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작가: November E. Snowflake
창작일: 2004/9/2
등급: PG-13
페어링: 해리/드레이코, 론/헤르미온느, 지니/통스
내용 요약: 호그와트 이후 전쟁으로 찢겨진 세월이 몇 년 흘렀을 때, 자신의 어제를 모르는 한 남자가 있었다.
|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이
하루하루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정해진 시간의 마지막 음절에 이를 때까지.
우리의 모든 어제는 광대에게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길을 비추어 준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이여,
인생은 다만 걸어 다니는 그림자, 보잘것없는 배우일 뿐,
무대 위에서 맡은 시간 동안 활개 치며 안달하지만
얼마 안 가 영영 잊혀지는. 인생은
바보가 지껄이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무 뜻도 없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5막 5장 19-28절)
"드레이코 말포이가 기억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무디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통스의 첫 마디를 맞이했다. 그렇게나 고함을 잘 치고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이었으니, 마음이 흡족했을 때 그가 이렇게나 평온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은 맥 빠질 정도였다. 그는 앞으로 몸을 기울이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그건 전문가로서 자네의 식견인가?"
"물론입니다." 통스가 말했다.
"물론이라?" 그가 따라했다. "자네 그만큼 자신이 있나?"
경력 10년차를 넘은 오러지만, 아직도 통스는 가끔 상관에게 보고할 때 별 생각 없이 단정적으로 말하거나 과장된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걸 잊곤 했다.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국장님." 그녀가 대답했다. "이번에 제가 그에게 질문했던 때, 그는 지난번 심문 시에는 몰랐던 것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기억에는 아직 빈틈이 많지만 그는 나아지고 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그가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해내기 시작했다면, 왜 우리는 그 전에 그런 기미를 포착하지 못했단 말인가? 왜 그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은 건가?"
"저는 그가 얼마나 많이 기억을 되찾았는지 깨달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꿈을 통해 돌아왔기에 그는 그것들이 기억인지 허깨비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네는 그게 허튼 것이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하나?"
"제가 말씀드렸듯이 그는 알 리 없는 것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해그리드, 덤블도어, 스네이프를 묘사했습니다. 분명히 최근 몇 주 동안 그는 그 중 누구도 만날 길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그들에 관한 기사가 예언자 일보에 실린 적도 요 얼마간은 없었습니다. 무디를 쳐다보면서 그녀가 덧붙였다. "아무도 그에게 그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을 말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던가?"
"그- 아니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호그와트 시절 그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습니다."
"그들이 죽었다는 것을 아는지 여부가 드러날 만한 질문을 한 적이 있나?"
그녀는 입술을 오므렸다. "아니오.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얼마나 정밀하게 기억하는가보다는 전반적으로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결코 세부 사항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네, 통스. 자네 역할이 이 전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잖은가."
"압니다, 국장님."
"아무리 세심하게 살펴도 지나치지 않다네."
'예, 국장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잠깐 멈추고 언뜻 즐거워 보이는 기색으로 그녀를 보았다.-적어도 무디 딴에는 즐거움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초조한 게야, 그렇잖은가?"
그녀는 좀 우물쭈물했다. "어쩌면요, 국장님."
그는 생각에 잠긴 채 뺨에 깊게 패인 흉터를 엄지로 긁었다. "말포이가 무슨 다른 말을 한 게 있나?"
그녀는 불편한 나무 의자에서 몸을 고쳐 앉았다. "죽음을 먹는 자 입단 의식을 기억하는 것 같았습니다."
"볼드모트에 대해서 말하던가?" 무디의 두 눈이 모두 그녀를 주시했다. 그녀는 그 눈 깊숙이 숨겨져 있는 어슴푸레한 승리의 빛을 본 것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설명이 일치하는 것 같았습니다."
"말포이가 어떻게 묘사하던가?"
"뱀처럼 생기고 인간 같지 않다고요."
"맞는 것 같군, 좋아. 의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묘사하던가- 어땠는지 알고 있던가?"
"아니오, 그렇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는 잔에 있던 액체를 마신 것을 기억하고 볼드모트가 그를 만졌던 것을 기억합니다. 말할 때면 어둠의 표지를 문지르더군요."
"아, 재미있군.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던가?"
그녀는 상을 찌푸렸다. "저라면 고통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겠습니다. 그는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또한 볼드모트를 경외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자네 말은, 지금 말인가, 아니면 기억 속 당시에 말인가?"
"확실히 그 당시의 얘깁니다. 지금은- 저는 모르겠습니다."
"자네는 그가 자네에게 연기를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 거로군?"
그녀는 베리타세룸을 안 썼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음을 날카롭게 깨닫고 눈을 깜빡였다. "국장님?"
그는 아무 감정 없이 그녀를 보았다. "나는 몇 시간 전에 랠스턴 치료사가 보낸 아주 흥미로운 부엉이 우편을 받았다네."
그녀는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단숨에 그녀의 허파 속에서 공기가 모조리 빠져나갔다. "아."
"'아.' 그렇다네, 통스." 그는 양피지 두루마리를 펼치고 한번 쓱 보곤 다시 눈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는 베리타세룸을 투여하려고 하자 자네가 그를 문 밖으로 밀어내 버렸다고 주장하더군."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입니다, 국장님."
"왜 그랬나?"
그녀가 했던 것을 시인하기에 앞서, 그녀는 한숨을 쉬고 신경질적으로 손마디를 꺾었다. 그녀는 안절부절 못하는 손을 어찌할 수 없자, 두 손을 깔고 앉았다. "그러니까, 드레이코는 -아니, 말포이는- 몹시 분노에 차 있는 데다 겁에 질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 살인과 어둠의 지배자와 결탁한 죄의 용의자로 체포된 죄수를 심문하는 일에 있어 규정된 마법부 법규를 준수'할 수가 없었다'는 말인가?"
그녀는 눈을 감았다. "터무니없는 말로 들릴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전례 없었던 절차를 시행한 이유는 있겠지."
그의 말투는 힘 빠질 정도로 온화했다. 그녀는 한 눈만 억지로 떠서 그를 보았다. 그가 보라색 낯이 된 것 같지도 않고 당장 그녀를 해고할 것 같지도 않자, 그녀는 두 눈을 모두 뜨고 손을 무릎 위로 올렸다. 그 위에서 그녀는 손가락을 초조하게 얽었다. "그저- 아시다시피, 저는 서류를 오늘 아침 병원으로 가기 전에 읽었습니다. 우리는 그에게서 그다지 정보를 캐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쓸 만한 정보는 거의 없었습니다."
무디는 플라스크에 든 액체를 한 모금 마셨다. "계속 말하게."
"글쎄요," 그녀가 손가락을 더 세게 비틀면서 말했다. "저는 처음에는 우리가 그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지 못한 것뿐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드레-말포이의 방에 도착하자, 그는 잔뜩 긴장하고 격분해 있었고, 저는 그가 어쩌면 우리가 쓰는 수단에 저항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그를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동안 있었던 정기 심문에서 그가 얼마나 단답형으로 대답했는지 아실 겁니다. 그는 오로지 우리가 질문했던 것에만 대답했습니다. 때로는 그조차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녀를 수수께끼 같은 표정으로 보았지만, 말을 끊지는 않았다.
"전- 전 베리타세룸의 지배를 받는 게 어떤 기분인지 기억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얼마나 굴욕적인지, 얼마나 인간성을 앗아가는지, 그리고 저는 그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녀는 시선을 약간 돌리고 의자에 더 깊게 웅크려 앉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이는 것처럼 기어들어갔다. "제 생각에는, 어쩌면 그는 단 한번이라도 신뢰를 받는 게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자네는 죽음을 먹는 자로 판명되어 마법부가 구금하고 있는 자를, 자네 동료 몇 명을 비롯하여 결백한 마녀와 마법사를 살해하거나 살해를 기도했을지도 모르고, 그런 기억을 회복하고 있을지도 아닐지도 모르는 자를 신뢰하기로 결정했단 말이군?"
그녀는 아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효과가 있던가?"
그녀는 눈을 끔벅거렸다. "국장님?"
"들었잖나, 이 아가씨야. 효과가- 있던가?"
"제-" 그녀는 앉아서 조금 멍해진 채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그렇습니다.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흠 소리를 내며 그는 자세를 똑바로 세웠다. "내가 그것을 판단할 걸세." 그가 말했다. "기록 주문을 자네가 나가자마자 검토할 거야."
그녀는 멍청하게 눈을 끔벅이며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자, 그럼 움직이게." 그가 명령했고, 그녀는 나무 의족이 강조의 의미로 책상 아래 바닥을 세게 쿵 때리는 소리를 들었다. "망할 놈의 부엉이처럼 자네가 거기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으면 아무 일도 안 된다네."
"그 말씀은- 절 해고하지 않으신다는 겁니까?" 그녀는 자신 없는 어조로 위험을 무릅쓰고 말해 보았다.
"당장은 아니네, 하지만 자네가 여기서 꾸물거리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지!"
그녀는 냉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부딪히고 넘어져서 하마터면 딱딱한 바닥에 길게 뻗을 뻔 했다. 그녀는 두 발로 뛰어올라 무릎을 털면서 물러났다. "감사합니다, 국장님." 그녀는 숨가쁘게 말했다.
"통스!" 그가 크게 고함쳤다. 그녀는 한 손은 문고리에 대고 다시 그를 돌아보면서 굳었다. 그는 속이 뒤틀리는 초조한 기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그녀에게 눈길을 주었다. "나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수단을 배척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라네." 그가 말하였고, 그녀의 눈은 커졌다. "하지만," 그가 딱딱거렸다. "이런 버릇이 들진 말게. 자네가 수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었으니까!" 그녀는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손을 내저었다. "가게!"
그녀는 갔다.
***
해리가 병원 문으로 걸어 들어왔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진 직후였다. 그는 눈에 띄지 않도록 (그렇게 바라면서) 속도를 늦추며 홀로 갔다. 투명 망토를 걸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지만, 병원의 보호 주문은 망토를 뚫고 그를 감지할 것이다. 그리고 왜 그가 숨으려 했는지는 궁금증을 살 것이다. 그는 론을 면회하러 여기에 왔다, 물론. 그리고 그럴 것이다- 잠시만 있다가.
오늘 드레이코 말포이를 심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이 온종일 해리의 머릿속에서 웅웅거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이 임무는 바로 며칠 전에 내려왔다. 임무를 전해 듣자마자 흥분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낀 탓에 그는 낙담했다. 그는 이제까지 베리타세룸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죽음을 먹는 자와 그 동맹자들을 취조했다- 이렇게 열망을 느끼다니 안 될 말이었다. 그는 수치심을 느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가 오러의 책무에서 벗어나고부터 이것은 더 이상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 생각은 하루 종일 그의 머릿속 깊숙한 곳에서 살금살금 맴돌고 있었다- 누구에게 그 임무가 내려갔을까? 무디가 직접 했을까- 그리고 만일 그랬다면, 그는 무얼 물었을까?
오후에 버로우를 방문해 보았다. 그는 위즐리 부인과 대화하면서도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네빌에게 편지를 쓰면서도 생각이 다른 데로 가 있는 바람에 종이에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휘갈기고 말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깃펜이 여기저기 긁적여 놓은 이름을 내려다보고선, 그는 지팡이를 휘둘러 편지지를 불살라 버렸다. 그는 오후를 볼드모트의 행방을 추정하는 새 보고서를 읽으면서 보내려고 했다.(평범하게 포장된 이 편지는 마법부 소속이 아닌 부엉이가 배달해 왔다) 그러나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같은 문장을 몇 분씩 쳐다보기만 할 때가 많았다.
그는 이제 말포이의 1인 병실 바깥 복도에 멈추어 섰다. 병원 주변에 펼쳐진 보안 주문은 그가 들어오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그건 아마 그가 론과 가까운 관계인 덕분일 것이다. 말포이의 방 앞에서 이번에는 똑같이 지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속이 죄어드는 기분이었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그는 결계로 걸어 들어갔다. 만약 주문이 재설정되어 있다면 억지로 해제할 태세를 갖추고서 그는 마법이 몸을 씻어 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익숙한 얼얼한 느낌만을 받으면서 통과했다.
그는 말포이의 방문을 열었다. 저녁 어스름을 침대 조명이 밝히고 있었다. 말포이가 침대에 모로 누워 해리 쪽으로 등을 돌린 채 웅크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해리는 그 등이 발가벗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얗고 가느다란 등을 따라 목덜미에서 입원복을 입은 엉덩이까지 척추골이 뻗어 있었다. 그는 긴장하여 침을 삼켰다.
"벌써 말했잖아." 침대에서 이불에 파묻힌 소리가 들렸다. "나는 괜찮다고, 제기랄. 아프지 않다니까. 네가 주는 망할 놈의 약도 망할 놈의 음식도 먹고 싶지 않아."
해리는 목을 가다듬었지만, 그랬음에도 깔깔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보기엔 음식은 좀 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포이의 어깨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짝 굳었다. 그는 천천히 굴러서 해리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앙상한 팔꿈치로 몸을 받쳤다. 빛이 그의 모습을 따라 흘렀다. 창백한 피부, 여위고 거의 털이 없이 매끈한 가슴. 분홍색 유두나 말포이의 입원복 바지 허리춤 위에서 뚜렷하게 곡선을 그리는 골반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해리는 눈을 피했다. 대신에 말포이의 가슴 왼쪽에 흠을 낸 까맣고 보기 흉한 흉터가 왜 생겼던가를 되새겨 보려고 했다. "여기서 무얼 하는 거지?" 말포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해리는 몇 초가 지나고서야 말포이가 말을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그야 병원에 와 있지." 그가 말했다. 말소리는 말포이가 웃는 소리에 묻혀 사라져 갔다.
"다른 이유를 대 봐, 포터." 등을 대고 누우려고 움직이면서 말포이가 말했다. 그는 주변에 어질러진 침구를 정돈하려고 잠시 위쪽으로 몸을 휘었다.
근육이 수축하는 것과 그 남자의 갈비뼈 위로 빛과 그림자가 춤추는 것을 보자 해리는 입 안이 바싹 말랐다. 그는 너무 급히 움직이지 않으려고 신경 쓰면서 말포이의 침대 옆 의자로 걸어가 앉고 티가 안 나길 바라면서 로브 자락을 무릎 위로 모았다. 고개를 돌리고 몸을 뻗었을 때 말포이가 그를 쳐다보고 웃는 양을 보고 해리는 그가 한 노력이 소용없었다는 걸 알았다. "좀 떨어져 있을 순 없는 거냐?" 말포이가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은 무릎 위에 있는 것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해리의 오른손에 꽂혀 있었다.
평가하는 듯한 눈빛이 거슬려서, 해리는 똑바로 앉고 한 쪽 발목을 다른 쪽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말포이가 즐기는 눈초리인 것을 언뜻 보고 해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런. 오늘밤은 상쾌한 기분인가 보군. 안 그래?"
말포이는 낮고 씁쓸한 소리로 웃었다. "오러가 찾아오면 나는 언제나 생의 환희를 느끼지."
해리는 상을 찡그렸다. "내가 가버리는 게 좋다면-"
"아니야!" 말포이가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는 그렇게 서둘러 힘주어 말한 것에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띠었다. 이제 해리가 즐길 차례였다. "아니야." 말포이는 해리의 눈을 마주보지 않은 채 한번 더 말했다. "내게 찾아오는 이는 많지가 않아." 한쪽 어깨를 가늘게 떨면서 그가 말했다. "설사 그게 또다른 오러 녀석이라 할지라도."
해리는 무릎 위 옷자락을 만지작만지작하였다. 그는 말포이의 눈을 마주보지 않았다.
"알다시피." 침대 머리판에 편히 기대어 말포이가 말했다. "네가 제복을 입지 않은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나는 너희들 오러는 하루 24시간 근무하는가 보다고 생각했어- 아무튼 너는 밤에 내가 자는 걸 보러 왔을 때조차도 제복 차림이었잖아." 해리는 그에게 경고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말포이는 그 암시를 무시했다. "이런, 이런, 포터. 임무를 게을리 하고 있는 거야?" 그가 웃었다. "그런 태도라면 빛의 편은 결코 승리하지 못할 텐데."
"나는 임무를 게을리 하고 있지 않아." 해리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네 상사는 네가 너희 소중한 오러 제복을 벗은 걸 아냐?" 말포이는 집요하게 말을 이었다. "제복 문장이 네 눈 색깔을 제대로 돋보이게 하지 않아서 그래?"
말포이는 이 말에 웃음을 터뜨렸고 해리는 화가 나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미처 깨닫기도 전에 그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는 정직 처분을 받았어, 이 멍청한 병신아!"
말포이의 웃음은 뚝 멎었다. 그는 놀람과 당황이 섞인 표정으로 해리를 보았다. "정직이라고? 왜 정직을 당한 건데?"
"너 때문이야." 해리가 내뱉었고 말포이는 움찔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해리는 말포이가 더 이상 그를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호흡을 가라앉혔다. 바보 같은 후회 때문에 마음이 따끔거렸다. "그게 아냐," 그가 가만히 말했다. "네 탓이 아니야. 내 탓이야."
말포이는 다시 눈을 들어 그를 마주보았다. 그의 눈은 경멸의 빛을 띠고 있었다. "뭐가?" 그는 쓴웃음을 웃었다. "잘못된 것은 모두 내 탓이잖아, 안 그래? 네 친구가 아픈 것, 네가 정직당한 것." 그가 코웃음을 쳤다. "아마 네가 섹스를 못하고 살고 있는 것도 다 내 탓이겠지."
"어떻게-" 말포이가 웃는 바람에 굴욕을 느낀 해리는 화들짝 입을 다물고 낯을 붉혔다. -이번 것은 진심에서 흘러나온 웃음이었다.
"찍었어." 어쩐지 다정한 눈으로 말포이가 말했다.
해리는 무릎을 내려다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말포이가 짐짓 무관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동료 오러들은 네가 나한테 적당치 않게 행동한다고 염려하고 있는 거야?"
"말하자면 그렇지." 해리가 중얼거렸다.
말포이는 킬킬거렸지만 해리가 그를 쳐다보자 웃음을 멈추었다. "설마 진지하게 하는 말은 아니지?"
해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 사람들 우리가 병원 벽 뒤에서 열렬한 정사라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대?" 그는 의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해리는 그를 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비슷했을지도 모른다고 믿을 근거는 있다더라."
해리는 침묵에 잠겼다. 방 안은 말포이의 거친 숨소리만 들릴 뿐 고요했다. 갑자기 말포이가 버럭 말을 토해냈다. "관둬라, 포터! 그렇게 흐릿하게 말하지 마. 그런 식으로 일관해서는 절대 네 행동을 해명할 수 없어."
해리는 말포이가 그를 뚫어지게 노려보는 것을 느끼면서 눈을 감고 머리를 불편한 의자 등받이로 젖혔다. 그가 느끼는 것은 피로감, 지독한 피로감뿐이었다. "좋아, 말포이." 그는 단념하고 말했다. "이야기를 하나 해 주지."
그는 말을 계속하기에 앞서 잠깐 정적에 귀를 기울였다. 여전히 말포이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눈을 감은 채였다. "예전에." 그가 말했다. "아주, 아주 예전에, 호그와트에 다니는 두 소년이 있었어. 같은 학년이었지만, 기숙사는 달랐어. 그들 사이의 경쟁심은 어느 다른 학생의 경쟁의식보다도 강렬했지. 교실에서 라이벌이었고, 퀴디치 경기장에서 라이벌이었고-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결국 그들 세계에서 발생한 전쟁에서도 반대편에 서게 되었어.
둘 중 한 소년은 수년간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어. 학교에서 마지막 학년이 되었을 때 그는 매일 아침 동틀 녘 전에 일어나서 어둠 속을 걸어 호숫가로 갔어. 거기서 해돋이를 보려고 머물렀지.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소년도 그 장소에 나타났어."
"그는 거기서 무얼 하고 있었는데?" 말포이가 끼어들었다.
"그는-" 해리는 말을 하려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결코 이야기해 주지 않았어."
"그도 악몽을 꾸고 있었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건 어떻게 알아?"
그러자 해리는 눈을 뜨고 말포이를 노려보았다. "왜냐하면 이건 내가 하는 얘기니까, 제기랄. 알겠어?"
말포이의 입술은 샐쭉해진 것처럼 튀어나왔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 말하고 있었더라." 해리가 다시 눈을 감고서 말을 계속했다. "두 소년은 어느 날 아침 호숫가에서 만났어. 그리고 그들은 몇 마디를 주고받았지만, 그럭저럭 상대방을 죽이지 않고 동이 터 오는 것을 맞이할 수 있었어. 다음 날, 두 소년은 다시 그곳에 왔어. 그리고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이윽고 그 일은 일과가 되었지."
"함께 해돋이를 보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안 한 거야?" 말포이는 의심스럽게 물었다.
"글쎄, 말을 조금 나누긴 했어."
"그게 다야?"
"그래."
"알몸으로 헤엄치지도 않고, 자위 대결을 벌이지도 않고-"
해리는 황당해서 그에게 눈을 끔벅였다. "그런 일은 없었어."
말포이는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머리판에 더 깊게 몸을 묻었다. "재미없는 이야기군."
"미안하다." 해리가 대꾸했다. "다음번엔 내가 갖고 있는 포르노 모음집을 반드시 가져오도록 하지."
말포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렸지만, 해리는 이제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포이를 보면서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소년들은 이제 서로를 만나는 걸 기다리게 되었지, 결코 입 밖에 내어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그러던 어느 날- 둘 중 한 명이 오지 않았어."
"바람 맞힌 거야?"
"아니, 늦잠을 잤어. 하지만 다른 소년은 화가 났지- 감추려고 했지만 상처도 받았던 것 같아. 늦잠을 잤던 소년은 마법의 약 교실에서 그 동급생을 붙잡고 사과를 했지만, 소용없었어. 그는 내일은 꼭 가겠다고 약속했고, 다른 소년은 그저 웃고는 그런 식으로 약속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어. 내일이란 건 오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지."
이제 말포이는 이상스럽게도 이야기에 열중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해리는 눈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했어?" 말포이가 가만히 물었다.
"그는 약속을 반복했어. 그리고는 지켰어. 거듭거듭, 매일, 그는 약속했고, 매일 아침 그는 약속을 지켰어. 그러면서 이젠 아마 다른 소년도 그를 신뢰하는 법을 배웠을 거라고 생각했어. 세상에는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거라고."
"어떻게 되었어?"
해리의 입술이 불쾌한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절대 믿지 않았어. 절대 신뢰하지 않았어."
"그러면 그들은 그냥 계속 라이벌로 지냈어?"
"그래." 해리는 먼 곳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들은 겉보기로는 모든 면에서 라이벌이었지. 그럼에도 그들은 매일 아침 계속 만났어."
"왜?"
해리는 그를 돌아보고 눈을 깜빡였다. "뭐라고?"
"서로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들은 계속 만난 건데?"
해리는 로브 천 자락을 잡아뜯었다. "그들은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었어, 서로를 좋아하면 안 되는 거였어. 허락되지 않았지. 하지만 그들은 이상한- 위안- 같은 것을 서로에게서 느꼈어, 전쟁이 그들 주변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는데도."
"평안." 말포이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해리는 허를 찔려서 일순 그를 응시했다.
"그래." 그가 말했다. "평안. 비슷한 거였어."
"그래서." 말포이는 뒤로 기대어서 한쪽 무릎을 세웠다. 해리는 그의 배를, 입원복 바지가 기대어 있는 엉덩이 위에 살짝 더 미끄러져 내려온 것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피했다. "다른 일은 전혀 없었어? 그들은 그저 일찍 일어나서 함께 앉아 있고, 서로를 미워하고, 다른 건?"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어." 그는 말하다가 멈추고는 말을 바꾸었다.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난- 어쩌면 한쪽은 다른 쪽을 좀 더 미워했는지도 모르지."
말포이는 무표정한 얼굴이 되었다. 해리는 그가 느꼈던 증오를 말포이에게 표출했던 매 순간을 기억하며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말포이가 했던 지금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짓들을 얼마나 경멸하는지 말로 행동으로 표현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그랬던 것에 후회감이 일게끔 내버려 두지 않으려 했다. 그러지 않을 것이다.
말포이는 낯을 찡그리고서 너무 여윈 가슴 앞에다 팔짱을 끼었다. "뭐, 훌륭한 이야기였어, 포터, 하지만 나는 요점을 모르겠어."
"그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야, 멍청아."
"호수를 바라보는 것보다 더 재치 넘치는 얘기냐? 그럼 내 신경이 버텨내지 못할 텐데."
"그들은 계속해서 매일 아침 만났어. 그들이 몇 마디 더 하게 되었고 조금 접촉하게 되었다는 걸 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 하지만 그들은 결코 진정 중요한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결코 정말로 의미 있는 접촉은 하지 않았어."
"접촉이라면, 무슨 뜻-"
"복도에서 잠깐 손이 닿거나, 붐비는 장소에서 몸이 스치는 것. 사소한 것들이었지."
"아." 말포이가 말했다. "전혀- 성적인 건 아니었고?"
"아니었어."
"흐음." 말포이는 대답했지만,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호그와트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찾아왔어. 웬일인지 그 둘은 해가 저무는 것을 보러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호숫가에 왔고 끝을 맺었어. 다음날 아침 그들은 런던으로 가는 열차를 탔고, 모두들 전쟁에 참여하려 떠났어- 한쪽 편이나 다른 편으로."
"그리고 그들은 반대편에 들었군."
"그래."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들 중 한 명은 생각했어- 글쎄, 아마 그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다른 소년이 정말로 그 편에 가고 싶어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저 남들이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일 뿐이라고. 그는 그에게 이쪽으로 전향하라고 설득하려고 했어."
"성공했어?"
"아니. 그들은 다투고, 상대방에게 소리지르고, 위협했어- 아니 위협이나 다를 바 없는 약속을 했어. 그리고는- 그들은 헤어졌어."
말포이는 일어나 앉았다. "그게 다야?"
해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다야."
말포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 그렇지 않아. 내게 말해 주지 않은 뭔가가 더 있는 게 분명해. 나는 널 신뢰하지 않아, 포터."
해리도 눈을 가늘게 떴다. "너는 한 번도 그러지 않았지, 말포이."
말포이는 잠시간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놀란 나머지 맥이 풀린 표정이 되었다. "제기랄, 너 나한테 입맞췄구나."
해리는 별안간 숨이 막혔다. "뭐라고?"
"생각이 나." 말포이가 천천히 말했다. "해가 저무는 호숫가에서 다툰 것. 꿈을 꿨어." 해리를 보면서 그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힐난하는 눈빛을 보냈다. "네가 나한테 입을 맞췄어."
"그런 적 없어!" 해리는 벌떡 일어나서 고함을 쳤다.
"그럼 왜 내가 그런 꿈을 꿨겠어?"
"아마 네가 그런 일이 있었길 바라기 때문이겠지?" 그가 날카롭게 대꾸했다. 그들은 씩씩거리면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난 너를 신뢰하지 않아." 말포이가 다시 한 번 좀더 천천히 말했다. 그는 뚫어져라 해리의 눈을 보고 있었다. "분명 나는 이제껏 네 행동을 지나치게 좋게 생각하려 해 왔어. 네 동기를 의심하면서도. 네가 어느 부분인지는 몰라도 나에게 거짓말했다는 걸 알아. 그리고 네가 말을 맺어버린 이 이야기 바깥에는 말하지 않고 남겨놓은 게 많다는 걸 알아. 나는 심지어 맨 처음엔 이게 너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인지도 몰랐다고. '그럴 리 없어.' 라고 나는 생각했지. '이런 게 포터와 얽힌 내 대단한 과거일 리 없어. 이런 것에 포터가 얽매여 있고, 이따위 것 때문에 나와 말을 주고받을 때마다 그가 긴장하는 것일 리가 없어.' " 그는 말을 하면서 점점 목소리를 높였다. "해돋이와 바보 같은 소년들! 그래, 끝내주는 이야기야, 포터. 그리고 내가 보기엔 이 이야기는 과거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는 걸 나타낼 뿐이야- 너는 예전에도 내가 널 신뢰할 수 있도록 네 자신을 열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거야!"
"잠깐만." 해리가 끼어들었다. "너는 내 쪽이 끝내 신뢰를 품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내가 믿지 못했다고? 이 거만한 개새끼!"
"아, 그럼 나는 네가 해 준 그 지난날 이야기를 모조리 믿어야 한다는 건가? 우리가 전쟁에서 반대편이었는데, 너는 그냥 내게 신뢰를 보냈다고? 의문도 조건도 예외도 없이? 그랬는데 나는 네게 내 자신을 입증하지 않고, 아니면 네게 나는 약속을 지킨다고 거듭거듭 보여주지 않았다고? 날 얼마나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지, 포터?"
"물론 네게 신뢰를 보냈던 내가 훨씬 더 바보 같았지!" 해리가 외쳤다. "나는 내 심장을 은쟁반에 담아서 너에게 바쳤을 뿐인데, 너는 저버렸어-"
"뭐라고?" 말포이가 찢어지는 듯한 고함을 질렀다. 해리는 별안간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이윽고 말포이는 온 얼굴을 찌푸리면서 눈을 꽉 감았다. "나가." 그는 나직이 말했다.
해리는 눈을 깜빡였다. "뭐라고?"
말포이는 눈을 번쩍 떴다. 그 눈 속에 담긴 분노가 해리를 똑바로 향했다. "나가!" 말포이가 침대 커버를 손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움켜쥐고는 으르렁거리며 고함을 쳤다. "나가, 너도 네 추악하고 교묘한 거짓말도 꺼져 버려!"
"거짓말이 아니야!" 해리가 외쳤다.
말포이가 웃었다. 그 웃음에는 절망의 흔적이 스며 있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네가 어떤 사람이고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다 알지 못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네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도는 분별할 수 있어." 그는 으르렁거렸다. "그러니 나는 네가 망할 놈의 거짓말쟁이라는 걸 알아!"
"대체 어디가 거짓말 같다는 거지?" 해리가 으르렁거렸다.
"이유는 없어." 말포이가 침대에서 나오면서 말했다. 엉덩이로 미끄러질락 말락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입원복 바지밖에 입지 않았음에도 오만한 태도였다. "다만 네가 이상한 핑계로 나를 갖고 놀려는 교묘한 개자식이기 때문이겠지."
해리는 방금 그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온 죽음을 먹는 자에게 위축되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이렇게 가까이 서자 묻혀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얼른 그 기억을 억눌렀다. "너는 아무것도 몰라." 말포이의 도전적인 눈빛에 똑바로 맞서면서 그가 말했다.
"알 만큼은 알아." 말포이가 한 발짝 더 다가서면서 말했다. 그들은 서로의 몸에 닿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해리는 날카롭게 숨을 삼켰다. 말포이는 야성적인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두 손을 해리의 가슴에 대고 눌렀다. 해리는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말포이는 격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근육을 팽팽히 수축시키고는, 밀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 그가 말했고, 해리는 말포이의 팔을 쳐서 떨어뜨렸다.
"너한테 주문이 걸려 있다는 것, 기억나?" 뒤로 한 발짝 물러나서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애쓰면서 그가 말했다. 생각을 굴리려고 애쓰면서. 단 일초라도, 그- 젠장할. 그는 머리를 돌리고는 여전히 서 있는 말포이를 보았다. 그는 눈을 바닥으로 내리깔고 무력한 분노에 잠긴 채 주먹으로 허벅지를 잡아 뜯고 있었다. "너는 아무도 공격할 수 없어." 해리가 그에게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또 아무도 널 공격할 수 없지."
말포이는 눈을 들어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나가." 그가 말했다.
"난 그러고 싶지 않은데."
"네 의사는," 말포이는 낮고 차가운 음성으로 딱 부러지게 말했다. "중요하지 않아."
"난 내가 있고 싶은 곳은 어디든지 있을 수 있어."
"잊었구나, 너는 더 이상 오러가 아니야."
이 말은 가슴에 아프게 꽂혔지만, 해리는 능글맞게 히죽 웃을 뿐이었다. "확실히 말하지만 그 일은 이것과 상관없어."
말포이는 입술을 비틀어 비웃음을 지었다. "맞아, 마법사 세계의 어린 왕자셨지?"
해리는 거친 소리로 내뱉듯이 웃었다. "너한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아주 우습구나."
말포이는 숨을 들이마셨다- 천천히, 깊게, 자제하려고 애쓰면서. "내 방에서. 나. 가."
해리는 생각해 보는 것처럼 잠깐 기다렸다. "싫어." 그가 말했다.
"나가!" 마침내 자제력이 깡그리 바닥난 그가 외쳤다.
"너는 내게 명령할 권리가 없어!"
"그건 내가 할 말이지!"
해리가 웃었다. "하지만 네가 틀렸어."
좌절하여 으르렁거리면서 말포이는 해리에게 몸을 날렸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힐 뿐이었다. 해리가 웃어대는 동안 말포이는 주먹으로 방어 결계를 마구 두들겼다. 그때 문이 열리고서 충격을 받은 지니 위즐리가 들어왔다. "대체 뭣들 하고 있어?" 그녀가 외쳤다.
둘은 당장에 뚝 그쳤다. 갑자기 침묵이 찾아오자, 해리는 자신들이 어떻게 보였을지 신경이 쓰였다- 달랑 15cm 정도만 떨어져서, 한 사람은 평범한 로브를 입고 미치광이처럼 웃어대고 있고- 그는 이제서야 그랬다는 걸 느꼈다- 다른 한 사람은 땀에 흠뻑 젖고, 격하게 움직인 통에 붉어진 얼굴에, 입원복으로 겨우 몸을 가리고 있다- 해리는 지금에서야 깨달았지만, 놀랍게도 말포이는 반쯤 발기해 있었고 얇은 천은 그걸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해리는 자신의 얼굴도 벌겋게 물드는 것을 느끼고는 뒤돌아섰다. 그는 말포이가 리놀륨 바닥에 발을 질질 끌며 침대로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해리가 다시 그를 보았을 때 다른 남자는 무릎 위로 담요를 끌어당기고는 맨몸이나 흥분을 들킨 것을 그랬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으려고 무척 애쓰는 것 같았다.
지니는 송곳 같은 눈길로 둘을 쏘아보았다. "다 큰 사람들이, 애들같이 행동하네." 그녀가 말했다. "내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다루고 싶었다면 소아과에 들어갔겠지 왜 여기 있겠어." 해리가 숨을 들이키고는 항의하려고 했지만, 지니가 손을 들어올려 물리쳤다. "오빠는 일 때문에 온 거야?" 그녀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건-" 그녀가 쏘아보자 그는 말을 멈추었다. "아니야." 그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럼 오빠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잖아. 오빠가 가끔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여기는 여전히 병원이고, 드레이코 말포이는 내가 맡은 환자야."
말포이는 언짢은 눈길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당신!" 그녀는 그를 향해 돌아서면서 말했다. "그렇게 화를 내고 말이야, 뭘 하는 거야?"
"너는 그가 내게 뭐라고 말했는지 몰라." 말포이가 으르렁거렸다.
"이런 실랑이는 그만두는 게 낫겠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그를 보았다. "자러 갈 시간이 다 되었어."
"잠이 오지 않아." 그는 부루퉁한 말투로 말했다.
"수면 마법약을 관리하는 사람을 금방 데려올 수 있어."
"마법약 따위 필요 없어."
"당신 계속 푹 자지 못하고 있잖아, 말포이."
"이건 내 일이야. 네 일이 아니라."
"나는 당신을 담당하는 치료사야, 그러니 이건 내 일이고말고. 이제 자러 가."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나머지 입원복은 어디 갔어?"
그는 그녀의 질문을 무시하고서 팔짱을 끼었다. "왜 다들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가 중얼중얼 불평을 뱉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말했다. "몇몇 경우에선, 우린 그럴 수가 있기 때문이지."
그는 눈길을 들어 그녀의 눈을 마주보았다. 얼마간 서로의 눈을 응시하다가 말포이는 눈썹을 찌푸렸다. "잠깐." 그는 천천히 말했다. "네가 기억난다."
그녀는 눈을 깜빡였고 해리는 숨을 삼켰다. "날 기억한다니 무슨 뜻이지?"
"지난날 말이야." 그는 상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난 너를 기억해." 그의 눈 속에서 무언가가 번득 스쳤고 그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난 너를 기억해."
그녀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는 멈추어 섰다. 해리는 그녀의 등이 꼿꼿이 곤두서고 어깨가 딱딱하게 굳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신은 내게 그런 식으로 말할 권리가 없어."
"이전엔 네 기억이 희미하게만 떠오를 뿐이었지."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꿈에서. 하지만 이런, 이제 아니야. 나는 너를 기억한다. 위즐리."
그녀는 한 손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당신이 뭘 기억한다고 생각하든 간에," 그녀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내가 말했던 건 명심해서 기억하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그때 말인가 지금 말인가?" 그가 코웃음을 쳤고 그녀는 긴장하였다. 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양쪽 다."
그녀는 해리의 로브 앞섶을 부여잡고는 나오면서 그를 문밖으로 끌어냈다. "무슨 얘기를 한 거였어?" 문이 그들 뒤로 닫혔을 때 그가 물어왔다.
"아무것도 아냐." 단호한 눈으로 그를 보면서 그녀가 말했다. "오빠한테도 한 얘기야-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마법부에서 오빠한테 무슨 특혜를 줬건 나는 상관하지 않아. 그에게서 떨어져 있어."
그는 태도를 굳히고 몸을 꼿꼿이 세웠다. "너는 나한테는 아무 권한도 없잖아."
"아, 그러셔?" 그녀는 손을 허리에 탁 올려놓고 대꾸했다. "내가 아버지에게 가서 오빠가 상급 보안 대상 환자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통지한다면 오빠는 당장 이 병원에 면회 오는 게 금지될 텐데?"
그는 이를 갈았지만, 그녀는 기대에 차서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좋아." 그는 성을 내며 말했다. "떨어져 있겠어."
"그러는 게 나아." 그녀가 경고했다. "나는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제 손으로 병을 덧나게 하고 있고, 오빠는 이미 유령 같아 보인다고."
"그러니까 나 좋으라고 하는 일이라고?" 그가 비꼬았다.
"응." 그녀가 말했다. "이젠 내가 단호한 태도를 취할 때지."
그는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눈길을 돌렸다. "언제부터 맥고나걸의 영혼이 깃든 거야?"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지치고 외로운 소리였다. "내가 갑자기 우리가 이곳의 권력자가 되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 때 우리가 서로를 주의 깊게 돌보지 않고 있다면, 어느 누가 그렇게 해 주겠어?"
그녀가 눈을 감고 그의 손목을 만지자 그는 그녀의 뺨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녀의 살갗은 도자기처럼- 깨어질 것처럼 여렸다.
그녀가 손가락을 떼었을 때, 그는 손을 내리고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
그날 밤, 지니 위즐리는 통스의 팔을 베고 뜬눈으로 누워 있었다. 부드러운 코 고는 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질였다. 그에게서 떨어져, 기억이 그녀를 괴롭혀 왔다. 그에게서 떨어져. 통스가 반쯤 잠에서 깨어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비비면서 졸음이 묻어나는 입맞춤을 해 오자,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잠은 여전히 달아나서 잡히지 않았다.
야전 병원 7번 병실에서, 드레이코 말포이는 깨어나고 잠드는 것을 반복하면서 밤을 보냈다. 그의 꿈은 악몽 같은 해리 포터의 얼굴로 가득했다.
위층에서, 론 위즐리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째깍이는 시계 소리처럼 규칙적으로, 아니 방울방울 떨어지는 어머니의 눈물처럼 규칙적으로.
그리고 영국의 절반 거리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해리 포터는 말포이 저택의 문 앞에 내팽개쳐진 검은 돌덩이들 사이에 서 있었다. 빛이 지평선 너머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 시작할 무렵, 그는 허물어지듯 무릎을 꿇고는 텅 빈 눈으로 동이 터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10장
10장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