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Inbetween Man
작가: strangeandcharm링크: http://strangenessandcharm.dreamwidth.org/101369.html 창작일: 2008-11-15 등장 인물: 샘, 딘/카스티엘 등급: NC-17 단어 수: 9,200 줄거리: 이 모두가 지난 사건이 일으킨 파장이었다. 딘이 카스티엘을 위해 한 행동은 전례 없는 일이었고 사건 당사자가 쉽게 몸을 추스린 사례도 없었다. 그건 카스티엘 쪽도 마찬가지였다... 녹는점 연작의 (음, 아마도) 마지막 작품입니다. (시작을 보시려면 여기로: “녹는점”). 이 모든 경이로운 덧글을 남겨 주신 여러분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제가 커피 약발이 떨어지고 나서도 계속 글을 쓰게 하셨어요! 지금까지 방영된 4시즌 전체에 대해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내적 갈등(angst), 고통과 위안(h/c), 강간미수, 섹스, 폭력, 섹시한 천사, 더 섹시한 샘과 딘. 음, 이 정도면 요약이 다 되는 것 같네요... |
전편: 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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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두 달을 보내는 동안 샘이 가장 좌절을 맛보았던 부분은 - 물론 딘이 깨어날 기약이 없다는 것은 제외하고 – 돈이 너무도 지독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그들은 사기와 협잡과 부정을 저질러 확보한 대출이며 신용카드며 도박 판돈 따위로 힘든 시기를 넘기고는 했지만, 그렇게 하루씩 벌어 입에 풀칠하던 생활 방식은 장기 입원이 요망되는 이 상황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딘은 - 당연히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된 - 기본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지만, 곧 그 보험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혜택은 딘에게 해당되지 않았고 ("원인 모를 혼수 상태"는 보험공단이 좋아하는 병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샘은 애당초 위조된 서류를 제출한 것이었기에 복지사에게 항의하지 못했다. 통장이란 통장은 깡그리 털고 카드는 모조리 한도까지 써서 그는 간신히 한 달 치 입원비를 댔지만, 그러고 나자… 한푼도 없었다.
물론 바비가 돈을 보태 주었지만, 아저씨의 도움은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바비는 백만장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으니까. 샘은 어느덧 없는 돈을 아끼기 위해 차 안에서 잠을 자고 병원밥을 슬쩍하고 병동의 욕실을 쓰게 되었지만, 몇 주만에 어느 간호사가 그를 발견하고 그만둘 것을 경고했다. 규정은 규정입니다. 저희 병원은 노숙자 쉽터가 아니라고요, 젊은 친구. 그 남자는 곤란하다는 낯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 후 병원에서는 샘이 형의 병실에서 너무 먼 곳을 서성거리지는 않는지 감시하기 시작했고 샘은 들끓는 절망감으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러는 내내 딘은 잠을 잤다. 손가락 하나 꿈틀거리지 않았다. 눈꺼풀에 덮인 눈동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가슴은 오르락내리락했다; 침대 옆의 모니터는 정상적인 심장 박동과 혈압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뇌전도 검사 결과로도 딘의 뇌파는 안정되고 균형이 잡혀 있었다. 의사들은 당황했다. 샘 역시도 당황했지만, 최소한 그는 원인은 알고 있었다.
치료할 방법만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매일같이 면회 시간이 닿는 한 오래도록 딘의 침대 맡에 앉아 있고는 했지만, 매일 밤 병실 관계자들은 그를 쫓아냈다. 그는 속임수 내기 당구를 쳐 가며 새 신용카드가 발급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모텔에서 모텔로 옮겨다니면서 직접 딘을 돌보는 건 어떨까 어렴풋이 생각해 보았지만, 형에게는 전문적인 간호가 필요했다. 딘의 코에 연결된 위관영양 튜브를, 팔에 매달린 수액줄과 다시 제거해서 침대 아래에 걸어 놓은 튜브를 물끄러미 바라본 샘은 비록 밤마다 형을 낯선 이들에게 맡기고 떠나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 해도 형에게는 여기가 최선의 공간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바비는 사정이 허락할 때마다 병문안을 왔고 샘은 곁에 누군가가 있어 주는 것에 감사했다. 엘렌은 한 번 전화를 걸어 왔고, 샘은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울컥 치솟는 눈물을 삼키고 나서야 전화기에 대고 말할 수 있었다. 물론 엘렌은 엘렌답게 모른 척해 주었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말을 하고 싶었던 상대인 카스티엘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샘은 카스티엘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의를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특히나 첫 달이 끝을 향하고 딘을 계속 입원시키려면 발버둥을 쳐야 할 시간이 닥쳤을 때에 말이다. 갈 곳은 아무데도 없었고, 병원비를 낼 돈도 없었다. 그는 걱정으로 병이 날 지경이었다.
반면에 우리엘은 찾아왔다. 어느날 아침 병실 문을 연 샘은 딘의 침대 곁에 선 그를 보았다.
“뭐하러 왔습니까?” 샘은 목소리에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며 물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우리엘을 본 그는 공포에 질렸다. 그는 전투 중인 우리엘을 본 적 있었고, 그건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우리엘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딘을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했다.
“네 형은 천치다.” 거의 일 분 가까이가 흐르고 나서 그는 입을 열었다.
엿먹으라 그래, 라고 속으로는 말했으나 샘은 분을 억눌렀다.
우리엘은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 “그가 한 행위는 비할 데 없이 멍청한 것이었다. 그는 거룩한 존재를 더럽혔어.”
“형이 아니었으면 카스티엘은 죽었을 겁니다.” 샘은 흥분해서 말했다.
“그래, 죽는 게 옳았지.” 우리엘은 곧바로 대꾸했다. 뼛속까지 저릴 정도로 깊은 목소리였다. “딘은 그런 행위를 할 권리가 없었다.”
“카스티엘은 어디 있습니까? 왜 카스티엘이 직접 그 말을 하러 오지 않죠?”
우리엘은 시선을 외면했다. “그는 다른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대단하군요.” 화가 이성의 뚜껑을 열고 넘실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샘이 말했다. “우리 형은 천사를 구하려고 영혼을 희생했는데도 당신은 그런 형을 모욕하는 것밖에 못해요? 그리고 카스티엘은 형한테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고? 당신네 천사들은 대체 뭡니까?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접하는 이유가 뭐냐고요?”
그는 할 말이 더 있었으나, 그를 향하는 우리엘의 표정을 보자마자 혀가 딱딱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너희들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지.” 대답하는 우리엘의 얼굴에 악의에 찬 미소가 번졌다.
“엿이나 드시죠.” 샘은 큰 소리로 말을 뱉었다. 뒷일은 에라 모르겠다.
우리엘은 다시 딘을 굽어보았다. 샘은 천사가 형의 이마에 손을 얹는 것을 어리벙벙하게 지켜보았다. 그는 몇 초 동안 손을 올려놓은 채로 가만히 있었고 한결같았던 모니터 속 딘의 심장박동 신호음이 조금 빨라졌다. 샘은 숨을 멈췄다. 마치 악몽을 꾸는 것처럼 딘의 눈동자가 사방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배수지에서 보냈던 그 밤 이래로 딘이 보인 최초의 움직임이었다. 형이 깨어나는 건가?
그 순간 우리엘이 손을 치웠고 딘은 여전히 잠잠했다.
“네 형이 비록 바보이기는 하나 그는 자신이 바르게 행동한다고 생각했었다.” 천사가 말했다. “그러니 이 일로 그를 벌할 수는 없지.” 불현듯 우리엘의 얼굴에 측은한 빛이 떠올랐다. 그 표정이 그의 평소 얼굴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던 나머지 샘은 아연해졌다. “딘은 깨어날 거다, 샘. 몇 주 걸리기는 하겠지만 그는 네게로 돌아올 것이다.”
자기가 숨을 멈추고 있는 줄도 몰랐던 샘은 큰 숨을 내뿜었다. 안도감이 너무도 세게 밀어닥치는 바람에 갑자기 무릎에서 힘이 풀렸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털썩 앉았다.
“감사합니다.” 눈가를 손으로 훔치면서 그는 말을 토했다.
우리엘이 으르렁거렸다. “내게 감사하지 마라. 딘이 스스로의 백치스러움 덕분에 자기를 파괴하기 직전에 그를 막은 사람은 바로 너니까.”
샘은 천사를 뚫어지게 올려다보았다. “당신은 우리 형이 '거룩한 존재를 더럽혔다'고 말했습니다. 형의 영혼이 이제 카스티엘의 일부가 되었다는 말 맞죠? 카스티엘이 인간과 섞인 존재가 된 겁니까? 그게 카스티엘이 오지 않는 이유입니까- 형한테 화가 났기 때문에요?”
“네가 알 바 아니다.” 우리엘이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카스티엘은 다른 문제를 안고 있어. 그를 쓰러뜨리려고 혈안이 된 적들 말이지. 지금 그에게 딘 윈체스터와 샘 윈체스터의 삶에 관심을 둘 겨를은 없다.”
샘은 마른 입술을 핥았다. “적들이라고요? 저는 릴리스만…”
“거기까지.” 천사는 한 손을 들었고 샘은 침묵했다. 그는 정장 주머니에서 노란 봉투를 하나 꺼내더니, 침대 위로 던졌다. “이건 네 거다. 뜻대로 쓰되, 딘에게 두번 다시는 건방지게 천사를 돕니 어쩌니 하지 말라고 전해라.”
샘은 봉투에 손을 뻗었다. 그가 다시 눈을 들었을 때는 우리엘은 가고 없었다. 한 줄기 바람이 방안에 가볍게 일어 커튼을 살랑 흔들었다.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생각을 가다듬은 후 봉투 입구를 찢었다.
안에 든 것은 지폐 다발이었다. 샘이 세어 보니 4만 달러였다. (약 4500만원)
그날 밤 그는 호텔 방을 잡고, 지난 몇 주 간의 어떤 잠자리보다도 좋은 곳에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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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지나고 마침내 딘이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던 날 밤, 카스티엘은 나타났다.
또 다시 하루를 병원에서 보낸 샘은 끝모를 막막함을 몸에서 씻어내려고 비참한 노력을 기울이며 막 샤워를 마친 참이었고, 욕실에서 나오는 순간 침대 곁에 서 있는 천사를 발견했다.
“안녕, 새뮤얼.”
샘은 방안의 다른 인기척에 놀라 흠칫했다가 뒤늦게 누구인지를 깨달았다. “카스티엘.” 그가 놀라서 말했다.
하지 않은 말도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래도 걸리셨네요.
늘 입던 옷차림 그대로에 얼굴에는 수염 자국이 선명한 천사는 눈빛이 평소보다 훨씬 강하긴 했지만 예전과 다름없어 보였다. 그는 샘을 지그시 응시하였고, 한순간 샘은 그가 자신의 맨가슴에 넋을 놓고 있다는 미친 생각이 들었다. 돌연 시선이 신경 쓰인 그는 허리에 두른 수건에 한 손을 가져갔다. 말도 안 되는 생각 그만두자, 그는 생각했다. 이건 망상이야.
“딘은 좀 어떻지?” 카스티엘이 물었다.
“당신 단짝 우리엘이 형이 곧 일어날 거라더군요.” 샘은 비꼬는 티를 내지 않으려 조심하며 대답했다. “시간 문제라고요.”
카스티엘이 고개를 숙였다. “피해를 입혀서 유감이야. 되돌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샘은 뜸을 들였다가 대답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당신은 죽었을 겁니다.”
“알고 있다.” 카스티엘이 눈을 들었다. 방의 진홍색 전등갓이 비친 두 눈은 붉은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난 그리 되었어야 했어.”
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는 어떻게 지냈지?” 이윽고 카스티엘이 물어온 말에 그는 놀랐다. 그는 흐뭇한 눈초리로 샘을 아래위로 감상했고 샘은 뺨이 뜨끈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이건 처음부터 망상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럭저럭요.” 그는 마주 선 상대방의 눈빛에 어린 허기를 모르는 척하려고 애쓰며 잘라 말했다. 카스티엘은 이가 보이는 웃음을 지었고 샘은 그에게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 괜찮아요? 뭔가 좀… 평소와 다른데요.”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천사는 시시각각 더 원기가 왕성해지는 듯 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기분이야.” 그는 대답하며 입술을 핥았다. “말하자면 새로이 삶을 만끽한다고나 할까.” 그가 웃어대는 소리가 작은 방 안에 날카롭게 울려퍼졌다.
샘은 그를 찬찬히 살폈다. “형은 당신에게 영혼을 줬었죠.”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혹시 그 때문에 당신 일부가 인간이 된 건가요? 그래서 당신이 변한 겁니까?”
“아냐, 아냐, 딘이 내게 영혼 전체를 준 건 아니거든.” 카스티엘은 가까이 다가서면서 그의 말을 고쳐 주었다. 그는 샘이 어제까지는 꿈에도 카스티엘과 연결짓지 못했을 동작으로 장난스럽게 검지를 들어 까딱거렸다. “하지만 충분하게 주긴 했지. 내가 이전엔 절대로 못했을 몇 가지를 할 수 있을 만큼 말이야.”
그리고 그 말을 하며 그는 샘을 뒤로 밀었고, 벽 위쪽에 걸려 있던 그림은 샘이 거세게 충돌하는 서슬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샘은 놀란 숨을 들이마시며 자기방어를 하려 주먹을 들었지만, 카스티엘은 한 손만 써서 두 손목을 손쉽게 움켜쥐고 샘의 머리 위로 들어올려 벽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놀랐지!” 샘의 귓가로 몸을 기울이며 카스티엘이 속삭였다. “내가 한바탕 올라타고 싶어 안달이 난 인간은 네 형 한 명이 아니었단다.”
이건 말도 안 돼. 샘은 정신없이 생각했다. 카스티엘이 이럴 리 없어! 그러나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침과 동시에 그는 다른 정보를- 두 달 전 배수지 안에서 딘으로부터 흘러들었던 영상의 단편을 떠올렸다. 찰나지간에 훔쳐본 형과 카스티엘의 섹스 장면은, 한순간 비치던 천사의 모습은 형을 벽에 밀어붙이거나 임팔라의 후드 위에서 발버둥치는 형을 짓누르는 것이었다… 자신이 본 것이 용서받지 못할 사생활 침해이며 형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굴욕적일지 십분 알고 있었던 그는 깨끗이 잊어버리려고 갖은 애를 썼지만, 뇌에 달라붙은 영상은 도무지 떨어질 줄 몰랐다.
그리고 샘의 앞에 있는 이 카스티엘은 딘에게서 엿본 그 존재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단 한 가지, 딘과는 다르게 샘은 정말로 이러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것 놔!” 가진 근육을 다 동원해 안간힘을 쓰며 그가 외쳤다. 벽에서 허리를 젖힌 그는 몸통과 하체의 힘을 모두 써서 몸을 내밀쳐 카스티엘을 떼어내려 했지만, 천사는 그저 웃어대기만 하더니 나머지 한 손으로 그를 도로 벽에 꽂았다.
“쉬, 새미… 혼자서 정력을 다 빼고 싶은 건 아니겠지?”
“썅, 떨어져!” 이젠 격분이 차오른 샘이 고함을 질렀다. “이딴 메스꺼운 놀음은 난 생각 없다고!”
“정말이야?” 카스티엘은 샘의 손목을 놓았고 팔이 꼼짝도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샘은 욕설을 뱉었다. 두 팔은 여전히 머리 위 벽에 고정된 채였다. 카스티엘이 뒤로 한 발짝 물러났지만 샘은 벽면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채 분노와 절망감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무데도 갈 생각이 없는 것 같구나?” 카스티엘이 만족스레 소곤거렸다. “너도 발딱 선 게 아니라면 그냥 걸어나가면 그만이잖아. 안 그래?”
샘은 그에게 증오에 가득찬 욕설을 퍼부었고 덕분에 카스티엘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이런, 이런. 네 형보다 훨씬 팔팔한 활어로군 그래.”
“우리 형이 네 생명을 구했어,” 샘이 쏘아붙였다. “네놈은 형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나한테 이럴 수는 없어, 이 배은망덕한 새끼야!”
카스티엘이 갑자기 귓가에 있던 입을 바로 밑으로 옮겼다. 숨결이 샘의 목에 난 솜털을 간지럽혔다. “내가 네게 못할 일이 뭐길래 그러지, 새미? 대체 내가 네게 뭘 하려는 것 같아?”
손이 수건을 걷어내자 알몸이 된 샘은 손발이 묶인 분노로 신음했다. 카스티엘의 손바닥이 엉덩이 위 그의 생식기에 고통스럽도록 가까운 자리에 달라붙었고, 샘은 살에 닿은 손길이 너무 차가워 인상을 썼다.
“내가 보기엔 넌 나한테 박히길 바라고 있어, 샘 윈체스터.” 카스티엘이 귀에 대고 소곤거렸고 샘은 질색하며 몸서리를 쳤다. “네 갈보 같은 형에게 박아 주었던 것과 똑같이 추잡하게 박아 주길 바라고 있지.”
“아니야.” 샘이 이를 갈며 대꾸했다. “난 네가 내 근처에서 꺼져 주기만을 바란다고, 씨팔놈아. 우리 형은 너 때문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지금 네놈이 하는 짓거리를 봐... 대체 넌 얼마나 맛이 간 놈의 종자인 거야?”
카스티엘은 머리를 들어 샘과 눈을 마주했다. 두 눈은 얼음처럼 차디찬 파란색이었다. “난 예수라는 이름의 작자가 십자가에 못박힌 이래로 한번도 좆질을 못 해본 종자지.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 받아야 할 거 같지 않아?”
돌연 혼란스러워진 샘은 그를 보며 눈을 껌벅였다. 이건 정말이지 카스티엘답지 않은 말이었다. “당신 병든 거로군.” 동정심을 드러내는 무슨 빛을 가해자의 눈동자 속에서 찾으려 하며 그가 단언했다. “당신 카스티엘이 아니지?”
"뭐라고 생각하지?"
뒤통수를 내리치는 깨달음에 샘은 경악했다. “형의 영혼이 당신을 어떻게 중독시켜서…”
“아, 하긴 네가 뭘 알겠어.” 카스티엘이 거칠게 말했다. 샘은 무슨 말을 하려 입을 벌렸지만 카스티엘은 화난 듯이 입술을 그에게 눌러 붙여 샘에게서 갈라진 그르렁 소리만을 끌어냈다. 단호하게 입안을 휘젓는 혀가 고집스럽게 그의 혀를 가장자리로 밀어내었고 카스티엘의 씁쓸하고 불쾌한 숨결이 느껴졌다. 샘은 입을 다물려 애쓰며 깨물어 볼까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지만, 손 하나가 목을 조여오자 이 모든 일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진짜 공포가 엄습했다.
카스티엘이 그를 해치려 하다니. 그는 알았다. 이건 그가 아는 카스티엘이 아니었다. 이건 무언가 다른 사람 - 다른 것이었다.
백 년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카스티엘은 굶주린 듯 입술을 핥으며 샘의 목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방금 깨달은 사실에 경악한 샘은 식은땀이 피부에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서 있었다. 카스티엘은 외투를 벗기 시작했고 샘은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것을 말했다.
“미안해요,” 그가 신음했다. “당신을 이렇게 만들어서 정말로 미안합니다.”
“아, 아냐.” 카스티엘은 넥타이를 잡아빼면서 씩 웃었다. “미안할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천사예요.” 샘은 숨이 가빠져 있었다. “절대 이런 짓을 저지를 리 없는 존재죠. 우리 죄가, 인간성이 당신을 더럽혔군요. 당신도 스스로를 걷잡을 수가 없는 거 맞죠? 맙소사, 우리 형이 원한 건 이런 사태가…”
“딘은 잊어버려.” 카스티엘이 위험한 눈빛을 번뜩이며 빙긋 웃었다. “지금은 둘만의 시간이잖아.”
“제발 자제력을 찾아요…” 샘은 말하기 시작했지만, 카스티엘이 한 손을 젓자 갑자기 몸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벽걸이 TV 위로 세게 메어꽂히면서 팔꿈치로 화면을 깨트린 그는 정신 차려 보니 옆구리에 화끈거리는 상처를 입은 채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를 들어올려 근처의 탁자 위로 내던지자 정통으로 맞은 노트북 컴퓨터와 종이컵은 바닥으로 흩어졌다. 포마이카 탁자 위에 가장자리 밖으로 비어져 나온 다리를 대롱거리며 엎어진 그의 목을 손 하나가 단단히 짓눌렀다.
“아프지 않을 거야,” 카스티엘이 상쾌하게 말했다. “심하게는 말이야.”
곧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샘은 비명을, 고함을, 애원을, 그 무엇이라도 외치려고 입을 벌렸지만, 갑자기 손이 떨어져 나갔고 그는 카스티엘이 뒤로 물러서는 것을 느꼈다. 급작스럽게 자유로워진 그는 탁자에서 일어나 무기가 든 더플백을 가지러, 천사를 쓰러뜨릴 만큼 강력한 것이 그 안에 있을 리 없다는 것을 빌어먹게도 잘 알면서도 침대로 비틀비틀 걸어갔다.
“흠, 그거 알아?” 등뒤에서 들려오는 카스티엘의 말소리는 어딘가 충격에 잠겨 있었다. “곧 재미난 전화를 받게 될 모양이구나, 새미.”
그리고는 그는 사라졌다. 빈 방에서 눈만 껌벅거리는 샘을 남겨 두고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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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분 뒤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는 그에게 딘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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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법한 일이지만 맨 처음 딘은 전쟁 신경증으로 곤두서 있었다. 물론 그는 영문을 몰랐다. 그는 낯선 병실을 사방으로 쏘아보면서 왜 몸 상태가 이렇게 빌어먹도록 괴상한지를 알아내려고 했다. 후에 그는 자신이 이곳에 두 달 동안 누워 있었던 탓에 근육 손실이 시작되었고 몸이 고형식을 소화하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막 깨어난 무렵에는 그저… 뭐랄까, 불쾌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동이 트기 직전에 도착한 샘은 창백하고 앙상해져서 뺨에 불그데데한 멍을 꽃피운 몰골이었고 잔뜩 뻣뻣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딘은 필시 저 겹겹의 옷 속에는 갈빗대 한둘이 부러져 있으리라는 것을 눈치챘다. “사냥하다 그랬냐?” 그는 물으려 했지만 목구멍에 삽관된 무슨 괴물 같은 튜브를 통과한 목소리는 푹 쉬어 있었기에 샘은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샘이 자신을 보고 너무나 기뻐하는 바람에 딘은 동생이 손을 꼭 잡으면서 좀 쉬라고 말하는 것에 불평은 못했으나, 좀 쑥스러웠다.
아무튼 좋은 충고 같았기에 딘은 다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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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티엘은 어떻게 됐어?” 다시 깨어난 딘이 물었다.
“무사해.” 샘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조절하며 대답했다. 그가 덧붙이지 않은 말은 이것이었다: 어젯밤 날 탁자에 엎어 놓고 강간하려고 했던 더러운 씨팔놈이 카스티엘이었다는 것만 빼면 멀쩡하지.
형은 이 말을 지금은 들을 필요가 없었다. 형이 이 말을 과연 언젠가 들을 필요가 있긴 한지 샘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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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사람에게 두 달 간 지속된 혼수 상태란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가벼운 병이 아니지만, 딘은 전력을 다했다. 의사는 물리치료와 근육 운동 이야기를 했고 딘의 사례는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잠시 후 딘은 의사가 그가 처음부터 혼수 상태를 가장했다고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 지옥에나 가라지 - 나는 어차피 여기서 나갈 거니까.
샘은 그를 호텔로 데려갔고, 하룻밤 푹 달게 잔 후에 그들은 클리블랜드를 떠나는 도로를 탔다. 딘은 벌써부터 훨씬 나아진 기분이었다. 물론 딘은 내내 잠을 잤기에 샘이 운전대를 잡긴 했지만, 좋았던 옛 시절과 거의 비슷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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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가 더 지난 후에 윈체스터 형제는 다시 사냥에 나섰고, 딘은 몸이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물론 몸은 정상이었지만, 그는 약해져 있었고 육박전이 벌어질 때면 아기고양이만한 힘밖에 쓰지 못했던 것이다. 샘이 몇 차례 인질이 된 딘을 구하는 상황이 벌어진 후로, 딘은 이놈의 몸뚱아리 사생결단을 내려보자라는 생각으로 임시변통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달리기와 훈련으로 보충하며 마치 인생 단 한번의 기회라는 양 운동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이 상황이 싫었고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것은 생활 신조 상 거부했지만, 얼마의 시일이 흐른 후 효과가 발휘되기 시작했고 그는 점점 예전의 몸 상태를 되찾아 갔다.
그를 괴롭히는 질문 하나가 있었다: 왜 카스티엘은 자신이 깨어난 후로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샘은 전황이 좋지 않아 천사들이 바쁘다고 말했다. 시일이 좀 지난 후 딘은 동생이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더 있지 않은가 의심하기 시작했고 때때로 샘의 눈동자가 내비치는 기이한 감정에 혼란스러웠다.
그러고 보면, 샘은 넉 달 동안 그를 잃었다가 또 다시 두 달 간 잃었던 것이다. 견디기 쉬운 일이었을 리 없다. 딘은 그가 아는 유일한 방법으로 대처했다: 농담하고 잔소리하고 투덜대는 것으로. 얼마가 지나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샘도 조금 더 행복한 낯빛이 되었다.
아무튼 그들이 조지아 주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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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배너 시의 콜로니얼 공원묘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종류의 묘지로서, 몇 백년 묵은 지하실과 납골당과 묘석이 무한한 다양성과 어지럽게 우거진 아름다움을 품은 채 가득한 곳이었다. 덕분에 그곳은 빌어먹을 관광 명소였지만, 어둠 속에서 묘지의 광활한 잔디밭을 가로질러 달리는 내내 딘의 입 안에서 들먹대는 말은 오직 욕설뿐이었다. 이제까지 겪어 본 대부분의 다른 오래된 묘지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사방이 사람이 걸려 넘어지거나 발목을 삐기만을 호시탐탐 기다리는 구멍과 도랑, 석조물 따위라 발디디기 불안한 땅덩이였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샘이 위험에 처한 마당이니, 모든 것은 장애물에 불과했다.
“형!” 샘이 다시 자신을 불렀고 그는 뼈를 지키려는 세실리아 맥킨리의 유령에 암염탄을 흩뿌리는 산탄총 소리를 들었다. 1853년으로 돌아가, 묘지가 포화되었음을 선언하고 문을 닫았을 당시에 세실리아의 납골당은 이전했으나 유해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녀만 알 어떤 이유로 이 사실은 유령의 노여움을 불렀다. 묘지가 이전된 이래로 그녀는 이 지역에 소동을 일으켜 왔다. 비록 두 사냥꾼은 시간이 걸려서야 뒤죽박죽된 혼란을 꿰뚫어보고 혼란의 도화선이 어느 유령임을 - 그 유령이 8시 폐관 시간을 넘어서 묘지에서 놀고 있던 어린 남자아이를 마침내 살해했음을 깨달았지만 말이다.
그건 선을 넘은 짓이지, 딘은 생각했다.이 비뚤어진 년을 기꺼이 소멸시키겠어.
다시 산탄총이 불을 뿜었고 비탈을 달려 오른 그는 두 묘석 중간에 누운 샘이 총을 재장전하려고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샘의 몸 위에 증오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선 세실리아의 모습이 번득 보였다 사라졌다 했고 딘은 그녀가 몸을 굽히고 동생에게 무언가 해코지를 하려는 찰나 미간 사이에 암염탄을 정확히 박아 넣었다.
“뭐하다 이제 와?” 샘은 헐떡거리면서 일어나 섰다.
“뼈는 어딨어?”
샘이 검지로 가리켰다. “저 여자가 내 손에 있던 라이터를 훔쳐갔어.” 그는 무릎을 짚고 몸을 구부려 숨을 골랐고 딘은 그를 두고 뼈를 찾으러 갔다. 그는 무덤으로 살금살금 걸어갔지만 양 손을 갈고리처럼 펼친 세실리아가 불쑥 그와 새로 판 구멍 사이에 나타났다.
“이 여자야, 너 날 극도로 화나게 했겠다.” 딘이 총을 들어올리며 쉿 소리를 냈다.
세실리아의 형체가 별안간 비명을 지르더니 보였다 안 보였다 일렁거렸다. 유령의 뒤에 있던 뼈가 화염에 휩싸이더니 그녀는 공중을 긁어대며 찢어지는 소리로 울부짖었다. 순식간에 그녀는 사라졌고 딘은 어리둥절해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무덤 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 – 저 불은 어떻게 붙은 거지?
뒤를 돌아보자 샘도 똑같이 황망한 얼굴이었다. “이게 대체…?” 그는 샘에게 물었고 샘 역시 당황한 얼굴로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 순간 동생이 딘의 어깨 너머를 뚫어져라 보더니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변했다. 깜짝 놀란 딘은 돌아섰다.
“안녕, 딘.” 샘의 라이터를 든 카스티엘이 말했다.
찰나지간에 딘이 무언가가 잘못됐어, 카스티엘이 저런 미소를 짓는 건 잘못된 거야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천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3미터 떨어진 육중한 대리석 천사를 끌어서 그에게 던졌다. 조각상에 머리부터 맞은 그는 눈앞에 빙빙 도는 별을 보면서 바닥에 풀썩 엎어졌다.
그가 감각을 회복하려고 절박하게 안간힘을 쓰는 동안 몇 분이 흘렀다. 그는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고 여기 그냥 쓰러져 있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몸은 말을 듣기가 싫은 모양이었다. 그가 마침내 가까스로 눈을 떴을 때 암흑 속이라 잘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그의 귀는 알아야 할 전부를 말해 주었다: 샘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만, 그만해, 이제 그만… 제발…” 동생이 애걸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딘의 머리는 단숨에 맑아졌다. 그는 대리석 천사의 다리를 붙잡아 후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하며 일어나 앉아 (그렇다, 그는 아직 이 역설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흐려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좌측에 있는 두 남자를 건너다보았다.
그는 충격으로 숨을 멈추었다.
팔을 양 옆으로 뻗은 샘이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머리는 뒤로 젖혀져 있었고 끔찍한 고통을 겪는 게 분명했다. 딘이 뚫어지게 바라보는 동안 그는 갈가리 찢어지는 짤막한 비명을 터뜨렸고 몸이 빳빳하게 굳으며 목의 힘줄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까닭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딘은 이 일을 벌이는 자가 카스티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동생의 앞에 서서 올려다보며 천사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 돼!” 공중에서 경련하며 샘이 울부짖었고, 딘은 불현듯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마치 고문대에 묶인 것처럼 샘의 몸이 잡아늘여져서 중심으로부터 뼈가 뽑히고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뒤이어 욕지기가 치밀었고 그는 막아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고통과 현기증을 뿌리치며 두 발로 일어서려 안간힘을 썼다.
“카스티엘,” 비척비척 나아가며 그가 불렀다. 그는 간신히 몇 걸음 걷고는 무릎부터 털썩 주저앉았지만, 주의를 돌리기에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샘은 반쯤 삼켜진 비명을 지르며 잔디가 쌓인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가 그대로 누워 앓는 소리를 흘리는 동안 카스티엘은 그쪽으로 즐거워하는 시선을 던지고는 딘을 향해 몸을 돌렸다.
“네가 또 일어나다니 예상 밖인걸.” 천사가 말했다.
딘은 카스티엘을 올려다보았다. 뭔가가 잘못되어 있었다. 그의 마음이 뭔가를 놓치고 있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뭔가 중요한 것을…
깨달음이 벼락 같이 스치자 그는 충격으로 헙 숨을 들이켰다. “너 카스티엘이 아니구나!”
카스티엘은 한쪽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딘은 몸을 일으켜 떨리는 손을 주머니로 가져갔다. “네놈은 천사가 아냐.” 그는 적의에 차서 말했다. “악마지!”
카스티엘이 한숨지었다. “너를 속일 수는 없다는 걸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말한 그의 안구는 돌연 새까맣게 변했다.
샘이 충격으로 입을 쩍 벌렸다.
딘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칼을 들고 카스티엘에게로 몸을 던졌지만, 악마는 대비가 되어 있었다. 헛손질을 한 딘은 자기 몸이 한쪽 묘석으로 던져지는 것을 느꼈다. 등에 격통이 달렸고 그는 옆구리로 떨어져 숨을 헐떡였다. 아싸, 진짜 존내 아프구만.
곧바로 그의 앞에 쭈그리고 앉은 카스티엘의 얼굴은 새까만 눈과 대조되게 창백한 빛깔이었다. “딘은 불쌍하기도 하지.” 그가 비웃었다. “천사 남자친구를 돕겠다는 생각에 그를 위해서 영혼을 희생했는데, 네 더럽고 한심한 필멸의 영체는 그를 약하게 만들 뿐이었다니. 네가 그의 힘을 부패시키자마자 악마가 그를 그릇에서 몰아내는 것은 손쉬운 일이 되었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군– 오직 내게 이런 이득을 주고자 그 모든 고생을 떠맡아 준 것에 말이야.”
“카스티엘은 어디에 있지?” 딘이 숨을 씨근거렸다. “그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아, 그는 근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썩은 주검에 처박아서 깊고 깊은 땅 밑에 묻어 놓았거든. 어떤 기분인지 딘 너는 알 거야, 그렇지?”
몇 미터 사이를 두고 떨어진 칼이 희미한 달빛을 받아 번득이는 것을 본 딘은 악마가 움직이기 전에 칼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의 얼굴에 드러난 생각을 읽은 카스티엘이 미소지었다. 그는 딘의 오른손을 잡더니 칼이 있는 반대쪽, 샘이 있는 곳으로 잔디밭 위를 질질 끌고 갔다. 딘은 견갑골을 찌르는 통증에 큰 소리로 비명성을 냈다. 묘석에 부딪혔을 때 부상을 입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딘의 팔을 놓은 카스티엘이 형제들을 내려다보며 낭랑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뭘 할 생각이게? 보통 이 시점이 되면 너희 인간들은 영혼을 헐값으로 팔아치우려 들던데, 보아하니 딘한테는 별로 남은 부스러기가 없는 모양이고 여기 샘은…” 그가 샘의 등을 꾹 밟는 바람에 샘은 꾸룩거렸다. “뭐, 릴리스는 별로 네 영혼에 대해 염려하지는 않아. 네가 죽기만을 바랄 뿐이지.”
“너-너 언제부터…?” 샘이 이를 갈며 말했다. 딘은 동생을 등지고 있었지만 목소리에 서린 괴로운 기색은 느껴졌다. 안쓰러움과 격분으로 전신이 따끔거렸다.
“아, 이 몸에 들어온 건 꽤 됐지. 네 형이 천사를 약하게 만들었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부터. 추격전은 보통이 아니었어. 오-거룩하기-그지없는 너희들의 캐스를 중심에 두고 꽤 그럴듯한 전투가 벌어졌지. ” 웃음을 터뜨리던 악마는 짐짓 헷갈리는 척을 하며 뜸을 들였다. “잠깐… 아니면 네가 이걸 묻는 건 그냥 그날 밤 네 뒤를 범하기 직전까지 갔던 상대가 나인지 그인지가 궁금하기 때문인가? 알아, 가끔 우리 둘을 구분하기가 좀 어렵지 – 천사나, 악마나 똑같이 윈체스터의 나체에 침을 흘리니 말이야.”
딘은 곁에 있는 샘이 흠칫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언지 궁금해 하며 타오르는 격분으로 이를 갈았다. 악마가 샘과 딘을 번갈아 보더니 킬킬거렸다. “아, 형에게는 우리 사소한 정사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었나 보군. 너도 알겠지만 새미는 괜찮은 노리개였어. 특급 갈보처럼 키스할 줄 알더라고. 더 진도를 뺄 기회가 없었다는 건 아쉽지만, 하필 그 때 병원에 누워 있던 네가 깨어나는 바람에 천사를 제압하러 가야 했거든.” 그는 딘에게로 몸을 숙여 뭔가를 꾸미는 듯 속삭였다. “알다시피 너희들은 아직도 연결되어 있어. 지금 그도 필시 네 고통을 느끼고 있을걸.”
“네놈을 지옥행 급행열차를 태워 주는 순간의 내 기쁨도 그가 느껴 줬으면 좋겠군.” 딘이 중얼거렸다.
악마는 몸을 곧추세우고 생각에 잠긴 얼굴이 되었다. 그를 힐끔 올려다본 딘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카스티엘이었다. 그렇지만 카스티엘이 아니었다 - 감정 표현이 너무 헤프고, 너무 활기차고... 서서히 밀려오는 생각에 그는 미칠 듯 섬뜩해졌다. 두 번 다시 그의 카스티엘을 보지 못한다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에이는 것 같았다. 이 악마를 무슨 수를 써서든 물리쳐야 했다. 반드시.
“알다시피…” 카스티엘이 느릿하게 말했다. “지금 새미와 내가 둘 사이에 남은 볼일을 마저 보지 못할 이유는 딱히 없는 것 같군. 등짝을 봐 주기로 약속했는데 너도 틀림없이 구경하고 싶겠지? 벌써 이 몸을 겪어 보았으니 동생이 얼마나 기분 좋아 할지는 잘 알 테니까. 원한다면 너도 끼워 주지.”
딘은 절망스럽게 눈을 감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등 뒤에서 샘이 심호흡을 들이마시는 것을 느낀 그는 카스티엘이 검은 연기를 왈칵 토해내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오기 전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를 알았다.
“안 되지!” 쏘아붙인 악마는 어떻게 된 건지 연기를 도로 삼키는 데 성공했다. “네 알량한 힘 갖고는 날 어떻게 못 하거든, 더러운 잡종아!”
그는 아래로 팔을 뻗더니 샘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홱 일으켰다. 비참하게 헐떡거리는 샘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카스티엘은 몇 초 동안 그를 세워들고 있다가 경멸스럽다는 듯 한쪽으로 팽개쳤다. 나동그라진 샘이 잔디밭 위를 굴렀지만… 딘은 그쪽을 보지 않았다, 바로 지금이 적의 주의가 흩어진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솟구친 아드레날린에 힘입어 허둥지둥 일어난 그는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있는 칼을 향해 몸을 던졌고 정확히 착지해 칼자루를 기쁘게 움켜쥐었다.
악마가 등뒤에서 쉭 소리를 냈고 몸을 돌린 딘은 투척 자세로 칼을 쥔 손을 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꼼짝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를 향해 손을 든 카스티엘이 염력으로 그를 포박했던 것이다. “안 돼,” 쿵쿵 뛰는 심장을 느끼며 그가 으르렁거렸다. 성공이 눈앞이었는데…
“소용없어,” 활활 타오르는 눈빛을 쏘아보내며 카스티엘이 씹어뱉었다. “넌 내게 복종하게 될 거다!”
“좆까!” 전신의 원자 하나하나까지 모두 동원해 그를 포박한 힘에 저항하며 딘이 외쳤다.
악마가 눈살을 찌푸렸다. 기침을 했다. 그는 놀란 눈초리로 불현듯 입가에 생겨난 연기 덩어리를 바라보더니 온 얼굴을 분노로 찌그러뜨리며 옆으로 몸을 돌려 샘을 보았다. 딘은 동생에게 눈짓했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샘은 폭포수처럼 코피를 흘리면서도 카스티엘이 취한 바로 그 자세로 손을 앞으로 펴든 채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딘은 샘이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으면서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기색인 것을 보았다. 샘은 그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카스티엘을 퇴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듯했다. 악마는 카스티엘의 입 안팎을 들락날락하더니 연기를 완전히 꿀떡 삼키고 크르렁거렸고, 격노로 울그락불그락해진 얼굴이 되어 샘 쪽으로 발을 내딛었다. 바로 그 찰나 딘은 그를 얽매고 있던 힘이 잘게 물결치는 것을 느꼈다. 그는 기합을 지르며 용을 썼고, 풀려났다.
그는 겨냥도 하지 않고 칼을 내던졌다. 명중하리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는 천사와 한편이었으니까.
목에 자루까지 칼이 박히자 카스티엘은 펄떡 경련했다. 충격에 찬 눈동자를 딘을 향해 백팔십도 돌린 채 몇 초 동안 서 있던 그는 이윽고 무릎부터 무너져 내렸고 몸을 둘러싸며 갈라지는 소리와 폭발음이 일어났다. 그가 죽기를 바라마지 않으면서 딘은 숨을 몰아쉬며 그 광경을 뚫어지게 보았고, 그리고는 모든 게 끝났다. 카스티엘의 몸이 잔디밭 위로 엎드러지더니 한 번 꿈틀하고는 잠잠해졌다.
정적이 묘지를 흘렀고, 땅바닥에 구겨진 샘이 흘리는 작은 신음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달려간 딘은 무릎을 꿇고 걱정스럽게 동생을 바로 눕혔다.
“괜찮아? 새미?”
샘은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로 덜덜 떨면서도 간신히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눈을 카스티엘에게로 향했다. “난 그-그가 악마인 줄 몰랐어,” 그가 목멘 소리로 말했다. “카스티엘이라고 생각했어. 난 그가 무-무슨 병에 걸린 줄 알았어.”
안도의 숨을 내쉬고 다시 앉아서 그의 머리에 난 혹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간 딘은 등에 난 거대한 타박상이 움직임에 항의하는 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아야. 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나면 둘 모두 강도 높은 회복의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모르는 게 당연하지.” 그가 말했다. “악마가 천사의 몸을 훔치는 일이 가능할 줄 누가 알았겠어? 얍삽한 새끼들.”
“난 그게 카-카스티엘인 줄 알았어,” 딘을 올려다보며 샘이 되뇌었다.
딘은 불현듯 동생이 하려는 말뜻이 뭔지를 깨달았다. 그는 악마가 언급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는 몰랐지만, 짐작할 단서는 충분히 들었다. 너도 알겠지만 새미는 괜찮은 노리개였어… 특급 갈보처럼 키스할 줄 알더라고…
“널 성폭행하려고 했던 작자가 카스티엘이라고 생각했었구나,” 등골이 오싹해져서 그는 숨을 삼켰다. “그동안 계속 그가 너한테 그런 짓을 한 줄 알았던 거구나. 내가 캐스에 대해서 물을 때마다 네가 말을 돌린 것도 당연하군.”
샘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총총히 박힌 별을 올려다보았다. “카스티엘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딘은 전신을 에워싸는 한기를 느꼈다. “땅 속 깊이,” 악마가 했던 말을 떠올린 그가 말했다. “주검 안에 갇혀 있다고 했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그를 찾을 수 있지? 이제 어떡하지?”
샘은 고개를 저었고 딘은 몸을 돌려 그들 곁에 엎어진 시신을 뒤집었다. 그는 놀라지 않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으나, 죽은 카스티엘을, 아무것도 응시하지 않는 텅 빈 눈을, 잔디밭 위에 누워 꼼짝하지 않는 굳어진 몸을 볼 마음의 준비란 그에게 애초부터 가능할 리 없는 것이었다. 존재의 근원에서부터 해일처럼 밀려오는 상실감을 삼킨 딘은 이건 진짜 카스티엘이 아니라며 자신을 설득하려 애썼다. 방금 내 손으로 죽인 건 내가 깊이 아끼는 그가 절대로 아니다. 내가 두 달 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 있다가 막 일어난 이유였던 그가 아니다. 이건 그가 아냐. 그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라고 느껴졌다.
손을 뻗어 카스티엘의 목에 박힌 칼을 뽑아낸 그는 잔디에 피를 문질러 닦으며 그의 얼굴에서 눈을 피했다. 너무 아파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는 머리가 쿵쿵 울려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다시 샘에게로 몸을 돌렸다.
“가자,” 그가 말했다.
난데없이 생겨난 바람 한 줄기가 그들 주변의 공기를 살랑 흔들었다. 직감이 발동하는 것을 느낀 딘이 빈 무덤 너머를 찡그린 눈으로 둘러보았다.
“뭔데?” 샘이 물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지만 일어나 앉으려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모르겠어,” 다른 데 정신이 팔린 딘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내 생각엔… 이 느낌은…”
동이 트기 시작했다. 태양빛이 하늘의 빛깔을 바꾸며 그들 위로 묘석이 만드는 그림자를 드리웠다. 십자가와 천사와 직사각형이 잔디밭 위로 아로새겨졌다. 빛을 응시하던 딘은 예상치 못한 온기가 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지만, 그건 태양이 발하는 열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건 해돋이가 아니었다.
“카스티엘이야,”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샘에게 말했다. “눈을 감아야 해.” 몰아치는 바람이 그들을 둘러싼 잔디를 휩쓸었고 강풍에 숨이 막혀 헐떡거리던 그는 빛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어서!” 거의 고함처럼 그가 말을 맺었다.
본능적으로 그는 동생에게로 몸을 구부려 동생의 얼굴에 빛이 닿지 않도록 온몸으로 막았다. 그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눈을 꽉 감고 덤으로 손바닥으로도 덮었다. 그는 파멜라와 그녀의 안구가 타들어가던 냄새를 기억하고 급작스러운 공포로 마른침을 삼켰다 – 카스티엘은 너무도 강력하고 또 위험한 나머지 의도하지 않고도 그와 샘을 다치게 할 수 있었다. 이제 빛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손으로 가린 위로도 빛이 느껴졌고 그는 아래에 깔린 샘의 몸이 공포로 추정되는 뭔가로 덜덜 떨리는 것도 느꼈다. 몸이 밀려날 정도의 태풍이 채찍질하듯 휘몰아쳐서 그를 동생의 가슴팍으로 고꾸라뜨렸지만, 그는 빠르게 일어섰다.
그러더니 바람은 사라졌고, 딘은 마치 누군가가 스위치를 끄기라도 한 것처럼 어둠이 되돌아온 것을 느꼈다.
눈을 가린 손을 치운 그는 눈을 껌벅이다가 샘에게로 시선을 내렸다. 똑같은 찰나에 눈을 뜬 동생은 묻는 듯한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동시에 그들은 한켠에 누운 시신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몸은 숨을 쉬고 있었다.
“카스티엘?” 딘이 숨을 뱉었다. “너야?”
몇 초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때 카스티엘이 벌떡 몸을 일으켰는데, 숨차 헐떡이는 그는 마치 무언가를 밀어젖히기라도 하듯 팔을 내뻗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는 딘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크게 부르짖더니 정신을 차리는 듯 보였다. 허파 가득 몇 번 심호흡을 마시고는 그는 고개를 돌려 곁을 둘러싼 두 사람을 보았다.
“딘,”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괜찮아?”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딘이 물었다. 목에 난 상처는 사라져 있었지만, 천사의 표정은 경직되어 있었다.
“땅 속에… 땅 속에 묻혀 있었다,” 카스티엘이 혼란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빠져나갈 수가 없더군.”
“악마가 네 몸을 가로챘어,” 카스티엘이 얼마만큼 기억하는지 의문이 된 딘이 설명했다. 그는… 부서질 듯 약해 보였다. “널 지하에 가두어 놓았다고 하더군.”
카스티엘은 딘의 눈을 들여다보더니, 여전히 누워 있는 그대로인 샘에게로 시선을 내렸다. “그 자가 널 해친 건가?”
“전 괜찮습니다,” 샘이 애매한 말투로 대답했고 딘은 걱정스러운 눈길을 그에게 주었다. 처음으로 그는 동생이 입은 부상이 겉보기보다 훨씬 중상임을 알아챘다. 천사 앞에서 거짓말을 하자니 도저히 못할 짓 같지만 그래도 형을 안심시키기 위해 강행했던 모양이었다.
카스티엘은 그 기만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마치 처음 보는 물건처럼 자기 몸을 내려다보며 조심조심 일어섰다. 딘은 경외감으로 숨이 턱 막힌 채 그를 뚫어지게 올려다보았다. 그의 육신 주변으로 거의 눈에 보일 듯한 정제되지 않은 힘이 파문처럼 일렁거리며 힘을 안으로 가다듬고 갈무리해 가고 있었다. 엄청난 광경이었다. 이윽고 그가 눈을 깜박이자 그 느낌은 자취를 감추었으나, 카스티엘은 예전과 털끝 하나 다르지 않은 모습이 되어 맑은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 복귀해야 해,” 천사는 차분하게 말했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다.”
말이 나올 것 같지 않아 딘은 고개만 끄덕였다. 카스티엘이 돌아왔다. 그리고 카스티엘은 아름다웠다. 쳐다보기조차 힘들 지경으로 너무도 아름다웠다.
“고맙다,” 카스티엘은 둘 모두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곧 돌아오지.”
이윽고 그는 사라졌다. 날개치는 소리, 바람 한 줄기, 그리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딘은 그가 남겨 둔 텅 빈 공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카스티엘이 처음 그에게 키스를 했던 몇 달 전의 그 날, 그 때처럼 심장이 두방망이질쳤다. 거리를 둬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이래로 묻어 두려고 했던 모든 것이 갑자기 그의 몸속에서 풀려나, 숨겨져 있던 감정이 영혼을 꿰뚫고 휘몰아치는 태풍처럼 쏟아져 나왔다. 아마 그래서일 터이다: 가진 영혼이 별로 없던 그에게 카스티엘이 돌아오면서, 바로 그 때에 영혼의 반쪽이 몇 초만에 제자리를 찾아든 것이다. 천사가 눈앞에 서 있던 그 순간, 딘은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완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은 떨리고 있었다. 젠장, 좋지 않았다.
그는 다시 반쪽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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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을 티내지 않고 통증이 심하지 않은 척하려고 용맹무쌍하게 애쓰긴 했으나 샘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체 그애의 몸 어디에 괜찮은 구석이 있다는 말인지 온 체중을 실어 그에게 기대고선 뻣뻣하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오만상을 찡그리며 날카로운 숨을 삼키는 동생을 딘은 어찌어찌 간신히 호텔로 데려왔다. 도착하자마자 딘은 그를 살며시 밀어 침대에 앉히고서 외투와 셔츠를 벗겨 주면서 샘이 소매에서 팔을 뺄 때마다 이를 악무는 것을 보았다.
그걸로, 또 그가 목격한 다른 모든 것들로 미루어 딘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헤아릴 수 있었다. 공중에서 샘을 큰 대자로 잡아당겼던 악마가 관절에서 뼈를 잡아 뽑을 작정으로 힘줄과 근육을 늘였던 것이다. 그 당시에도 틀림없이 지옥 같이 아팠을 그 통증은 필시 몸이 회복될 때까지 계속될 터였다. 샘은 다른 부위는 고사하고 팔다리도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어디 부러진 것 같은 데는 없어?” 샘의 목장화를 부지런히 벗기면서 그가 물었다.
“잘 모르겠어,” 지친 목소리로 샘이 대답했다. 그는 딘이 다른 쪽 목장화를 벗겨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상을 찡그리면서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냥 아파. 그 중에 등이 제일 아프고. 한 150센티는 늘여진 기분이야.”
“최고네,” 딘이 코웃음쳤다. “딱 너한테 필요한 거 아니냐 – 키 커지는 거.”
욕실로 사라졌던 그는 들고 나온 수건으로 샘의 코와 턱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샘은 거슬린다는 티를 내며 몸을 뺐다. “형, 내가 닦을 수 있다고.”
“그럼 해 봐,” 시원스럽게 말한 딘이 수건을 샘의 가슴팍에 놓아 두고 물러섰다. 그는 샘이 수건을 집으려는 움직임을 못하는 것을 모르는 체했다. 팔이 너무 아파서 얼굴로 들어올리지도 못하는 것이 확실했다.
“형 머리는 좀 어때?” 전형적인 윈체스터 식 말돌리기 전략을 구사하며 샘이 물었다.
“괜찮아,” 딘이 말했다. “좀 띵하긴 한데 뇌진탕은 없어.” 다시 침대로 돌아온 그는 동생의 몸을 찬찬히 눈여겨 살폈다.
“왜?” 기진맥진하고 짜증이 역력한 목소리로 샘이 물었다.
“관절이 좀 빠졌을 가능성이 있어, 새미. 아무래도 샅샅이 조사를 해 봐야겠는데. 어떤 건 내가 끼워넣을 수 있겠지만, 안 되면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모르잖아.”
샘은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그거 당연히 아프겠지?”
“야, 징징대지 좀 마.” 딘이 응수했다. 침대로 몸을 숙인 그는 샘의 왼손을 살며시 들어올렸다. “손가락 움직일 수 있냐?”
샘이 오만상을 했다. “별로.”
“손목은?”
샘이 꼼트락거리더니 새하얗게 질렸다.
“이야, 너 완전 망했구나.” 딘이 퉁명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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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딘은 동생의 양 손목, 한쪽 어깨, 두 손가락과 왼쪽 엄지까지 제자리로 맞추어야 했다. 위스키를 대량으로 들이킨 샘은 불평 한마디 없이 버티다 기절했고, 기절 덕분에 운수 좋아진 부분도 있었으니 - 동생이 아파할 걱정 없이 조사를 완수하게 된 효과를 얻은 딘은 다리를 잡아당기면서 만약의 경우가 온다면 도대체 어떡해야 넓적다리 뼈를 골반으로 밀어넣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행히도, 그럴 필요는 없었다.
최소한 한 주는 이 호텔에 틀어박혀 있는 신세가 되겠다고 그는 짐작했다. 이틀만에 샘이 춤추며 여길 걸어나가는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었다. 그 악마한테 아주 제대로 엿먹었군 그래. 딘은 칼이 목에 꽂히던 순간의 악마의 얼굴을 - 뭐, 카스티엘의 얼굴을 - 곱씹어 생각했고, 덕분에 조금 기운이 났다.
그는 다시 깜깜해질 때까지 잠시 눈을 붙였다가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갔다. 샘은 세상 모르고 잠에 취해 있었기에 그는 실수로 의자 등받이에 기댈 때마다 견갑골을 찌르는 통증에 우거지상을 지어 가며 혼자서 식사를 했다. 식후에 거울을 들여다 본 그는 멍이 꽤나 장관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괴상한 자부심을 느꼈다.
한 차례 눈을 뜬 샘이 깨어서 물을 좀 마시고 절뚝거리며 화장실까지 다녀오기를 기다렸다가 딘은 그에게 진통제를 한 주먹 쥐어 주고서 그가 다시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고 나자 저녁 시간은 굼뜨게 흘러갔고 방 안이 너무 더워진 통에 그는 바깥에 나가서 좀 앉아 있기로 마음먹었다.
텅 빈 주차장 안에는 카스티엘이 임팔라에 기대어 있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딘은 그를 거기서 마주친 것이 놀랍지 않았다.
“어이,” 그는 말했다. 불필요한 말이긴 했지만.
“동생은 좀 어떤가?” 방을 향해 고갯짓하며 카스티엘이 물었다.
“죽진 않을 거야.” 딘이 얼굴을 찡그렸다. “어떤 악마들은 사람을 고문할 일만 생겼다 하면 발명왕이 된다니까. 그놈도 아이디어가 꽤 번뜩였어.”
“그의 이름은 오델이다.”
딘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름이 뭐든 무슨 상관이야. 그놈은 죽었고. 넌 돌아왔는데.” 그는 생각에 잠겨 입술을 오므렸다. “그나저나 그놈은 어떻게 네 안에 들어갔던 거야?”
카스티엘의 어깨가 굳어졌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며 시선을 내렸다. “그는 날 함정에 빠뜨렸다.”
“나 때문이냐? 내 영혼이 널 약하게 했기 때문에?”
고개를 기웃한 천사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힐끗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절대 자책하지 마라.”
딘은 음울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아, 자책 따위 안 해. 그날 밤 클리블랜드에서 설사 뒷일이 어떻게 될지 미리 알고 있었다 할지라도 나는 똑같이 했을 거니까. 넌 죽어가고 있었다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어.”
“너마저 죽을 수도 있었다.”
“안 죽었잖아.”
“순전히 샘이 개입해 준 덕분이지.”
딘은 어깨만 으쓱했다.
그를 응시하는 카스티엘은 뜻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딘,” 그는 말했고, 아주 미미하게 망설인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날 사랑하는가?”
워. 질문을 돌직구로 얻어맞고 무장이 해제되어 버린 딘은 숨이 막힌 채 굳어버렸다. 카스티엘은 아무 말도 더하지 않고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지그시 보았고, 딘은 이건 농담으로 넘기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돌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중요했다.
“그런 것 같아,” 그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그래. 정말로 그런 것 같아.”
큰 소리로 입밖에 낸 지금, 그 말은 한층 더 실감나게 피부에 다가왔다.
카스티엘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시선을 떨구었다. 딘은 그의 바로 옆으로 다가섰다. “전통적으로 이때는 감정에 화답하거나 꺼지라고 말할 시간인데.” 그가 꼬집었다.
천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운 문제야, 딘.”
“그래,” 딘이 씁쓸하게 말했다. “세상의 끝이니 뭐니 하는 잡것들. 알아. 기억하고 있어. 네 생명을 구하고 또 어쩌고 하느라 내가 금지 명령을 위반해 버린 거 같은데, 아냐?”
카스티엘이 고개를 들고 그에게 시선을 고정시켰고 강렬한 눈빛을 받은 딘은 가빠지는 호흡을 억눌렀다. 빌어먹을, 그는 아름다웠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천사가 가만히 말했다. “전투는 여전히 계속되는 중이고 전선도 그대로지만, 이제는 내가 천사이고 네가 인간이라는 사실 이상으로 우려되는 안건이 있지.”
딘이 마른침을 삼켰다. “어디 보자, 그곳에서 내가 내 영혼의 경계선을 흐려 놓았다는 뭐 그거야?”
“그래. 그거다.”
“그럼 그건 우리한테 좋은 소식이냐 나쁜 소식이냐?”
고개를 가로젓는 카스티엘의 눈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란 결코 없다, 딘. 너도 그걸 받아들여야 해.”
“그래서 우린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온 거냐? 그냥 동료 관계인 척하는 걸로?” 딘은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제기랄, 캐스! 씨발 난 너한테 영혼을 주었다고 - 이 이상 뭘 얼마나 더 해야 내 마음이 증명이 되는 거지?”
“하느님께서는 나를 생각하는 네 감정은 의심하지 않으신다,” 카스티엘이 말했고 불현듯 딘은 카스티엘의 상관이 누구인지를 떠올릴 때마다 등골을 스치는 그 이상한 오싹함을 느꼈다. 그는 너무 자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알았어,” 그는 시험삼아 말했다. “그러면 날 생각하는 네 감정은 뭔데?”
카스티엘은 갑자기 긴장을 풀더니 미소지었다. “뭐라고 생각하지?”
딘은 온 세상이 희미하게 지워지는 것을 느끼며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카스티엘의 입술로, 턱으로 시선을 내렸다. 눈길이 셔츠 목깃 뒤로 떨어지는 목선과 머리 위에서 곱슬거리는 너무도 완벽한 머리카락으로 향했다. 그는 카스티엘의 속눈썹을, 진실한 눈빛을, 기분 좋은 표정을 부드럽게 짓고 있는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당장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해.” 라는 말만 뱉고서 딘은 카스티엘의 외투를 움켜쥐고 입을 맞추기 위해 바싹 끌어당겼다. 카스티엘은 몸에 힘을 주었지만 순순히 딸려왔다. 몇 초 후에 입을 열어 딘의 혀를 받아들인 그는 허기진 듯 삼켰다. 뜨거운 정념의 충동이 전신을 휩쓸며 갑자기 카스티엘을 임팔라 후드에 쓰러뜨리고 자동차 위 바로 여기에서 하느님과 온 세상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하고 싶어진 딘은 입을 맞댄 채 신음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즐거웠다. 그는 공공의 장소에서 천사와 음란행위를 하는 것에 관련된 법이 조지아 주에 설마 있을지 궁금해졌다.
카스티엘은 그의 입술에 대고 앓는 소리를 냈고 그는 뒤통수를 더듬던 손이 그를 익숙한 방식으로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카스티엘의 맛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딘이 아는 가장 강력한 최음제였다. 금세 그는 바지 속의 것이 팽팽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고 갑작스러운 압박 탓에 그가 카스티엘의 입 안으로 세게 파고들자 카스티엘도 그의 상태를 알게 되었다.
천사는 자상하게 응했고 가로등 불빛 아래에 있다간 발각되고 말 것이라는 걱정이 불쑥 든 딘은 입술을 떼어냈다. "잠깐 멈춰 봐." 그는 숨가쁘게 속삭였다. "눈에 안 띄는 곳으로 가야겠다. 난 천사가 경찰에 입건되는 사태는 원하지 않는단 말이야."
“오, 그런 무용담을 자랑하고 싶겠지.” 카스티엘은 음흉한 말투로 중얼거렸고 딘은 웃음을 터뜨렸다. 손 하나가 그의 팔을 잡고 차에서 떨어뜨려 주차장 밖, 도로와 호텔의 시야에서 막 벗어나는 한옆의 작은 관목숲으로 이끌었다. 카스티엘은 지체하지 않고 딘을 나무 줄기에 밀어붙여서 딘이 멍든 어깨가 타오르는 아픔에 짧은 헐떡임을 내뱉게 했지만, 불편한 느낌은 몸을 밀착한 카스티엘이 목덜미에 코를 비비고 턱을 잘근잘근 씹자 곧 잊혀졌다.
딘은 오 하느님과 썅 이거야의 중간쯤 되는 소리를 흘렸는데, 스스로도 뭘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돌연 치받는 급박함에 그는 허리띠를 끄르면서 마주 허리띠를 푸는 카스티엘의 움직임을 느꼈다. 단추가 벗겨지고 천이 피부를 따라 미끄러지고 나자 따뜻한 밤 공기가 다리와 사타구니에 감겼다. 금세 따뜻한 천사 또한 감겨 왔고 그는 카스티엘의 물건이 그의 것을 문지르자 놀라움과 쾌감으로 헐떡거렸다.
“딘,” 카스티엘이 뺨에 대고 웅얼거렸고 천사의 입술로 말하는 자신의 이름을 듣자 그는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카스티엘은 딘의 이름을 마치 기도처럼, 마치 그를 찬양하는 것처럼 읊조렸던 것이다.
“카스티엘,” 내 평생 이보다 더 기분 좋은 단어를 입 밖으로 내 본 적이 있었던가 자문하며 그는 뇌까리듯 응답했다.
그는 자신의 물건에 손을 내려 기둥을 쓰다듬고 나서는 손을 약간 오른쪽으로 가져가 카스티엘의 음경을 대신 잡았다. 그가 손아귀로 피부를 꽉 조이자 카스티엘은 오싹 몸서리를 쳤다. 그의 것이 이미 너무 단단했기에 딘은 그가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는 낌새를 챘다. 그 즈음 다른 손이 그의 분신을 감쌌고, 그러는 서슬에 몸서리를 친 그는 온몸의 신경 단말을 남성에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한 채 자제하지 못하고 카스티엘의 손바닥을 찔러댔다.
금세 가까스로 큰 소리를 삼키며 사정한 그는 이렇게 빨리 절정에 달했다는 사실에 경악하면서도 거기에 신경을 쓰자니 진이 다한 탓에 카스티엘의 몸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가 상대의 어깨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는 동안 카스티엘도 절정에 오르면서 기댄 몸이 경직되었고 - 그 때 딘은 예기치 않은 환희의 파도가 자신이 막 느꼈던 오르가슴의 끝자락과 합쳐져 온몸을 휩쓰는 것을 느끼고 탄식하듯 신음했다. 그 느낌이 너무도 강렬한 나머지 다리가 후들거렸고 그가 털썩 무릎을 꿇자 카스티엘도 함께 주저앉았다.
제기랄 맙소사, 그는 충격에 잠겨 생각했다. 방금 내가 카스티엘의 절정을 느낀 건가?
넋이 나가 있던 그는 덕분에 한참이 걸려서야 문득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을 알아차렸다.
적어도 눈이거니 생각했다, 뇌가 아직도 쾌감 중추와 이해 중추를 재연결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안에는. 이성이 되돌아오자마자 그는 자신이 착각했음을 알았다. 눈송이가 너무 컸던 것이다. 사실 눈송이는 둘만의 퍼레이드 색종이 가루처럼 그들의 머리 위에서 분분히 떨어지는 하얀 꽃잎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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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anklinia alatamaha |
“프랭클리니아 알라타마하 Franklinia alatamaha,” 딘의 시선을 따라 나무 그늘을 올려다보며 카스티엘이 조용히 말했다.
“무어?” 아직도 조금 정신이 흐리멍덩했던 딘이 대꾸했다.
“프랭클린 나무라는 거야. 벤자민 프랭클린의 이름에서 따왔지. 예전엔 남부 지방에 흔했지만 지금은 야생에서는 멸종되었다.”
딘은 시선을 내려 그를 보았다. “네가 식물학을 이야기하니까 완전 섹시해 보인다고 하면 이상하냐?”
꽃잎은 계속해서 그들 주위로 떨어져 내렸다. “네가 이랬어?” 딘은 이미 답을 아는 질문을 했다.
카스티엘이 입꼬리를 올렸다. “근처에 산이 없더군. 움직일 것이 필요했다.”
“웃기고 있네.”
카스티엘이 몸을 숙이더니 그의 입술을 탐하면서, 축축한 손으로 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한편 입 안으로 긴 한숨을 한 차례 뱉었다. 열렬하게 입맞춤에 응한 딘은 감각의 홍수에 빠져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카스티엘의 손을 적시고 있는 액체가 땀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궁금해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무렴 어때, 남은 인생 동안 샤워할 시간은 넘치도록 있는데. 이 순간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입술에 닿은 카스티엘의 입술과 아직도 몸을 휩싸고 있는 따뜻하고 달큰한 느낌뿐이었다.
“난 이제 돌아가야 한다,” 아쉬움이 담긴 눈으로 딘을 밀어낸 카스티엘이 마침내 말했다. 갑작스럽게 그는 젊어 보였다. 또한 인간답기도 하면서 몹시도 여려 보였다. 딘은 그의 팔을 붙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가지 마,” 그가 요구했다.
“그럴 수는 없어.” 카스티엘이 팔을 빼냈다. 그는 일어서더니 마치 갑자기 부끄러워지기라도 한 양 뒤돌아서서 바지를 추켜올렸다. 그 몸짓을 보며 딘은 슬프게 싱긋 웃었다.
“너 아까 하느님 이야기를 하다 말았었지,” 잠깐 생각에 잠긴 뒤 그가 말했다. “하느님께서 널 생각하는 내 감정을 알고 계신다고. 아마 네 감정도 알고 계시는 거겠지?”
“그래,” 카스티엘이 조용히 긍정했다. 그는 딘을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그래서 뭐지?”
딘은 한숨을 지었다. “그 분께서 우리 감정을 알고 계신다면, 왜 아직도 우리가 만나는 걸 막는 건데? 분명 종말이 닥쳐온다는 것 이상의 사정이 있는 거지? 그냥 그 분 눈에 우리가 궁합이 나빠 보인다거나 뭐 그런 거냐?”
카스티엘은 딘을 한동안 지그시 들여다보더니 무거운 표정으로 그의 앞에 몸을 웅크렸다. 그는 딘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지고서는 고개를 저었다.
“이해하지 못하는군, 딘. 네가 영혼을 내게 주었을 때 나는 그로 인해 약해졌다. 악마는 나를 몸에서 강제로 몰아낸 다음 감금했지.”
“알고 있어,” 딘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넌 돌아왔잖아.”
카스티엘의 눈은 커다랗고 진실했다. “그 사건은 반향을 미쳤어,” 그는 설명했다. “악마는 천사에게 절대로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는 법이다. 전대미문의 일이지. 그렇기에 오델이 날 쓰러뜨리던 순간, 거대한 힘이 방출되었다.”
“힘?” 딘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힘을 말하는 건데?”
카스티엘은 절절하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딘, 그 악마가 내 몸을 차지하던 그 때...” 그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나를 봉인으로 변화시켰다, 딘. 그리고는 나를 부수었지. 내 힘이 약했던 덕분에 루시퍼는 한 걸음 더 해방에 가까워졌어.”
딘은 그를 보며 헛바람을 들이켰다.
“우리가 만남을 가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카스티엘이 말했다. “이 때문에 금지된 거지. 우리는 위험해. 그리고 이 전쟁에 더 이상의 혼란의 씨앗은 필요 없다.”
“오 하느님,” 이 한마디가 카스티엘이 떠나기 전까지 딘이 간신히 내뱉을 수 있었던 말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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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티엘이 사라진 후에도 그는 나무 아래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어쨌든 바람이 꽃잎을 거의 흩날려 보낼 만큼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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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편: 태양을 바라보다
알림:

진짜 진짜 흡입력있게 봤습니다!!! 장편 번역이 얼마나 힘든지 저도 잘알고있습니다.게임번역을 해도 참 복잡한데 이건 글씨도 많고 어려운것도 많으니말이죠.마지막까지 볼수있기를...하고 기도했지만 정말 여기까지 번역하신것도 자알~하셨어요 진심으로요.보면서 아쉬웠던점은 이렇게 장편을 번역해주시는데 댓글이 많이 없더라구요.저도 살면서 댓글을 정말 잘 안남기는데요 이런노력과 수고라면 수고의 한마디는 드려야죠!!!! 번역되어있는 많은 소설을 보고싶었지만 하시는분이 잘없더라구요 ㅠㅅ ㅠ 공지에서 보았지만 분명 마음이 끌리는작품은 또 번역하시지 않으까 하고 생각해봅니다.아무쪼록 뭘 하든 힘내시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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