

"아니야." 그녀가 쏘아붙였다. "당연히 아니지. 두 번째, 우리가 받은 정보 대부분은 죽음을 먹는 자들의 남잉글랜드에서의 활동과 관련이 있었어. 말포이 저택은 윌트셔에 있고 말이야."

"헤르미온느, 죽음을 먹는 자들의 진지는 대부분이 남잉글랜드에 있어. 스파이고 자시고 그게 활동 대부분이 그곳에서 일어나는 이유가 될 것 같은데."

"그래, 하지만 우리가 지도에 위치를 표시해 보았더니 그 중앙은 말포이 저택이었다고."

"그 저택이 죽음을 먹는 자 본부거나 뭐 그랬다면 활동 대부분이 근방에서 일어났다는 게 말이 되지. 그건 네 스파이의 위치가 거기라는 뜻은 아니야." 

"세 번째,"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편지가 씌어진 어투엔 확실히 말포이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어."

"무슨 말이야?"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설명하기 힘들어. 그냥… 편지쓰는 사람이 구사하는 표현이 어딘가 말포이의 말버릇과 흡사했어."

"잡종과 친머글주의자에 대해 얘기하든?" 그가 비웃었다.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OUTWIT 첩보원으로서 또 해리와 론의 친구로서 그간 강제 길러진 의지력에 감사했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의심의 여지 없이 해리는 지금 그 깡마른 궁둥이를 걷어차였을 테니까. "아니야." 그녀가 말했다. "그러진 않았어.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 편지글은 편지를 쓴 사람이 편지 내용에 언급하는 사람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끼고 있으면서도, 어쩐지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다는 인상이 풍겼어."
"거만하지만 겁쟁이라." 해리가 회상했다. "그거  말포이 같네 그래."


"네 번째." 그의 대답에 되돌려주고 싶은 반응을 꾹 참은 그녀가 말했다. "편지는 늘 말포이 풍으로 서명이 되어 왔어."
해리는 코웃음을 쳤다. "설마 본명으로 서명했다는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노려보고 싶다는 충동에 굴복한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편지는 모두 암호로 되어 있었다고- 마지막 인삿말만 제외하고 말이야. 편지의 끝은 항상 같았는데 그런 편지에는 어색할 정도로 정교하게 장식된 글씨체였어."


"그 스파이가 무슨 이름으로 서명을 했길래?"
"이름은 없었어." 그녀가 말했다. "마치는 말 있었지. 편지 끝에는 언제나 아 드마(demain)라고만 씌어 있었어.”
"아 뭐라고?"
드마.”
“데몬? 뭐, 말포이에게 어울리는 이름인 건 확실하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아니야. Demain. 프랑스어야. 내일이라는 뜻이지.” (demain: 내일에)
해리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 * *
경고하는 노크 소리가 문이 열리기에 앞서 나더니 위즐리 치료사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국장님, 준비 되셨습니까?"


오러는 드레이코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적의 어린 표정이 아니라,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그래." 마침내 그가 대답했다. "이만하면 지금으로서는 충분하다고 믿네."

치료사가 들어왔고 이어 아주 키가 크고 힘이 세 보이는 간호 마법사 두 사람이 따라 들어와 그녀의 지시를 기다리며 문 근처를 서성거렸다. 오러가 비키자 그녀는 활기찬 발걸음으로 드레이코의 침대 곁으로 다가왔고, 놀랍도록 힘센 손으로 그의 턱을 움켜잡고서는 지팡이로 점조명을 만들어 그의 눈 속을 번갈아 들여다본 다음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 한 시간은 베리타세룸이 온전하게 약효를 발휘할 겁니다. 시간은 충분하겠어요." 

드레이코는 눈을 껌벅였다. 베리타세룸이 마치 그를 물 속에, 빛을 언뜻 볼 수는 있지만 수면으로 올라올 수는 없는 깊이에 가라앉아 있는 듯한 기분으로 만들고 있었다. 모든 것이 원래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보통 베리타세룸 약기운은 그보다 빨리 가시는 것 같았는데요." 그가 말했다.
치료사는 음험하게 웃었지만 대답한 사람은 늙은 오러였다. "위즐리 양이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양을 투여했다네, 말포이 군. 그냥 예방 조치일 뿐이야."

"예방 조치라니, 그게 무슨 뜻이죠?" 그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이번에는 치료사가 대답했다. "여기서 우리가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더 이상 없으니, 당신은 성 뭉고 병원의 엄중 경비 병동으로 옮겨지는 거야."

"뭐라고?" 공황이 그를 휩쌌다. "언제?"

서서히 그녀는 진심 어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당장."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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