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List

레이블이 pairing:CastielRuby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pairing:CastielRuby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7월 5일 목요일

[은총 03[[카스티엘/루비] 아흔아홉


제목: Ninety-nine (아흔아홉)
작가: Novin_ha
창작일: 2009/12/18
등장인물: 카스티엘/루비
시간대: 4시즌 10회 이후 AU
등급: 선정성으로 인해 NC-17. 폭력이 암시되고 시신이 나오는 건 순전히 슈퍼내추럴과 내용을 연관시키기 위함입니다. 질내 성교, 항문 성교, 구강 성교가 묘사됩니다. 이 글 자체에도 플롯은 있지만 이 글은 본디 girupnorth님의 '안개의 계절', 제가 쓴 '프쉬케'와 girlupnorth님이 앞으로 쓸 '작은 은총'(복잡한 플롯에! 캐릭터도 확실하고! 거기다 씬도 많아요!)을 연결하는 야설입니다.
분량: 3420. 이 중 베드씬이 얼마를 차지하는지 세라고는 하지 마세요.
작가의 말: 목욕하는 장면이 뜬금없이 샤워실에서의 장면으로 이어지는 글이 되지 않도록 도와 준 girlupnorth님에게 바칩니다. 사실 글을 쓴 지는 한참 되었지만 이제서야 포스팅하게 되었네요. 화끈한 천사/악마나 뭐 그런 걸 지지하시는 분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기억이 나지 않으시는 분을 위해, '프쉬케'는 루비가 새로 지옥의 위협적인 권력자가 된 안나를 죽이는 임무를 띠고 떠나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또한 카스티엘과 루비는 이제쯤 연인 사이가 된 거라고 봐야겠죠.

2010년 1월 10일 일요일

[은총 02][카스티엘/루비] 프쉬케


제목: Psyche
작가: novin_ha
창작일: 2008-12-3
페어링: 카스티엘/루비
분량: >3,400 단어
등급: strong R (사실 거의 전부가 씬인 글입니다)
스포일러: 4.10 Heaven & Hell 전반
경고: 약한 bdsm, 날개씬, 신성모독.
작가의 말: girlupnorth님이 지은 안개의 계절의 후속편이니 전편을 먼저 읽어 주세요.
(베타를 해 주고 글을 마칠 수 있도록 채찍질해 준 사람), 제 일상을 밝게 해 주고 카스티엘을 파게 해 준, 그 밖에도 언제나 멋진 girlupnorth 님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즐겁게 읽었으면 좋겠어요. 이 글을 쓰는 낙은 이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 또 글 한 편에 얼마나 많은 섹스를 넣을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답은 "수많음"이네요. 한편, 이 글이 제가 여태껏 쓴 것 중 가장 달달한 글이었습니다(어디까지나 달달함에 근접했다는 뜻이지만요).






프쉬케 

앨러스테어와 싸운 이후 그녀는 몇 주일째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샘에게 천사보다 악마가 더 겁난다고 말했을 때 그녀가 완전히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 그 점에서 둘 중 어느 쪽이 우위인지 고르기란 까다로운 일이었다. - 그 진절머리 나는 개자식은 그녀의 손에 있었던 칼로 그녀를 갈가리 찢으며, 지옥에서 보낸 세월이 모두 기억 표면으로 올라오도록 휘저었다. 그녀는 혹시나 악몽이 덜 실감나게 느껴질까 싶어 밤에도 불을 켜놓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녀는 선잠에 들었다 깨길 반복하면서 불평을 중얼댔고, 그러지 않을 때면, 아직까지도 쑤시는 배를 둥그렇게 말고 몸을 웅크렸다. 죽은 몸은 저절로 치유되지 않았기에 수복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물론 그녀는 더 사악한 흑마법을 써서 진행이 빨라지도록 할 수도 있었지만, 마음 속 어느 한 부분에서는 그런 생각에 반감을 느꼈다. 양심을 지닌 악마로 살기란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숙명이었다.

이건 몇 주 만에 처음 꾸는 즐거운 꿈이었다. 그 꿈은 배를 가로질러 퍼져 나가고, 아래로 내려가 다리 사이로 흘러드는 따사로운 느낌으로 시작되었다. 그녀는 꿈속 자신의 눈을 가득 채우는 빛과 부드러운 음성으로 자꾸만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미소를 지었다.

흠칫하며 깨어나 보니, 침실에는 그녀 혼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황스러움은 순식간에 가시고 안도감이 대신 밀려왔는데, 하도 기분이 빨리 바뀌었기에 그녀는 그 개자식이 얼마나 거만하고 그런 일이 얼마나 그와 어울리지 않는지 미처 몰랐다면 그가 자신에게 마인드컨트롤을 걸었다고 생각할 뻔 했다.

"쉬잇." 그녀의 귓가로 몸을 숙이고 그가 말했다. 숨결이 그녀의 살갗에 뜨겁게 닿았다. "괜찮다."

"하나도 괜찮지 않아." 그가 두 손바닥을 펴고서 고통을 씻어 주는 사이, 그녀가 대답했다. 죽은 허파 깊숙이 숨을 들이쉬어 보니 이제 따끔거리지도 기침이 나지도 않았다. 그녀는 기분 좋은 욱신거림을 느끼며 반쯤은 신음이고 반쯤은 흐느낌인 소리를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내었다.

"카스티엘." 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뭐라고 말을 이어야 할지 몰랐다. 그를 함정으로 유인하는 계획에 참여했던 일을 사과해야 할까? 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애나의 비밀을 윈체스터 형제에게 누설한 일을? 그녀는 단지 고통을 떠안게 되어 유감일 뿐, 이 중 어느 것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게 그녀의 천성이었다.

"넌 바보짓을 했다."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나 나도 네가 그럴 줄 알았어야 했지." 그의 손은 이제 완전히 나은 그녀의 배를 계속 원을 그리며 문질렀다. 그녀는 가르랑거리고 싶다는 충동과 싸웠고, 그의 한 손을 잡았다. 그녀는 그 손을 아래로 밀어 팬티 가장자리에 그의 손이 닿도록 했다.

"품위 있게 해 줘, 천사 씨." 그녀가 말했다.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품위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일을 청하는군." 그는 이렇게 대답했지만, 거절하는 말은 아니었다. 순수한 목적은 제쳐놓고 보면, 그도 한밤중에 그녀 침실에 들어와서 잠든 그녀를 더듬은 것이었다.

"제발."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그녀는 그가 깊게 숨을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

"속옷을 벗어." 그가 말했고, 그녀는 그의 목소리에서 차가움과 배려가 한데 합쳐진 음조를 느끼며 조금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팬티를 벗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는 그 앞에 우뚝 섰고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허리띠에 손가락을 댔다. 그녀는 그가 그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망설이며 만지는 손길을 느꼈다.

"누워라." 그가 계속 말했고 그녀는 그냥 그 말대로 했다. 그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그가 그녀 앞에 꿇어앉고 양 무릎에 손을 올려놓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아랫배에서 나지막이 솟아오르는 흥분을 느꼈다.

"제발." 그녀는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는 몸을 굽혀 손으로는 다리를 벌리며, 처음엔 혀로 허벅지를 스치다가 이윽고 다리 사이로 향했다. 그의 입은 뜨겁고 부드러웠다. 그는 전에는 한 번도 그녀에게 이런 일을 해 준 적이 없었다.

그녀는 골반을 젖혔고 절정에 오르는 순간 헐떡이며, 그의 뺨을 허벅지로 세게 눌렀다. 그는 그녀에게 진정할 시간을 주고 나서, 일어나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또 오겠다."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날개 치는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

그녀는 그의 약속을 크게 신뢰하지는 않았다. 다음날 푹 쉬고서 가뿐하게 일어났다는 것, 피부가 흉터 하나 없이 매끄러워지고, 걸음걸이도 여느 때처럼 가벼워졌다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는 보호 주문이 손을 타지 않고 고스란히 있다는, 아니 어쩌면 더 강력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베푼 친절 탓에 그녀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그녀는 등을 돌리고 달아나고픈 충동을 눌렀다. 만약 그가 그녀를 해칠 심산으로 왔다면 그녀는 그를 막을 아무 수단도 없었다. 아무런 해도 없었으니, 따라서 그는 그녀에게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그녀는 유리한 협상 카드를 지닌 것이다.

그는 그날 저녁에는 나타나지 않았고, 다음 주에도 내내 오지 않았다. 그녀는 윈체스터 형제에게 들렀으나 그들은 희생자 말고는 누구에게도 중요치 않은 악마와 싸우며 전국 방방곡곡을 달리느라 바빴다. 그건 선한 직업이긴 했지만, 그녀가 여기에 뛰어든 까닭은 이 일이 선하기 때문도 직업이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녀는 릴리스에게 빚을 갚아 주기 위해, 또 종말을 막기 위해 이 일에 뛰어들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훔친 몸을 둘러쓰고 지상을 거닐기를 좋아했고, 또 남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악마성에는 결함이 있었다. 그건 그녀가 좋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녀의 걱정에 찬 표정을 샘은 언뜻 눈치 챘고, 그녀는 그에게 동정받기가 싫었기에 떠나서 먼 도시에 있는 자기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아직 혼자 나가서 위험을 찾아가기엔 조금 기가 꺾인 탓에, 가능한 동안 신체 욕구를 충족시키며 잠자기와 먹기에 탐닉했다.

*

한밤중 그녀는 그의 손이 허벅지 위에서 미끄러지는 감각을 느끼며 깨어났다. 그녀는 오늘밤 아무 속옷도 입지 않았다. 그가 맨살을 얼마간 지분거리는 바람에 불경스런 말이 튀어나오려 했지만 그녀는 그 말을 속으로 삭였다. 그녀는 오늘밤은 벌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가 계속하기를 바랐다.

그녀는 다리를 더 넓게 벌렸고, 그는 처음엔 손가락 두 개로, 이윽고 손가락 세 개로, 그녀를 오르가슴으로 끌어올리며 보답해 주었다. 그녀는 엉덩이를 뒤틀었고, 그는 나머지 한 손으로 그녀를 가만히 있게 붙들었다.

"더." 그녀가 요구하자 그는 어둠 속에서 나직하게 웃었다.

"참 욕심 많군." 그는 말하고서 손을 치우고는 그녀의 손을 대신 갖다놓았다. "멈추지 마라." 옷을 벗어놓기 전에 그는 덧붙였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손가락은 곧 미끈거리게 되었고 그녀는 조금 헐떡였다. 그는 침대 위로 몸을 숙이고 그녀의 손을 잡더니, 손바닥을 핥았다.

"넣어 줘." 그녀는 원래 하고 싶었던 것보다 더 소리를 높여 애원하는 투로 말했다. 그러나 그러고부터는 더 이상 간청할 필요가 없었기에, 그녀는 그가 다름아닌 이런 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루비." 그녀가 절정 가까이 간 바로 그 순간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가 직접 고른 이름을, 심판하려는 기색 없이 천사가 불러 주는 소리는 그녀를 뒤흔들었다.

그는 잠깐 뒤에 절정에 이르렀고 그녀 옆자리에 누우러 몸을 옮기고는 그녀의 배 위에 한 손을 펴서 올려놓았다. 그녀는 그렇게 잠들었고 그의 의도는 하나도 더 알아내지 못한 채 홀로 깨어났다.

지금 그녀는 이보다 좀 더 언짢은 기분이어야 마땅했다.

*

다음 이주일은 별다른 사건 없이 흘러갔다. 그녀는 마침내 밖으로 코빼기를 내밀고 "한 악마가 선술집에 들어섰다"라는 농담과 같이 하루하루를 보낼 용기가 생겼다. 그러나 요사이 릴리스는 납작 엎드려 있었기에 정보는 거의 모이지 않았다. 그동안 가장 좋았던 일은 아무도 그녀를 공격하기는커녕 그녀 쪽으로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녀가 다른 악마들과 시시덕거리는 동안에는 끼어들지 못한다고 짐작했다. 그녀는 그게 좋은 신호인지 나쁜 신호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카스티엘은 모습을 비추지 않았고, 그녀는 샘이 거는 전화 대부분을 음성사서함으로 보내며, 외로움과 상대적인 평화로움에 흠뻑 잠겨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일을 진전시키고 싶어 좀이 쑤시고 근질근질해지자(인내심이라는 미덕은 그녀에게 전혀 없었다) 그녀는 콜로라도의 작은 마을에 있던 윈체스터 형제와 합류했다.

"나도 만나서 반가워." 그녀는 샘의 인사를 무시하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 형제들에게 봉인에 관해, 또 봉인을 처리하려고 그들이 무얼 시도했는지에 대해 모두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가 예상했던 그대로 그들은 거의 아무 진척도 없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릴리스 쪽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 그녀는 말했다. "그 천사는 자주 들러?" 그녀는 한 번 더 생각한 다음 덧붙였다.

"너무 자주 와서 탈이지." 딘은 불평 섞인 대답을 했고, 루비는 그 감사할 줄 모르는 청년에게 울컥 화가 치밀었다. 아무도 그녀를 지옥에서 꺼내 주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 교활함과 기지에 힘입어 지옥 구덩이에서 기어 나왔고, 이제 그것은 한 번 있었던 일도 아니었다.

"그가 뭐라고 말했어?" 그녀가 묻자 샘은 카스티엘이 최근 한 행동을 그녀에게 알려 주었다. 그녀는 형제들도 천국의 최근 고민거리에 대해 그녀만큼이나, 아니 그녀보다도 아는 게 없음을 깨닫고 기뻤다.

형제들은 기숙사에서 학생 세 명이 목을 매달았으니 유령의 영역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학교를 조사하는 중이었다. 그녀도 한몫 끼었다. 더 나은 할 일도 없었고, 샘이 다시 흑마법을 연습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을 수도 있었다.

*

"신화에서처럼, 내가 당신을 보지 않을 때만 우린 그걸 할 수 있는 거야?" 다음번 그가 그녀의 침실에 예고 없이 나타나 그녀를 더없이 기분 좋은 방법으로 깨웠을 때 그녀는 물었다. "아니면 그냥 당신이 안 물어보길 좋아하는 거야?"

"싫은가?" 이 말이 대답의 전부였고, 그 대답을 들은 그녀는 키득키득 웃었다.

"아니란 건 당신도 알잖아."

"그렇다면 불쾌한 질문은 삼가라고 권하고 싶군."

"왜 계속 날 만나러 오지? 내 생각에... 내 생각에 난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는데."

마치 알맞은 말을 찾는 중인 것처럼, 그는 행동을 멈추고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녀가 훔쳐 쓰는 심장이 가슴 속에서 세차게 고동쳤다.

"하느님께서는 네가 아프길 바라지 않으신다, 루비." 그는 이제 말을 시작했을 뿐이었지만, 그녀는 불쑥 끼어들었다.

"난 악마라고. 인간들의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하라"처럼 단순하지 않아. 나한테 그런 경계선은 없어. 내가 하는 일이 곧 나니까."

빛이 희미했기에 확실치는 않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들은 그가 언짢은 낯으로 쏘아보고 있다는 것에 자신의 몸뚱이 전체라도 걸 수 있었다.

"이게 널 지옥으로 떨어뜨린 교만인가?"

"당신 교만이 되기도 하겠지?"

나는 불장난을 하는 중이야,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 한구석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다리 사이로 손가락을 스윽 미끄러뜨리는 이 생명체가 그녀를 소멸시킬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았다. 마음속 한구석으로는 그 공포까지도 즐겼다. 그녀는, 결국, 악마였다. 포장 안에는 비뚤어진 내면이 있는.

"내가 널 해쳤으면 좋겠나?" 그가 물었다. "그래서 네가 말하면 안 될 말을 자꾸 하고 거룩한 분을 조롱하는 건가?"

"날 해칠 거야?" 그녀는 즉답을 피했다.

"네가 눈을 감지 않는다면."

그녀는 눈을 감았지만, 그가 방 안 바로 저기서 모습을 바꾸자, 눈꺼풀 너머로 새어드는 빛만으로도 눈이 멀 정도였다. 그러다가 빛이 조금 흐릿해졌다. 그녀는 신성한 힘에 노출된 탓에 드는 어렴풋한 불편함 정도만을 느꼈을 뿐 빛은 이제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계속 감고 있어라." 그는 명령했지만, 뭐라고 말하든 그녀도 그럴 작정이었다. 그녀도 어떻게 행동하는 편이 좋을지 아는 때는 있었다. "두렵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거짓말을 환히 꿰뚫어보았기에 부인해 보았자 소용없었다.

"좋아." 그가 말했고, 이윽고 그녀는 그의 날개를 느꼈다.

그는 날개 하나로 그녀의 벗은 등을 위아래로 쓰다듬었다. 그 날개는 그녀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감촉이었다. 깃털은 마치 피부처럼 부드럽고 거의 델 정도로 뜨거웠다. 전율이 그녀의 등줄기를 훑고 내려갔다. 날개가 그녀의 허리 뒤 잘록한 곳을 건드리자, 그들이 보냈던 첫날밤의 기억이 마음속에 생생히 떠올랐기에 그녀는 신음을 억눌렀다.

"당신 좋아해?" 그녀는 물었고, 곧 질문을 더 명확하게 고쳤다. "당신 누가 날개를 만져 주는 것 좋아해?" 그녀는 몸을 돌리고 시험 삼아 깃털 새로 손을 쓸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헐떡였다. 그래서 그녀는 눈을 더 꽉 감았고, 몸을 숙여 날개에다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녀는 잠시 동안 그의 참을성이 바닥날 때까지 깃털에 얼굴을 계속 비볐다. 이윽고 그는 그녀에게 누우라고 말했고, 아직까지도 날개를 덮은 깃털 더미에 손을 얽은 채인 그녀와 섹스했다. 그는 먼저 사정했고 손으로 그녀를 절정까지 보내 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너무 세게 매달리는 바람에 깃털 한 움큼을 뽑아냈다고 거의 확신했지만, 아침이 되자 기분 좋게 욱신거리는 몸과 구겨진 요 말고는 그가 간밤에 찾아왔다는 흔적은 아무것도 없었다.

*

악마들은 어느 확실치 않은 지리적 방향에서 새 힘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그걸 아무 이름으로도 일컫지 않았고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이 문제가 하도 막연하다 보니 루비는 미칠 지경이 되었다. 그 때문에 싹 잊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그녀는 그 이야기를 카스티엘에게 언급했다. 그녀의 말에 천사는 몸을 굳혔다.

"뭐야, 중요한 일이야?" 그녀는 물었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닐지도 모른다. 판단하기는 아직 일러."

이 순간 그녀는 그가 거짓말을 뱉는 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천사에게 거짓말이 허락되었을 리 없는데.

"좀 더 다니면서 물어 보겠어." 그녀는 제안했고, 그는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 그는 경고했다. 그녀는 걱정하는 말로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고, 그의 눈에 그녀는 이 게임의 도구이지 게임하는 자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잡아야 하게 만드는 그가 조금 미워졌다. 악마는 구원받지 못하므로 따라서 그들은 천국이 관심을 갖는 영역 바깥이었다. 저 한마디 말은 인사치레에 지나지 않았다, 그뿐이었다.

"나는 항상 조심한다고." 그녀는 셔츠 단추를 여미면서 대꾸했다.

"물론 넌 거의 조심하지 않아. 오히려 정반대겠지."

그렇긴 했다. 그러나 한편, 고문을 또 받고 싶어 좀이 쑤시진 않았기에, 그녀는 이번에는 그냥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자세로 조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

그녀가 정보를 모으는 동안 그는 자신이 새로 나타난 악마 지도자의 정체를 누구라고 의심하는지 입을 봉하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그녀가 진실을 파헤쳐 냈을 때, 안나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직소퍼즐이 맞춰졌고 그녀는 진실로 격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무얼 원하는지 이제 알게 되었다. 그건 유리한 협상카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목에 걸린 맷돌 덩어리였다. 안 좋은 쪽으로 흥분한 나머지 그녀는 현기증이 났다.

그녀는 문지방을 넘기도 전부터 호텔방 안에서 그의 존재감을 느꼈다. 에너지 파동이 그녀에게 부딪혔고 이성은 36계 줄행랑이 가장 현명하다고 권했으나, 그녀의 성질이 이성을 2대 1로 이겼다.

"안녕, 자기." 그녀는 그에게 인사했고, 그는 순전한 노기 띤 눈빛으로 답했다. "당신이 빼먹고 간 뭐가 있는 것 같은데."

그는 아무 움직임도 말도 없이, 마치 그녀더러 계속하라고 청하듯 벽에 등을 기대었다.

"안나는 주의 양떼 속으로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듯 보이더군." 그녀는 그의 말씨를 흉내내며 말했다.

"네 말이 옳다."

루비는 재킷을 벗어 문에다 걸고 팔짱을 낀 채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날 그녀에게 한입거리가 되라고 보내기 전이든 후든 당신 나한테 말할 예정이 있긴 했어?"

"나는 그런 일을 할 뜻은 없었다." 그는 대답했다. "하지만 너는 그 일에 자신이 져야 하는 책임을 숙고해 보고 싶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그 여자를 죽음에서 구하려고 애썼어. 그건 하나도 잘못이 아니잖아." 그녀는 뒤로 갈수록 말소리를 높였고 그때 에너지 파동이 한 차례 더 그녀에게 부딪혔다. 그 느낌은 타오르는 용광로 앞에 서서 열기를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너는 내게 앙갚음을 한 거였지. 내가 네 의도가 뭔지 잘못 알 정도로 바보라고 생각지 마라."

"당신은 날 이용했어."

"난 네게 선한 일을 할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내가 하지 않겠다면, 하나도 안 즐거운 징벌이 기다리고 있겠지. 당신이 자유의지를 높이 사는 사람은 아니었잖아, 안 그래?"

"내가 우리 동류 대부분이 그러듯이 너를 앞뒤 가리지 않고 지옥으로 던져 넣는 편이 더 좋았겠나?"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한 걸음 물러섰다.

"아니, 그렇지 않지." 카스티엘이 말을 계속했다. "너는 하느님의 사자를 네 개인적인 계획에 이용하고 싶어 한다. 너는 네 단기 목적을 달성하고 싶어 할 뿐, 전체 상황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지."

"악마와 섹스한 남자 주제에 참 자기가 정의로워 보이나 보군."

"나는 네게 친절을 베풀었을 따름이다."

"죽이겠다고 협박했던 것도 그 친절에 들어가, 아니면 그건 지금 고려 대상 바깥으로 나간 거야?"

그녀는 이제 쌔근거리면서 숨을 몰아쉬었고, 그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그녀 눈에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매력적이었다. 자신이 이만큼이나 뻔뻔스럽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루비는 몇 걸음 내딛고 그의 앞에 서서는 손을 뻗어 바지 옷감 위로 그를 만졌다.

"우리 협정은 지금까지 잘 되어 왔어." 그의 가슴을 손으로 쓸어 올리고 넥타이 매듭을 잡으며 그녀는 인정했다. "당신은 내게 잘 해줬어." 그의 얼굴에 자리 잡은 잔주름 선이 그녀 눈에 띄었고 그녀는 그도, 역시, 피곤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옷을 벗었으면 좋겠어?"

그가 옅게 미소를 짓자 그녀의 마음속에서 에너지 파동은 살랑거리는 산들바람이나 마찬가지로 희미하게 바랬다. 탁자 위에 있던 라디오가 잡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라디오가 켜졌는지 미처 알아채지도 못했다.

"너도 참 터무니없을 정도로 외골수로군, 루비."

그녀는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 줄 때가 좋았다.

"당신한테도 좋은 일이 될 거야." 넥타이를 끌러서 탁자 위, 조간신문 옆에 내려놓으며 그녀는 약속했다. "내가 좋게 만들 거니까."

그는 지친 한숨을 쉬더니, 의자에 앉아서 그녀를 그의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 "너는 내 화를 불러일으키길 즐기는군." 그가 말했다. "공포가 네 욕망에 불을 붙이고."

"내 공포가 당신에게도 불을 붙여?"

그녀는 그 대답이 긍정이라고 그의 손이 그녀의 셔츠 속으로 파고들어올 때 확신했다. 그녀는 엉덩이를 달싹거렸다.

"이렇게는 아니다." 그녀를 무릎 위에서 밀어내며 그가 말했다. 그들은 옷을 벗어가며 침대로 걸어갔다. 그녀는 탁자 위에서 넥타이를 집어 들었다.

"당신이 내 손을 묶었으면 좋겠어." 그녀가 말했다. 그는 토 달지 않고 그렇게 하고 나서 그녀를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렸다. 그녀는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등을 대고 누워서, 다리를 벌렸다.

애원하는 말과 몸부림이 아직 그를 이기지 못하는 동안 그는 그녀의 입과 목에 오래도록 입맞춤을 했고 그런 다음 그는 그녀가 먼젓번에 그에게서 보았던 모든 분노를 쏟아 부으며 그녀와 섹스를 했다. 그녀는 다음날이 되면 허벅지에 멍이 들 것임을 알았다. 그의 손자국을 몸에 지닌다는 생각을 하니 즐거웠다.

"네게 선택권을 주겠다." 그날 밤늦게, 두 번째로 섹스하고 난 뒤에 그가 말했다. 그녀는 문득 깨어나 그의 약속에 귀를 기울였다. "다만 선택하면 넌 목숨을 걸게 될 거야."

*

그 뒤로 루비는 천사에 대해 많이 배웠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은총은 싸구려 고대유물이나 마음대로 뗐다 끼우는 보조구보다는 훨씬 대단한 것이었다. 안나가 그녀의 은총을 얻고 천국으로 돌아가려고 기도했을 때, 그녀는 빛에서 어둠으로 내던져졌다. 카스티엘은 그녀가 무슨 결과가 올지 알고서 이탈한 죄에 대한 정당한 벌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벌을 감내했다면 그녀는 천국으로 돌아갔겠지만, 심판을 수용하기에 그녀는 너무 교만했다.

어쨌든, 다른 온갖 일에서 그랬듯이 이 일에 대해 그녀는 딘과 샘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너를 알아, 루비." 천사는 아침에, 마치 그들의 그릇이 하듯 둘이서 커피를 마시며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그녀를 여태껏 도왔으니, 그녀는 너를 같은 편으로 여기겠지."

"내 생명을 노리는 악마들 중에 그녀가 거느린 악마는 없다는 걸 우리가 어떻게 알지? 그녀가 우리... 만남을 안다면 어떻게 하고?"

그는 그녀가 믿을 수밖에 없도록 확고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악마들은 그녀와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 내가 그들을 처리했어."

딘 말고는, 그녀가 안나와 싸워 죽일 만큼 가까이 가도록 조금이라도 기회를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임무에서 딘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그녀를 이 칼로 공격하자마자, 그녀의 친구들은 모조리 산사태처럼 나를 덮칠 거야."

"너는 최대한 빨리 탈출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기다리고 있을 테니 빠져나오는 대로 불러." 그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녀를 골똘히 눈여겨보았다. "이건 내가 너와 함께 걸을 수 없는 길이다."

안나는 악마들 중 대부분이 그렇듯 인간이 변한 악마가 아니었다. 그녀는 편을 바꾼 타락천사였다. 그녀는 이미 릴리스만큼이나 강력했고, 기꺼이 루시퍼를 부활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들은 반드시 그녀를 죽여야 했다.

루비는 그녀가 임무를 수락했을 때 그가 그녀에게 건네주었던 단도를 칼집에 넣었다. 그건 천사를 죽일 수 있는 무기였다. 그런 칼을 맡길 만큼 그가 그녀를 믿는다니 거의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다.

"하느님께서 네 여행길을 가호하시길." 헤어지면서 그는 그녀를 위해 기원했다. 그녀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곧은 길에 올랐다.




후편: 아흔아홉

2009년 12월 19일 토요일

[은총 04][카스티엘/루비] 작은 은총 (4/?)

제목: Small Graces
작가: girlupnorth
링크: http://girlupnorth.livejournal.com/145813.html
창작일: 2009/10/3
등장인물: 카스티엘/루비
등급: nc-17
분량: 770단어
줄거리: 4시즌 11회 이후 AU

전편: 1편


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은총 01][카스티엘/루비] 안개의 계절


제목: Season of Mists
작가: girlupnorth
창작일: 2008-12-2
페어링: 카스티엘/루비
등급: strong R
분량: ~3,400 단어
스포일러: 4.10 Heaven & Hell. 작품 배경은 4.4 와 4.9 사이
경고: 신성모독, 약한 bdsm
제공(credit): 모두 novin_ha님의 탓이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은 거의 50 대 50이고 신학적인 부분은 모두 제 생각입니다.
4시즌 - 제가 본 유일한 시즌 - 에서 모르는 부분은 위키피디아나 좋은 사람들을 통해 보충했고, 또한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제목은 닐 게이먼의 <샌드맨>에 인용된 존 키츠의 시, <가을에 부쳐>에서 따 왔습니다.
베타를 맡아 준 novin-ha님에게 정말로 고맙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붙잡힌 모두에게 미안해요.
헌정: 오직 하나뿐인(♥) novin_ha님과 제가 글을 쓰도록 이끄는 그녀의 강력한 능력에 바칩니다.