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작가: November E. Snowflake
창작일: 2004/11/16
등급: PG-13
페어링: 해리/드레이코, 론/헤르미온느, 지니/통스
내용 요약: 호그와트 이후 전쟁으로 점철된 세상에, 자신의 어제를 모르는 한 남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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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10장: 발견
사람들이 내 앞에서 네 이름을 부를 때,
내 귀에는 조종 소리로 들리어오네,
온몸이 몸서리쳐지고-
왜 너는 그토록 사랑스러웠던가?
-조지 고든 바이런 경
"당신은 자신이 정말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고민한 적 있나요?"
통스는 오러 로브의 매듭에 얽힌 자기 손가락을 내려다보다가 놀라서 흘긋 보고는 눈을 깜빡였다. "그래야 돼?"
"아니에요." 지니는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허리 주변에 이불을 두른 채였고, 통스는 지니가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가슴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그녀는 오늘 아침에 창문을 끈덕지게 두드려서 그녀를 깨운 마법부 부엉이를 저주하며, 그 망할 놈의 부엉이가 그녀의 아파트가 아니라 이곳에 있는 그녀를 찾을 만큼 똑똑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예정에 없던 아침 회의가 잡혔음. 늦지 말 것. 자신에겐 그런 경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화가 치밀었으리라. 저울 눈금처럼 시간을 엄수하는 것은 그녀의 장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슨 일 있어?" 그녀는 한 눈은 로브를 보고 다른 한 눈은 모로 굴러 팔로 머리를 받치는 지니 쪽을 보며 물었다. 아, 빌어먹을, 빌어먹을 아침 회의!
"아니에요." 지니가 한숨을 쉬며 다시 말했다. "아무 일 없어요."
마침내 통스는 마법사들이 지퍼를 머글식 패션이라 하여 배척하지 않고 제복에 도입했으면 얼마나 좋았을지 골백번은 생각하면서 겨우 걸쇠를 제대로 된 모양으로 채웠다. 자기가 한 노력에 만족한 그녀는 손으로 로브를 쓸어서 주름진 맵시를 단정히 하고서 웃음을 지으며 지니에게로 몸을 돌렸다. "위로가 필요해, 자기?"
"아, 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시름에 젖은 표정으로 지니가 대답했다.
통스는 머리를- 오늘은 부드러운 진보라색이다- 거울에 대강 비쳐 보고는 방을 가로질러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침대가 푹 경사지자 덤으로 지니의 몸도 그녀가 앉은 쪽으로 도그르르 굴러오는 것이 좋았다. "너는 좋은 사람이야." 한쪽 무릎을 침대 위로 끌어올리고 손을 지니의 허리 너머 매트리스에 짚고서 통스가 말했다. 지니의 가슴이 그녀의 다리를 스쳤고 통스는 그 사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강한 자제력으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직장 일 때문에 그래?"
지니는 머리를 가로젓고는 통스의 허벅지에 한 팔을 걸고 끌어당겨 껴안았다.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가 말한 것 잊어버려요."
"아니, 아니, 분명 뭐가 있어. 아니면 네가 오늘 아침에 그렇게 우울할 리 없잖아."
지니는 다시 한숨을 쉬고는 통스의 무릎에 뺨을 누르면서 더 바싹 통스의 다리를 감싸 안았다. "그냥- 당신이 했던 말이나 했던 일을 떠올리면서, 그게 옳았는지 고민해 본 적 있나요?"
"말이라고 하니." 통스가 말했다. "난 항상 입을 틀어막고 싶은 실수를 저지른다고."
"그런 말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당시에는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는 자신이 없는 거요."
통스는 매끄러운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를 서늘한 불길처럼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자는 동안 헝클어진 지니의 머리를 손으로 빗었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고 난 생각해." 그녀가 천천히 머리칼을 쓸어내리면서 말했다. 지니는 눈을 감는다. "해리와 연관 있는 일이야?"
그녀는 몸에 닿은 지니가 흠칫 굳더니, 서서히 느릿느릿 몸의 힘을 푸는 것을 느꼈다. "안 그런 일이 어디 있던가요?" 지니가 낮게 속삭였다.
통스는 지니가 더 말하기를 기다리면서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아무 말도 이어지지 않자 손을 멈추고 몸을 숙인 그녀는 지니가 그녀에게 매달려서 잠이 든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계속 천천히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면서 그다지 편안해 보이지 않는 지니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입은 살짝 벌어졌고 평화롭게 잠들었다고 하기엔 눈은 너무 꽉 감고 있었다. 지니의 고르고 깊은 숨결이 그녀의 몸에 닿았다.
그녀는 아침 회의에 조금 늦었을 뿐이다.
***
말포이는 창턱에 손을 짚고 앞으로 몸을 기대었다. 이마에 닿은 유리창은 서늘하고 아침 이슬을 머금어 촉촉했다. 그는 다른 편 세상을 멍하니 응시했다. 영상이 머릿속에서 깜빡였다. 그는 보지 않으려는 양 눈을 감았다.
그는 이제 자기 기억이 돌아오고 있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조각조각난 채 소리 없이 다가오기는 하나 돌아오고 있었다. 오러들이 그의 꿈에 두는 관심이 시사하듯, 그 빨강머리 치료사가- 위즐리, 그는 멸시조로 생각했다- 어젯밤 그가 헤어지면서 남긴 말에 그같이 반응했듯, 외부에서 확신을 더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이제 많은 것을 알았다. 꿈속에서만 떠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매일 그는 조금씩 더 많이 기억했다. 그는 포터와 맞섰던 퀴디치 경기가 기억났다- 이기지 못해 느끼던 좌절을, 스니치를 포착했을 때면 솟구치던 아드레날린을, 포터의 손이 자신보다 먼저 그걸 잡을 때마다 느꼈던 지독한 질투를. 그리고 한 차례- 또 한 차례- 포터의 주먹이 자신의 배에 꽂히던 느낌과, 그가 현재 표출하는 그 어떤 감정보다도 선명하고 순수한 증오를 담아 으르렁거리며 일그러졌던 얼굴을.
그는 호그와트를 기억했다- 찰나 같은 장면이 엮였을 뿐이지만, 그래도 당시 학교에서 그가 누구였는지- 그가 어떤 존재였는지- 알 만큼은 되었다. 슬리데린의 반장, 중요한 인물, 기숙사 학생들은 그의 힘을 존경했고 최소한 몇몇 교수들은 그의 지성을 존중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그를 남몰래- "더러운 슬리데린" 이라고 비난했지만. 그는 덤블도어를 기억했다. 너무 많이 알지만 너무 적게 내보이던 머리가 돈 늙은 바보를. 말포이가 호그와트에서 보내던 마지막 해에 일어났던 그의 죽음은 예상보다는 파문이 작았다- 적어도 말포이의 삶에서는. 결국, 그리핀도르 중 누가 뱃머리에서 키를 잡던 상관없이, 삶은 흘러갔다. 그는 스네이프 교수를 기억했다. 나머지 학생들에겐 무척 찔끔찔끔 인색하게 베풀던 칭찬을 말포이가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스네이프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경고했음에도 성난 소년의 존경을 받았던 빈틈없는 남자를.
그는 아버지를 기억했다- 키 크고 오만하고 세련된 남자를. 어린 아이에겐 비길 데 없는 영웅이었고, 사춘기 소년에겐 본받아야 할 목표였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시점까지. 그는 기억 속 영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말포이는 그렇게 된 이유를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갑작스럽고 중대한 사태였다고 기억할 뿐이었다. 그는 어머니를 기억했다. 하지만 이 기억은 약간 덜 뚜렷했다. 초췌한 얼굴의 차가운 여인은 애정을 담아 그를 만지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학교로 과자와 자질구레한 것들을 보내 주었다. 어머니에 관한 나중 기억은 이상하고 좀 희미했다- 분노하여, 눈이 휘둥그렇고, 어딘가... 어머니답지 않았다. 그는 기억에 얽힌 매듭을 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하며 분에 차서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자기 자신을 기억했다. 드레이코. 그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했다- 탄원, 축복, 저주를. 그는 세상에서 그가 처한 위치를, 그리고 그가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생기다 만 유치한 상상을 기억했다. 그는 그 우매한 생각에 설핏 웃음을 지었지만, 이내 찡그렸다. 그는 안다. 그가 우주의 중심에 있지 않았음을. 거기엔 포터가 있었다.
아, 그는 포터를 기억했다. 그가 포터와 정말로 알고 지내기 전부터 포터를 알았음을 기억했다- 신화적 영웅인 마냥, 살아남은 아이에 관해 쓴 책과 신문 기사를 통해서. 그들의 빌어먹을 구원자. 그에 대해 끊임없이 사람들이 주고받던 속살거림과 추측을 통해서.
그는 포터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를 기억했다. 그 호숫가의 밤을, 해질녘의 빛이 비껴 불그레하게 물든 얼굴을, 망할 놈의 바보같은 안경 너머에서 탄원하던 눈을.
“내일 뭐 할 거야?” 한 손으로 드레이코의 팔을 단단히 잡고 포터가 물었다.
일부러 둔감하게 굴면서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집에 돌아갈거야.”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니야, 그리고 너도 알고 있잖아.”
“하지만 네가 알 필요가 있는 건 그것뿐이야, 포터.”
그들은 서로를 오랫동안 노려보았다. 그리고 드레이코는 포터의 얼굴을 깜박깜박 스쳐 지나가는 표정을 지켜보았다- 의지에 찬, 조심스러운, 힐난하는 표정을. “좋아.” 그는 드레이코의 팔을 잡은 손을 풀며 마침내 말했다.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네 마음대로 해. 넌 언제나 그랬으니까.”
드레이코는 포터의 말을 들은 자신의 입가가 긍지와 고통과 체념을 일깨우던 아버지를 기억하며 무의식적으로 경련하는 것을 다스릴 수 없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는 결코 중요하지 않아.” 그는 하려고 했던 것보다 더 정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포터는 더욱 화난 얼굴이 될 뿐이었다. “모두들 자신의 선택을 가지고 있어.”
“아마 네 세계에서는 그렇겠지, 포터.”
그는 더 가까이 걸음을 내디뎠다. 너무 가까웠다. 불편하고 달갑잖은 존재감이 방금 드레이코가 유지하던 간격을 뚫고 들어왔다. “넌 여태껏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우린 똑같은 빌어먹을 세계에 살고 있어.”
포터가 얼마나 아무것도 모르는지는 언제나 놀라웠지만, 이건 질릴 정도였다. “지금 억지로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너 아닌가?”
포터의 눈은 깊어지는 땅거미에 잠겨 거의 검은색에 가까웠다. 그의 흉터, 이마를 가로지르는 성난 자국은 어둠에 대비되어 소름끼치게 희었다. 드레이코의 눈은 포터의 얼굴 윤곽을, 시간과 시련과 굶주림에 가까운 생활로 예리해진 선을 따라 훑었다. 아, 드레이코는 그 이야기를 알았다, 그랬다, 머글이 포터를 학대한다는 이야기를 한껏 즐겼다. 그 이야기가 진실이든 아니든, 그 이야기는 머글과 잡종이 어리석음을 타고난다는 어둠의 지배자의 주장을 확실히 입증해 주었다. 하지만 드레이코는 포터의 가느다란 팔목, 퀴디치 시즌이 시작할 무렵이면 너무 두드러지는 갈비뼈, 거의 매번 9월이면 움푹 들어가는 뺨을 보았다. 그는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짐작했다.
“전쟁이 끝나면 난 널 다시 찾을 거야, 말포이.” 포터가 말했다. “그리고 그때 넌 네 선택들에 대해 내게 대답해야만 할 거야.” 그는 눈을 가늘게 떴고, 말포이는 저녁의 서늘함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온 한기를 느꼈다. “네가 반드시 대답을 하도록 내가 그렇게 만들겠어.”
그는 분노하여 곧추섰다. “그것도 너의 그 잘난 약속 중의 하나인 건가?”
“그래." 포터가 말했다. "약속이야.”
드레이코는 포터가 그에게 한 유일한 약속은 다름아닌 위협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어울리는지 절실히 깨닫고, 자기가 그것을 달성할 수 있다는 포터의 자신감을 아주 조금은- 부러워하며 짧고 씁쓸하게 웃었다. “아무도 네게 약속 같은 건 하지 말라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나 보군, 포터?”
“넌 언제나 지치지도 않고 꽤나 훌륭한 충고를 해줬었지, 말포이.”
“매우 슬기로운 충고겠지. 내가 좀 깊게 생각을 하는 걸 좋아해서 말이야.”
“그 점에 관해선 너와 나 사이에 조금의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더 가까이 다가오며 포터가 말했다. “사실, 나도 널 위해 해줄 충고가 조금 있어.”
드레이코는 쿵쿵 뛰는 자기 심장,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마다 나는 쌕쌕거리는 소리, 포터의 시선에 거의 정말로 존재하는 것 같은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자신이 싫었다. 그는 최대한 조롱하는 미소에 근접한 표정을 입가에 끌어왔다. “오, 정말로? 꼭 들어보고 싶은데.”
“첫째, 넌 내가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해.”
드레이코는 웃었지만, 그 소리는 포터가 한 걸음 더 그에게로 떼어놓자 뚝 그치고 말았다. 그들의 몸은 너무 가까운 나머지 거의 닿을 정도였다. 그는 힘겹게 숨을 쉬려고 했고, 가까이 다가온 포터의 너무 야윈 몸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결심은 포터가 드레이코의 팔뚝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여 그를 움찔 놀라게 하는 바람에 헛되이 흩어졌다. “그리고 또, 또 네가 꼭 기억해둬야만 할 것은 말야.” -포터는 드레이코의 넥타이를 꽉 붙잡고 그를 확 끌어당겼다. 그리고 드레이코는 자신이 두 번 다시 숨쉴 수 있기는 할까, 포터가 그의 입술로 뿜어내는 숨결에 의지하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 표지를 남기는 것에는 한 가지 이상의 방법이 있다는 거야.”
드레이코는 생각도 할 수 없었고, 숨도 쉴 수 없었다. 포터의 시선은 어찌해 볼 수도 없이 포터의 입을 내려다보는 드레이코의 시선을 파고들었다. 너무 가까웠다, 너무 가까웠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포터에게 입을 맞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은가? 슬리데린은 그리핀도르 바보들에게 입 맞추지 않는다. 특히 빌어먹을 해리 포터처럼 무모한데다 죽음의 낙인이 찍힌 인물은. 그는 길게 내쉬고는, 천천히 들이마시는 포터의 숨결을 입가에서 느꼈다. 그리고 드레이코는 눈을 감았다, 기다리며, 기다리며... 바라며-
그는 해리 포터를 처음 만났던 그 날을 저주하며, 기억이 불러오는 증오와 갈망이란 이상한 조합을 저주하며,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함을 저주하며 두 주먹을 움켜쥐었지만 눈을 뜨지는 않았다.
그는 아직 어떻게 자기가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학창 시절에 귀찮은, 때려잡으면 되는 파리 같은 녀석이었다는 것 말고는 포터의 죽어가는 친구에 대해서도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희미하게 회상되는 피와 흑마법과 아직도 그의 피를 세차게 흐르게 하는 황홀한 힘에도 불구하고 왜 자신이 위험한 존재로 여겨지는지 확실히 몰랐다.
그는 요즘 자신의 피를 세차게 흐르게 하는 것이 그 하나뿐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
통스가 오러 본부 회의실에 도착한 때쯤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놀랄 것도 없이 무디를 비롯해, 놀랍게도 리무스 루핀까지. 그녀는 말포이 사건과 약간 접점이 있는 일을 했던 다른 SWORD 팀원 몇 명도 알아보지만, 루핀이 지금 몇 달 동안 그녀와 헤리가 연락을 주고 받는 주요 통로였다. 그녀는 뱃속에서 춤추기 시작하는 어떤 예감을 느꼈다.
"통스!" 무디가 소리를 쳤고, 그녀는 부리나케 종종걸음으로 의자를 빼어 그녀가 한 번도 되어 본 적이 없었던 착한 여학생처럼 앞에 두 손을 곱게 모으고서 자리에 털썩 앉았다.
"이제 우리 모두 모였군요." 남몰래 장난기 어린 미소를 그녀에게 슬쩍 던지면서 리무스가 말했다.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시지 않겠습니까, 앨러스터?"
"다 말하게, 루핀. 우린 시간 낭비를 하고 있네."
"알겠습니다." 리무스는 앞에 놓인 서류철을 펼쳤다. "여러분이 모두 아시다시피, 지난 몇 개월 동안, 저는 마법부 드레이코 조사 프로젝트의 연구 책임자였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의문이 수없이 있습니다, 그 중 으뜸가는 것은 말포이 장원을 기습했던 날 밤에 말포이가 사용했던 주문의 정체입니다." 그는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흘끗 바라보았다. "모두들 사건의 경위를 알고 계실 테니, 지루하게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아, 그래, 통스는 그 사건의 경위를 기억했다. 그녀는 거슬러 올라가 드레이코 말포이가 웬일인지 마법사 세계에서 사라졌던 때부터 지난 5년간을 그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말포이 장원으로 가서 죽음을 먹는 자와 관계가 있는지 힐문하기 위해 드레이코를 억류하도록 배정된 오러 그룹의 일원이었다. 그녀는 적어도 일주일은 있다가 가야 한다고 무디를 설득하고 싶었다. 지금은 나쁜 시기였다- 루시우스 말포이가 바로 얼마 전에 디멘터의 키스를 받았고, 소문에 의하면 그녀의 이모 나시사는 말포이 가족이 선산에서 빈 관으로 거행했다고 전해지는 장례식 후에 자살을 기도했다고 했다. 하지만 무디는 집요했고, 해리도 그랬다. 특히 최근에 죽음을 먹는 자들이 아즈카반에서 탈출한 영향이었다. 그래서 팀은 장원으로 내려갔지만, 드레이코는 아무데서도 찾을 수 없었고 죽기는커녕 생생한 나시사가 그들을 맞이하며 날카로운 말과 노여움으로 번쩍이는 눈길을 던졌을 뿐이었다.
적어도, 그 때 그들은 그녀를 나시사라고 생각했다.
통스는 드레이코가 실종되고 나시사가 장원 안에 틀어박힌 후 오래도록 아무 결실 없었던 5년이란 세월 때문에 좌절했던 감정의 흔적을 아직도 느끼며 금빛으로 물든 손톱으로 그녀 앞에 놓인 서류 가장자리를 훑었다. 그녀의 움직임을 감시했던 스파이는 그녀가 떠나는 것을 보지 못했고, 그녀의 지팡이에 걸린 원격 추적 주문은 지팡이가 침실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표시했다. 오러들은 그녀가 남편이 사실상 죽은 후로 마법을 영영 버린 것인지 의문을 품었다.
재미있게도, 드레이코의 지팡이도 저택을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고, 아마도 그의 아버지가 일을 실패한 벌로서 볼드모트가 살해했나 보다고, 아마도 가족이 겪은 불명예스러운 시간 때문에 자기 손으로 목숨을 끊었나 보다고 추측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스는 오랜 옛날 다이애건 앨리에서 드레이코의 눈 속에서 타오르던 불꽃을 본 이후로는, 그가 자살했으리라고는 조금도 믿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어딘가에 분명히 살아 있음을 알았다. 지금 그녀는 리무스가 목을 가다듬는 사이에 한숨을 쉬었다. 어떨 때면 그녀는 그들이 드레이코를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믿을 만한 소식통이 무언가 탐탁지 않은 일이 말포이 장원에서 벌어진다는 증거를 가져오기 시작하자, 오러들은 한 차례 더 불시검문(surprise visit)을 하였지만- 오히려 그들 쪽이 나시사 말포이와, 죽음을 먹는 자 한 무리와, 드레이코가 그곳에서 그들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통스는 해리가 날카롭게 숨을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지옥 같은 시간이 덮쳐왔다.
그녀는 훗날 드레이코가 처음으로 주문을 읊었다는 것밖에 확실히 알지 못했다- 그전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특이한 주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시사가 처음 "아바다 케다브라!" 라고 소리치기 전에 순식간에 해리에게 명중했다. 오러들은 곧장 본능적으로 대응했다. 기절시켜서 생포하려 애쓰며, 오직 궁지에 몰렸을 때만 살상했다. 어찌어찌하여, 혼전 중에, 론 위즐리는 주문이 빗발치는 방향으로 뛰어들었고, 그와 드레이코는 대상을 놓쳤거나 튕겨나온 저주 몇 가지에 맞았다. 다음에 그녀가 기억하는 장면은, 죽음을 먹는 자 대다수가 죽거나 기절했고, 론은 의식이 없었고, 해리가, 다른 오러 둘이 그를 잡아떼려 하다 잘 되지 않자 기절시켜서 말을 듣게 하려고 애쓰는 와중에, 드레이코의 머리를 바닥에 내리찍으면서 울부짖는 모습이었다. 그는 드레이코가 결국 얻어맞아 의식을 잃고 나서야 끌려나왔다.
그들이 그를 드레이코에서 떼어놓았을 때, 해리는 미친 듯 분노해 눈을 빛내고 있었고 마법의 기운은 그에게서 마치 분출하듯 흘러나왔다. 그들은 일주일가량 그를 병원에 입원시켜 관찰했다. 그리고 퇴원한 그는 이전 그 어느 때보다도 울화에 잠기고 텅 빈 눈이 되어, 론의 침대 곁에서 한 번에 몇 시간씩 보내거나 그녀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열성으로 오러 일을 했다.
리무스와 다른 연구원들은 그때부터 말포이가 외운 주문이 무엇인지 실마리를 찾으려 조사해 왔다. 아무도 론을 치료할 마지막 희망이 여기에 걸려 있다고 입밖으로 털어놓고 싶어 하지 않았다.
통스는 SWORD가 론을 위해 한 노력이 이번에도 성과가 없었다는 보고를 다시 한 번 더 들을 마음의 준비를 하며 리무스 쪽 탁자를 내려다보고 손가락으로 탁자 끝을 톡톡 두드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우리가 이 사건에서 실마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리무스가 말했다. 통스는 탁자를 두드리고 싶어 좀이 쑤시던 기분이 씻은 듯 사라졌다.
"어떤 건가?" 무디가 으르렁거렸다.
"더블린에 있는 우리 연구원 몇 명이 지난달에 급습했던 오리어리 장원 저택 서재에서 얻은 서적을 분류하고 필요하다면 번역하는 책임을 맡았습니다. 책과 서류 중에서 조건 저주라고 하는 것을 언급한 16세기 게일어 사본을 찾았습니다- 조건절에 기반한 저주인데, 종종 심리적인 조건에 바탕을 두기에 주문의 효과를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씌어진 주문 중에는 숨겨진 마음의 저주라고 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Cor Celatum," 통스가 중얼거리자 리무스는 그녀를 향해 미소했다.
"바로 그거죠. 물론 지금 당장은 추측일 뿐입니다. 사본은 저주를 기술했지만 어떻게 실행하는지는 독자에게 알려 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사실 말포이가 읊은 주문이 가려진 심장의 주문이 맞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어요. 라틴어가 그걸 가리키는 것 같긴 하지만요. 하지만 우린 희망을 봅니다." 그는 앞에 놓인 서류철에서 종이 더미 하나를 들었다. "앞에 놓인 문서를 들여다보시면 사본에서 발췌한 그림과 연구원이 주석을 단 해석을 보실 수 있습니다."
통스는 흥분해서 종이를 팔락팔락 넘기고 주문의 필요조건엔 무엇이 있고 그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사본이 서술한 내용을 훑어보았다. 첫 쪽을 반쯤 읽다가 그녀는 인상을 찡그렸다. 페이지가 넘어가자 웃고 싶은 충동이 걷잡을 수 없었다. 그녀는 꾹 눌러 참고 계속 읽었다. 하지만 마침내, 압박해 오는 충동이 너무 강해진 나머지 웃음이 터져 나와 떠들썩하게 울리자 모든 이들의 눈이 그녀에게 모였다.
"리무스." 그녀는 거의 울부짖듯 깔깔대며 숨을 씨근덕거렸다. "당신이 진심으로 이 주문이 드레이코 말포이가 그날 싸우던 중에 해리 포터에게 건 것일 수 있다고 믿는다면, 당신 마침내 미쳤군요, 이 양반아."
***
해리는 찌푸린 얼굴로 붉은 장정을 두른 사진첩을 다음 쪽으로 넘겼다. 어젯밤 그는 병원 접수 데스크에 그가 가져가라는 듯 놓인 그 사진첩을 발견했다. 그가 말포이를 찾아갈 그 핑계조차 없도록 하려고 지니가 둔 것이었다. 지금, 말포이가 이 페이지를 만졌고, 해리의 과거를 담은 단편들을 골똘히 들여다보았음을 깨닫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오늘 아침에- 또다시, 아무 표지가 없는 부엉이가 배달한- 에이버리 연구소에서 온 우편을 검토해야 했다. 게다가 그는 오늘 오후에 통스가 부엉이 편에 보낸 메시지를 놓고도 고민해야 했다. 거기엔 이렇게만 씌어 있었다: "해리. 우리 얘기 좀 해." 그러나 오늘 그는 이상한, 거의 분노로 넘어갈락 말락 하는 까닭 모를 쓰라림에 휩싸여 있기에, 집중도 대화도 할 수 없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거의 페이지마다 그를 보며, 함께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행복하게, 그저 지금 그들이 모두 거기에 있고, 당분간은 안전하다는 것- 아니, 커지는 전쟁과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악한 마법사의 목표물이 되었다는 현실에서 가능한 한은 안전하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미소 지었다.
그들이 좋았던 시절에 위즐리 가족과 함께 버로우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가 카메라를 향해 짐짓 인상을 썼다. 기차에서 찍은 사진.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 호그와트 유령의 집에서 찍은 사진. 단지 잠시 동안만이라도, 예언과 운명과 전쟁의 그림자를 잊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장소였던 퀴디치 경기장에서 찍은 사진.
크룩생크가 머리로 그의 손을 집요하게 꾹꾹 찔렀다. 해리는 반쯤 무의식적으로 그를 토닥이고는 슬픈 미소를 지어 주었다. 고양이가 그의 허벅지 곁에 자리를 잡자, 해리는 소리 없이 여리게 떨리는 가르랑거림을 느끼며 손가락을 황갈색 털 속에 묻고 비비꼬았다.
그는 사진첩으로 되돌아와서 몇 주 전에 말포이가 들여다보며 얼굴을 찌푸리던 사진에서 눈을 멈추었다. 사진 속 말포이의 시선은 해리로 론으로 지니로 번갈아 휙휙 움직이며 화난 표정에서 샐쭉해졌다가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해리는 이제 거의 눈에 안 띄는 형체가 되어 사진 가장자리를 서성이는 그를 지켜보았다. 그는 그때 말포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기랄, 그는 지금 말포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치료사들이 이미 끊어진 정신에 무슨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여 말포이에게 레질리먼시를 쓰는 것을 금하지만 않았더라도, 아마 많은 질문이 오래 전에 답을 찾았으리라. 해리는 보통 마음에 들지 않는 규칙은 살짝 비껴가거나 심지어 위반하는 것에도 거의 거리낌이 없었지만- 물론 더 큰 선이라는 이름 아래서- 지니는 그에게 이 사항을 명심케 했다. 치료사들은 정체 모를 주문이 말포이의 뇌에 손상을 입혀서 기억에 접속하지 못하는 것일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의식이 그의 정신에 침입하면 연결은 영영 끊어진 채로 굳어져 버릴지도 몰랐다.
말포이의 모습은 해리, 론, 지니에게서 등을 돌리더니, 어깨 너머로 살그머니 그들을 엿보았다. 해리는 지니가, 똑바로 말포이를 보고, 보통 코넬리우스 퍼지, 퍼시와 조지를 살해한 자, 볼드모트 같은 화제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면 짓지 않는 표정이 되는 것을 알아챘다. 말포이는 근심스러워 보였다. 해리는 이 표정이 여지껏 말포이를 관찰하며 본 것 중 가장 분별 있는 반응 같다고 생각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아직 다른 누구의 얼굴을 마주할 만큼 화가 가라앉지는 않았다고 생각한 그는 그 소리를 무시하려 애썼다. 크룩생크가 늙은 고양이치고는 놀랍도록 원기왕성하게 움직이며 소파에서 뛰어내려 누군지 탐색하려고 문에 매달렸다. 고양이는 호기심에 차서 야옹거리고, 그 소리에 섞여 노크 소리가 더 크게 나자 해리는 끙 신음하고 책을 짜증스럽게 무릎에 팽개쳤다. 누가 왔는지 뻔했다- 그의 아파트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다섯 명뿐이었다. 그리고 론은 비밀을 지키는 사람이니, 여전히 다섯이었다. 한 명은 의식이 없고, 한 명은 외국에 있고, 한 명은 종일 마법부 SWORD 회의에 매였고, 한 명은 오러 본부에서 일하는 중이니, 한 명이 남았다.
그는 크룩생크를 아무렇게나 잡고, 몸부림치는 고양이를 한 팔에 끼고 문을 필요 이상으로 힘주어 벌컥 열어젖혔다. "이봐, 지니, 말했잖아-" 그는 말을 뚝 그치고 앞을 뚫어져라 보았다.
해르미온느의 미소는 태양 같았다. "안녕, 해리."
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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